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54년 전 1959년 11월 18일 밤 이사야서를 읽다가 11장 6절부터 8절까지의 내용, '그때에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거하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찐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 아이에게 끌리며 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엎드리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며, 젖 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에서 장난하며 젖 뗀 어린 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을 것이라'는 말씀 앞에서 무릎을 치며 감격했다.

사자가 풀을 먹고 어린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다니, 불가능 또 불가해한 말씀 앞에서 하나님 아버지가 내게 속삭이시는 말씀을 들었다. 그리고 그분의 음성을 듣고 형용을 보고, 만나는 곳이 어디인가에 대해서도 깨달음을 얻었다.

그 한 순간, '들소리'라 작명 했고, 들에서 들려오는 소리, 하늘과 땅이 만나는 지점에서 만날 수 있는 환경, 사람이 하나님처럼 살아갈 수도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들소리'라고 간판을 만들어 놓고 사자가 풀을 뜯고 젖먹이 어린 아이가 독사의 굴 마당 앞에서 그것들과 함께 노는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아, 천국 현장이다. 하늘나라를 이루어 가는 하나님의 경영 참여자가 되기로 했었다. 그러나 준비과정이 그렇게 만만치 않았다. 세속과 인연을 끊기 위하여 양광(佯狂)의 짓거리까지 동원하여 1977년부터 '들소리' 간판을 내걸었다.

어느덧 36년 째, 내 생의 모든 것을 내던졌다 했으나 자꾸만 망상이 앞길을 막아서기도 하고, 사탄에게 뒷발걸이를 당했던 일들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향방을 잃지 않고, 주 예수의 허리춤 붙잡고(붙잡았는지 붙잡혔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내 인생의 8부 능선을 지금 오르고 있다.

히말라야 정상을 노리는 알피니스트라면 해발 8천미터 가까이 접근하는 시점이다. 더구나 내게는 무산소 등반, 주님이 기다리는 지점은 무산소 호흡자들이 접근해 가는 곳이니 그 어떤 별도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내 인생의 마라톤이다. 안타깝게도 '들소리신문'은 속되고 속된 부분까지 감내해야 한다는데 숫기 없는 내 성품은 '들소리신문'까지 '거룩의 지분 삼자' 하여 이 고난의 인생이 고행수사의 날들에 얽매이기도 한다.

아, 인생이여! 더욱, 더더욱, 아주 간절한 마음이어야 한다. 젖먹던 힘이라고 하던데 나의 경우는 어머니 탯집에 살 때 남겨둔 에너지까지도 챙겨먹고 싶어서 92살 어머니 젖꼭지 붙잡고 통사정 해보는 날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거 우스개 같은 말이지, 내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거룩한 고독을 잔에 부어 마셔야 한다. 요단강 세례 후 예수께서 40일 밤낮을 짐승들에게 부대끼며 유대광야에서 사셨듯이, 아 나여….

드디어 지금의 내 인생 전성기를 알리는 하나님의 신호가 왔는데 호렙산의 모세처럼, 헤로디아에게 모가지를 내줘야 했던 세례자 요한처럼, 골고다의 예수처럼 정신 바싹 차리고 마주쳐야 한다.

세습을 노리는 대교회 목사들처럼, 지저분한 탐욕에서 해방받지 못한채 헌법재판소장 되고 싶고, 국무총리 되겠다는 사람처럼 자기관리에 허점을 보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 내 인생 영광의 문턱에 오르고자 한다면 한 점 부끄럼이 없어야 하는데….〈無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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