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은 알로펜 선생을 아니. 터키 갑바도기아 부근의 아이들.


“꿈보다 해몽이라…?”

알로펜은 요나가 들려주는 말을 곱씹어 보았다. 네스토리우스는 생각했던 그 이상으로 보다 더 큰 거인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그는 유배지 생활 중에 그를 혐오하는 자들의 훼방과 직접적인 핍박을 이겨내기에도 벅찬 하루하루를 지내야 했었다. 그의 유배생활을 감시하는 눈들이 북방 초원의 늑대들 보다, 유대광야의 미친 개들보다 무서웠지만 그는 예수 그리스도 앞에서 결코 범죄자가 아님을 증거해내고 싶었다.

지난날 써낸 글은 모두 금서가 되어 소멸되었고, 지금 그에게는 사막의 모래바람 뿐 더는 아무 것도 없었다. 사막생활 중에도 그는 많은 글을 썼다. 그러나 감시자들은 그가 써놓은 글들을 놓치지 않고 찾아내어 압수해 버렸다. 제자들이 가끔 찾아오지만 그의 뜻을 전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을 더듬던 알로펜은 갑자기 춤을 덩실덩실 추었다.

“형도 춤을 추세요. 우리는 지금 춤을 출 시간입니다.”

알로펜의 느닷없는 행동거지를 멀건히 바라보던 요나도 알로펜을 따라서 춤을 추다가 껑충껑충 뛰기도 하였다. 길 가던 사람들이 그들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10여 명 정도였다. 그때 알로펜이 춤추기를 멈추고 그의 옷매무새를 바로 잡는다.

“여러분, 어때요. 내 가슴 속에 지금 기쁨과 감격의 불길이 타오르는데 제가 그 내용을 말할 터이니 한 번 들어보시겠소?”

모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럽시다를 연발했다.

“네, 감사합니다. 저희는 에뎃사 지역으로 여행을 갔다가 타브리즈로 향하는 순례자들입니다. 에뎃사는 우리들이 자부하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중심지가 되지만 지금 에뎃사는 기독교의 성지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여러 말 할 분위기가 아닌줄 알아서 간단하게 한 사건만 말씀드리겠소.”

“간단히 말해…”

“지식 자랑하려거든 그만 닥치고….”

군중이 몇 사람 더 모이면서 성급한 사람들이 끼어들었구나. 그러나 알로펜은 네스토리우스의 죽음의 순간과 그 무렵 제국의 교회가 칼케돈회의(AD 451년)를 열어놓고 네스토리우스의 사면과 복권을 거론했음을 말했다. 그리고 그가 강조하는 내용은 네스토리우스의 임종시 남겨놓은 유언에 대해서였다.

“…억울하게 당했으니 뒤늦게나마 복권이 된다면 우선 명예가 회복되고 그를 모함했던 대적들에게 복수할 수도 있었을 터인데 네스토리우스는 사면장이라해도 받지않겠다는 듯이 나의 죽음이 나를 헤치고, 죽이려든 자들을 포함하여 이 세상 모든 사람이 하나님과 화목하게 되기를 바랐으니 그가 성자나 성인이 아니고….”

거기까지 알로펜이 말을 이었을때 갑자기 돌발사태가 벌어졌다. 모인 사람들 중에 몇명이서 '뭐, 성자 성자라고' 하더니 몽둥이를 던지고 돌멩이를 날렸던 것이다. 그 한순간 알로펜을 향하여 날라오는 흉기를 본 요나가 몸을 던져 알로펜을 위기에서 보호했다. 그러나 그의 오른쪽 어깨에 흉기가 꽂혔다. 이어서 몇명의 장정이 고함을 지르며 알로펜과 요나를 향하여 달려들었다.

“이 자식들아, 네스토리우스 그놈이 성자라고. 너희놈들 이제보니 그 역적 놈의 졸개들이구나. 너희가 어떻게 그따위 말을 하나!”

그러나 그들보다 더 많은 장정들과 청년들이 알로펜과 요나를 보호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자들을 몰아세우더니 그들을 붙잡으려 했다. 폭력배들은 몇 발 뒤로 물러서서 알로펜더러 들으라고 크게 외쳤다.

“너 이놈. 새파랗게 어린놈이 네스토리우스를 두둔해. 이놈아 네스토리우스 그 자는 지옥의 악귀가 된 지가 언제인데 이놈아 그따위 망발을 늘어놓느냐. 목숨이 아깝거든 다시는 그따위 입놀림 하지마라. 알아들었나!”

“…….”

알로펜은 졸지에 당한 사건 앞에서 망연자실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그의 앞날에 대한 그림 한장을 보는것 같았다. 요나는 지역 주민들에 의해서 의원이 있는 곳으로 엎혀 갔고, 알로펜은 주민들의 안내를 받아 요나를 뒤따랐다. 요나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하면서도 알로펜과 마주치자 농담을 했다.

“아이코, 하마트면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를 대신할 성인께서 다칠뻔 했네요. 소인이 성인의 은혜에 조금은 보답을 했겠지요.”

“허 참. 이런 분위기에서 그런 말이 나와요? 천연덕스럽기는…. 그 이름 요나이시니 다시스의 요나도 아마 형님 같았을 것이요.”

그때, 마을 촌장이라고 밝히는 중년이 알로펜에게 말했다.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저희는 네스토리우스 주교님을 지도자로 모시는 신도들입니다. 여행중이시지만 이 분이 몸 상처가 좋지 않습니다. 최소한 열흘 정도는 여행이 어렵다고 의원이 말하니 제 집에 모시겠습니다. 마침 여분으로 방이 하나 있지요.”

알로펜이 감사하다면서도 그냥 떠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왜, 그러십니까? 갈길이 그렇게 바쁜가요?”

“네, 그렇습니다. 조금전에 보셨지요. 저 사람들 가슴 속에 지옥불이 타고 있잖아요. 무죄한 지도자를 정죄하고 죽인 것도 모자라서 숨겨져 왔던 그분의 선한 행위를 말하는 우리에게 저렇게 분개하고 있으니 저들의 가슴 속에 있는 지옥불을 한시바삐 꺼줘야 합니다.”

“아, 알겠습니다. 저희도 그 뜻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다친 사람의 치료를 서둘러야 합니다. 중상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촌장은 요나를 향하여 눈짓을 했다. 요나가 촌장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알로펜, 내 생각에도 몸을 돌봐야 할 것 같아. 지금도 많이 아프거든….”

“알겠습니다.”

알로펜은 요나를 부축하면서 촌장 집으로 가려했으나 마을 사람들이 임시로 탈것을 만들어 요나를 들어 옮겼다.

촌장 스테파나 씨 집에서 머무는 동안 요나의 몸은 생각보다 빨리 쾌차해졌는데 폭력배들과의 충돌 이후 심상치 않은 정보가 속속 들이닥쳤다. 처음 시비가 있었던 때는 알로펜 반대자들이 소수였으나 네스토리우스 이단자의 수령급 되는 자가 나타나서 저주받아 죽은 이단자를 성자로 추대하려 한다해서 상당수의 주민들까지 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위험지대를 빠져나가야 한다는 것이 알로펜과 그를 돕는 사람들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알로펜은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노라고 말했다.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는 영광스러운 제국의 1인자의 자리에서 쫓겨나서 험한 사막에서 20년을 고난 속에서 기도하다가 죽었는데 우리들 따위가 목숨 두려워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저주스러운 이단자로 살다가 명예를 회복할 기회가 왔는데도 내가 죽어야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과 화목할 수 있다는 고백을 한 네스토리우스는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았으니 우리도 견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촌장 스테파나 씨는 알로펜의 자신감에 찬 고백을 들으면서 '그렇습니다'를 반복하면서 감격하고 있었다.

“알로펜 님, 선생은 네스토리우스의 환생인가 싶군요. 전설로 듣고 있는데로 네스토리우스 총대주교는 인물이 수려하고 훤칠하고, 말씀을 선포할 때면 섬광이 비취는 듯한 황활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곤 했다던데 오늘 유심히 살피니 선생은 네스토리우스를 빼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모인 사람들도 공감하는 듯 했다.

“감사합니다만 저는 아직 어립니다. 장차 더 많은 시련 속에서 공부를 해야 할 학도일 뿐입니다. 아무튼 저와 여러분, 그리고 앞으로 사는날 동안 찬성자와 반대자들 사이에서 주의 길을 가야할 저희를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저희도 금번 여러분이 보여주신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알로펜은 지체없이 떠나려 했다. 그러나 촌장 스테파나는 한사코 말렸다.

“자칫 용기가 큰 낭패를 부를 수 있습니다. 제게 하루만 말미를 주시면 좋은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요나와 알로펜은 스테파나의 간곡한 청을 뿌리치지 못했다. 저녁때가 되자 촌장은 청년 세 명을 알로펜에게 소개했다.

“알로펜 선생, 네스토리우스를 제거하듯이 알로펜 또한 장차 교회의 재앙될 인물이라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니 어찌합니까. 여기 세 청년이 샛길을 알고 있어요. 산세가 좀 깊기는 하지만 5일쯤만 산을 타면 타브리즈 지역으로 가는 길을 만납니다. 거기까지만 가면 안심해도 됩니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저희가 너무 많은 신세를 지는군요.”

“감사합니다. 촌장님!”

알로펜이 인사를 하자 요나도 허리를 깊숙히 굽혀 스테파나에게 인사를 했다.

알로펜 일행이 남의 눈을 가능하면 피하는 방법으로 5일을 지나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되어 낡은 원두막 같기도 하고, 잘봐주면 별장 같기도 한 곳에 짐을 풀었다. 알로펜은 도망자가 아닌데 사람을 피해다니는 자신의 꼴이 매우 초라하고 비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장정 10여 명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알로펜을 보호하는 3명의 청년이 방어자세를 취했다.

“그만 두시오. 이젠 다 필요 없소.”

알로펜이 3명의 청년들에게 싸움으로는 안된다고 말했다. 요나가 나섰다.

“알로펜, 싸움 말고 뭐가 있소? 우리가 무슨 죄인이오. 왜 이렇게 나까지 비겁한 놈으로 만드시오.”

“그래, 당신이 말 잘했소. 네스토리우스의 명예를 말하는 자가 목숨을 아끼려해서야 되는가?”

알로펜이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소리의 주인공을 쉽게 찾아다.

“형제여. 인사가 늦었소. 나는 크데시폰에서 에뎃사 여행을 왔다가 돌아갑니다. 내 이름은 알로펜이라고 합니다만.”

“나는 비겁하게 도망질 치는 당신을 붙잡아서 사나이의 자세를 가르쳐주려고 여기에 왔소.”

“그렇군요. 나는 처음부터 이같이 야반도주식이 싫었소. 촌장님의 간곡한 배려를 뿌리치지 못했을 뿐이오.”
“좋다. 그렇다면 알로펜 그대는 네스토리우스가 성인이나 성자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인간을 저주받은 지옥의 자식이요, 이미 교회가 버린 자라고 확신하거든. 당신이 내게 네스토리우스가 성인이라는 증거를 내놓고, 나를 설득한다면 우리는 싸울 필요가 없지.”

“동의합니다. 그런데 먼저 양측의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는 필요없어요. 나는 나의 일행이요. 형님 되는 요나와 둘이 남을 터이니 그대도 그렇게 하면 어떨까요.”

“그래 좋지. 나는 혼자면 된다. 내 동지들은 모두 돌려보내겠다. 그러나 알로펜 당신이 나를 설득하지 못하면 당신은 내 지시를 따라야 한다.”

“좋소! 이제보니 당신은 신사로군요. 나 역시 신사도를 앞세워 당신을 상대하겠소. 우리들이 대화로 풀어내지 못할 오해가 어디 있겠소. 나는 당신을 나의 평생 친구로 만들고야 말겠소.”

“도망자가 무슨 큰소리. 이제 보니 당신은 허풍스러운데 있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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