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네스토리우스 이단정죄와 그 후


“대 감독님, 다시 말씀 드리지만 저희 조부님이나 크데시폰의 아버지께서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가 겪으신 억울한 누명을 벗겨드려야 한다는 말씀을 늘 하셨죠. 저는 어른들의 심중을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저희 후손들이 정신 바싹 차려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누명이라….”

시릴루스는 의외라는 듯이 가볍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보게, 알로펜 소년….”
시릴루스가 소년에다 강세를 주는 표현법으로, '너 어린 것이 뭐 안다고 그러냐'는 식으로 알로펜을 내려다 본다.

“네. 감독님,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가 알렉산드리아 키릴루스의 정치장난에 휘말려 속절없이 당해버린 AD 431년 제3차 에베소 에큐메니컬 회의는 다시 시비를 가리는 세계적 기구를 마련해야 할줄로 알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그렇죠? 할아버지가 언젠가 크데시폰 아버지께 하신 말씀을 저는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시릴루스와 그의 할아버지 야고보 노인을 번갈아 보면서 알로펜은 당당하게 논리를 전개하고 있었다.

“응. 그렇지. 그렇고 말고….”

할아버지는 싱글싱글 웃으며 알로펜에게 말했다.

“아니. 야고보 장로님. 장로님은 제3차 에베소 에큐메니칼 회의를 정말로 다시 시비를 가려야 된다고 생각하세요?”

시릴루스가 야고보 노인에게 질문했다.

“네. 감독님. 저는 그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입니다. 그때 그 결정은 사기입니다. 불법회의였어요. 그리고 네스토리우스 당시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의 기독론은 한 점 오류가 없었습니다. 그는 다만 성모 마리아가 하나님의 어머니라고 했던 로마교구의 무리한 언어표현에 이의를 제기했을 뿐, 네스토리우스의 기독론은 그때나 지금이나 정확한 정통교리 입니다. 그런데 지금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를 자처하는 시리아 기독교나 다마스커스 교회들의 지도자들이 단성론을 은근히 지지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자기 배반이요, 그리스도 예수께나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께도 큰 죄를 짓는 것과 같습니다.”

“네. 그렇군요. 저는 장로님과 같은 확신은 없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하나님의 어머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다 또는 양성론이다, 단성론이다, 하는 시비가 벌써 3백년 입니다. 네스토리우스의 이단정죄만 해도 그거 언제적 일인가요. 교회가 그렇게 한가해도 되나요?”

시릴루스는 짜증난다는 식이었다. 알로펜은 시릴루스 대감독의 언행에 대해서 크게 실망했다. 어찌, 저런 사람이 교회의 대감독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났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하자, 할아버지가 말렸다.

“알로펜. 우리가 대감독님의 시간을 너무 빼앗았구나. 일어서자….”

야고보 노인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시릴루스 감독도 자리에서 일어나 알로펜의 어깨를 두드려 주면서,

“알로펜, 하나님께서 해결해 주실거다. 너무 앞서 가지 말아라. 그렇다고 나같은 사람처럼 되지는 말고….”

시릴루스는 야고보 노인에게도 한마디 했다.

“장로님, 저는 이제 더 이상 의욕이 없습니다. 감독직을 버리고 초야에 묻히고 싶은 생각이 있답니다. 교리 싸움이 지긋지긋 합니다.”

고개를 사정없이 좌우로 흔드는 시릴루스 대감독을 향하여 알로펜이 참지 못하고 또 말을 걸었다.

“대감독님. 저의 당돌함을 용서해 주세요. 저는 그동안 대감독님을 든든한 배경으로 믿었는데 오늘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는 크게 실망했습니다. 만약 다마스커스나 시리아 교회가 모두 대감독님과 같은 생각이시라면 기독교는 망하겠다는 생각이 되네요.”

“뭐야! 이놈….”

할아버지 야고보 노인이 두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휘두를 기세였다. 그러나 노인은 높이 들었던 오른손을 내리면서 대감독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아닙니다. 장로님! 알로펜의 순수한 마음을 높이 사야 합니다. 내 생각에도 기독교의 앞날이 걱정입니다.”
다시 알로펜이 나섰다.

“그렇죠. 대감독님. 저같은 어린이들 눈에도 교회들의 행투가 얄미울 때가 많거든요. 기독론 시비 하나만 가지고도 그렇습니다. 기독론이 무엇인가요? 예수는 누구냐? 그분은 하나님이시고, 인간을 구원하기 위하여 오신 육신을 입으신 하나님이심을 왜 믿지 않나요?”

“오냐. 네 말이 맞다. 너희들이 열어가는 새로운 시대에 기대를 걸고 싶구나. 자, 오늘은 너를 통해서 하나님이 나를 많이 가르쳐 주셨구나. 고맙다. 그럼 또 찾아오거라.”


시릴루스 대감독은 고위직 성직자 치고는 소탈하고 자상했다. 야고보 노인은 그를 부축하는 알로펜의 등허리를 토닥이면서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알로펜!”

“네. 할아버지.”

“오늘 나와 함께 가볼 곳이 있구나.”

“네. 어디를요. 할아버지.”

     
이 중에 알로펜의 후예가 있을까. 사진은 우즈베키스탄의 아이들 모습.

“응. 내가 너를 그동안 너무 어린애로 보았구나. 네가 오늘 대감독님께 접근하는 것을 보니, 너 이제 다 컸구나. 그렇지. 네가 성년이 되는 날을 얼마나 기다렸다고….”

“아, 무슨 말씀이세요.”

알로펜은 어리광스럽게 야고보 노인의 한 손을 감싸쥐고 몇번이고 흔들었다. 그런데 할아버지의 표정이 진지했다. 전 같으면 알로펜의 응석을 받아주었는데 오늘은 아니었다. 안색이 굳어 있다기보다는 흥분되어 있었다.

알로펜은 생각을 가다듬었다. 혹시 자기가 대감독에게 실언한 부분은 없었던가. 자기가 했던 말들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 그러나 자기 언행에 문제될 것은 없었다고 자신했다. 그때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손주야. 지금 너와 같이 가는 곳은 우리 집안의 문서가 보관되어 있으며, 우리의 공동 목표를 완성해 가기 위한 선교사령부다.”

“네, 선교사령부요? 선교부면 선교부지 사령부가 뭔가요. 거기가 군대인가요?”

“그렇다. 선교지지만 군대처럼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사령부니라.”

“으시시 하네요.”

“아니다. 겁을 먹지 말아라. 다 너를 위해 준비한 일들이다.”

“저를요?”

“그럼. 너의 두 어깨에 네스토리우스파의 승리가 달려 있단다.”

“할아버지. 저 아직 어려요. 할아버지 무릎에서 응석부릴 때란 말씀이예요. 아시잖아요.”

“녀석, 이젠 응석 그만 부려라. 너는 이미 전쟁터 한 복판에 세워도 걱정이 없을 장부니라.”

“…….”

알로펜은 등짐을 무겁게 진 사람처럼 어깨가 무겁고 숨 차오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야고보 노인은 알로펜을 앞질러 걸으면서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발빠르게 걷더니 할아버지 집 비슷한 2층 건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면서도 역시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할아버지가 들어가신 뒤 한 청년이 나와서 알로펜의 손을 다정히 붙잡고 안내했다.

“반가워요. 알로펜!”

“아, 네. 저를 아세요?”

“그럼요. 야고보 장로님이 우리의 지도자가 될 분이라고 늘 말씀하셨죠.”

“나, 참. 그거 무슨 말씀인가요.”

청년은 알로펜의 오른손을 더 강하게 붙잡고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으로 갔지만 할아버지는 물론 아무도 없었다. 알로펜은 한 쪽 구석 의자에 앉았다.

잠시 그러는 사이에 거실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려 나왔다.

“들어들 오게.”

청년을 따라 알로펜이 거실 뒤편의 장소로 옮겨갔다. 거실보다 크지는 않았으나 탁자 위에 긴요한 듯한 서류 뭉치를 두고 할아버지와 중년 여인이 마주앉아 있었다.

“인사드려라. 알로펜. 이 분이 마리아 님이시다. 우리 사령부 책임사무장이다. 우리의 선교 장래를 위한 준비과정에서 큰 일을 하시는 분이시다.”

“네. 할아버지. 그리고 마리아님 반갑습니다. 저는 야고보 장로님의 외손자로서 크데시폰에 사는 알로펜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오, 알로펜. 주님의 귀한 종이시어. 반갑습니다.”

마리아는 그를 한 번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미소 머금은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마리아님. 잘 지도 부탁드립니다. 저는 아이라 아직 아무것도 모릅니다. 할아버지가 억지로 내 등에 짐을 지우시려 해서 큰 일 났어요.”

“어머! 손주가 농담도 잘 하시네요.”

마리아가 환하게 웃었다. 성모 마리아처럼 예뻤다.

“알로펜. 이거 보세요. 여기에 우리들의 지도자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님의 유품들은 물론 그분의 설교집, 신학서적, 그리고 억지로 억울하게 귀양살이를 하시면서 쓰신 글들도 있어요. 원수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알로펜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막에서 긴밀작전을 거쳐서 온 문서들은 상태가 온전치 못한 자료들도 있었다.

“알로펜! 당분간 여기로 와서 자료들을 살피고 공부도 더 해라!”

“네.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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