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서 주민과 대화중인 여행가.

안토니가 누굴까? 어린 나이에도 그는 전혀 위축되지 않는 말솜씨가 인상적이다. 수도원을 향해서 올 때 반쯤은 벌거숭이로 사는 이들 때문에 알로펜이 주춤거리자, 걱정하지마. 모두들 더 많이 벗고 살자는 것이야. 아직도 다 벗지 못하는 것은 문명의 장애라고들 한답니다. 뭐가 장애이고 또 벗고 입는 쪽 어느 쪽이 장애라는 것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둘다라고 했다. 그리고 벗고 입는 것이란 둘다 똑같은 것이라고 일갈할 때는 저 친구가 어디 열살 짜리 어린애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안토니, 여기서 사는 사람들이 다 함께 모일 때는 언제이지?”

알로펜이 물었을 때 그는 두 손을 펴 좌우로 흔들었다. 다같이 모이는 시간은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는

오늘은 자기의 처소로 가서 쉬자고 했다. 안토니를 따라서 비탈진 중턱 산길을 따라 걷자 오두막 한 채가 나타났다.

“여기야. 안으로 들어갑시다.”

안토니를 따라서 방안으로 들어가니 30대 중반 쯤 되어보이는 여인이 방 안에 앉아 있었다. 알로펜이 주춤거리자 그 여인이 미소를 머금고 목례를 했다.

“알로펜, 인사드리세요. 내 어머니야. 다리가 한쪽이 불편해서 앉아계시는거야. 엄마, 오론테스 강가에서 잡아온 큰 고기야. 하늘이 선택한 인물인가봐. 알로펜이야.”

“안녕하세요. 알로펜 입니다. 저는 예수의 제자이기를 원하는 훈련생입니다.”

알로펜은 무릎을 꿇고 앉으며 상체를 굽혀 안토니 모친께 인사를 드렸다.

“알로펜. 반가워요. 그리고 매우 훌륭한 꿈을 가졌군요. 성취해 내기를 바래요.”

“아, 네. 감사합니다. 안토니가 대단한 자질을 가지고 있네요. 말솜씨 또한 자신감 넘치고요.”

“글쎄요.”

“알로펜 형. 그만 이쪽 방으로 오지.”

알로펜은 안토니가 부르는 쪽으로 갔다. 거실 겸 간단한 조리실도 같은 곳이다. 안토니 모친이 기거하는 방을 거쳐서 들어가는 곳이었다.

“누추해요. 그러나 여기서 평생 살지 않을 터이니 이 정도는 괜찮거든.”

“그럼, 아늑하고 좋은걸 뭐. 그런데 이 집 누가 지었나?”

“어떤 나그네가 짓고 살다가 떠났을거야. 우리가 올때는 빈집이었어.”

“응, 그래.”

“여기 머무는 사람들은 다 왕이고, 다 하나님 또는 하나님의 아들들이지. 여인들도 내 어머니를 포함해서 모두다 하나님 모친이 되고 싶다고 해요.”

“그게 무슨 소리야. 이해할 수 없네.”

“그럴거야. 형 같은 온실 속 사람들 눈에는 하나같이 사탄의 자식들로 보일터이니까.”

“그건 또 무슨 소리….”

“내가 보기에는 여기 모여 사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기독교의 영향을 받았거나 기독교인 되려다가 실패한 사람들로 보면 더 편한 답변일 것 같기도 하거든….”

“그으래…, 안토니도….”

“그렇겠지. 내 어머니가 기독교 신자이고, 어머니 하고 같이 나를 낳아준 아저씨도 기독교 신자였다니 그렇지 않겠어. 형….”

“거 참, 아저씨라니. 어머니 하고 아저씨라니, 안토니의 말 장난이 심하구먼.”

“글쎄. 어머니 하고는 무슨 관곈지 모르나 나와는 상관이 없으니 하는 말이지. 형, 그따위 이야기 그만하고 우리 오늘 밤새도록 예수 이야기나 하자.”

“거, 좋지.”

안토니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답답하니까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그들이 밖으로 나가려는 데 어머니가 소리쳤다.

“너희들, 내 방으로 좀 오거라.”

안토니와 알로펜은 안토니 모친 방으로 호출받아서 갔다.

“알로펜이라고…?”

“네. 어머님.”

“무슨, 내가 알로펜의 어머닌가 뭐….”

“그래도….”

“그래, 좋아요. 알로펜에게 한마디 듣고 싶어서 불렀어요.”

“무엇을 말씀이세요?”

“예수의 제자이기를 원한다고…?”

안토니 모친은 매우 깊은 호기심으로 알로펜을 바라보고 있다. 호감어린 눈이라고 해도 되겠다. 알로펜은 약간은 부담스러운 마음이었다.

“네. 저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의 삶을 살고 싶어요. 그런데 금번 저는 다마스커스 여행을 하던 중에 좀 더 적극성을 가진 제자가 되고 싶다는 판단을 했지요.”

“그래요, 그럼 집은?”

“아, 참. 저는 크데시폰에서 태어나서 자랐어요. 저의 부친이 크데시폰 중앙네스토리안 교회 대감독이십니다.”

“뭐라구요? 그럼 압바스 감독님의 아들…?”

알로펜은 안토니의 어머니가 자기 부친의 이름까지 알고 있음에 대해 크게 놀라고 있었다.

“뭘, 그리 놀라는가?”

“네, 아니 그게 아니라 세상이 너무 좁다는 생각을 하게 되서요.”

“그런걸세. 그런데 자네가 왜 세상을 떠도는가? 더구나 이 골짜기 이단자들의 소굴까지 들어왔을까?”

“엄마, 이단자들의 소굴이라뇨? 그건 너무 심하네요.”

“안토니, 너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물론 너도 절반 이상은 이단자가 되어가고 있으니까 걱정할 것이 없다만…”

“어머니도 참, 재미있는 말씀을 하시네요. 아드님이 절반의 이단자라는 말씀을 그렇게 쉽게 하세요?”

“응, 이단자라는 말은 그게 그럴까, 하면서 의심해 보는 과학적 단계를 두고 하는 말일세요. 그러나 참된 신앙인은 언젠가는 이단자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어야 하지. 알아듣겠나. 내 말?”

“네, 알아들었습니다.”

“엄마, 나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엄마의 개똥철학을 모르겠어요.”

“그러니, 너는 더 커야 해.”

모친의 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토니는 문을 차고 밖으로 달려나가 버렸다.

“알로펜, 여기에 너무 오래 있지는 말게.”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어떻게 저의 아버지를 아세요?”

“응, 내가 어렸을 때 자네 부친의 교회에 출석했지. 그런데 마니교의 유혹에 빠져서 크데시폰을 떠나게 되었어요.”

“마니교가 유혹일까요? 저는 더 쉽게 생각하지요. 그들은 조로아스터나 불교, 그리고 영지주의파 기독교의 복합물로 봅니다. 저를 돌보는 가정교사인 헤로수 선생도 마니교 신자이지만 저는 상관하지 않지요. 금번 여행에 동행을 하지 않고 다마스커스에 머물게 했습니다.”

“그래요. 젊은이가 매우 당당하네그려. 그러나 세상을 쉽게 생각하면 안되지. 더구나 여기 모인 사람들은 자네가 경험한 마니교부터 시작해서 유대교, 조로아스터교, 불교, 헬라종교, 그러니까 영지주의파 기독교, 엣세네파 기독교, 앗수리아 기독교, 아르마니아 기독교, 도마의 기독교 등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지.”

“그렇군요. 조금 있으면 하나 더 생길 것입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네, 저의 예감인 데 아라비아 사막에서 하나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있네요.”

“자네가 예언을 하는가?”

“아닙니다. 금번 다마스커스 여행에서 교주감이 될 인물을 만났어요. 이름은 무함마드라고 하더군요. 메카의 카라반 일행으로 왔더군요.”

“재미있군. 알로펜 자네야 말로 또 하나의 종교를 만들 인물로는 생각하지 않은가? 그 자질이 내 눈에는 보이는데…”

“아, 아닙니다. 저는 종교를 만든다면 기독교 보다 더 큰 종교라면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네요. 예수에게 말이죠.”

“바로 그거야. 예수를 뛰어넘을 자신이 없거든 욕심 버려야지. 그깐 짝퉁 일천개 만들면 뭘하나. 자네 듬직하구먼. 여기 이단자 소굴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거야. 우리 안토니도 자네 만큼만 성장해 준다면 걱정이 없겠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잠시 만났지만 진실하고 용기 있는 친구더군요.”

“그러긴 한데 지 아비에 대한 불신 때문에 가슴에 큰 상처를 안고 있다네.”

“…”

알로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안토니의 아버지 이야기다. 무슨 내용일까? 아내와 자식을 버리고 떠나버린 안토니의 부친은 무슨 생각을 하고 떠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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