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이 선교했던 소아시아 지역인 터키의 한 주민과 역사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는 필자.

알로펜은 크데시폰의 세르기아 목사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가 일러준 말을 다시 되새겼다.

“자네, 니스비시의 우스만 장로를 만나거든 장사하는 기술을 배워두게. 자네가 선교사로 아시아 저 멀리 중국까지 가려면 특별한 공부는 필요치 않고, 가서 머무는 지역마다에서 자네가 준비한 선교지 사람들을 돕는 일을 찾아서 적절한 행동을 해야 할거야.”

세르기아 목사가 한 말에 경망스럽게 답변했던 말도 떠올랐다. 부끄럽다.

“네, 알겠습니다. 저는 이미 기술도 터득했고, 신학적 방법론은 물론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감이 넘치거든요.”

다시 곱씹어도 건방진 자기의 말에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으로 자기 가슴팍을 치고 있었다.

“알로펜, 갑자기 왜 그러는가?”

우스만 장로가 알로펜의 갑작스런 침묵 후에 자기 가슴을 쥐어뜯는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알로펜은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아니긴 이 사람아, 뭐가 캥기는 일이 있거나 고민이 있으면 내게 말하게. 내가 자네 부친 친구니 어려워할 것이 뭐 있나.”

“아, 아닙니다. 장로님이 저를 지도해 주세요. 여기서 1년 정도 머물면서 장사하는 기술, 농촌이나 산촌을 다니며 생활하려면 가벼운 치료법 같은 의술도 익혀야 하겠습니다. 그뿐 아니라 저는 금번 장로님의 상단을 따라서 니스비시에 왔고, 또 에뎃사 세르기아 목사님 소개장을 가지고 있으니 여행이 크게 불편하지 않겠지요. 그러나 낯설고 물설은 땅, 아시아 땅 깊숙히 가면 교회나 신자들도 거의 없을 터이니 생각하면 할수록 두려운 마음이 들거든요.”

“아, 그런걸 걱정했구먼. 그런 일들은 염려마시게. 세상 어디든지 다 사람들이 사는 곳이지. 걱정은 또 다른 걱정을 낳는 것이니 마음을 푹 놓고 우선 장사기술은 당장 시작하게. 내가 허락함세.”

“네, 감사합니다. 아, 참. 장로님 제게 품삯을 주셔야 합니다.”

가슴을 치고 쥐어뜯으며 스스로의 경솔한 언행을 부끄러워했던 그는 곧바로 평정을 되찾았고, 우스만 장로에게 품삯 계산부터 하자는 제안을 했다.

“엣기, 이 사람. 욕심은…. 이 사람아 첫달은 오히려 자네가 밥값을 내놔야 할거야. 단 하는 것을 봐서 열심히 일하면 밥값은 받지 않겠네. 그리고 두번째 달부터는 정한대로 품삯을 계산해주지. 허, 맹랑한 친구로구먼.”

알로펜은 다음날 부터는 주변 소도시나 마을들을 찾아다니는 소매상 노릇을 했다. 방물장사였다. 경험있는 청년 한 사람을 붙여주어 함께 떠났다. 그의 이름은 요나였다. 성경에 등장하는 니느웨 선지자 요나와 같은 이름이었다.

“형, 잘 부탁해요. 이름이 근사해요. 요나 형.”

“이 사람아, 날 놀리려는거야.”

요나가 알로펜을 쏘아보면서 말했다.

“아니요, 아니예요. 놀리다니요. 요나 선지자가 놀림감이 아니잖아요. 그는 훌륭한 선지자였으니 자랑스러운 이름이죠.”

“말은 잘하는군. 요나는 하나님께 벌받은 사람인 것도 모르나.”

“아닙니다. 형. 잘못 생각했어요. 그는 처음에 한 번 실수했죠. 그러나 곧바로 자세를 고쳐잡고 하나님께 회개하잖아요. 그리고 한 나라를 통째로 회개시킨 큰 인물이 되었잖습니까.”

“…….”

요나는 알로펜의 요나 해석에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꿈보다 해몽이라고 알로펜의 말이 듣기 싫지 않았다.

“형, 내말이 맞지요.”

“그래, 네 말이 맞다. 모처럼 내가 요나라는 것이 싫지 않구나.”

“싫다니요. 누가 그 이름 지어주셨죠. 형의 아버지? 아니면 할아버지?”

“나는 잘 모른다. 난 어려서부터 우스만 장로님의 보호를 받와살았거든.”

“아, 그래요.”

알로펜은 거기까지만 요나 이름 이야기를 마치고, 그들이 도달한 마을 어구 주막집 앞에서 멈췄다. 요나를 따라서였다. 요나가 집 주인을 불렀으나 대답이 없다. 그들은 마루에 짐을 놓고 잠시 쉬기로 했다.

“여보게, 알로펜. 내가 듣기로는 자네는 압바스 감독님의 아들이라던데 뭘하러 이 고생을 하려드는가? 나는
부모님이 없어서 보따리 장사를 하면서 살고 있지만 말이야.”

“나는 어려서부터 집안 분위기에 떠밀려 여기까지 왔어요.”

“떠밀리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사내가 줏대없이….”

“아, 그런 뜻이 아니라 우리 집안이 워낙 신앙적으로 똘똘 뭉쳐 있다는 뜻이죠. 더구나 저희는 로마제국 교회에서 버림받은 네스토리우스파 신앙을 선택하고 있거든요.”

“난 그런 것은 잘 몰라. 신자 생활에도 크게 당기지 않거든. 그냥 열심히 돈을 버는거야.”

“뭐, 그도 좋지요. 하지만….”

“하지만이 뭐야?”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죠.”

알로펜은 요나의 형편을 좀 더 알고, 또 사귐을 더 가진 후에 대화를 계속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을 했다.

“아무렴.”

요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알로펜은 그의 뒤를 따라서 마을과 마을을 돌면서 가정 필수품을 팔았다. 농기구, 소형 빵틀, 주발 등이다. 낡은 것들은 교환까지 해주니까 등짐이 넉넉했다.

하루 해를 다 보내고 숙박이 가능한 주막을 찾았다. 알로펜은 이 고을, 저 산을 넘어서 물건을 흥정할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계산이 맞으면 팔고사는 행위가 재미 있었다. 흥정을 하다가 다음으로 미루면 아쉽지만 다시 만날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도 날마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과 사귀는 것은 신나는 일이었다.

요나와 함께 장삿길 나흘째 되던날 저녁 알로펜은 요나가 내미는 포도주 한잔을 받아서 앞에 놓고, 요나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날마다 저녁 밥상 앞에 포도주 한잔을 혼자서 들이키면서도 알로펜에게는 권하지 않았던 요나가 주는 잔을 받아 들었다. 이것은 예의다. 동료에 대한 예의요, 동료보다 오늘은 선배에 대한 도리로 생각했다.

“왜 보나, 내 얼굴에 뭐가 붙어 있나?”

“아, 아니요. 그냥 고마워서요.”

“그게 무슨 말이지. 그럼 너 술을 잘 마시니?”

“아닙니다. 교회에서 성찬식 때는 떡과 포도주를 주지만 열여덟살 이전에 포도주는 병아리 눈물 만큼 작은 종지기에 담아줍니다.”

“그래, 그건 나도 안다. 그러나 지금 네 앞에 있는 것은 술이다. 포도주와 같은 방식으로 빚어내지만 더 독해. 마실 자신이 없으면 사양해도 된다.”

“아니요. 오늘은 요나형과 같이 독주를 한번 마시고 싶어요.”

“왜?”

“선배님이 주신 잔을 내가 받으면 우리는 더 친해질 것 같아서예요?”

“그래. 거 가슴 찡하다. 나하고 친해지고 싶다니 말이다.”

“선배님과 평생 같이 이렇게 함께 지냈으면 좋겠어요. 산넘어 마을이 있고, 또 마을 건너면 시장이 있고, 열심히 장사하면 먹고 사는 염려 없으니 평생인들 못하겠습니까.”

“야. 알로펜. 너 제법이구나. 그래 사내가 그 정도의 포부는 있어야지. 그런데 말야. 너 내가 좋으냐?”

“네. 좋아요.”

요나는 오늘 따라 포도주를 한 잔 더 시켜서 마신다. 웃통을 벗어서 뒤로 미뤄놓더니 발그레한 얼굴에 미소를 가득담으며 말했다.

“야, 내가 그렇게 좋아, 내 어디가 좋은데…?”

알로펜은 눈을 껌벅거리다가 천정을 바라본다. 그는 요나가 준 잔을 병아리 물마시듯이 홀짝거리면서 겨우 반쯤 마셨는데 얼굴이 벌개 있었다. 그런 모습의 알로펜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하고 귀를 종그렸다.

“이름이 명품이거든요.”

“뭐, 이름!”

“그래요.”

“왜, 내 이름이 좋다는거야.”

“네, 지난번 잠시 말씀드린데로 요나는 니느웨라는 큰 나라를 구원한 선지자이거든요. 잠시 하나님의 명령을 거절하고 다시스로 갔으나 하나님이 그 길을 돌이킬 수 있는 기회를 주시니 그는 곧바로 순종하여 훌륭한 선지자의 사명을 감당했잖습니까.”

“거 참, 해석 한 번 좋군. 자네는 가능한한 모든 것을 좋게 보려고 애쓰구먼. 나도 자네 말 들으니 내 이름이 괜찮다는 느낌이네 그려.”

“단순히 좋게 해석하는 것이 아닙니다. 요나 선지자처럼 인생을 성공한다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중요한지 사람들은 잘 모를 겁니다. 인생은 반드시 성공해야 합니다.”

“자네가 내 선생하게. 그래, 그럼 나는 어떻게 하면 성공을 하겠는가?”

“주 하나님의 가르침을 받아야죠. 요나, 그분처럼 주의 명령을 듣고 니느웨왕국에 가서 그 백성들에게 회개하고 하나님께로 돌아오라는 하나님의 뜻을 전해야 합니다.”

“어떻게 부르심을 받는다는 것이야?”

“기도하세요. 하나님 내게 '요나'라는 이름만 주시고 '할 일'을 안주시면 됩니까. 내게 하나님의 일을 하도록 은혜를 주소서라고 계속 기도하세요. 그러면 주실 것입니다. 틀림없이….”

요나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알로펜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알로펜, 너는 하나님 명령을 받았지. 그럼 나도 알로펜과 같이 하나님 일 하게 해달라고 하면 어떨까? 그리고 너도 요나형님 하고 같이 일하게 해달라고 기도해 주면 하나님이 빨리 듣지 않으실까?”

알로펜은 요나의 말을 듣더니 좋다고 했다.

“그래요. 저도 기도할께요.”

요나는 매우 기뻐했다. 알로펜은 졸지에 평생 동지를 한사람 얻은 셈이다. 하나님은 참 좋으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요나와 알로펜은 다음 다음날 니스비시 상단으로 돌아왔다. 금번 장사를 가지고 떠났던 물건들을 다 팔았고, 교환품도 이윤을 적절하게 남겼으니 우스만 장로의 칭찬을 받았다. 그들에게 주는 배당금도 넉넉했다.
알로펜은 저녁마다 요나 선배와 같이 네스토리우스의 정신과 그가 로마제국교회 제 1인자 자리에서 밀려나서 고통스럽게 죽은 일.

그러나 그가 세상을 떠남과 함께 시작한 제자들의 선교가 성공적으로 계속되는 현재 150여 년 동안 에뎃사, 니스비시, 크데스폰은 물론 페르시아 전역과 아프리카와 아라비아에 널리 복음을 전하고 있는 현실을 말해주었다. 요나도 좋아했다.

알로펜 자신은 지금 준비하고 있는 대로이면 몇년 안에 독립선교단을 운영 계획과 그는 중국대륙을 목표로 선교하겠다는 포부를 요나에게 모처럼 밝혔다.

알로펜은 요나의 신앙을 가다듬어 주어야함을 느꼈다. 마음씨 좋은 것만 가지고 선교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 된다. 네스토리우스가 신학적으로 빈틈을 보인 일로 쓴 맛을 보았듯이 누구든지 신학과 신앙의 조건에서 자신감을 못가지면 실패할 수 있음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하루는 요나와 함께 예수께서 인간을 대신하여 죽으신 일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요나는 처음듣는 말이라면서 낯설어 했다. 사람이면 자기가 자기 죄를 책임지어야지 어떻게 예수께 미루냐고 강한 의문을 보이고 있었다.

“알로펜, 그건 억지다. 미담에 지나지 않아요. 인간은 자기의 행불행을 스스로 책임지는거야. 어떻게 감히 자기 잘못을 하나님께 떠넘긴다는 거야.”

요나의 말에서 찬바람이 감돌았다. 알로펜은 난감했다. 무슨 말을 할까 하였으나 쉽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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