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의 공정율 보이는 청계천 복원 현장, 그리고 과제

흐르던 냇가를 전면 덮어버려 현대에 사는 이들 대부분은 구경조차 하지 못했던 청계천. 이 물이 다시 흐르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이 시대에 사는 이들 중 과연 몇 명이나 했을까.
4월 22일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청계천 공사 현장에 나갔다. 93%의 공정률에 도달했다는 관계자의 얘기처럼 청계천은 어느새 하천의 윤곽을 드러내는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동대문 일대의 청계천에는 곳곳에 인부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산책로나 물길 바닥 등은 대부분 정리돼 가고 있으며, 조경이 자리할 위치도 어느 정도 잡혀 있었다.
5월 말이면 완공을 하고, 시험 및 문제점을 보완하는 시간을 3~4개월 정도 갖고 10월이면 평균 수심 40cm의 맑은 물이 시원하게 흐르는 풍경을 만날 수 있게 된다.
광교 입구에서 시작되는 고가도로 및 복개도로는 모두 철거되고, 고산자교, 두물다리, 황학교, 관수교, 배오개다리, 비우당교, 맑은내다리, 나래교, 무학교, 다산교, 마전교, 새벽다리 등은 이미 완공돼 있는 상태다. 오는 6월까지는 청계천 양쪽 도로와 교량공사를 마치고, 9월까지는 강 안쪽 및 제방을 보호하는 정비와 조경공사를 모두 마친다는 계획이다.
청계천을 복원하기 위해 3천6백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여 진행하고 있는 이 사업 덕택으로 서울시민들은 맑은 물이 흐르고 푸른 숲이 우거진 청계천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히는 서울시는 “해마다 청계고가도로와 청계로, 복개구간 지하공간 등을 보수^보강하는 비용과 불편함을 감안한다면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시민부담은 줄어들고, 편의는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는 광교, 수표교 등 청계천의 문화유적지 복원, 수표교 다리밟기, 연등행사 등 전통문화를 재현하고, 4대문안 문화유적과 연계된 문화공간 조성 등을 통해 600년 고도 서울의 역사, 문화에 대한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청계천을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도심 노후지역의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광복 후 50여 년의 개발 지체로 노후된 청계천 주변지역의 산업구조가 개편되고 도심경제가 활성화되도록 하고, 서울의 역사와 문화, 환경을 복원하고 강남과 강북의 균형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북악산, 남산 등과 어울리는 도심 내 수경축이 사라져 정도 600년이 넘는 서울의 역사성을 단절시키고 있는 청계천 복개구간을 복원함으로써 광교와 수표교 등 조선시대 석축교 등의 유적을 찾아 원상 회복시키고, 주변에 수변공간을 조성하여 도심 수경축을 복구하겠다는 것이다.
또 복개도로 지하공간의 유해가스가 서울의 공기를 악화시키고 청계고가도로의 노후화로 인해 대형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현실도 타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계천이 복원되면 이 부근의 풍경은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청계천에 산책 나온 시민과 직장인은 경관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고 주변상가에서 쇼핑을 즐길 수도 있으며, 아이들은 물가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한 청계천은 그 자체가 역사문화 유적으로서 600년 전의 역사문화유적 등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며, 수변문화거리 조성으로 경복궁, 창경궁, 경희궁 등 고궁과, 동대문의 쇼핑거리, 도심과 연계된 문화공간인 인사동, 대학로와도 인접해 있어 또다른 문화를 형성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현대인들의 관심인 `환경'과 맞물려 청계천 복원으로 도심에 들어오는 자동차가 외곽도로를 이용하게 되어 도심의 대기환경이 개선되고, 청계고가 및 청계천로의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의 정체현상이 자연적으로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광교 부근 고가도로가 시작되기 전인 태평로 입구 동아일보사 앞에서 동대문구 신답철교에 이르는 5.84km의 청계천 거리는 2시간 정도면 산책하면서 걸을 수 있다.
산책로는 왼쪽이 3∼5m로 오른쪽 1∼3m보다 넓고. 산책로 바닥은 황토에 경화제를 섞어 만든 친환경적인 소재로 이루어져 있으며, 산책로 벽에는 방수처리가 되어 있는 수중등(스텝등)이 설치되어 야간에 은은한 경관을 연출하게 된다. 또 산책로 벽은 담쟁이 덩굴이 올라오고 위에서도 풀이 늘어지며, 날씨가 더 따사로워지면 담벼락이 풀로 뒤덮일 것으로 보인다.
모전교, 광통교를 비롯한 청계천의 모든 다리 밑은 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청계천의 물 높이는 40cm로 무릎 아래 정도 차오르게 되므로 여름철에는 그늘 밑에서 발을 담그고 책을 읽기 좋도록 만들어졌다.
광장시장부터 시작되는 청계천은 동대문 의류타운 등을 끼고 있어 젊은층이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문화의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우선 물 위에 조성되는 무대가 이색적으로 가로 25 m , 세로 8m 크기의 무대를 설치하기 위한 기둥 80여 개가 박혀 있었다. 무대는 기둥 위에 마련된다.
또한 옛 삼일고가 기둥 주변에는 가로 34m, 세로 14m의 대형 가변무대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 곳에서는 공연^연주^패션쇼 등이 열리게 되는데, 그 앞의 산책로 벽에서는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 청계천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친환경적으로 조성되는 청계천의 이번 공사를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무늬만 역사^생태적 복원이지, 그것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먼저 배경적 요인으로서의 서울이 처한 상황을 그 근거로 든다. 현대성의 하나의 지표인 성장과 발전 패러다임을 잘 보여주는 것이 자연에 가하는 부하(負荷)로, 서울사람들이 누리는 현재의 소비수준은 서울의 자연이 생산할 수 있는 것의 800여 배를 초과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 마디로 반환경적이고 반자연적인 삶이며, 결국 자연에 터한 인간의 생명적 기반을 허물어 삶의 지속성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하나는 지속가능성이란 역사성, 생태성, 형평성, 효율성, 민주성을 의미하는 것과는 상치된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환경복원을 내세우고 있지만, 하천, 도로, 조경시설 등과 같은 이용과 관리의 대상에서 머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청계천 복원이 단순한 고가도로의 철거와 조경용 용수공급으로 끝나서는 안되고, 서울에서 사라진 도심하천생태계를 복원하는 동시에 이에 결부된 서울 도심의 역사성을 복원하는 계기로 삼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복원의 올바른 조건과 내용을 담보하지 못할 경우, 과거 청계천이 그러했듯이 도시관리의 새로운 애물단지가 되어, 언젠가는 다시 복개를 해야 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복원 추진본부 장석효 위원장이 밝힌 대로 `2005년 10월 깨끗한 물이 흐르고 자연이 어우러진 휴식공간이 될 새 얼굴의 청계천'이 진정으로 서울의 역사와 문화성을 회복하여 21세기 환경친화적^인간중심적 도시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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