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신자들이 그리스의 한 박물관에서 유적을 돌아보고 있다.

세르기아는 저녁무렵 자기 집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일어섰다. 그때 사라가 시간좀 내주시라고 정중하게 요청한다. 그때 세리기아 목사의 장난기가 발동한다.

“아이쿠, 오늘 한나절 많이 놀았어요. 더구나 늦은시간 이 홀아비가 젊은 여인과 따로 만나면 자칫 내가 큰 일 저지를 수 있어.”

사라가 늙은이의 농담을 멍하니 바라보는 데 압바스가 거들었다.

“일좀 저지르시구려. 세르기아 목사님 같이 훌륭한 어른에게 잡히면 복이지 뭐 그래요.”

“어르신들, 날 가지고 장난하시는거예요.”

사라가 짐짓 화난척 쏘아 붙인다.

“아이코, 뜨거워라.”

세르기아 화들짝 놀란 시늉을 하더니 문 밖으로 나가버린다. 사라는 세르기아를 따라나설까 하다가 그냥 눌러 앉았다. 그녀는 압바스에게 강의시간의 내용 중 궁금중 하나를 물었다.

“압바스 감독님, 세르기아 목사님이 알로펜과 대화 중에 예수에게도 걸려 넘어지지 말라고 하셨다는 데 나는 그 말의 뜻을 잘 모르겠어요. 강의시간에 질문을 할까 하다가 자칫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 있다 싶어서 참았어요.”

“그래요, 나는 별 충격 없이 들었는데….”

“그렇습니까? 그럼, 예수에게도 걸려서 넘어지지 말라고 했다는 말의 핵심이 뭘까요.”

“예수를 잘 믿고 따르는 신자가 되자는 뜻 말고 또 뭐가 있겠어요.”

“아니지요. 세르기아 목사님은 예수님과 우리 인간을 1대 1로 보았다는 느낌을 저는 느꼈어요. 다시 말하면 예수님이 우리의 구세주가 아니라 훼방자도 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놓았다는 불손한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고 여겨지거든요.”

그때, 방의 문이 열리더니 세르기아 목사가 되돌아 왔다. 밖에서 두 사람의 토론을 들었는지 사라를 손가락으로 지적하면서 말을 했다.

“사라 선생, 선생의 지적이 맞아요. 내가 한 말의 속뜻에는 예수님을 잘 받들고 모시는척 하면서 가까이 하지 않음은 물론 그의 말씀을 명령으로 생각하지도 않거든. 그래서 내가 한 말이니 그대의 지적도 틀린것은 아니지요.”

“그렇습니까. 틀린 것은 아니라면 딱 들어맞는 말도 아니라는 뜻이 들리는군요.”

“옳지, 옳지. 역시 총명해요. 그래서 사라씨가 욕심이 납니다. 여자여서가 아니라 총명해서 내 친구했으면 합니다.”

“허허, 세르기아 목사님. 욕심내지 마세요. 우리 선교단은 사라씨가 없으면 마비됩니다.”

“그런가요. 그럼 안가져 가리다.”

“안가져 가다니요. 제가 무슨 물건입니까?”

말은 그렇게 했으나 사라는 웃었다. 세르기아의 말투는 거칠기도 하고, 또 상대에게 시비하며 덤벼보라는 듯이 약간의 틈새를 남기는 습성이 있을 뿐 악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세르기아 목사님, 예수께 걸려 넘어지지 말라는 말씀에 대하여 정식으로 가르침을 원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지금까지의 답변으로 만족하지 못한다. 그러면 내가 한수 지도하지요. 그런데 밖으로 나가면 넓은 뜰이 있는데 그리로 가면 어떨까. 그리고 기왕이면 강사료로 음료수도 좀 준비하시면 좋겠고….”

세르기아는 먼저 밖으로 나갔다. 달빛 고요한 밤, 정원은 밤이 되니 더 아름답게 보였다. 돌로 다듬어진 간이 의자에 앉은 세르기아는 눈을 감고 하늘을 우러렀다. 사람들의 욕심이 너무 많아…. 예수를 배운다는 것은 자기를 텅 비워두는 것인데, 예수는 나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노라 하지 않던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또 할 필요도 없는 무소유가 좋은데….

사라가 오븐에 찻잔 하나를 덩그런히 얹어 가지고 왔다. 그리고 잠시 후 압바스 감독이 물주전자를 들고 세르기아 곁으로 다가온다.

“감독님은 쉬시지 뭘 하러 오세요?”

“저도 배워야 할 것 같아서요.”

“그러기도 하겠죠. 기존의 기독교 분위기는 예수가 원하는 예수를 알기가 쉽지 않죠. 요한복음을 보면 예수께서 내가 하늘에서 온 떡이라고 선언하는 대목이 있죠. 이어서 말씀하시기를 '내 살을 먹으라, 내 피를 마시라' 하시는 등 이해하지 못할 말씀도 하지요. 내 살을 먹고, 내 피 마셔야 너희 속에 생명이 있느니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해요. 예수 말씀은 듣는 사람들 중 예수와 동시대 사람들과 오늘의 우리들이 반응이 전혀 다르거든.”

“다르기는요?”

사라가 당돌하게 나섰다.

“둔하시구먼. 요한복음의 기록에는 군중과 예수가 크게 충돌합니다. 예수를 따르던 수많은 무리가 예수 곁을 떠났지요. '저놈이 우리를 식인종인줄 아는가' 하고 투덜거리는 사람이 있었을 걸. 예수님도 당황했을 거야. 제자들까지 들썩이니까 예수 말씀하시기를 '너희는 안갈거지?'라고까지 하시잖아요. 다시 말하면 예수의 가르침을 받고 있던 현장의 사람들이 반발하고 제자들까지 들썩였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의 신자들은 '내 살 먹으라, 내 피 마셔라'해도 눈만 껌벅이면서 영적인 해석이라고 치부해 버리거든.

수준이 낮아요. 요즘 우리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아가리에 들어가버린지가 오래되었지. 사실, 여러분은 더 잘 알겠으나 네스토리우스가 정치적으로 거세된 것이지 교리논쟁에서 진 것 아니야. 순진한 사람들 이야기에 속지마.”

“그건 또 무슨 말씀이죠?”

“허어, 알로펜 모친이여, 아들은 내 말을 잘 알아듣던 데 어머니는 왜 그래요.”

“아이고, 죄송해요. 그리고 잠깐, 제가 스승님 가르침을 받으려고 좋은 음료수를 가져왔어요.”

“포도주입니다. 제게는 한번도 준 일이 없는 포도주를….”

“허 참, 압바스 감독님은 왜 저를 비교하고, 또 질투를 그리 하시오. 제가 없을 때 가져오라고 호통을 치시죠. 뭐.”

“아이고, 큰일 날 말씀….”

“그럼요. 내가 누구의 호통을 듣는답니까?”

그들은 함께 웃으며 포도주 잔을 기울였다. 훌쩍 마셔버린 세르기아가 한잔 더 요청하자,

“세르기아 선생님, 욕심내지 마세요. 이것 모두 목사님 드실 것입니다. 압바스 감독님은 포도주도 못드셔요.”

사라는 말을 마치고 압바스의 얼굴을 바라본다. 압바스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요. 저는 포도주는 물론 알콜냄새 나는 음료는 즐기지 않습니다. 그러니 어서 하시던 말씀을 계속 하시죠.”

“그래요.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는 거세된 것입니다. 네스토리우스의 기독론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그들 로마교구 사람들도 잘 알았어요. 그런데 네스토리우스가 출신이 에뎃사지요?

안디옥파로 분류되지요. 에뎃사가 어딥니까? 로마제국은 AD 392년에 기독교 국교화 선언을 했으나 아르메니아의 에뎃사 왕국은 AD 280년 국교선언을 했거든요. 뿐만 아니라 로마교구청은 AD 325년 제1차 니케아 세계회의를 열릴 때 이미 아나톨리아 주변 나라들에 대한 경계심을 가졌죠. 에베소나 아르메니아, 메소포타미아, 앗수리아, 수리아 등 고대로부터 페르시아 또는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에 대한 열등감이 컸잖아요.”

“아하, 그렇다면 네스토리우스가 동방, 즉 아시아 선교를 일찍부터 생각했을까요?”

압바스가 심각해졌다.

“네스토리우수는 몰라도 하나님의 계획 속에 있었음이 틀림없지요. 사도행전 16장에 의하면 바울선생이 아시아의 선교를 열망했으나 하나님께서 아직은 때가 아니라 생각하시고, 바울의 아시아 길을 막으셨으나 네스토리우스가 바울의 소원을 대신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세르기아의 말에 숨이 막힐 듯 긴장해서 듣고 있던 사라가 잽싸게 그의 말을 가로챘다.

“잘못아셨어요.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는 사막에 갇혀서 20년이나 고생하다가 하나님께로 가셨잖아요. 그러니까 바울의 대신자는 내 아들 알로펜이라 해야 합니다.”

“허허, 정말로 미쳤구먼. 자기가 낳은 아들도 아니면서….”

세르기아의 말꼬리를 잡은 사라가 암고양이처럼 덤벼들 듯한 자세로 말했다.

“내 가슴으로 낳았어요.”

“나 참, 두 분 이러다가 싸우시겠네.”

압바스가 일어서려 하자, 사라가 말렸다.

“말씀이 끝나지 않았잖아요.”

압바스가 일어서려다 말고 세르기아를 바라본다. 할 말 있으면 빨리 하라는 눈치였다.

“내가 무슨 말까지 했더라.”

“내 살 먹으라, 내 피 마셔라는 말씀을 하시다가, …오늘의 신자들은 수준이 낮다고 지적하셨죠.”

“그래, 그래. 예수 말씀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은 내 살 먹고, 내 피 마시라는 말씀을 정직하게 들었죠. 그러니까 반발을 하고 등을 돌리기도 했지. 요즘 로마제국식 기독교는 분명한 중심이 없어요. 제국이 교회요, 교회가 제국인 양, 도무지 구분이 되지 않아요. 그래서 내가 네스토리우스까지 꺼낸거지.”

“아직도 저는 세르기아 목사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를 모르겠어요. 어쪄지요.”

사라가 금방 울어버릴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한 등급 낮추어 설명해 주지.”

“…….”

“…….”

압바스와 사라는 입을 열지 않았다.

“예수께서 내 살 먹고, 내 피 마시라 하신 것은 껍데기 예수 흉내내지 말라는 겁니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예수를 먹고 마신다는 뜻이기도 하죠. 예수와 내가 한덩이 떡이 되는거야. 예수처럼, 예수까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씀하는 겁니다.”

압바스는 빙긋이 웃고 있으나 사라는 아직도 눈만 껌벅이고 있었다.

“예수 믿는다는 것이 힘이 들지요. 그거는 예수와 내가 한 몸이 되지 못해서야. 예수와 동일체가 된다는 치열한 대결이 있어야 해요. 기독교 흉내만 내는 신자들, 나는 로마파 ,나는 동방파로 편을 가르지 않아야 해요. '그러니까 예수님과 나와의 거리가 없어야 한다는 뜻이군요.”

“응, 이제 머리가 움직이구먼. 그래요. 예수를 우상으로 받들지 마세요. 예수를 우상으로 받들지 말라고. 예수 믿는자의 행위에 만족하지 말고, 지금 당신이 예수라면 무엇부터 할 것인가에 대한 답변과 행동을 먼저 준비하라는 것이오이다.”

“알았다. 그게 그 말이군요. 예수에게 걸려서 넘어지지 말라는 말이….”

“그렇다니까. 예수 믿는다는 것은 예수를 온 몸으로 사는거야. 그게 예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신다는 뜻이 기도하고, 또 다시 말하면 예수의 남은 목숨의 기간을 내가 예수의 이름(명예)으로 산다는 뜻도 되는거야.”
그들은 그 밤 늦게까지 예수의 가르침 더 가까이 가고 싶어서 각자 자기 고백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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