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 54:1~6; 갈 4:28~31; 막 8:27~35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가이사랴 빌립보 지역을 돌며 선교여행을 하시던 때입니다. 가이사랴 빌립보는 이스라엘의 북쪽 경계지역입니다. 세상이 평화로운 때 경계지역은 좋은 점이 많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누구보다 빨리 알고, 양쪽에서 오고가는 문물을 흡수해서 그만큼 앞서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어지러우면 경계지역은 늘 불안합니다. 문제는 처세로서의 경계지역입니다.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고 이쪽저쪽을 관망하며 기회를 엿보는 것입니다. 공직자로서 제법 존경받을 만한 분들이 알고 보면 기회주의적으로 산 모습이 드러나서 허탈해지기도 합니다. 시류에 민감하게 산 사람들이 대체로 그러합니다.

바로 이 경계지역에서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나더러 누구라 하더냐?’고 묻습니다. 제자 가운데 누군가가 대답합니다. ‘세례 요한이라 하고 더러는 엘리야, 더러는 선지자 중의 하나라 하나이다.’

예수께서 또 묻습니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이번에는 수제자 베드로가 확신 있게 대답합니다.

‘주는 그리스도시니이다’ 베드로의 고백을 들으신 예수께서는 칭찬은 커녕 당신이 그리스도라는 말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당신이 그리스도인 것을 왜 발설하지 말라고 하신 것일까요? 그 다음 이어지는 베드로의 처신에서 이유가 풀립니다.

마가는 이보다 앞서 귀신들도 예수가 어떤 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그런 귀신들을 향해 ‘자기를 나타내지 말라’(막 3:11~12)고 하신 바 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예수의 존재를 알아본 귀신들은 예수를 향해 ‘나를 괴롭히지 말라’(막 5:6~7)고 반격한 일도 있습니다. 베드로의 그리스도 고백은 귀신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던 것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베드로는 예수께서 당신의 고난을 말하자 그럴 수 없다며 가로막고 나섭니다.

예수께서는 그런 베드로를 향해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막 8:33)라고 질책하신 것입니다.
우리의 믿음이 하나님의 뜻을 따라 움직이지 않고, 욕심을 따라 움직인다면 그런 믿음은 예수를 알아본 귀신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내 뒤로 물러가라’는 뒤에 이어지는 ‘나를 따르라’(막 1:17, 20, 8:34)는 말씀과 동일한 요청입니다.

우리의 그리스도 고백이 진실하려면 믿음을 앞세운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자기를 부인하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경계지역에 발을 걸치고 사는 사람처럼 예수를 관망하지 않고, 예수의 희망과 고난을 내 희망과 고난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와 복음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으면 구원하리라’(막 8:34). 이보다 더 분명한 말씀이 있을 수 없습니다. 

바울에 의하면 복음은 우리를 율법의 구속에서 해방시켜 자유케 합니다. 인간은 복음의 자유 안에서 책임적인 존재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예수를 믿는 것은 스스로를 자유하는 존재로 자각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유는 상호적입니다. 나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데서 더욱 성숙해집니다. 개개인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일수록 창의력이 고양되고 발전하며 문명사회가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유념할 게 있습니다. 그리스도 없는 자유는 불안에 결박당할 수 있습니다. 기회주의자가 되어 세상을 어지럽히거나, 단지 생존에 급급하여 경박한 삶을 살거나, 다른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기도 합니다. 경계지역에서 요령만 부리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최근에 교회를 떠나는 이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개중에는 다른 종교로 개종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 교회 저 교회를 전전하는 이들은 더 많습니다. 이유가 어찌 됐든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어느 교회가 더 좋은가 라고 살피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내게 돌아올 이익을 계산하는 것입니다. 알고 보면 영혼이 불안하여 경계지역을 배회하는 이들입니다. 우리는 경계지역에서 벗어나 온전히 주님을 따르는 이들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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