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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조효근] 알로펜 >2<
작가 조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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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8호] 승인 2011.07.20  14: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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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에베소 공회(서기 431년) 현장 주변을 답사하다가 주저앉아 있는 저자.

알로펜은 무함마드에서 충격적인 많은 인상을 받았다. 그가 만난 무함마드는 눈이 매우 깊어 보였다. 사물을 예사롭지 않게 뚫어보는 습관까지 가지고 있었다. 크리스찬이라는 말을 했으면서도 알로펜 자신과는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둘 사이의 간격 또한 알로펜으로서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좋은 친구라는 결론으로 일단 정리하고 외할아버지를 만나러 갔다. 할아버지는 무함마드 만나거든 그를 내게도 소개해 달라고 했었다.

알로펜은 할아버지가 컨디션이 제일 좋다 하시는 오후 3시경에 서재로 찾아갔다. 할아버지는 올해 일흔살인데도 늘 서책을 가까이 하시고 그가 따르는 네스토리우스의 신앙운동의 성장을 위한 기도를 하였다.

그는 기도 뿐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는 어마어마한 재산도 사실상 선교운동본부에 모두 내어놓은 상태이다. 그는 다마스커스의 대상(카라반) 휴게소 말고도 바그다드까지 네 군데가 더 있다고 늘 말씀하였다.

알로펜은 할아버지가 가족 보다 교회 일에 너무 앞서 가신다는 생각을 종종 했으나 그가 칠십 평생 자기 소신과 신앙으로 하시는 일인데 가타부타 할수도 없고, 또 그래서도 안된다는 생각이었다.

비서실 안내를 받아서 알로펜은 할아버지 서재로 성큼 뛰어들었다. 나이 열다섯이면 이미 성년이지만 그는 할아버지 앞에서는 귀여운 외손자 노릇을 하고 싶었다. 할아버지의 이름은 야고보이시다.

'주 예수님의 착한 제자인 야고보 어르신을 삼가 뵙나이다.'

알로펜은 숙연한 자세로 먼저 깔끔한 인사를 올렸다. 외할아버지는 야고보라는 이름을 좋아했다. 예수님의 제자인 야고보도 좋으나 그가 자랑스러워하는 이름의 소유자는 아브라함, 이삭, 야곱, 곧 아브라함의 손자인 야곱이다. 야곱은 그의 일생이 비록 험난했다지만 인생의 완성기에 신앙도 성공한 '이스라엘'이 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개인 이름이 이스라엘이고, 그의 민족의 이름도 이스라엘, 국가의 이름도 이스라엘이었으니 그는 절세(絶世)의 인물이 틀림없다는 것이다. 또 '이스라엘'의 뜻 풀이가 걸작인데 '황태자'라 하여 하나님 나라의 상속자가 되었으니 자랑스러운 이름일 수 밖에.

“오냐, 오냐. 내 손주. 내 집안의 큰 기둥아!”

야고보 노인은 벌떡 일어나고 싶엇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던가. 그 순간 알로펜이 재빠르게 야고보 노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어이쿠, 녀석. 내 귀둥아! 그래 나는 너만 보면 든든해. 든든하구나.”

야고보 노인은 알로펜의 엉덩이를 툭툭 치면서 좋아라 했다.

“할아버지!”

“응, 왜 그래?”

할아버지와 손자는 서로를 탐색하려는 듯이 눈을 마주치고 노려본다. 할아버지가 침묵을 깼다.

“녀석, 할배를 날새워서 쏘아보면 어떻게 하려구….”

알로펜은 외할아버지가 많이 늙었구나 싶어서 울컥했다.

“아니예요. 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가 자랑스러워요.”

“그러냐? 그런데 너 오늘은 내게 어려운 부탁이 있는 듯 하구나. 어때 내가 잘 맞춘거냐?”

“네, 할아버지. 제가 어제 메카에서 온 낙타몰이꾼 하나를 만났잖아요. 그런데 그 친구 범상치 않아보이더군요. 아직 신앙은 중심이 잡혀 보이지 않아보여도 그가 지닌 집중력이랄까 뭐, 아무튼 가볍게 보아 넘길 인물이 아니었어요.”

“그러냐, 네가 그렇다면 그거 맞다.”

“왜요? 할아버지…”

“범상치 않는 놈이 보아 범상치 않았으면 그런거다.”

“아이, 할아버지. 저는 감히 내가 비범하다는 생각을 할수도 없고 할아버지가 제게 직접 그렇게 말씀하시면 부끄럽고,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아니다. 너의 어깨에 가문의 명예는 물론 우리 네스토리안파 기독교의 장래가 걸려 있음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그건 알겠으나 그래도 저는 두려워요. 제가 어떻게 감히….”

“아니야. 인물은 태어나기도 하지만 만드는거다. 나는 네가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님 만큼한 인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아, 그런 크신 분…”

“내 손주야. 네가 과연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님을 아느냐?”

“네, 조금은요.”

“그래, 좋다. 그럼 내가 좀 더 상세하게 일러줄터이니 잘 배워두거라.”

“네. 할아버지.”


야고보 노인은 서기 431년 로마제국의 에베소에서 제3차 세계 기독교회의에서 네스토리우스 당시 콘스탄티노풀 총대주교가 알렉산드리아 키릴루스 주교에 의해서 정치적 패배를 한 전후 과정을 말해 주었다.

“할아버지. 당시 콘스탄티노풀 총대주교이면 황제 다음의 권좌였는데 왜 지역교구장의 정치싸움에 진다는 것인가요.”

“정상적인 회의가 아니고, 그 당시는 교통환경이 좋지 않고, 또 멀리서 수개월씩 걸려서 대의원들이 오다보면 개회일을 못지키는 수가 있었다. 우마차 타고 다니던 시대였지 않느냐. 또 당시 지역교회 감독(목사)들 중에는 핍박시대에 상처 입었던 사람들도 있었고, 대부분 노년층들이었거든. 그런데 개회날짜 어겼다는 이유로 키릴루스파 대의원들만 모여서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를 이단으로 몰아부쳤지. 그건 회의가 아니라 쿠데타였지.”

할아버지는 흥분하고 있었다.

“알겠어요. 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가 네스토리우스 같은 인물되라 하셨으니, 그분에 대해서 많이 배울께요. 그러나 오늘은 하나만 더 가르쳐 주세요.”

“그게 뭐냐?”

“네, 그때 있었던 교리 논쟁이 이단정죄 사태로 갔다는 데 서로의 교리주장이 어떻게 달랐나요?”

“응, 너 말 잘했다. 바로 그걸 꼭 알아야 하느니라. 한마디로 말하면 예수님의 성격 또는 본성에 관한 문제다. 당시 시비를 걸어온 키릴루스는 그 자신은 본디 단성론자였으면서 로마교구(오늘의 로마 가톨릭)의 대리전에 뛰어든 용병이라고 했고, 어떤 주장에 의하면 그의 삼촌이 수리아 안디옥 교구에서 정치적 타격을 받았다는 이유로 안디옥파 출신이기도한 네스토리우스를 공격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 우리들로서는 150여 년전 일이니 불분명한 부분도 있을거야. 그런데 이건 분명하다. 당시 로마 교구는 '마리아는 하나님의 어머니'라 했고, 네스토리우스는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어머니'라고 했었다. 이 문제를 확대해석 하는 가운데 그리스도는 하나님 자신인데 그리스도의 어머니와 하나님의 어머니 사이를 좁히지 못하느냐고 네스토리우스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큰 사고가 났더란다.”

“야, 골치아프네요. 미묘한 교리싸움으로 로마제국의 교회가 둘로 쪼개지다니….”

알로펜은 깊이 고민했다. 그러다가 무함마드의 고민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구나. 무함마드는 기독교의 교리 문제로 골치아프다는 표정을 지었었다. 알로펜 자신도 고민이었다.

“손주야. 단숨에 모든 것을 알려고 하지마라. 그렇다고 피하려고 하지도 마라.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가 이단으로 정죄받고 사막으로 추방될 때, 로마제국 교회가 절반은 네스토리우스가 당한 저주에 휘말렸었다. 나는 그 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가 너보다 어렸을 때, 그러니까 내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바 있다. 너의 5대조 할아버지이니라. 그리고 네스토리우스 총주교가 남긴 문서도 우리 문중에서 보관하고 있더구나. 나는 네가 성장하기를 기다렸는데 벌써 다 컸구나. 이제 그 문서들을 너에게 주마.”

“할아버지, 무서워요. 저는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요. 준비도 안되었구요.”

“년석아, 내가 말했지. 너는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 만큼한 인물이 되라고. 그렇게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수리아는 물론이고 페르시아 곳곳에서 우리 교회가 대교단을 이루고는 있으나 얼마나 많은 도전을 받는줄 너는 모르느냐. 마니교가 지배하던 페르시아 땅에 네스토리안들이 자리잡고 대세를 이루었다.

현재까지도 로마의 서편 그러니까 서로마 지경의 교회보다 수리아, 페르시아, 앗수리아, 아르메니아 등의 아시아 지역의 교회들이 갑절 이상의 교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불안하다. 백여년 전 사산조 페르시아 사프르 Ⅱ세때 일어난 핍박을 너도 알거다. 로마의 카타콤 희생자 총 숫자보다 훨씬 더 많은 신자들이 순교했느니라. 네가 지켜가야 할 동방의 교회시대에도 시련은 있을거야. 그러니 두려워 말거라. 신자는 모름지기 순교(죽음)의 터 위에 기반하는것임을 명심하라.”

“네, 네! 할아버지. 명심하겠습니다.”

알로펜은 서둘러서 할아버지 서재에서 나왔다. 자기 인생의 험로를 떠올려 보았다. 고달푸구나. 그런데 몇일전 메카에서 다마스커스로 들어오는 낙타떼가 떠오른다. 백여 마리의 낙타들이 몰이꾼들 3∼4백명은 될법한 숫자를 동반하고 있었다. 사람보다 덩치가 너댓배 될듯한 낙타들이 옆구리와 등에 짐을 싣고 사람까지 태우고 오는 그 모습들이 공격적인 형식으로 느껴졌다. 메카에서 다마스커스로 공격해 오는 낙타군단이라….

알로펜은 기분 나쁘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무엇인가가 자기 주변에서 돌발사태가 발생할 것 만 같았다. 할아버지가 오늘따라 말씀하시는 모습에 무엇에 쫓기는 것 같기도 했다.

네가 네스토리우스 보다 더, 라는 표현은 여지껏 할아버지의 언행에서는 발견하지 못했었다. 할아버지 내게 당신이 지고 있던 짐을 넘기시려는 모습이 보였다.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데, 할아버지께서 사람을 보내셨다. 다음날, 메카의 청년을 만나면 할아버지께 함께 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알았노라고 하여 심부름꾼을 보내고, 할아버지가 가지고 계신다는 네스토리우스의 자료가 궁금했다. 문중에서도 주요 자료가 있다는 말씀도 했었다. 갑자기 어깨가 무거워지고, 자기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 같은 두려움이 다시 몰려왔다. 수리아 사막의 모래 돌풍처럼.

다음날 아침, 알로펜은 무함마드의 상단에 사람을 보내 점심때 직후에 만났으면 한다고 전했다.

점심 후, 잠시 정원에서 꽃가지를 만지고 있는데 무함마드가 뛰어들어 왔다. 그는 처음보다 더 힘찬 모습으로 유쾌한 표정을 지으며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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