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가정의 해체를 희구하는 사람은 아직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는 유감스럽게도 가정 해체의 시대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 가정들의 위기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가족들은 많은 사회적 요인들에 의하여 해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르네상스 이후에 개인주의가 빚어 놓은 것이다. 개개인의 이기심을 참지 못하게 만드는 현대 사회의 산물이다. 다시 말해서 가정에서 사랑의 손길을 느끼지 못하면 생명의 공감대를 느낄 수 없고 공동체는 해체되어 버린다. 하지만 가족의 해체는 곧 사회 해체를 안고 있다. 그래서 하나님의 창조질서는 무너져 내리고 있다. 가정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다. 식구들은 그 변천을 거듭하고 있다. 가정의 토대가 새롭게 놓아져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오늘날 가정의 기초가 흔들리는 것은 가정의 사명과 목적이 잘못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농경사회에서는 자식이 많아 온 식구가 논과 밭에 매달려 함께 피땀을 흘려 일해야 같이 잘먹고 잘사는 것이 가정의 목적이 되던 시대는 끝났다. 산업사회에서는 먹고사는 일을 각자 해결할 수 있게 되어 온 식구가 땅에 매달릴 필요가 없게 됨에 따라 핵가족으로 분가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산업사회와 그에 따른 핵가족 형태마저도 흔들리고 있는 후기 산업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 가족 형태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우리는 가정의 위기를 더욱 예민하게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독신자 가정이나 혼전 동거 가정, 미혼모의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미혼모의 가정이 늘어가고 있고, 이혼율이 급증하면서 편모 가정이나 편부 가정이 많아지고 있고, 동성애가 사회적으로 수용되면서 게이 가정이나 레즈비언 가정이 생겨나고 있다. 이와 같이 새로운 가정의 형태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이혼과 재혼을 거듭하면서 복합 가정을 이루고 사는 사람이 너무나 많아졌다. 이복 형제나 이복 자매가 그리고 계부나 계모와 서로 아우러져 살아가야만 한다. 이제 우리는 본능과 혈육에 의한 공동체는 가족 이기주의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다. 닫힌 가정으로부터 열린 가정으로 나오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오늘날에 와서는 개방적인 공동체가 필요하다. 고아, 과부, 나그네, 장애자, 미혼모 등 가정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자기 가정을 열고 우리의 자식이나 부모에게 쏟는 정성 가운데 얼마만큼이라도 이런 사람들에게 쏟아야 할 것이다.  자기 가정을 열고 고통받는 사람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섬겨야 그리스도인의 가정이다. 이렇게 하는 데는 아픔이 따른다. 그러나 가정을 여는 아픔은 인간의 구원에 이르는 아픔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그의 생활을 통해서 새로운 가족관계를 가르쳐 준다. 누가 내 모친이며 동생들이냐 하시고,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자는 내 형제요 자매요 모친이니라(마가복음 3:35). 자식 없이 사는 여인을 “보라 네 어머니다”, 의탁할 곳 없는 노인을 “보라 네 아버지다.” 가정과 사회에서 버려진 고아들을 “보라 네 아들, 딸이다.” 오직 이 복음은 새로운 열린 가정을 통해 실현될 것이다.  새로운 열린 가정은 혈연으로 말미암은 생물학적 관계를 넘어서는 인간과 인간의 만남으로 상호인격을 나누며 사랑을 나누는 공동체이다. 그래서 Burgess는 “가족은 상호 작용하는 인격체들의 통합”이라고 보아, 오늘의 가정은 혈연·법·계약의 차원을 넘어서는 구성원(식구)의 인격적 상호작용의 공동체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가족 또는 가정은 사회학적 관점에서 공동체로 이해하는 것이다.  아직도 일부에서는 전통적인 가부장제 권위주의에 집착하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극도의 개인주의적인 핵가족이 문제의 해결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와중에서 가정 윤리는 이기주의와 물질주의에 휩쓸려 그 나아갈 방향을 잃고 있다. 우리 교회에서는 가정 윤리를 새로운 가족 형태에 맞도록 그 방향성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가정이 우리들의 생활 안식처이며 상호 인격적 완성을 성취해 가는 그 자체의 역할을 계속 수행한다면 가정은 언제나 보존되어야 한다. 가정생활은 역시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서적 성숙과 정신적 건강을 보존하는 가치와 규범을 식구(구성원)에게 계속 교육시킬 의무가 있다. 열린 가정에서도 이것은 지켜나가야 한다. 결국 열린 가정은 예수를 믿는 밥상공동체이어야 한다.김영일 교수(강남대 신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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