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뎃사에서 당태종 궁궐까지

         
알로펜의 주 무대인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시. 그 지역의 티무르박물관 부관장
세르게이 씨가 필자와 대화 중 메모하고 있는 모습.


네스토리우스(콘스탄티노풀 총대주교)가 AD 431년 에베소 회의에서 이단정죄 추방 이후 AD 451년부터 AD 1401년까지 약 1천년 동안 그들이 기독교의 이름으로 페르시아, 중앙아시아, 타클라마칸(서역), 중국 당나라, 징기스칸과 그 자손들의 제국인 원나라, 그 이후 바그다드로 귀환할 때까지 아시아 선교역사를 3권의 소설로 3년 여년간 본지에 연재할 계획이다.

알로펜은 그의 외할아버지 야고보 노인의 위로에 만족하지 못했다. 무함마드의 한마디 또 한마디는 그의 폐부를 찔렀다. 특히 기독교는 아라비아를 구원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그 말이 무섭게 들렸다. 아라비아의 열등감이 기독교에게 반감으로 나타난 것이면 장차 이 일을 어찌하는가.

또 하나 예수가 내 죄를 대속하신 구세주이심을 확신하지 못하거나 성부·성자·성령이 유일신 신앙에 장애가 된다면 기독교에 의존하는 신앙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말을 했던 무함마드가 무서웠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알로펜은 무함마드가 젊음을 걸고 야심차게 자기의 틀을 마련하고 있음을 보았다. 그것은 매우 설득력이 있을 뿐 아니라 평생을 걸고 도전을 해도 될 법한 거대한 주제라고 생각했다.
여기까지 생각을 정리하고 있자니 알로펜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무함마드에 비하여 많이 어리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함마드가 인사도 없이 뛰쳐나가버린 이후 알로펜은 할아버지 방에서 나와서는 저녁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밤새워 고심을 하다가 엎드려 기도를 하면서 밤을 지새웠다.

계속해서 무함마드와 비교되는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다는 느낌을 가졌다. 열다섯살이 어린나이가 아님을 뒤늦게야 깨닫게 되었다. 그가 외할아버지집 방문이라는 단순한 여행을 목표로 다마스커스에 왔다면 무함마드는 한편으로는 카라반 일행 속에서 돈을 벌고, 또 한편으로는 메카에서 다마스커스로 이어지는 장거리 여행 중 곳곳에 있는 교회를 찾아다니면서 사제들에게 질문도 하고 토론을 하면서 자기 성장을 도모하고 있지 않은가.

다음날 아침, 알로펜은 할아버지 야고보 노인에게 수리아 안디옥 지방을 다녀서 크데시폰으로 돌아가겠노라고 말했다.

“어찌된 일이냐? 금번에 나는 너에게 다마스커스 교회 전통에 대한 공부를 시켜볼 생각이다만….”

할아버지는 의외라 싶었는지 약간 긴장한 눈빛으로 손주인 알로펜의 모습을 살펴본다.

“아니예요. 할아버지. 다른 뜻이 아니라 공부를 서둘러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그래요.”

할아버지가 알로펜의 말을 듣더니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올커니. 내 손주가 무함마드 충격을 받았구먼. 그래야지. 그래야 하고 말구. 내 손주는 페르시아 기독교를 건강하게 이끌어야 할 목자가 틀림없지요. 그래, 그래. 그럼 오늘 내가 다마스커스 동방의 빛 교회 감독을 만나서 너를 소개하마….”

“네. 할아버지. 저와 같이 가시는거죠?”

“그럼, 가서 내가 내 손주 자랑도 해야지.”

“할아버지, 제가 무슨 특별한 사람인가요?”

“그런 소리마라. 내 손주 알로펜은 크데시폰의 페르시아 중앙 네스토리안 교회 대감독의 아들로 장차는 페르시아 기독교의 수장이 될 인물이지. 더 쉽게 말하면 제 2의 네스토리우스가 될 자질을 물려받은 큰 인물이고 말고….”

“할아버지도 참, 내가 손주니까 그러시는거죠?”

“아니야. 결코 아니야. 난 말야.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가 제국 교회의 제 1인자로서 콘스탄티노플은 물론 제국 전체를 지휘할 때의 감격을 잊지 못한단다. 물론 그 어른이 에뎃사에서 태어난 것 때문에 동방세력으로 분류되기도 했으나 그는 안디옥파 기독교 교리와 정통성이 검증된 제국의 교회대표가 분명하거든. 로마교구의 욕심이 지나쳐서 타격을 받았고, 결국에는 이단으로 몰려 제국의 본토에서 쫓겨났으나 하나님은 우리들 네스토리안들이 페르시아에 자리잡고, 유럽과 아시아의 중심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축이 되어 준다면 예수의 복음은 영원히 승리할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지.”

“할아버지. 왜 딴 말씀을 하세요. 제가 크데시폰 네스토리안 교회 대감독이 아니라 그의 아들일 뿐인걸요. 뭘….”

“아니야. 너는 네 아버지 보다 더 큰 일을 해낼거야. 또 내가 그렇게 만들거다.”

알로펜은 외할아버지 야고보 노인과 함께 다마스커스 동방의 빛 교회 대감독인 시릴루스의 초대를 받았다. 할아버지의 위력이었다. 할아버지는 사전 연락이 없이 찾아갔으나 외출하려던 시릴루스 대감독의 발을 묶을 수 있었다.

“대감독님, 죄송합니다. 여기 제 손주가 갑자가 다마스커스를 떠나겠다 하여 대감독님을 한 번 만나뵙고 가라고 해서 제가 부랴부랴 이렇게 달려왔습니다. 무례를 용서하세요.”

“야고보 장로님. 아닙니다. 약속이 있어서 나가려던게 아니라 산책 비슷한 외출 계획이었죠. 거, 아라비아 대상들이 다마스커스에 와 있다 하여 그들의 동향을 좀 보려던 것이었죠. 늘 보아온 것이지만 이번에는 그들 일행 중 종교적인 천재소년이 있다고 해서요….”

“아, 네! 저도 알고 있어요. 그 아이가 제게 두 번이나 다녀갔지요. 제 손주 알로펜이 친구가 되어주니까 쉽게 만났죠. 그런데, 그 소년이 천재라구요? 누가 그러던가요?”

“뭐, 하는 우스개겠죠. 종교적 열심히 특별나다는 뜻으로 하는 말이겠지요.”

야고보 노인은 말했다.

“아닙니다. 그는 천재가 아니라 자칫 큰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위험인물이었어요. 예수가 어떻게 내 죄를 대신하셨는지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고, 성부·성자·성령은 유일신의 한계를 벗어난 것 같다는 등 자칫 신성모독죄에 빠질 수도 있는 아이더군요.”

“그래요. 거, 참 맹랑하군요. 나이가 열 다섯이라던데….”

“네. 대감독님. 내 손주와 동갑입니다. 참, 내 손주 알로펜입니다. 압바스 감독의 아들이죠.”

“대감독님. 잘 지도해 주세요. 저는 알로펜입니다. 페르시아 교회를 사랑해 주세요.”

“어험! 거 별나는 인사로군. 페르시아 교회를 사랑해 달라. 그럼 내가 다마스커스와 페르시아 사이에 구별이라도 한다는 것인가?”

“아, 제가 들은 바로는 다마스커스 대감독님은 교리학으로 단성론 기독교 입장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그런가. 난 말야. 개인적으로는 자네의 크데시폰 교구와 같이 양성론 기독교를 믿고 있으나 다마스커스 교회들은 단성론이 대세라네.”

“아니. 내 손주가 대감독님과 신학적 대화를 나누다니? 녀석이 내게는 단 한번도 입을 열지 않았었는데요.”
야고보 노인은 외손주 알로펜이 대견하게 생각되었다.

“그렇군요. 야고보 장로님의 소원대로 알로펜은 장차 페르시아 기독교를 짊어지고 갈 귀한 인물이 될 것 같군요.”

“별 말씀을요. 시릴루스 대감독님! 저는 감독님의 솔직한 신앙고백을 듣고 싶군요. 단성론 신학 분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단성론이 옳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입을 다물고 계신단 말인가요? 그리고 단성론이면 예수님이 하나님이 아니라 피조물이 되는 것으로 성부와 성자가 '동일본질'을 상실했으니, 삼위일체 신앙은 성립이 되지 못하지 않을까요. 이 논리대로이면 양성론과 단성론은 서로 가까이 할 수 없는 간격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허허, 천재가 메카에서 나오는가 했더니 여기 있었구먼. 이보게 알로펜! 나는 자네에게 기대를 걸겠네. 그리고 나는 단성론자들과 싸우다가 여의치 않으면 짐 싸가지고 크데시폰으로 갈 터이니 자네가 날 좀 도와주게나.”

“대감독님도, 무슨 어린아이에게 그런 말씀을 하세요.”

야고보 노인은 그러나 손주 알로펜의 영특함에 가슴 뿌듯한 기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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