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서의 선교현장 돋보기(30)

해마다 오픈도어선교회가 발표하는 박해국가 랭킹을 보면 사우디는 항상 북한과 1, 2위를 다투고 있는 지구상 최악의 박해국가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수는 8백만 명이 넘는다. 전체 인구의 약 1/3에 육박하는 숫자이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조차도 와하비 이슬람 이외의 그 어떤 종교도 허용하지 않는다. 8백만 명의 외국인들 가운데 약 100만명 가량은 에티오피아, 에리트리아, 우간다 등 아프리카 권에서 온 기독교 계통의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다. 특히 필리핀에서 온 가톨릭, 개신교인들의 비중도 상당하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자신의 종교를 믿을 권리는 없다.

정식으로 간판과 십자가를 달고 모이는 교회는 물론 몇몇 외국인들이 가정에서 갖는 그들끼리의 신앙모임도 철저한 단속의 대상이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여행, 혹은 사업상의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입국한다고 치자. 우선 통관 과정에서 성경이 발견되면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성경이 한 권만 발견되었다면 이는 개인적인 용도로 가져온 것으로 인정되어 큰 처벌은 받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성경을 수십 권 가지고 들어가다가 발각될 경우라면 사우디 당국은 이를 사우디의 질서 자체를 흔들려는 중대 범죄로 간주해 즉시 체포하여 수개월간 심문을 당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가혹행위를 당할 수 있다.

실제로 2006년 한 해 동안 외국인이 재판을 통해 실제로 사형에 처해진 사례가 40건이 넘는다. 사형의 방식은 공개 참수 후 시신을 공개된 장소에 전시하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이나 아프리카 등에서 온 기독교인 노동자들은 자신의 신앙의 양심에 따라 가정 모임을 갖다가 체포되어 혹심한 가혹행위를 당하다가 추방당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사우디에서 유일한 교회는 치외법권 지대인 미군부대 영내에 있는 교회뿐이다.


사우디는 이슬람 율법을 지독할 정도로 융통성 없이 적용하는 나라이다. 예를 들어보자. 한 여자 중학교 기숙사에서 불이 났을 때 얼마든지 구조될 수 있는 여학생들이 수십 명이나 사망한 적이 있다. 불이 난 시간이 밤이었기 때문에 이 여학생들은 불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함부로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

여성이 온몸을 가리는 외출복을 입지 않고 친척 남성의 동행 없이 밖으로 나오는 것은 채찍으로 다스릴 일이었기 때문이다. 소방관들도 구조를 위한 진입은 하지 않았다. 남성인 소방관이 외출복을 갖추지 않은 여학생들을 들쳐 없고 나오는 것은 율법상 금지되는 남녀간의 신체접촉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 꽉 막힌 율법주의체제를 유지하다보니 재미있는 일도 많다. 여성이 ID카드(주민등록증)을 소지할 수 있도록 법으로 허용한 것이 21세기 들어서이다. 그러나 카드에 사용할 사진이 문제가 됐다. 여성이 맨얼굴을 드러내는 것 자체를 범죄로 보는 나라에서 맨얼굴 사진을 카드에 붙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부르카나 니캅으로 얼굴 전체를 가린 사진을 붙여 놓으면 본인확인이 불가능하고, 사진 없이 카드를 만들자니 카드의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ID카드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여성은 손을 제외하고는 신체의 어느 부분도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 실수로라도 노출을 하면, 채찍을 맞을 수도 있고, 명예살인을 당할 수도 있다.

최근 사우디에서도 보통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지극히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여성 인권문제를 비롯한 인권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여성의 주민등록증 소지가 몇 년 전에 허용되었고, 일부 지방선거에서 여성 참정권을 시범적으로 허용했고, 운전면허증 소지 문제가 치열하게 논의되고 있다. 또 여성 변호사들의 법정 활동이 부분적으로 허용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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