8년간 담임목사로 섬겼던 서울 대신교회를 사임한 유지화 선교사는 자신의 선교 사역이 하나님의 주권적인 역사로 이뤄졌다는 생각 속에서 브라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특별히 선교사 훈련을 받지도 않았고 친인척이 있었던 곳도 아니었기에 브라질에서 유 선교사를 맞이해 준 곳은 침대 1개가 전부인 조그만 월세 다락방 뿐이었다. 아무 것도 없는 곳에 처음부터 가족과 함께 올 수는 없는 일이어서 혼자서 밤을 지새워야만 했다.

“초라한 장소에서 용기가 나지 않았다. 침대에 올라간 기분도 나지 않고 첫날 저녁은 침대 한 쪽 다리를 잡고 밤새도록 기도하며 지세웠다.”

1년 전 부흥회에 참석한 성도들과 함께 교회를 개척했다. 선교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 선교지에 이어졌고 사역을 시작한지 5개월 만에 장년이 200명이 넘는 상파울로에서는 비교적 큰 교회로 커나갔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금방 부흥의 불길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처음 생각처럼 교회가 급격히 부흥해 나갔다. 그런데 그것은 자만심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하나님의 연단은 이어졌고 빠르게 성장했던 교회는 빠르게 분해되어 갔다. 그리고 유 선교사는 새롭게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상파울루 봉헤찌로 지역에 교회를 개척했다. `봉헤찌로'는 우리가 잘 아는 좋다는 의미의 `따봉' 이라는 단어와 안식처라는 의미의 `헤찌로'가 합성된 이 말은 `좋은 안식처'라는 의미로 유 선교사는 교회 명도 지역명과 의미를 살리고자 `봉헤지로 교회'로 이름 지었다.

봉헤찌로교회에서 유지화 선교사의 사역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애초부터 한인사역과 함께 원주민 선교를 목표로 하고 있었지만 하나님은 유 선교사를 지구 산소의 20% 이상을 생성한다는 아마존(Amazon) 지역으로 이끄셨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 유 선교사가 브라질 땅에 발을 다았을 때 브라질 지역의 타교단 목회자들이 유 선교사를 찾아왔다.

“지금은 돌아가신 감리교의 변은창 목사님과 장로교의 이장수 목사님이 찾아오셨다. 그리고 무작정 저를 데리고 아마존 지역으로 향했다. 자신들의 힘으로는 아마존 선교를 할 수 없으니 감리교, 장로교, 성결교의 목회자들이 힘을 합쳐서 아마존 선교를 하자는 뜻이었다.”

유 선교사는 아마존은커녕 브라질에 제대로 적응도 못하고 있던 시기에 `아마존'이라는 말에 쉽게 수긍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유 선교사가 두 명의 목사와 함께 간 곳이 아마존 지역, 정확하게는 브라질 북서부 아마조나스주(州)의 주도(州都)인 마나우스(Manaus)라는 곳이었다. 마나우스에는 예수전도단(YM) 지부가 있었기에 YM을 통해서 배로 3일 정도 걸리는 아마존 내의 한 부락을 찾게 됐다.

1993년이었던 그때까지만 해도 아마존에 한국사람이 방문한 적이 없었고 3명의 목사가 처음이었다. 3일 동안 배를 타고 들어간 곳은 완전한 오지였다. 도착했을 시점에는 아이들이 없었는데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한명 두명 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그곳에는 속이 비어있는 나무가 있어서 그 나무를 두드리면 소리가 났는데 그것으로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역할을 했다. 유 선교사는 일행들과 함께 그 나무를 `텔레폰 나무'라고 명명하고 신기해 했다고 한다.

유 선교사는 당시의 상황을 “열악하고 참담한 환경”이었다고 회상한다.

“나무 열매를 갖고 축구와 비슷한 공놀이를 하는 원주민 아이들 중 한 아이가 나무뿌리에 발가락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고도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았다. 피가 흐르는 발가락을 풀잎으로 싸매고 다시 놀이에 열중하는 아이를 보면서, `하나님, 이곳의 아이들도 하나님의 귀한 자녀입니다. 다음에 제가 올 땐 약과 축구공 그리고 헌 신발이라도 넉넉히 구해 가져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러면 그 안에 복음 심어서 아이들에게 전달하겠습니다'고 자신도 모르게 기도했다.”

유 선교사가 관광객이었다면 그냥 넘어갈 일이었지만 선교적 사명을 띄고 왔기에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후 함께 아마존 선교를 하자던 목회자들이 한명, 두명 손을 들고 말았다.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 이유였다.

사실 유 선교사가 사역하는 상파울로에서 마나우스까지도 비행기로 4시간이 걸리는 곳에다 아마존 강을 따라 토착민이 있는 곳까지 가려면 먼 곳은 며칠씩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기존 사역을 하는 목회자들이 아마존에 들어와서 선교를 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유 선교사도 마찬가지였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유 선교사는 그날부터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다들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못하겠다고 하는데 사실 나도 아마존 선교를 혼자서 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기도하기 시작했는데 마침 포틀랜드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친구 목사가 아마존에 관광을 왔다가 아마존 유지화 선교의 중요성을 깨닫고 절대 포기하지 말라며 선교비를 보내줬다.”

그리고 그 선교비는 아마존 선교의 종잣(種子)돈이 됐다. 그리고 그 선교비로 유 선교사는 마나우스 주변에 첫 번째 아마존 지역 교회인 마노아교회를 개척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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