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 신광교회(김문건 목사) - 10명 신자로 어린이 도서관, 바자회 시작한 배짱



바자회 처음 열 당시 교회 앞-도서관 아이들에게 책읽어주기-매년 성탄전야 때 주변 목회자 가정 및 학생들과
산타가 되어 이웃 위로해주기-주변 공터에 아이들이 뛰놀 수 있도록 줄넘기 제공하기(맨 위 왼쪽부터).


“교회답게 서 봐라, 밀어주겠다” 주민들이 응원
 주민들과 눈 맞추며 목사가 직접 뛰며 '삶 나눠'

안양대학 정문에서 불과 100여 미터 인근에 자리한 신광교회(김문건 목사(사진)·52). 교회 내에 어린이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민들의 높은 관심 속에 바자회를 열어 우간다에 화장실을 지어주는 등 지역에서 제대로 소통하며 역할을 다한다기에 신자들이 어느 정도는 구성돼 있으려니 했다. 그런데 10여 명에서 그 일을 벌였다고 한다. 어떻게, 그리고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지역 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교회로 자리하게 했을까?

# 우간다 돕기, 어린이 도서관 건립에 주민들에게 도움 요청

교회는 의례히 지역에 무언가를 베풀고 또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아무도 강요하지도 않는 '강박관념'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신광교회는 주민들에게 '도와달라', '참여해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지난해 6월 신광교회는 '우간다에 화장실 만들기, 어린이 도서관 건립 준비' 바자회를 열었다. '행복한 나눔 가게 바자회'라는 작은 현수막을 내걸고 '노심초사' 준비하며 시작했다. 신자가 10여 명에 불과하니 바자회 물건은 거의 없이 시작했다.

대신 김 목사는 지역 주민들과 1:1로 만나면서 직접 바자회의 취지를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자동차에도 취지문을 붙이고 다녔고,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하는 일도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주민들과 눈을 마주치며 부딪혔다. 새벽예배를 마치고 난 이후 시간 지역 주민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열심히 나름대로 '홍보'를 해놓고 바자회를 열었지만, 과연 주민들이 도와줄까 라는 의구심은 여전히 있었다.

그렇게 몇 일이 지났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역사가 일어났다. 교회에 다니지 않던 할머니 한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무도 안왔죠?”라고 말하면서. 그의 손에는 놀이기구가 들려 있었다. 그 이후 옆집 아주머니, 아저씨, 가게 아줌마, 청년, 할머니 등이 물품을 들고 교회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물품은 충분히 채워졌고, 주민들은 신나게 들고 나면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 갔고, 기증할 물건은 아낌없이 거저 들고 들어왔다.

결산해 보니 수익금이 꽤 됐다. 그런데 그 돈을 막상 손에 들고 보니 “우간다에 이 많은 액수를 보내야 하나”라는 생각과 말들이 오갔다. 그러나 주민들과 공식적으로 약속한 사항임을 명심하고 기금 중 반을 뚝 잘라 미련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전달했다. 전달식에는 주민들이 직접 건네도록 했다.


# 링컨을 꿈꾸게 하는 도서관 오픈


바자회의 수익금 절반은 지역주민들의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욕구인 '도서관'을 설립하는 데 사용했다. 그러나 책과 비품을 구매하는 것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도서관으로 내일의 링컨을 섬기려 합니다'라는 문구를 써 쓴 현수막을 내걸고 또다시 동네 사람들에게 '손을 벌리기' 시작했다.

큰 슈퍼 사장님을 첫 번째 만난 자리에서 '링컨의 꿈'에 동참할 것을 제안했다. 그런데 그 사장님이 모든 책장을 무료로 기증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주민들이 정말 좋은 책이라며 한 권 두 권 책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새 책을 사서 기증하기도 했다. '교회답게 서봐라, 밀어주겠다'라는 응원도 있었다.
책 선정은 주변의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추천을 부탁했고, 어린이도서관협회에 자문을 구해 좋은 책들을 구비하는 데 최대한 노력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저절로 드나들었다. 읽고 싶은 책은 신광교회 '징검다리 도서관'에 가면 다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그러니 자연적으로 책 대출을 관리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생겼다.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이 두시간 정도씩 봉사하러 오는데, 1년이면 300명 정도에 달한다.

김 목사는 이들이 오면 우선 눈을 마주보며 비전선언문을 설명한다. 이 선언문에는 그저 봉사만 하다가 가는 것이 아니라 이 만남을 통해, 도서관을 통해 어떤 비전이 이뤄질 수 있는지를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야 그들은 일에 임한다. 봉사자들은 꼬마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대출해주는 일 등을 더 신나게 한다.

교회 다니지 않는 아이들인데도, '도서관 봉사'를 통해 어느새 신광교회 식구가 되어간다. 자신들이 남에게 어떤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자부심은 커갔다. 그런 자신감은 교회 옆 작은 공터에 정원을 만들 것을 능동적으로 제안하는 데까지 발전했다. 거기에는 지금 나무와 풀 사이에서 동물들이 뛰논다.
김 목사는 말한다. “그저 일만 시키지 말고, 비전을 공유하라”고.


# 무엇이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가


주민들과도 유대관계를 넘어 공동체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한 핵심은 기도다. 그리고 기도한 것을 믿고 실천에 옮긴 것이다. 그러나 그 길에서 결코 실패를 두려하지 않는 것도 배웠다. 25년 된 신광교회는 100여 명이 모이는 교회였지만 5년여 전에 건축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10여명의 신자만이 자리하게 된 것이다. 김 목사는 이때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1997년 이 교회에 부임한 김 목사는 지역을 섬기고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며 다각도로 기도했다. 비신자든, 타종교인이든 구분하지 않고 돌봤다. 인근 병원에서의 호스피스 봉사, 안양대 재학생 중 지방학생을 대상으로 한 식사 제공, 고시원 학생을 초청해 식사 봉사, 무의탁 노인 돕기 등 드러내지 않고 열심히 주민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려 애썼다. 한순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진행했다. 또 스님을 아들로 둔 어머니의 삶 돌보기, 실명 위기의 할머니를 도와 건강되찾아 드리기 등 이웃 주민들의 일상의 삶에 관심을 갖고 힘껏 도왔다.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은 주민들로 하여금 '객'이 아닌 '주체'가 되도록 한 것도 중요한 요소다. 바자회 컷팅식에도 시장이나 동장을 초청한 것이 아니라 지역의 재활용 사장님, 성당 아줌마, 아파트 부녀회 임원, 옆 교회 교인, 할머니 등을 모시고 시작했다.

김 목사는 세이비어교회의 정신인 '누구를 섬기러 그곳에 가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말라. 단지 그곳에 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전부다. 나 아닌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기를 배워라'는 것을 명심하고 실천했다.

바자회 때도 수익금이 목적이긴 했고, 전도도 최종 목표이기는 했지만 교회 인원이 작아서 그런지 사람이 그리웠다. 그래서 김 목사는 동네 사람들과 친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새벽기도 직후부터 커피 뽑아 들고 동네 가게를 찾아다니면서 아줌마, 아저씨, 할머니들과 놀러 다녔다.

주민들에게 진정성을 인정받는 기간이었다고 김 목사는 나중에야 깨달았다.


# 주민들이 전하는 인문학 강좌?


지금도 도서관 한 켠에서는 재활용 가게를 운영한다. 이제는 상설이 됐고, 도서관 운영의 가장 큰 재원이 되고 있다.

앞으로 도서관에서는 지역 재능있는 주민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인문학 특강'을 열고 싶다고 한다. 스트레스 해소법, 동물 이야기, 인문학 이야기 등 전문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이 있는 것을 확인한 김 목사는 '함께 나눌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꿈꾸고 있다.

목회는 언제하느냐구요? 김 목사는 기자가 묻지도 않은 질문을 던지고 대답한다. “그러게요. 저도 교회보다 도서관이 커질까봐 걱정입니다. 그러나 염려 마세요. 사회를 섬기는 것보다 더 열심히 복음 전하는 데도 빡세게 하고 있으니까요.”

신광교회를 둘러보고 김 목사의 이런 얘기를 듣고 있자니 옛날 시골교회 풍경이 떠올랐다. 동네가 한 공동체로서 희노애락을 누리는 풍경, 어느새 주민들에게 큰 버팀목으로 자리하고 있는 교회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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