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한국/6^15 5주년에 평양에 다녀오고, 6^25 55주년에 북 핵^인권 규탄 집회하고…

화해와 협력을 표방하던 6^15 공동선언 5주년을 맞는 남과 북은 ‘북핵’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신뢰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정부 인사 40여 명과 남측인사 3백 여 명이 북한을 방문, 6^15 행사를 마쳤다.

# 활성화되는 남북 교류와 경협

1999년 5599명, 2000년 7280명이었던 방북 인원이 2004년에는 금강산 관광객을 제외하고도 2만6534명으로 늘었다. 남북교역을 통한 금액도 1999년 3억3300만 달러에서 지난해에는 6억9700만 달러로 늘었다. 2004년 남북 교역규모는 북한 대외 무역액의 19.6%로, 남한은 39%를 차지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교역상대가 됐다. 상호의존적인 관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3대 경협 사업으로 일컬어지는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경의선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사업도 활성화 되고 있고, 경협과 민간교류를 법적으로 보장한 부분 4대 경협합의서가 2003년 8월 발효돼 투자활성화의 물꼬를 텄다. 남북은 또 지난 5년간 총 124번, 연 평균 24번 이상의 각종 대화를 가졌다. 장관급 회담의 경우 2000년 7월 이후 지난해 5월까지 모두 14번 개최됐고 금번 6월 21∼24일엔 15차 회담이 서울에서 열리기도 했다.
이렇게 빈번한 교류는 정부차원에서만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민간인, 그리고 종교인들도 이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남북의 이런 적극적인 교류와 만남에 비해 몇 해 전부터 제기되고 있는 남한 내의 갈등 요소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더 깊어지는 남남 갈등

그러나 남북관계의 빈번한 교류만큼 남한 내 갈등의 골은 깊어가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평양에서 열린 6^15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했던 남측대표단이 인천공항을 통해 귀환하는 가운데 우익단체 회원들이 `친북반역자들은 북한으로 가라' `간첩찬양 노래부른 유홍준을 파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방북단을 향해 욕과 삿대질을 하는 등 첨예한 마찰이 있었다. 네티즌들 또한 온라인상에서 갖은 욕설과 비방, 비하를 서슴치 않고 서로 상처를 내며 자신들의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런 갈등과 수위는 좀 다를지 모르지만 한국교회 역시 예외는 아니다. 최근에 부쩍 대외활동에 있어서 ‘열린 보수, 행동하는 보수’를 표방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지난 19일 6^25 전쟁 55주년을 맞아 기도회를 가진 자리에서 최성규 대표회장은 “엄청난 피해를 입힌 동족상잔의 전쟁을 일으킨 북한은 잘못을 시인도, 회개도 않은 채 핵 무기 개발에 혈안이 되어있다”고 말했다. ‘핵 무기 개발에 혈안’이란 표현이 과장된 것이 아니냐고 묻자 최 목사는 “사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어떤 의도에서든 핵무기 개발은 남한과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을 저버리는 행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반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입장은 좀 다르다. 경제 제재를 통해 먼저 북한을 압박한 것은 미국이면서, 그것을 되돌리지 않고 핵무기만 포기하라면 그것이 생존과 연결돼 있는 북한으로서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 이번에 평양에서의 6^15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던 KNCC 김태현 간사는 “안보는 국가의 담당 부서에서 주도면밀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하고, 교회라면 북한과 대화 교류를 통한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하는데, 일부 보수 계열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보수 계열의 목회자들 중에서는 “북한에서 예배 드리고, 함께 잘 해보자고 말해 놓고서 남쪽에 와서는 `그들은 가짜 기독교인'이라고 말하면, 그들이 볼 때는 얼마나 이중적이겠느냐”고 지적한다.
김 간사는 “북한과 대화를 통해 뭔가를 해결하려면, 그들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면서 얘기를 해야 하는데, 아예 적대시 하면서 위험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지속적인 대화는 어려움이 있게 마련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탈북자 문제는 인권문제가 아니고 정치적인 문제”라고 주장한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경제 봉쇄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북한은 더 어려워졌고, 그로 인해서 탈북자들이 생긴 것인데, 그들의 인권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경제제재를 풀어야 하는데, 미국 정부는 느닷없이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이런 “정치놀음에 놀아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6월 25일 대학로에서 ‘북한반대와 북한 인권을 위한 국민화합대회’를 주최한 한기총의 박천일 총무는 “민족의 생사가 걸려있는 부분에 대해 교회는 그저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냐”면서 “정치적이라고 몰아붙이는 발상 자체가 정치적인 것 아니냐”고 항변한다. 박 총무는 “공산주의의 특성이 거짓말을 잘 하는 것인데, 이번 6^15 행사에서도 뭔가 달라진 게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5년 전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을 때만해도 금방 통일될 것 같았지만 지금까지 답방하지도 않는 게 북한 김정일, 공산주의의 속성이라고 지적한다.
박 총무는 “핵의 위협 속에 있는 만큼, 이번 6^15 행사에 참석하는 남측 대표단에게 핵을 포기하라고 분명히 말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다녀온 이들 얘기를 들어보니 그런 얘기는 아예 하지도 않았더라”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 아무것도 얘기하지 않으면 그들의 입장을 그대로 인정한다는 얘기가 아니냐”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박 총무는 “북한 동포를 도와주는 부분에 대해서도 KNCC 보다 우리 한기총이 비료나 약품, 담요 등 도와주는 것이 많을 정도”라면서 “그러나 핵무기로 인한 한반도의 위협이 있는데도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국가가 하지 못하는 얘기를 우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대해 한 네티즌은 “과거 군사정권때 우리국민의 인권을 위해 무엇을 했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그당시 자신들의 인권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희생도 하지 않은 인간들이 지금와서 북한의 인권을 입에 올리는건 무엇일까? 이들은 인권의 소중함을 알기나 하는 인간들일까? 인권에는 별로 관심없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온 인간들이 갑자기 북한의 인권을 이야기 하는 이유란 무엇인지 궁금하다”라며 비난한다.
반면 한 네티즌은 “북한이 우리의 주적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그들이 대화를 하고 악수를 하지만 언제 다시 돌변할지 누가 아는가. 그런 북한의 지도층과만 만나서 대화하고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는가. 북한 정권이 붕괴돼야 그런 북한 동포들이 잘 살게 될 것이다”고 말한다.
한편 김태현 간사는 이번에 북한 사람과 대화하던 중 “남한이 북한보다 잘 산다는 것은 인정하기 어렵지만, 남한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고 말했다며 “그는 우리 나름대로 친구와 만나 얘기하고 장난치고, 자식을 기르는 기쁨 등 인간적인 행복과 기쁨을 느끼는 우리 역시도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리와 사고와 체제가 다르다고 해서 그들의 생명을 함부로 대하려 든다면 그것은 더 나쁜 것이 아니냐고….

# 생각의 거리를 어떻게 좁혀나갈까

서로 다름에 대해 인정하는 것, 그것에 대해 대다수 많은 한국인들은 서투른 모습이다. 나와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여서 적대감을 갖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모습. 이런 다양하지 못한 부분을 다양하게 하는 것이 에큐메니칼운동권에서 해야 할 것이 아닐까.
그러나 에큐메니칼 진영의 한 관계자는 “사실, 남쪽 사람들끼리의 생각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참 힘들다”고 토로한다. 특히 기독교인일 경우 자신의 생각이 진리라고, 변하지 않는다는 자세이다 보니 대화는 더 힘들어진다고 말한다.
요즘 한국교회에서 KNCC와 한기총의 연합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 또한 겉으로는 절기 때의 기도회 등은 같이 하고 있지만, 북한 문제나 미국에 대한 입장 등에 있어서는 여전히 수평선을 걷고 있다. 서로 대화를 통해 무언가를 하는 듯한 모습이지만, 그것이 진지한 토론과 여론을 수렴한 것이 아닌 일부 몇 사람의 의도대로 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한기총 박천일 총무는 낙관하고 있다. 아직은 지도층에서 만나고 있지만 그것이 확대가 될 것이고, 대화와 교류가 많아지다 보면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면서 바꿔질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 “한 세대가 흘러가기 전에는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른 방법이 없다고 비관하는 이들도 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는 자세를 지양하고, 좀 더 겸손한 자세를 갖지 않으면 교류를 해도 진전된 모습은 보이기 힘들 것이라는 입장이다.
6^15 남북 공동선언 5주년, 그리고 6^25 동족 전쟁 55주년을 맞는 남한은 통일을 향한 노력과 함께 북한이 안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한 일치된 견해를 보이지 못하고 있어, 열린 자세에서의 다각적인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양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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