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431년 제3차 에베소 종교회가 열렸던 마리아 예배당(현재 터키의 에베소).
알로펜 주교의 큰 스승인 네스토리우스와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가 이단정죄 추방을 당했던 그 장소다.


알로펜은 페르시아 출신으로서, 페르시아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 주교였다. 어린시절 15세에 이슬람의 무함마드를 만나고 페르시아, 중앙아시아, 서역 곧 타클라마칸 사막 도시들을 거쳐서 돈황, 난주를 거쳐서 드디어 AD 63년 당태종을 만나는 등 세계나라를 순회하며 기독교를 전파하고 주변 종교들과 만나 폭넓게 대화한 인물이다.


아라비아에서 다마스커스를 향하여 메카의 카라반(Caravan) 행렬이 몰려오고 있었다. 알로펜은 무리지어 오는 행렬을 하나씩 헤아려 보려는 듯이 오른 손을 들어 셈을 하고 있었다.

“도련님, 날씨가 찹니다.”

알로펜의 개인담당, 지도 선생이었다. 가정교사라고 해도 된다. 그는 헤로수라는 이름을 가진 철학선생이며, 알로펜의 신변 보호자였다.

“저 일행 속에 메카의 소문난 재주꾼이 온다지요?”

“재주꾼이…, 아아, 무함마드. 그래요 그 친구가 옵니다. 도련님과 나이가 비슷하고 성격도 닮은 것 같더군요.”

“그래, 그럼 내가 잘 왔군.”

“시침이 떼지 마세요. 저는 크데시폰을 떠나기 전에 도련님의 속마음을 다 읽었는데요.”

“우아, 그래요. 헤로수 선생은 참 무서운데가 있어요. 벌써 내 속마음을 훤히 살펴보았다는 뜻이군요?”

“무슨 말씀을…. 도련님은 페르시아의 희망입니다. 그 영특함이 샤푸르 시대의 거 있죠. 마니(Mani)의 젊은시절을 뛰어넘는다는 소문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내게 아부성 농담을 삼가세요. 그리고 제가 겨우 마니 따위와 비교되는 것은 싫소이다. 그 사람은 거짓 선지자예요. 자기가 무슨 선지자나 메시아라도 되는듯이 혹세무민 하다가 지금 그의 제자들도 혹독한 고생을 하면서 떠돌이 신세잖아요.”

“아, 그렇군요. 도련님도…”

헤로수는 알로펜에게 “당신도 로마교회로부터 이단으로 정죄받아 추방당한 네스토리우스의 제자이지 않소”라고 말하려다가 꾹 참았다. 헤로수는 마니교 신자였다. 다만 알로펜 집안의 집사노릇을 하는한 자기 신분을 다 밝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마니교나 네스토리우스의 기독교가 유사한 성격을 지녔다는 일반적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헤로수가 아는 지식 중에 로마기독교의 유명한 교부이며 학자인 어거스틴은 마니교 포교사 생활을 15년이나 했으며, 그가 페르시아 마니교의 장래 지도자로 인정받았던 주요 인물이었다.

헤로수의 종교철학적 견해로는 마니교나 네스토리우스파는 물론 로마파 기독교가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헤로수 선생,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이 하고 있어요? 벌써 메카의 낙타군단이 다마스커스 성문으로 들어왔어요. 저걸 보세요.”

알로펜이 손으로 가르키는 곳에 메카의 낙타가 싣고 오는 대상(隊商, Caravan)들의 물품은 물론 동원인력, 곧 카라반의 숫자가 수백명은 되어 보였다.

“그렇군요. 다, 도련님의 복입니다. 저들이 한달은 묵어갈 터이니 도련님네 사업을 번창할 수 밖에요.”

“그렇군요. 헤로수 선생은 상관없구요?”

“아닙니다. 제가 섬기는 주인님의 사업이 번창하는 데 마땅히 내게도 좋은 일이지요.”

“그래요. 맞아요. 내가 관심을 갖는 무함마드라는 아이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도록 힘써 주세요. 제가 특별히 헤로수 선생에게 선물을 드릴 터이니….”

“고마워요. 그 친구 또한 지혜를 찾고 있으며, 특히 기독교에 대한 대단히 호기심을 갖고 있다더군요.”

“그런다고 지난번 말씀 하셨지요.”

“그는 단순한 낙타 몰이꾼이 아니고, 메카의 대표 부족장집 맏손주이니까 아라비아의 황태자나 다름 없지요.”

“그런 그가 왜 이토록 힘든 카라반에 뛰어들었을까요?”

“그러게요. 이 또한 정확치는 않으나 그는 기독교 교리에 관심이 많은지라 여행 중 각 지역 교회들을 방문하여 사제들에게 기독교를 배우려는 것이 오히려 큰 목표라더군요.”

“그럼 아주 잘 되었네요. 다마스커스에 머무는 동안 그는 많은 기독교 지도자들을 만나서 그의 소원을 풀 수 있을 터이니까. 또 내가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싶군요.”

“좋습니다. 가능한한 빠른 시간 안에 무함마드를 도련님에게 데려오지요.”


다음날 헤로수는 무함마드 일행을 알로펜에게 데려왔다. 생각보다 쉬운 만남이었다. 사실은 무함마드 일행이 묵고 있는 곳이 알로펜 외할아버지가 경영하는 대상 숙소였다.

할아버지는 다마스커스에서 바그다드까지 가는 길에 크고 작은 대상들의 숙소를 4곳이나 가지고 있는 거부였다. 외할아버지이기는 해도 외갓집에 아들이 없으니 알로펜이 외가는 물론 자기 친가의 재산 상속자가 된다. 알로펜 역시 부(富)의 황태자라고 할 수 있다.

무함마드와 알로펜이 만나는 장소는 알로펜의 외할아버지가 귀한 손님을 만날 때 사용하는 별채였다. 할아버지의 배려였다. 영특한 외손주가 벌써 국제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으니 할아버지가 그의 체면을 세워주고 싶어서 배련한 장소였다.

헤로수는 알로펜을 보필했고, 무함마드 쪽은 무함마드의 삼촌인 아이엘이 나왔다. 헤로수와 아이엘의 인사 후, 두 사람 무함마드와 알로펜을 헤로수와 아이엘이 각각 소개했다.

두 사람은 벌떡 일어나 사막의 인사법을 따라 좌우로 몸을 겹쳐 포옹을 하였다. 소년들 답지않게 성숙한 모습들이다. 두 사람 다 열다섯 살 나이였다.

“무함마드 반가워. 먼 길은 왔는데 건강은 좋아보이는군.”

“그래. 고맙네. 나를 만나주니 귀한 친구를 얻었어요.”

그들은 첫 인사를 나누는데도 서로 의식했을까. 말 속에 적절한 긴장감이 깔려 있었다. 하기는 그들의 나이가 동갑내기로 열다섯이라 하지만 고대로부터 중동지방, 특히 이스라엘의 탈무드는 열두살까지 미성년 기간으로 삼았으니 저들 둘은 페르시아와 아라비아인들이니 이스라엘과 대동소이한 풍습에 젖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성년기에 들어섰으니 저 둘 두 인물이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다해도 무리한 추측은 아닐 것이다.

“무함마드 형제여. 우리 서로 친구로 지내지. 다마스커스에서 만큼은 우리는 각기 자유할거야.”

“그래. 형제로 지내세. 그런데 다마스커스 만큼은…, 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가?”

무함마드는 화법이 더 적극적이다. 벌써 말을 놓기로 결심한듯 하다. 그는 골격이 매우 준수했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상체가 더 발달했는지 테이블에 앉아있는 용모가 어른스러웠다. 딱 벌어진 어깨하며 숫많은 검은 머리를 뒤로 넘겨서 묶었는데 윤기나는 머리칼이 인상적이었다.

“아, 그건 자네들 아라비아는 여러 종교들이 혼성을 이루고 있으니 자네도 주변 종교들의 갈등 때문에 그곳에서는 부자유했겠지. 그러나 나는 로마제국과 페르시아의 기독교가 서로 불편없이 지내기 때문에 다마스커스에서는 종교적인 문제는 없겠다는 뜻이지.”

“알로펜. 내가 듣기에 자네는 대장부라 했는데 너무 주변을 의식하는군. 그건 지나친 조심성이야. 그리고 나는 다신종교들이 판을 치는 메카의 사람이지만 기독교 신자야.”

“오, 그래. 그 말 반갑구먼. 내가 미쳐 몰랐지. 내가 가진 정보로는 자네는 신앙고백이 불확실한 회의주의자라고 들었거든. 미안하이. 내가 실수했어. 아이구 정말 미안해. 새로 만난 친구에 대한 큰 결례를 했네 그려.”

“아니야. 그렇게 미안해 할 것은 없지. 경우에 따라서 나를 회의주의자로 몰아갈 수도 있고 기독교 신자로 분류할 수도 있지. 그러나….”

무함마드는 갑자기 얼굴에 우수가 긷들었다. 그의 얼굴은 자기 표정을 감추기 힘들만큼 그의 속마음이 노출되고 있었다.

그의 검은 두 눈, 굵직한 검은색 진주같은 눈이 반짝이면서 멀리를 향하는 데 금방 눈 가장자리가 축축해 지고 있었다. 역시 이 사람은 아라비아의 시인기질이 있구나.

“무함마드, 왜 그래. 뭐가 불편한거야.”

알로펜은 무함마드와의 대화 속에서 무엇인가가 캥기는 느낌을 받았다. 그 자신이 무함마드에게로 기울어지는 듯한 힘의 이동같은 것이 있었다. 자기가 무함마드를 지나치게 경계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자책감까지 포함하여 얼마간의 불편함을 느꼈다.

“아니야. 오늘은 초면이니까 내 신앙의 고통을 자네에게 말하고 싶지만 참겠네. 하지만 자네가 나를 다시 만나준다면 내 형편을 말할 수 있지.”

“그럼. 그러세. 다시 만나고 말고. 난 오늘 처음 만났으나 자네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있네. 더구나 신앙문제라면 우리는 더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지. 그럼 기대하겠네.”

“좋아, 좋아.”

무함마드가 그의 삼촌이 기다리는 밖으로 나간 후 알로펜은 혼자 머리를 숙이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연재작품 안내:〈알로펜〉라는 제목으로 유라시아 기독교 천년간의 역사를 소설적 도움까지 받으면서 표현해 보고 싶다. 1권의 내용은 AD 431년 네스토리우스, 콘스탄티노플 총 대주교가 에베소 종교회의에서 이단정죄 추방을 당한 후 요르단, 수리아, 리비아 사막을 헤매면서 20년 동안 그의 제자들과 성숙의 때를 기다렸다가 AD 451년 선생은 세상을 떠나고 제자들이 에뎃사에 집결하여 페르시아를 비롯한 동방을 향하여 복음의 길을 열어가는 이야기, 페르시아 전성기, 특히 이슬람의 교조 무함마드를 알로펜이 만나는 이야기, 이슬람이 페르시아에 진군해 오면서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가 아프카니스탄, 파키스탄, 인도, 중앙아시아, 파미르 고원 등을 지나 당태종 9년(AD 635년) 당나라 도성인 장안에 입성하였고, 그들이 당태종을 만나기까지 제 1권이 된다.

제 2권은 당나라시대 약 2백여 년간 경교(景敎)라는 이름으로 당나라와 그 주변에 활동했던 기간, 그리고 제 3권은 몽골리아 시대의 네스토리스파 기독교의 활동을 집필한다. 본지 연재는 제1권 분량을 격주(2·4주)로 약 30개월 연재할 예정이다(1권 출간 때에 2권, 3권 동시 출간 예정).


또 한편은 유라시아 기독교 2천년(역사강의)을 연재한다. 유럽사와 아시아사의 핵심과 그 균형을 지켜내면서 기록해 간다. 특히 네스토리우스파의 아시아 역사를 애써 조명해 보겠다. 역사강의는 1·3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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