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꾼 만들기


                   페르시아 다리우스 황제 전성기 벽화.

알로펜은 다음날 외할아버지 야고보 노인 앞에서 이제부터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겠노라고 말했다. 여행을 통한 공부도 사양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어떤 여행을 말하느냐?”

야고보 노인은 호기심에 찬 눈으로 손자 알로펜을 넌즈시 바라본다.

“할아버지, 제가 볼 때 아라비아 친구 무함마드가 신경이 쓰이는군요. 그는 메카에서 다마스커스까지 탈라반 일원으로 오고 가면서 돈을 벌고 예수 공부를 하고 있잖아요.”

“그래. 그렇더구나. 그럼 너도 아라비아를 오가며 사업도 하려느냐?”

“아니예요. 할아버지, 저는 마리아 사무장을 통해 네스토리우스의 신학 등에 대한 공부를 하고는 초대교회 이후 기독교 역사 공부를 하렵니다. 그리고는 안디옥에 한 번 다녀오려구요.”

“안디옥이라니?”

“네. 초대교회 바울 선생을 선교사로 파송했던 저 유명한 안디옥 말입니다.”

“거, 잘 생각했구나. 그럼, 안디옥에서 멀지 않은 바울사도의 고향도 한 번 다녀오거라. 내가 조금만 젊어도 너와 함께 갈수 있으련만….”

“아니예요. 할아버지는 충분히 가실 수 있어요. 함께 가요. 할아버지.”

“그래, 물론 갈수는 있겠지. 그러나 할아버지는 너의 장래, 또 네스토리우스 님이 길을 연 아시아 선교를 성공적으로 이끌자면 이곳에서 할일이 따로 있구나.”

“그런가요. 할아버지.”

“그렇단다. 아, 벌써 10년이 지났구나.”

“뭐가요. 할아버지!”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의 유지를 받들어 페르시아는 물론, 저 해뜨는 동녘 곧 세상 끝까지 선교를 하겠다는 우리 계획 말이다. 우리는 네스토리안의 목표인 아시아 선교를 잊어서는 안될거야.”

“네. 할아버지. 우선 저 부터 명심할게요.”

“오, 자랑스러운 내 손주야.”

“네. 그래요. 제가 할아버지의 자랑스러운 손주가 되어 아시아 선교의 새로운 터전을 이루어 가겠어요.”

“오냐, 오냐. 그래야지.”

“할아버지, 안디옥과 바울사도의 고향도 방문하고, 가능하면 아라비아까지 한 번 다녀오고 싶어요.”

“글쎄다. 그렇게 하도록 주께서 은혜로 인도해 주셨으면 좋겠구나.”

“그래요. 할아버지께서 주님께 특별히 기도해 주세요.”

“오냐. 그렇게 하마.”

다음날 알로펜은 다마스커스 선교본부를 찾아갔다. 외부로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선교본부는 도서관, 신학교, 선교사 훈련원을 겸한 네스토리우스파 교단 시리아센터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다마스커스는 물론 알로펜이나 안디옥 같은 큰 도시마다 네스토리우스파가 얼마간 자리잡고 있으나 로마제국 교회로부터의 차가운 시선을 늘 의식하면서 살고 있었다. 이단자 집단이 되었으니 그럴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페르시아와는 매우 대조가 되어 있었다.

알로펜은 마리아 사무장으로부터 대강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단자 집단이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듣고 보니 야고보 할아버지가 가끔씩 말씀을 하다가 주춤거리시기도 하고, 또 시리아 기독교 내부이야기를 잘 하지 않으신 일들도 연결지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알로펜!”

“예. 마리아님.”

“가급적이면 시리아 땅에서는 '네스토리우스'라는 이름을 삼가해야 합니다. 지혜롭게요. 신앙의 대화 속에서도 양성론이다 단성론이다, 까지만 가지고도 대화가 되니까요.”

“알겠습니다. 마리아님. 그러니까 우리 기독교는 아직 완전한 구원 또는 완전한 자유마저도 스스로 포기하고 사는군요?”

“그게 무슨 말이죠?”

마리아 사무장이 눈을 크게 뜨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

“마리아 님. 놀란 표정 짓지 마세요. 제 말은 우리 기독교 신자들이 교리에 얽매여서 자유함을 누리지 못한다는 뜻으로 한 말이거든요.”

“아니야. 양성론과 단성론은 하늘과 땅 차이죠. 이 구분을 할 수 없으면 복음을 알고 있다는 말을 감히 할 수 없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그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교리와 함께 신자의 덕목은 달라야 합니다. 조금 전에 말씀하신대로 네스토리우스파 신자나 교회들이 로마파 교회사회 앞에서 숨 죽여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서글퍼요. 그게 무슨 신앙입니까? 그들 로마파 교회가 알렉산드리아 키릴루스를 용병 삼아서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의 빈틈을 노려 저주와 패배를 안겨주었으면 되었지, 세상 끝까지 추적하여 네스토리우스를 얽어 매고, 그를 따르는 신자들까지 억압하려 든다면 그들은 하나님을 바르게 배운 사람들이 아니죠.”

“맞아요. 맞아. 그건, 그러나 현실을 무시하면 안됩니다. 물론 여기 다마스커스 같은 곳은 로마파 교회가 큰 행세를 못합니다. 그러나 혈기 왕성한 알로펜 같은 청년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저는요, 앞으로 로마파 교회와 네스토리우스파가 어느 쪽이 더 정확한 교리와 도덕성을 가지고 있는지 밝히겠으며, 제가 힘을 가지게 된다면 로마교회와 네스토리우스 교회를 불러놓고 교리논쟁을 하든지, 토론을 해서 저 옛날, 그러니까 서기 431년 에베소 에큐메니컬 회의 때를 재조명하고, 당시 불법자 노릇을 했던 알렉산드리아 주교 키릴루스를 청문하여 그로부터 용서를 바란다는 자백까지 받아볼 것입니다.”

“아이쿠. 자랑스러워라. 오늘 보니 역시 야고보 장로님이 알로펜 자랑을 하신 그 이유를 알았네요. 자랑스러워요. 알로펜!”

“아이고, 제가 속보이는 말을 거침없이 뱉어놓았네요. 내가 무엇에 홀렸나봐요. 아, 그렇구나. 큰누나 같은 마리아 님 앞에서 한 번 우쭈거려본 것이라고 어여삐 봐주세요.”

알로펜은 오늘 따라 매우 명랑하고 당돌하기까지 했다. 그를 열다섯살 소년으로 보아서는 안될 것 같았다. 마리아 사무장은 크게 될 인물임을 직감하고, 자기가 몇 가지 보충해 주고 싶었다.

“알로펜, 정말 내가 큰 누나 같아요?”

“네. 그런데 왜, 그러세요. 제가 뭐 실수했나요?”

마리아 사무장은 얼굴에 홍조가 띠고 눈빛이 반짝였다.

“아니. 그냥 너무 고맙고 대견해서요. 나는 지금 알로펜의 용기 있는 모습을 보니 분명히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의 큰 일꾼이 등장했음을 확신 할 수 있어. 큰 누나 같다 했으니 그럼 내가 말을 놓을까요?”

“까요가 뭐예요. 말씀 낮추세요. 그리고 큰 누나니까 내게 네스토리우스 님의 교리적 장단점, 그의 인품, 특히 그 어른은 많은 제자를 두었다 하던데 어떻게 하면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가르침을 주세요.”

“그래, 그렇게 하죠. 우선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의 기독론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죠. 당시 로마파, 그러니까 로마교구(현 로마 가톨릭교회)의 기독론과 한치의 차이가 없었어요. 다만 당시 로마교구는(성모) 마리아에 대한 이해가 독특했지요.”

“뭐가 독특했나요?”

“그러니까, 당시 아리우스파나 그밖의 단성론자들, 알로펜 단성론에 대해서 알고 있어요?”

“네, 대강은요. 단성론은 예수님을 창조의 주인이 아니라 피조물로 여기는 신학설을 주장했다지요.”

“맞아요. 정확히 알고 있네요.”

“단성론의 아리우스는 제1차 니케아 회의(AD 325∼)때 위력을 발휘했지요. 당시 기독교의 은인이라 했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아리우스파 신자였기에 작은 숫자의 아리우스파가 정동 기독교 회의에서 행세했지요. 더구나 제국도 하나, 황제도 하나, 종교도 하나를 목표로 했던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야망은 양성론이나 단성론 따위는 안중에 없었지요. 결국 얼마쯤은 불투명한 교리확정 때문에 그 여파가 네스토리우스 님께까지 타격을 주었던 같아요.”

“어떤 점이었죠?”

“네. 기독론을 확정 짓는 과정에서 너무 힘을 쏟은 서기 325년도 니케아 회의 막바지에서 `성령론'이 너무 쉽게 다뤄지면서 그리된 것 같더군요.”

“참, 누나 하기로 했는 데 내게 존칭을 계속 사용하시니 거북하게 들리네요.”

알로펜이 말을 해놓고도 빙긋이 웃는다.

“참 그렇군. 공부시간이라 그런가봐요.”

“그런가요. 참, '성령론'이 너무 쉽게 다루어졌다는 뜻이 무엇이죠.”

“그래요. 1차 니케아 회의가 예정을 빗나가고, 대의원들도 지친 상태에서 황제 세력을 가진 아리우스파의 빤한 억지논리를 인내로써 견디다보니 그리 되었다더군요. 기독론 문제로 진을 뺀 상태인지라 성령론을 다루기도 전에 폐회 동의가 들어왔다더군요. '정통 기독론'을 지키기 위해서 너무나 고생을 했던 감독(대의원)들이 앗차, 하는 순간 성령론 문제가 뒤늦게 나왔다나요. 믿어지지 않지만 그러는 중에 폐회분위기에 휩싸인 대의원들이 `성령은 하나님께로서 나옵니다'라 쉽게 결정해서 삼위일체론이 확정되었답니다.”

“알겠어요. 그런데 기독론 말씀 중에 성모 마리아 문제를 말씀하셨는 데 그 내용을 다시 좀 가르쳐 주세요.”

“그래 맞아요. 로마교구에서 기독론을 좀 더 강화해야 할 필요를 느낀 나머지 '성모 마리아는 하나님의 어머니'라는 강조법을 사용했어요.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이시라는 부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이중 장치가 되도록 말입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네스토리우스 콘스탄티노풀 총대주교가 하나님의 어머니라 하면 표현상 거북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했어요. 마치 하나님(그리스도 예수의 어렸을 때)이 어머니 젖꼭지를 빨수도 있다는 오해가 나올 수 있다하여 네스토리우스는 '성모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어머니'로 표현하자는 수정 제안을 했어요. 바로 이 부분 때문에 그는 로마교구의 주목의 대상이 되었지요.”

“그뿐인가요?”

“몇 가지 더 있습니다. 나머지는 다음 시간에 이야기 합시다. 난삽하기도 하고, 얼마간 지루한 이야기이니 좀 쉬고, 나하고 오늘은 시내 구경을 가면 어때요?”

“좋지요. 큰누나!”

사무장 마리아는 알로펜을 덥석 안으면서 함께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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