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인간 만남의 근원과 종교 갈등 해법 모색


        민영진 목사                 정효제 총장                조효근 목사

삶으로 이어진 헤브라이즘, 기독교·유대교·이슬람 화해의 단초
정형화 된 틀 없지만 유대인 디아스포라 통해 세계로 퍼져

구약성경의 역사적 뿌리를 공유하고 있고 `하나님'과 `알라'라는 다른 명칭을 사용하지만 같은 신을 신앙하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같으면서도 다른 이 세 종교는 오늘날 안타깝게도 갈등의 관계로 점철돼 있다.

이 세 종교가 세계적 규모인 만큼 이들의 관계를 풀어내는데 미래 인류사의 명암이 결정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계간 들소리문학〉 2011년 여름호를 위해 민영진 목사(대한성서공회 직전 총무), 정효제 총장(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조효근 목사(본지 발행인)가 지난 6일 가진 좌담회에서는 한 줄기를 잡고 있으면서도 서로 앙숙이 되어버린 불운한 세 종교의 만남의 가능성으로 구약시대으로부터 무형의 삶 속에 동일하게 이어져온 정신적 자산인 `헤브라이즘'을 제시했다.

좌담회 논객들은 대화 속에서 헤브라이즘이 정형화 된 틀을 갖추어 이어진 것이 아니며, 때문에 헤브라이즘을 꼭 짚어 설명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는 데 공감하고 앞으로 헤브라이즘이 무엇인지, 어떤 형태로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는지를 발굴·정리해 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삶·생활 그 자체


오늘날 본질로부터 멀어진 기독교의 제자리 찾기를 위해 문학을 통한 대안 제시에 힘 쏟고 있는 〈계간 들소리문학〉은 그러한 취지로 그동안 `헤브라이즘의 연원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몇 차례에 걸쳐 좌담을 진행해 왔다.

이번 좌담에는 구약 신학자로 이스라엘 히브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민영진 목사(전 대한성서공회 총무)와 역시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법과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사업한 경험이 있는 정효제 총장(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이 자리해 이스라엘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느낀 헤브라이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말문을 연 조효근 목사는 바벨론 포로기 직전까지 성경이 형성되고 이스라엘 정신이 구체화됐던 시대의 중심지역이 현재 이슬람의 영토가 되어 있는 현실을 언급하면서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 세 종교가 향후 인류사를 결정지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이들의 관계를 풀어내는 작업은 오늘도 과제로 남겨져 있다”고 대화를 이끌었다.

조 목사는 “일부에서 세 종교에 대해 문명의 충돌을 말하지만 이들은 한 줄기인 만큼 역으로 조화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면서 “그것을 이뤄낼 방안으로 〈계간 들소리문학〉을 통해 이들이 나뉘기 이전의 정신적·사상적 배경이었던 헤브라이즘을 탐구하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이어 민영진 목사와 정효제 총장이 본격적으로 현지에서 경험한 헤브라이즘에 대해 풀어냈다. 무엇보다 두 학자는 헤브라이즘이 정리·정립된 학문이거나 정형화 된 틀이 형성되어 있지 않고 유대인들과 포로기 이후 전 세계로 흩어진 디아스포라를 통해 헤브라이즘 역시 곳곳에 사람들의 삶으로 녹아들었을 것이라고 보고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민 목사는 “손자가 3∼4살 때 물장난을 하는데 자꾸만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줄기를 손으로 잡으려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것이 우리의 모습일 수 있다. 몇 차례의 좌담을 통해 헤브라이즘을 잡아보려고 했지만 잡히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손도, 몸도 다 젖었고 헤브라이즘의 침례를 받은 것 같다”며 “헤브라이즘은 정립된 개념이 아니다”라고 제기했다.

정효제 총장은 이스라엘 현장에서의 경험을 전하며 “헤브라이즘은 삶이고 생활 그 자체”라고 정리했다. 정 총장은 “처음엔 살면서 이스라엘을 안다는 생각이 들지만 조금 지나면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결국엔 젖어버린다”며 “정형화 되지 않고 유체로 흐르는 듯 젖어있는 삶 전체이기에 단계별로 단락을 지어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피력했다.

이에 조 목사는 “어찌 보면 아담으로 시작해 아브라함 족장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 역시 우리가 모르듯이 그들도 인지하지 못한 채 헤브라이즘을 삶으로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며 “우리가 몸이 젖은 것은 알지만 이것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과 같다. 헤브라이즘이 아직 미완의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너무 조급하게 잡으려 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탐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세계로 퍼진 헤브라이즘


한편 좌담에서는 이스라엘의 땅 개념이 이스라엘 영토에 국한하지 않고 세계로 퍼져 있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으로 확대해 이해하는 것을 감안해 헤브라이즘에 대한 논의도 세계 각처로 확대해야 함이 제기됐다.

정 총장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땅의 개념은 `가나안'에 머물지 않는다. 땅이란 개념이 사람이 살고 있는 곳 또는 삶의 현장이라고 한다면 이미 이스라엘 민족은 세계를 자신들의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출애굽 후 가나안에서 살다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포로생활을 했고 이후 세계로 흩어졌다. 이들의 땅의 개념은 가나안을 넘어 미국, 유럽 또는 중국, 한국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현장을 따라 각 처에 형성된 헤브라이즘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총장은 또 “유대인들은 철저히 `미스파팀' 즉 성문법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 흐르는 정신도 정형화 된 게 없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탈무드 역시 완성된 책이 아니다. 흑백논리로 가지 않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모든 개념과 정의를 수용할 수 있도록 열려있는 것이 헤브라이즘의 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민 목사는 “하나님이 모세에게 보이셨을 때 자신을 `I am, who I am', 즉 `나는 내가 되고자 하는 대로 되어져갈 나일 것이다'라는 뜻이다. 헤브라이즘 역시 그 자체 안에 생명력을 가지고 모든 사고에 영향을 미치면서 끌고 가는 어떤 방식이고 내용인 것 같다. 그걸 묘사해 놓으면 큰 것 중에 일부일 뿐”이라며 “우선 헤브라이즘을 뭔가 파악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상당히 좋은 출발이다. 뭔가 잡히지 않는 것이라 해도 모든 분야에 다 들어가 있다면 우리가 끌어내볼 과제가 분명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조 목사는 “시대는 그 시대마다 언어 아닌 언어로 자기 몫을 만들며 내려왔다. 그렇다면 오늘의 시점에서 헤브라이즘이라고 하는 것을 안다, 모른다를 떠나서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도 그것에 젖어 살고 있는 자체인 것”이라며 “우리의 상상이나 의식이 정지되어 있기 때문에 헤브라이즘이라는 것이 끝없는 자기 변이를 통해 우리 앞에 떠돌고 있는 것 같다”면서 헤브라이즘에 대해 히브리 언어문화, 정신문화에 근접해서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목사는 “헤브라이즘이 무엇인지 시대가 알아듣지 못한다. 유대교도 살아있는 하나님의 언어와 사유를 받았지만 어느 면에서 이기적인 발상이 작용해 응용이 안 되고 자기 안에서 모순을 범하고 있다”며 “언어문화라는 것이 시대에 따라 발전해나가는 것이지만 지금 21세기의 시점에서 모든 사유나 종교가 원형을 찾아가는 전환점이라고 볼 때 헤브라이즘이 그 통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제기했다.


# 헤브라이즘 실체 발굴 작업


이날 좌담회에서는 쉽사리 잡히지 않는 헤브라이즘이지만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의 관계 풀이를 위해, 인류사의 미래를 위해 지속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특히 이슬람에 접근함에 있어 기독교의 기존 `전도' `변화'를 목적으로 한 선교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헤브라이즘이 만남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 총장은 10년 이상 팔레스타인 운전수를 고용해 함께 예배드렸지만 끝까지 신앙 고백은 거부했던 경험을 밝히면서 “직장이니까 밖으로 드러나는 행위는 다 하지만 그들은 `나는 핏속에 이슬람이 박혀 있기 때문에 피를 바꾸지 않는 한 바뀌지 않는다'고 말한다. 무슬림을 상대로 쉽사리 `전도'를 말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하는 건 오만이다. 그저 있는 그대로 봐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조 목사는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을 하나로 묶어 놓으신 하나님의 뜻이 궁금하다. 이슬람과 유대교와 기독교 이들이 서로 물고 물려있는 관계의 해법을 찾기 전에는 역사의 진전은 어려울 것”이라며 “함께 살려면 헤브라이즘이 동원돼야 한다. 실체도 없는 것 같이 보이지만 인내심을 갖고 현재적 접근을 시도하고 완전하진 못해도 구체적 그림을 통해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민 목사도 “기독교란 이름을 가지고는 안 된다. 유대교가 뭔가 실패했기에 예수 운동이 일어나 기독교로 발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예수 운동 내지는 기독교도 뭔가 아랍사람들에게 부족했기에 무함마드가 출현했을 것으로 본다”며 “이슬람 안에 우리보다 히브리적 사고가 더 많을 것이다. 그렇기에 문학 내지는 언어, 문법을 통해 공유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세 종교 간에 우리가 같은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

민 목사는 또 “기독교는 이슬람과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기독교가 제 구실을 못하면 하나님께서는 기독교에게 걸었던 당신의 섭리와 구원 계획을 타종교로 옮기실 수도 있다.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옮겨진 것처럼”이라고 덧붙였다.


*본 좌담은 〈계간 들소리문학〉 2011년 여름호에서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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