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돈황 강 건너편의 역사 흔적들이 보인다.


“제가 답하죠. 예수는 우리의 구세주이십니다.”

쿰가그였다.

“좋아요. 쿰가그 형제여! 예수는 우리 하나님이시고, 하나님이 사람 되어 세상에 오신 분이죠. 이는 사람으로 하여금 하나님처럼 살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와아, 명쾌합니다. 하나님이 사람 되어 오셨고, 그 증거는 사람이 하나님처럼 살 수 있다니….”

시므온은 말을 더는 잇지 못했다. 그는 울듯이 웅크리고 앉아서 한 숨을 쉬었다. 머리칼을 싸매고 아예 땅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알로펜이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섰다.

“시므온, 무슨 근심이 있어요? 왜 그런 모습을 하지….”

시므온이 반응이 없자 알로펜은 하던 말을 멈추고 시므온의 표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회중은 알로펜과 시므온을 번갈아 바라보다 말고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여러분, 잠시 도와주세요. 우리 형제 시므온이 겪는 충격을 여러분도 함께 나누면 어떨까요?”

알로펜이 모두를 일단 진정시켰다. 그 사이 시므온이 평정을 되찾고 자세를 바로잡는다.

“감독님, 제가 잠시 혼란상태에 빠졌던 것 같아요. 하나님이 사람 되어 오셨으니 사람인 내가 하나님처럼 살 수 있다는 말씀을 듣는 순간 내 마음 어디선가에서 ‘꽝’ 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많은 사람들이 깔깔깔 웃는 소리가 들리고, 그것도 잠시 지나가더니 폭포 아래 섰을 때 쏟아지는 물소리 같은 소리가 들리기도 했거든요.”

“감독님, 제 생각에 그런 현상은 귀신의 장난 같은데요.”

쿰가그의 말에 알로펜이 무릎을 쳤다.

“좋아요. 쿰가그가 시므온 님의 영적 감정이 순수하다고 증거하는 말을 했습니다. 맑다고 할까? 두 분의 심령이 무척 깨끗하다고 할까. 아니야, 깨끗하다기 보다는 순수하고 순결하다는 표현이 더 좋구먼.”

“감독님, 왜 그런가요? 저는 쿠처에서 온 구마사공입니다. 시므온이나 쿰가그 또는 여러분 모두는 상당한 수련을 한 상급생인데, 시므온은 감독님 말씀 한마디에 정신이 몽롱해진 것 같고 쿰가그는 형제의 고통을 귀신에게 농락당한 것으로 간단히 표현했어요. 저는 두 분 다 오늘은 조금 경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구마사공의 이 말에 장내 분위기가 잠시 싸늘해지고 있었다.

“구마사공,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나는 어느 누구를 농락하거나 함부로 부담을 주는 말을 즐기는 사람 아니야. 당신들 불교도는 함부로 남의 종교를 시비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오늘 당신 말은 시비거리를 남기는군.”

쿰가그가 화가 나는지 어깨를 들먹이기도 하고, 발을 구르기도 하면서 구마사공을 노려본다. 구마사공이 웃으면서 말했다.

“나 불교도 아니야. 나 조금 전에 불교와 결별했거든….”

“그게 무슨 소리야?”

쿰가그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묻는다.

“쿰가그 님이 알아맞춰 보시죠?”

“구마 선생, 내가 어떻게 알아요. 당신 마음을….”

쿰가그와 구마사공의 말 시비가 몇번 더 오고간다. 알로펜이 쿰가그와 구마사공이 주고받는 말을 듣다가 끼어든다.

“내가 구마사공의 심경변화를 말해 볼까요?”

“…….”

“아닙니다. 감독님! 제가 맞춰볼게요.”

시므온이 크게 소리지르면서 앞으로 나온다. 그리고 강의실 구석구석까지를 살피더니 구마 씨를 잠시 앞으로 나오도록 했다. 구마사공은 내키지 않았으나 전체 분위기의 흐름이다 싶어서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구마 형제, 고마워요. 그리고 여러분, 구마사공이 어떤 배경을 가진 사람인지 아시나요?”

시므온이 던지는 질문에 아무도 답을 하지 않았다.

“제가 알기로 구마 형제는 쿠처 왕국 명문가의 후손입니다. 구마 형제는 지금으로부터 2백여 년 전 쿠처는 물론 카슈가르, 중국, 천축국 등에서 크게 존경을 받았던 고승 구마라습 님의 직계 자손입니다. 나는 일찍이 구마사공이 우리와 함께 동무가 되어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몸을 던지겠다 할 때부터 유심히 살피기도 하고, 혹시나 우리 기독교 모임에 실망하고 떠나버리면 어찌할까 하고 걱정을 했어요.”

“…….”

“본론을 말하지요. 구마 형제가 방금 ‘나 불교도 아니야, 나 조금 전에 불교와 결별했거든’이라고 했는데 그 말은 오늘 알로펜 감독님의 강의 중에 하나님이 사람으로 오신 뜻은 사람더러 하나님처럼 살아달라는 가르침이라는 말씀에 전폭적으로 공감했다는 뜻입니다. 그렇죠. 구마 선생!”

시므온이 말을 끝내자, 구마사공은 눈물을 흘리면서 시므온을 얼싸안았다. 구마 씨는 시므온의 어깨를 몇번이고 토닥이더니 알로펜 감독 앞으로 나가서 무릎을 꿇는다. 알로펜이 그런 그를 일으켜 세우면서 말했다.

“형제가 구마라습 님의 직계손인가? 정말 그런가? 나도 몇년 전에 큰 스승인 구마라습이 서역 땅에서 활동했다 들었어요. 그런데 오늘 그분의 직계손을 만나다니….”

“직계후손이라는 말씀이 부끄럽습니다. 다만 구마라습 어른의 진리 사랑에 따르는 후손들 중 하나가 되는 것이죠.”

쿰가그가 앞으로 나오더니 발언 신청을 했다.

“할 말 있어서 나온 것인가?”

알로펜이 쿰가그를 이끌었다.

“네. 말이 나왔으니 구마라습이라는 큰 인물에 대해 내가 조금 거들어보죠. 고승 구마라습이 욕심나서 쿠차 왕국에 전쟁을 걸어온 나라들이 있었고, 특히 중국의 동진왕 부견은 말했죠. 내가 쿠처국을 치는 것은 그 땅이 탐나서가 아니라 구마라습을 얻기 위해서다. 그 위대한 스승을 모시기 위해서라고 했답니다. 여러 나라가 구마라습 어른 쟁탈경쟁을 하다가 서진왕 요장이 구마라습을 장안의 궁정에 모시고, 산스크리트어로 된 인도 경전을 중국어로 번역케 하고, 불교를 융성시켰답니다.”

쿰가그의 뒤를 이어 몇 사람이 더 구마라습의 명망 높은 옛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은 늦게까지 저마다의 신앙고백을 주고 받았다. 알로펜의 하나님이 사람 되어 오신 뜻은 사람더러 하나님처럼 살라는 하나님의 선언이라는 가르침은 단순한 가르침이 아니라 그 밤에 알로펜의 사마르칸트 강좌를 들은 사람들에게 평생의 길잡이가 되었다.

며칠 후 페르시아에서 온 카라반 인편에 알로펜에게 큰 선물이 당도했다. 그의 부친 압바스 감독의 서찰이었다. 크데시폰 네스토리안 선교재단의 동향과 함께 페르시아 정부가 머지않아서 당나라에 기독교 선교협조를 당부하는 사신을 보낼 계획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스승님, 감독님의 건강은 어떠시다는 내용도 있나요?”

요나가 알로펜 곁에서 묻는다.

“없군요. 나이가 드니 몸이 조금 무거워졌다는 말씀 뿐이군.”

“아하, 그 말이 그 말이죠. 몸이 무겁다는 표현은 늙어서 힘이 없다는 뜻입니다. 압바스 감독님은 이미 칠십을 넘기신 연세시거든요.”

“그래요. 그런데, 페르시아가 우리들의 선교활동에 관심있어 한다니 반가워해야 하나 걱정해야 하나….”

“그야 백번 반갑죠.”

세비야와 요나가 동시에 합창을 했다.

“아니, 마리아 교수님은 왜 안보이지…?”

“언제 보고 싶다 했나요? 보고 싶다고 하지 않는데 늘 곁에 있을까 싶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우리는 곧 여기를 떠나야 해요. 판지겐트를 경유하여 파미르를 넘어야 할 난코스가 기다리고 있어서 그래요.”

“마리아 교수님의 동행을 걱정하시는군요?”

“그래요. 여기서 더는 움직이기 힘들 것 같아요. 마리아 교수님은….”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