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의 이익을 교묘하게 민주주의로 포장한 침략전쟁이 지금 중동에 만연하고, 전세계는 실로 테러리스트, 분열주의 광신도 무슬림과 문화 종교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9^11 뉴욕 쌍둥이 빌딩 폭파사건 이래 세계 각국은 정당한 목소리를 내는 무슬림들조차 테러분자, 알카에다 조직원으로 몰아세우며 국가 폭력^테러를 행사하고 있다.” 지난 29일 오후 4시 30분 유네스코회관 모임터에서 가진 제4회 종교포럼에서 서강대 종교학과 박현도 교수는 이렇게 `중세 이슬람의 영성과 종교 평화:이븐 아라비와 루미'라는 제목의 강연을 시작했다. 한국종교연합(URI-korea) 사무총장인 강남순 박사(감신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 캐나다 몬트리올 매길대학교 이슬람 연구소(Institute of Islamic Studies) 이슬람사를 전공한 박현도 교수는 이슬람이 가장 번성한 시기인 중세 시대에, 이슬람의 꽃중의 꽃이라 불리는 영성을 통해 종교의 평화를 살폈다.  박 교수는 “전 세계적 위협과 도전에 무슬림들 역시 잔뜩 위축돼 있다”고 말했다. 외형적 이슬람, 곧 종교법, 의례만 보고 공존의 틈이 없다고 고개를 젓는 사람이 늘어가고, 무슬림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이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이슬람 종교의 핵심을 외면적인 모습으로만 딱딱하게 표현하다 보니 대화의 공간이 생기지 않아 종교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신앙체험과 아름다움을 이야기 하기 보다는 이슬람 변론에 바빠 스스로를 챙길 틈 조차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140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이슬람이 `세계 평화에 걸림돌이 되는 신앙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이런 이미지는 서구 언론매체,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는 국내 언론이 세계 평화에 해가 되는 이슬람 이미지를 확대 생산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신의 이름으로, 이슬람의 이름으로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사람을 진정한 무슬림이라고 여기지 않을 것이고, 대다수 무슬림들 역시 이러한 사람을 무슬림이라고 부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박 교수는 그런 무슬림이 다섯 기둥(신앙증언, 예배, 단식, 희사, 순례 의무)을 잘 지키고 6가지 믿음(알라, 천사, 예언자, 꾸란, 최후의 심판, 순례 의무)을 잘 따르고 이슬람 법을 준수하면서 산 성실한 무슬림이라 하더라도 그에겐 적어도 `종교체험'이라는 가장 중요한 한가지가 없어서, 알라에 대한 체험이 없었기 때문에 피조물의 생명을 쉽게 빼앗아 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교체험을 강조하는 박 교수는 “이는 모든 종교에 다 공통되는 사실”이라면서 “체험 없는 종교란 종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이슬람에서 가장 완전하게 종교체험을 한 사람들은 “문자적인 하나님 이해보다는 마음으로 영적으로 초월자를 깨닫고 느끼려 했으며, 더 나아가 평화로이 비무슬림들과 진정한 공존을 추구한 수피 영성가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리스도교가 그리스 철학을 원용하여 신학을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데 전략했다면, 이슬람은 꾸란과 예언자 전승을 기초로 신법을 발견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고 설명한 박 교수는 “법학자들이 눈에 보이는 종교법의 틀에서 이슬람적 가치를 찾는 데 치중했다면 수피들은 법이라는 외면적 틀을 벗어버리고 체험을 통한 내면적 가치에 몰입했다”고 설명했다. 주어지고 알려진 길을 따라가는 피동적인 삶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알라를 찾고 그분과 하나가 되려는 극점을 향한 인간의 지고한 열망이 수피들의 종교체험을 통해 표출된 것이라는 것. 절대적 진리를 추구하는 이들은 그 누구와도 평화적으로 공존하면서 궁극적 실재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타인과 평화적 공존에 목마른 현대사회에 빛과 소금같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영성은 “초월자에 대한 온전한 사랑”이라며 두려움 때문에 알라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에 대한 환한 사랑의 감정, 그렇게 신과의 합일을 최대의 목표로 삼았다고 소개했다. 유한자 인간의 조건을 넘어서 궁극적 실재 무한자 알라에 완전히 몰입하려는 수피들의 열정은 50년 후 할라주(922년 사망)의 체험을 통해 알 수 있는데, 그것은 공간에 구애 받지 않으시는 초월적 존재, 미치지 않은 곳 없으신 그분의 위대하심을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었다. 박 교수는 “현대 이슬람 세계는 석유를 탐내는 서구에 의해 끊임없이 침탈당하고 있다”면서 십자군 전쟁이 한창이던 중세, 눈에 보이는 이교도 침략군 그리스도인들에 대해 외적 이슬람이 규정한 너와 나의 구별이나 차별을 뛰어넘어 진리의 길을 향해 가는 이들을 포용한 무슬림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이븐 아라비(1165~12400), 그리고 한 세기 뒤 그의 가르침을 따른 루미(1207~1273). 그들은 유대교나 이슬람의 차이는 회당과 카으바 건물의 차이일 뿐, 건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알라께서 계신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십자군 전쟁이 벌어지는 중에서도 이슬람제국 내의 비무슬림들과 함께 호흡하는 데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루미가 살던 13세기 아나톨리아 반도는 수피의 초교파적 영성이 극치에 달했는데, 그가 죽자 그리스도인들과 유대인들은 “루미를 통해 모세와 예수, 그리고 모든 예언자들의 진정한 본성을 깨달았다”면서 무슬림들과 함께 장례식장에서 슬픔을 표현했다고 박 교수는 전했다. 이븐 아라비와 루미를 비롯한 이슬람 영성가들은 시공을 초월한 보편적 진리의 세계에 대해 전 존재를 던진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에게 편파적^차별적 세계는 의미가 없었다고 언급한 박 교수는 “이는 오늘날 너와 나를 구분하며 차별과 구별의 금을 긋고 사는 우리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라고 질문한다. 이날 박 교수는 “절대적 진리에 대해 열려있는 마음을 가진다면, 진리에 대한 믿음을 가진다면 이슬람과 비이슬람 전통의 대화와 평화적 공존은 가능한 것”이라고 제시했다. 다시 말하면, 절대적 진리에 대한 믿음과 체험을 통한 종교인들의 모습이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양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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