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적대시 발언-북한의 6자회담 거부-핵 보유 선언, 향후 정국은?

나라를 잃은 설움을 당했던 한반도의 역사, 일제의 통치하에 36년간 억눌려 살았던 한민족의 한과 상처, 현실적 아픔은 오늘날까지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3·1절 86주년을 맞이하는 오늘날의 한반도는 다시 한번 냉기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북핵문제로 한반도의 평화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심각한 상황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는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지난 10일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6자 회담이 재개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잠시 설득에 무게를 두다가 대북 외교적 압박으로 가닥을 잡자, 북한이 유화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실질적으로 6자 회담의 핵심국인 미국과 북한간의 중간 역할을 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21일 중국의 왕자루이 당 대외연락부장을 접견했다. 핵보유 선언이후에 대화 단절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는 이로써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견지할 것이며 대화를 통해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핵무기 보유 선언' 당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메시지를 전했다.
또 “유관국들의 공동 노력으로 6자회담이 성숙된다면 그 어느 때든지 회담테이블에 나갈 것”이라고 밝혀,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6자회담 재개 의지도 천명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견지하고 있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문제 해결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 “각 국이 충분한 성의와 행동을 내보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후진타오 주석은 이날 김정일 위원장에 보낸 구두 친서를 통해 “북-중 양국은 모두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면서 “6자회담을 통해 핵문제와 북한 쪽의 합리적인 우려를 해결하는 것이 북-중 양국의 근본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후진타오 주석은 이어 “우리는 (현재) 정세를 피하고 복잡한 문제에서 진일보하고 조기에 다시 6자회담이 개최되길 희망한다”면서 근래 들어 북-중 양국의 공동노력을 통해 북-중 국가와 공산당의 우호관계가 계속 앞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계속해서 크게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왕자루이 부장은 이날 이같은 구두친서를 전한 뒤 북핵문제에 관해서는 “중국은 일관되게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주장해 왔다”면서 “관련국들이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길 희망하며 북한의 합리적 우려는 응당 중요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제형세를 볼 때 한반도비핵화는 북한 인민의 이익에 부합하고 중국의 안전이익에도 부합한다”면서 “우리는 각국의 공동노력을 통해 조기에 6자회담이 재개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김 위원장이 왕 부장 일행을 만남으로써 일단 북한은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에 여전히 관심이 있음을 보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은 이날 김 위원장과의 회동결과를 한-미-일 3국에 전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3국은 조만간 각국 수석대표 회담을 통해 이를 논의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져, 북핵문제 해결에 중국의 역할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했다.
북한은 6자회담 참여의 여지를 남기면서도 여전히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한성렬 유엔주재 차석대사는 1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이 상호 공존 및 내정 불간섭을 약속하고 회담의 실질적 결과를 보장한다면 6자 회담 등 어떤 형태의 대화에도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주한미대사는 22일 “미국이 지난해 6월 3차 6자회담에서 마련한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이 제안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을 듣길 원한다면 북한은 6자회담에 참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 김정일 위원장과 왕자이루 부장과의 접견시 “미국의 성의있는 행동”을 요구한 것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에 나와서 해결책을 논의해 보자”는 입장에는 미국은 달라진 것이 없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힐 대사는 “북한은 자신의 미래가 6자 회담 협상 테이블에 걸려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핵은 북한에 그 어떤 미래도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북한의 회담복귀를 위한 설득 노력을 강화하면서, 남북경협과 북핵 문제의 병행원칙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상태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 “중국의 왕 부장 방북에 앞서 김정일 위원장에게 정부의 북핵 해결 원칙인, 핵을 용인할 수 없고, 6자회담 틀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또 “미국은 북한을 협상 상대로 인정하고 협상 분위기를 해치지 말아야 하며, 북한도 협상테이블에 나올 조건을 철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 일단 6자회담 틀 속에서 이 문제가 일단락돼야 함을 강조했다.
한편 6자회담과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관련 회담 중단을 선언한 사태에서 당사국들은 구체적인 이슈에 대해 다소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실질적으로 6개 국의 구도는 현재 시점에서 미·일, 그리고 한·북·러·중으로 바뀐 것처럼 보인다〈표 참조〉.
2003년 8월 베이징에서 처음으로 열린 6자 회담시 한·미·일과 북·중·러의 `냉전' 구도로 출발했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재선에 성공한 이후 북한을 제외한 6자 회담 참가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6-1' 구도로 전환을 모색했고, 이번에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자 5개국에 북한의 회담 복귀를 위해 강력한 압박을 가해줄 것을 요청해 오고 있는 상황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 열린우리당은 미국이 믿을만한 성의를 보이고 행동하기를 기대한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주목하면서 미국정부에 대해서도 북한 체제안전보장 등 전향적인 협상카드를 제시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관련국들은 북한문제를 유엔안보리로 회부하는 것과 같은 문제 등은 협의하지 않고 있으며, 필요할 상황이 온다면 국민 여론을 수렴, 우방과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6자 회담의 결과가 어떻게 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북한이 원하는 대로 되면 북한 체제의 생존력을 강화하고 정권 안정도 기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실패할 경우 스스로 최악의 곤경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고 말한다.
 현재 한반도는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대단히 심각한 국면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북한의 핵 보유의 발언이 사실인지, 아닌지 여부조차도 실체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난관 극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양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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