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볼라벤이 거셌다. 한국 교회를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흐름이 볼라벤만큼 점점 더 거세기를 간절히 바란다. 감리교에서 이른바 '세습방지법'을 만든다고 한다. 동일교회에 부모와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가 동일한 교회의 담임목회자가 될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장로로 있는 교회에서 그 장로의 자녀도 해당된다. '자녀'의 범위에 사위나 며느리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속칭 '쓰리쿠션' 관행이 편법으로 더 기승을 부릴 수도 있다. 예컨대, 은퇴하면서 어느 교회의 목회자를 후임자로 청빙하는데 은퇴 목회자의 자녀를 그 교회로 보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로 그렇게 '돌리기로' 약속하고 진행하면 그게 쓰리쿠션이다. 두 교회가 아니라 세 교회가 연관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쓰리쿠션이다.

이런 것까지 세세하게 규정해야 하는가? 현실 상황을 고려하여 적절한 선을 정해야겠지만, 세습방지법이란 별명이 붙을 법안이 나오는 것 자체가 병든 한국 교회의 현재 상태를 말해준다. 어떤 식으로든 병을 고칠 수 있다면 시도해야 한다.

감리교 안에 세습방지법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일반 언론까지 말이다. 한국 교회의 자정 능력에 대한 시금석이 될 만한 상황이다. 그동안 의미 있게 활동해 온 기독교 단체들이 힘을 보태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교계를 비롯해서 일반 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압력이 되어 감리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게 말이다.

20세기 신학의 거성 폴 틸리히는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루터는 환원의 천재다.” 환원(還元), 근본 또는 으뜸 가르침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에서 말하는 회개가 환원이다. 오로지 하나님과의 관계를 살피며 하나님의 뜻에 따라 나를 성찰하여 돌이키는 것이 회개다. 기독교 역사에서 일어난 모든 갱신 운동은 구조가 늘 이랬다. 루터에서 시작된 종교개혁이 그랬다. 루터가 돌아간 근본 또는 으뜸 가르침은 성경이었다. 종교개혁 100여 년 후에 일어난 갱신운동 경건주의도 마찬가지였다.

일반적인 영역에서도 무릇 개혁과 혁신은 언제나 구조가 그렇다. 종교개혁보다 앞서 일어난 르네상스의 구호가 라틴어로 '아드 폰테스'(ad fontes)였다. 폰테스가 샘이니까, 물줄기가 시작되는 근본 샘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르네상스가 돌아간 근원은 그리스 사상과 문명이었다.

유럽에서 14세기부터 16세기 사이에 정신문화의 양대 개혁 운동이 일어나는데, 인본주의적인 개혁은 르네상스요 신앙적인 개혁은 종교개혁이다. 둘이 돌아간 착지 지점은 달랐지만 구조는 같았다.

한국 교회가 현재의 위기를 넘어서려면 근원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으로 말이다. 성경 지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책, 텔레비전, 온갖 미디어 매체, 에스엔에스 통신망 등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설교나 성경 관련 정보를 말하는 게 아니다. 그런 정보는 진실하고 깊이 있는 지식과 지성이 되어야 하고, 이게 더 깊어져서 삶을 변화시키는 지혜와 말씀 체험이 되어야 한다.

신학적 지식 갖고도 안 된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 교회에 신학자는 많아졌지만 같은 기간에 한국 교회는 계속 약해지고 병들고 타락해왔다. 현재 한국 교계에서 신학이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성경 말씀에서 하나님의 임재와 현존을 근원적으로 다시 체험해야 한다. 성경에서 증언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과 거기에 나타난 구원의 복음에 우리 삶 전체를 던지게 되는 말씀 체험이 있어야 한다. 한국 교회가 돌아갈 자리가 거기다. 말씀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한국 교회는 죽는다. '죽는다'는 것은 수사학적인 비유가 아니다. 과장도 아니다. 직설법이다.

'볼라벤'이란 이름을 가진 태풍은 2000년 7월에도 왔다. 그땐 비나 좀 뿌리고 갔다. 이번엔 달랐다. 현재 한국 교회에서 일어나는 부정적 현상은 옛날과는 다르다. 요즈음 예레미야애가를 묵상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한국 교회를 끌어안고 울고 계시다. 하나님과 함께 통곡할 사람 어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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