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대표성 문제는 좀 더 근본적인 데서 찾아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파행에서 한국 교회의 연합 기구가 또 하나 생겼다. 지난달 29일에 출범한 20여 개 교단의 연합체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다. 홍재철 목사를 대표회장으로 선출한 한기총을 불법이라 보고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한기총 안에 다른 임원진을 구성하려다 아예 다른 이름으로 기구를 만들었다.

한교연은 한기총의 7.7개혁정관이 법통이라고 보고 이 규정을 따라 구성됐다. 교단을 규모에 따라 가, 나, 다 세 덩어리로 나누고 순번제로 각 덩어리에서 대표회장을 뽑고 임기는 1년 단임이다.

한교연의 자기정체성이 관심사다. 한기총 개혁과 정상화가 목표라면 그냥 한기총 이름으로 임원진을 구성했어야 정공법이었을 텐데, 다른 이름으로 단체를 만들었으니 한기총 정상화를 겨냥한다고 해도 측면 공격이다. 어차피 보수 진영의 교계 연합체가 한기총과 한교연 둘로 나눠진 것이다. 예상되는 진로는 논리적으로는 뻔하다. 두 단체가 다시 하나로 되는 것 또는 둘 중 하나가 주도권을 쥐거나 두 단체가 백중세를 유지하면서 계속 가는 것이다.

첫 번째 가능성은 낮다. 현재의 볼썽사나운 상황이 워낙 해묵은 교계 정치의 대립에서 빚어진 결과여서다. 첫 번째가 아니라면 두 번째일 텐데, 한 쪽이 주도권을 쥐든 백중세를 유지하든 그건 별 의미가 없다. 교계 정치권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한테야 중요할 수도 있지만 한국 사회 전체의 흐름에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보면 존경스런 대표성은 언감생심이고 원만한 대표성도 벌써 물 건너갔다.

교계 어느 언론에서 “출범한 한국교회연합이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에 기여하고 실추된 한국교회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논평한 것은 이런 비슷한 상황에서 기자들이 가장 통상적으로 쓰는 수사일 뿐이다. 한교연이든 한기총이든 연합과 일치 또는 위상 회복엔 이미 낙제다. 금방 시작된 한교연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사회 전체까지 포함하여 밖에서 보는 시선은 그렇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이미 '그들만의 리그'다.

'한기총 사태'는 돌이킬 수 없게 새로운 상황으로 들어섰다. 말 그대로 일치와 갱신을 통해 교회와 세상을 섬기는 한국 교회의 대표성 문제는 좀 더 근본적인 데서 찾아야 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에서 출발하자. 명예욕과 돈 문제다. 교계 연합기관에 부정적 의미의 정치꾼이 눈독들이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명예와 이권이다. 둘은 뗄 수 없이 서로 연결돼 있다.

이 둘이 복잡하게 얽혀서 꿈틀거리며 작동하는 게 선거판이다. 선거에 비용이 들고 명예욕이 작동하는 건 당연지사다. 저비용 선거는 있을 수 있어도 무비용 선거는 없다. 감투에 욕심내지 못하게 제도적으로 제어할 수는 있어도 이름 없이 빛도 없이 봉사하는 건 비현실이다.

문제는 명확해진다. 선거를 줄이는 것이다. 기독교 내 각 교단에서 교단장을 뽑으면서 이미 선거를 치른다. 그 교단장들이 모인 이른바 '교단장협의회'에서 옛 한기총의 7.7개혁정관처럼 교단들을 규모에 따라 몇 덩어리로 나누어 그 안의 교단장들 가운데서 대표회장이 나오면 된다. 임기는 1년 단임이 좋다. 지속적인 권력 구조를 못 만들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것 또 하나는 그런 대표회장을 중심한 기구 구성에서 조직과 재정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작고 적을수록 좋다. 기구안의 어떤 회의나 모임이든 모일 때 공적 재정에서 교통비를 지급하지 말고, 식사는 각자 자기 돈 내고 먹게 하면 좋다.

일을 많이 하지 말아야 한다. 많을 필요가 없다. 각 교단 단위로 필요한 일을 하면 된다. 대사회적인 사안도 마찬가지다. 교단장협의회의 대표회장은 그야말로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기능 정도가 가장 중요하다.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이 필요한 문제는 각 교단에서 자체적으로 하면 되고, 어느 한 교단이 하기 힘든 문제는 교단의 비슷한 부서 책임자들이 모여서 과제 중심으로 한시적으로 활동하는 태스크포스팀을 만들면 된다. 일이 끝나면 해산하고! 제발 법인체든 무슨 형태의 조직이든 지속적인 조직을 만들지 말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적어도 교과부가 인정하는 대학교의 신학교육기관을 가진 교단들만 모이면 한국 교회 전체의 90퍼센트가 넘는다. 이런 교단들이 교단장협의회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면 된다. 이 대표성이 잘 운영되면 나머지 군소교단들에서 무슨 단체를 만들어도 사회가 그쪽 단체를 주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어차피 한국 교회 전체를 대변하는 단체는 아니니까 그 역사와 전통에 따라 나름 역할을 계속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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