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병원에서 경험한 일이다. 한 환자가 기운도 없고, 온몸이 쑤시고, 등이 몹시 아프다고 왔다. 그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몸은 뚱뚱했다. 엑스레이 사진에는 심한 골다공증이 생겨서 등뼈 서너 개가 깡통 찌그러지듯 찌부러져 있었다.

그는 몇 년 전에 관절염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기 시작했으나, 성질이 급해 빨리 낫지 않는다고 전문가의 지시도 없이 병원을 멋대로 옮겨 다니며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던 중 어떤 친구의 권유로 동양에서 들여온 신비한(?) 약을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약국이나 병원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 가게에서 ‘건강식품’이란 명목으로 팔고 있는 전통 약품이었다. 이 약을 먹고 나니 며칠 안 가서 통증도 많이 없어지고 기운도 좀 나고 입맛도 돌아오고 빼빼 말랐던 얼굴에 살이 붙기 시작했다고 한다. 과연 듣던 대로 신비한 약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럭저럭 2년 동안 먹었단다.

그런데 이제는 통증이 그전처럼 없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여기저기에 새로운 통증이 생기고 몸이 몹시 비대해져서 하루하루를 지내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당뇨병과 고혈압도 앓고 있었다. 정밀검사 결과 이 환자는 소위 ‘쿠씽 증후군’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약 속에는 부신피질 호르몬인 스테로이드 제재가 많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스테로이드 성분은 체내에 당을 생성하며, 지방을 팔과 다리에서는 분해하고 얼굴과 몸통에서는 생성하는 작용을 하며, 몸에 수분 저장 및 염증 억제 등의 작용을 한다. 그래서 이러한 스테로이드 제재를 사용하면 우선은 염증이 가라앉아 염증성 통증이 감소한다.

그러나 이것을 너무 오랫동안 쓰게 되면 많은 부작용이 생긴다. 당이 지나치게 생산되어 당뇨병이 되고, 체내에 수분이 많이 축적되어 몸이 붓고 혈압이 높아진다. 위궤양이 새로 생기거나 악화되기도 하고, 상처가 나면 잘 아물지 않으며, 우울증, 성욕 감퇴나 발기부전증, 뼈의 칼슘분이 많이 빠져나감으로 골다공증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의사들은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약인데, 상인들이 이 독약(?)을 무턱대고 마구 섞어 파는 것도 문제이나 증상이 일시 호전된다고 전문의의 지시 없이 마구 먹어대는 환자들의 행태도 큰 문제이다.

‘어떤 약을 쓸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은 ‘약을 주는 사람’의 지혜요, ‘약 주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약 먹는 사람’의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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