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공회와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과… 믿사옵나이다. 아멘.” 사도신경의 문구다. 거룩한 공회는 교회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신앙고백을 하나님께 드릴 때 송구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현실의 교회에 거룩하지 않은 모습이 많아서다. 이 신앙고백을 드릴 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현상적인 교회에 약점과 허점이 참 많은데 왜 사도신경에서 '거룩하다'는 수식어를 붙였을까 하고 말이다.

현실 세상에 있는 교회에는 못난 모습이 있다. 부패하고 타락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현상은 교회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목회자나 평신도 지도자가 본분을 잊고 제 생각대로 사역해서 그렇다. 교회에서는 사람의 생각대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대로 일해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사도신경의 고백처럼 거룩하다. 교회 공동체 안에 거룩하신 하나님이 계셔서다. 역사적 현실에서 교회가 거룩하지 않을 때에도 하나님은 교회를 이끄셨다. 교회에 대한 온갖 비난이 쏟아질 때도 하나님은 교회를 포기하지 않으신다. 교회의 타락을 타개하고 교회를 본디 모습으로 회복시키시는 하나님의 작업을 진행하신다.

사도신경 문구를 새로 번역하면서 '공회'를 '공교회'로 바꾸었다. “거룩한 공교회와 성도의 교제와 … 영생을 믿습니다.” 참 잘했다. 공회라는 말은 헷갈리게 만드는 점이 없지 않았다. 신약성경의 복음서들에 공회라는 단어가 나온다. 예수님 당시 유대 사회를 다스리던 최고 통치기관인 산헤드린을 번역한 말이다.

예수님이 먼저 공회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이어서 로마 법정인 빌라도 총독 앞에서 십자가 처형을 선고 받으셨다. 부정적 역할을 한 신약시대의 공회와 사도신경의 공회라는 말이 똑같아서 평범한 그리스도인들에게 혼돈을 주기도 했다.

'공교회'라는 번역어가 좋다. 교회는 공적인 기관이다. 어느 누구의 사유물도 아니다. 목사든 장로든, 개척할 때 돈을 댄 사람이든 교회를 성장시킨 사람이든, 당회원이든 많은 사람을 거느린 어느 가문이든, 그 누구도 그 어떤 집단도 교회를 사적인 소유물로 삼을 수 없다. 교회는 공적인 기관이다. 하나님 나라와 연관된 영광스러운 기관이다.

무슨 일이든 본디 '공'(公)이란 글자가 붙으면 그 중요성이 말할 수 없이 커지고 무거워진다. 개인 돈의 비리보다 공금과 연관된 비리에 처벌이 크다. 사문서 위조보다 공문서 위조가 벌이 무겁다. 공공의 안녕에 피해를 끼치는 행동은 어느 사회에서나 범죄가 된다. 임금이 있었던 옛날 시대로 말하면 임금과 연관된 모든 것은 지엄한 공적 사안이 된다. 거기에 조금이라도 불경스런 것이 있으면 엄중한 벌을 받는다. 궁중에서는 희언(戱言)이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공이란 글자가 붙으면 쉽게 말해서 주인 없는 상태가 된다. 공금은 눈먼 돈이고 공공장소는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곳이다. 내 집이라면 그렇게 휴지나 오물을 버리지 않을 텐데 동네 뒷골목이니까 마구 버린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내 집에서라면, 내 집 물건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텐데 교회에서는 마구 행동하고 교회 물건을 함부로 다루는 사람들이 있다. 선진국이란 공이란 글자의 뜻이 사회적으로 넓게 인식되고 그 결과가 공공 영역과 개인의 삶에 뿌리내린 사회를 말한다.

그리스도인은 누구보다 공이란 뜻을 잘 아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 그리스도인은 언제나 하나님 앞에서 산다. '하나님 앞에서', 경건을 뜻하는 헬라어 유세베이아의 뜻이 바로 이것이다. 하나님은 육신의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계시다.

하나님께서 다스리시는 나라가 하나님 나라다. 그리스도인은 현상적으로 이 세상에 살지만 실상은 하나님 나라에서 산다.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중요한 말들 중 하나가 바로 공교회다. 하나님 나라를 이 세상에서 드러내며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향해 순례하는 공동체가 교회다. 그 공교회를 믿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인이다.

교회 건물을 짓고서 신앙을 바로 세우려고 몇 가지 작업을 하면서 우리 교회 나름의 십자가 형태를 만들었다. '말씀삶십자가'로 이름을 붙였다. 말씀대로 산다는 뜻이다. 그 십자가를 목에 걸고 다닌다. 십자가를 손에 잡고 조용히 '거룩한 공교회'를 믿는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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