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들소리문학상 응모작을 심사 중인 심사위원들.


■ 대상 심사평 - 김선영 시집 ‘달을 배웅하며’

시간을 초월하는 예술가의 초상


제13회 〈들소리 문학상〉 대상작에 김선영 시인의 시집 ‘달을 배웅하며’가 선정되었다. 결선에 오른 세 권의 시집을 두고 심사 위원들의 고심이 컸다.

필경 귀착된 것이 분석주의의 가장 소중한 지침인 ‘작품 자체의 사유와 기교의 융화, 숙성도’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시인의 개인사나 심사 위원과의 인간적 친밀도, 주최 측과의 이해 관계 등이 배제되었다는 뜻이다.

김선영 시인이 우리 소재 전통의 대종(大宗)인 달의 서정적 지속성인 ‘빛과 고요’의 감수성은 계승하되, 파토스적 비애미의 관습을 극복, 재창조한 개성은 독보적이다. 우리 시 전통의 완강한 지속성인 ‘슬픔’의 감상성을 극복한 것은 창조의 아픔인데, 그 상채기마저 쉬이 짚이지 않는다.

그는 달 이외에도 토끼, 꽃, 무지개 등 자연 서정의 감수성을 새로운 정서와 이미지로 변용시킨다.

가령, 투명한 한계성을 띤 달 안에서의 역동적인 백색의 춤, 그의 보석 진주는 ‘통곡으로 빛’이 된다. 그의 꽃도 바위 같은 하늘을 밀어 열자 어떤 고통이나 슬픔에도 울지도, 지치지도 않는 ‘꽃’이게 마련이다. 이미지의 색조가 모두 투명하다.

요컨대, 김선영 시인의 생명적인 시는 반짝이는 우주적 광년에서, 반짝이는 언어로 영원에 이를 빛살 어린 영혼의 노래다. 좋은 시에 갈채를 보내며, 수상을 기린다.

김봉군 / 문학평론가(가톨릭대학 명예교수)


■ 신인상 심사평 - 시·수필

응모작도 많고 수준도 향상되었다


응모작도 많고 수준도 향상되었다. 신인상에 걸맞은 멋진 작품을 기대하며 심사에 임했지만, 올해에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신인답게 패기 있고 참신하며 독창적인 작품은 보이지 않는다. 작품이 비록 서툴더라도 그런 작품이 그립다. 기성의 틀 안에 갇혀, 기성의 작품을 닮은 작품만으론 더 큰 발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의 신인상 부문에서는 당선작을 내지 못하고, 가작을 뽑는 데 그친다. 시 부문 가작인 ‘그림자’(정영학)는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상시로 겪을 수밖에 없는 ‘그림자’와의 경험들을 형상화한다. 풍부한 사유와 활달한 표현이 돋보이지만, 구도가 산만하다.

시조 부문 가작인 ‘강가에서’(이영주)는 ‘여명의 물살 위로 떠오른’ 아침 햇살이 장엄하다. 특히 ‘마음 갈피에 간직해 온 말씀의 꽃’을 ‘묵정밭에 심겨두고’ ‘켜켜로 벙그는 세월 천지간이 환하다’는 구절에서는 벅찬 희망조차 엿보게 한다. 그러나 구도와 표현에 있어 조화롭지 못한 아쉬움을 준다.

수필 부문의 ‘폭설 속에 묻힌 아픔’(이종영)은 몸속에 든 회충 때문에 고생하던 유년의 아픔을 회상한다. “알지 못하는 생각의 차이가 삶과 죽음으로 갈라놓는다” 등 자신의 무지에 대한 깨달음도 있고, 문장이 수려하여 호감을 주지만, 주제가 약해 보인다.

이번 응모작품은 예년에 비해 응모작 수도 많고, 수준도 향상되었다. 응모작 중엔 이미 등단한 기성문인도 있어, 상의 관심도를 높여준다. 이번에는 당선작에 미치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꼭 당선작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입상자에게 축하드리며, 더욱 분발하여 대성하기 바란다.

김년균 / 시인(한국문인협회 명예회장)



[제13회 들소리문학상  수상 소감]


“삶의 흔적을 시작품에 담아”


■ 가작 - 정영학 / 시 ‘그림자’


누구든 가슴에 묻어둔 얘기들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너무나 큰 행복이 될 것이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면서 언제나 열린 하늘이 있다는 것은 날마다 가슴 설레는 일이며 일생의 즐거운 일이다.

특히 크리스챤에게는 힘든 삶의 걸음걸음마다 하나님의 손길이 미치고 있었음을 뒤 늦게야 알게 되면서 신앙과 인격이 더욱 성숙해 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삶의 흔적을 글로 남기면 시(詩)도 되고 수필(隨筆)도 되는 것이 아닐까?

글의 생명이 진실성에 있다고 본다면 나의 서툰 글 솜씨는 오로지 그 진실성 하나에 기대어 왔던 것 같다. 언제나 하나님 앞에서 행하려고 애쓰고 무슨 일을 하든지 주께 하듯 하려는 노력이 시작품으로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하지만 신앙의 지조는 연약하고 언어를 다루는 솜씨 또한 미천하여 작품이라고 내어놓기가 쑥스러워 스스로 움츠려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느껴온 하나님을 향한 신앙과 소중한 가족들, 교단일기, 자연의 변화를 글로 남기지 않으면 사라져 버릴 것이기에 필을 들어 남기려 애써 왔다. 이런 중에 이번 들소리 신문에서 많이 부족한 작품을 깊이 살펴주시고 선별해 주셔서 너무나 큰 행운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걸음에 백배의 용기를 얻게 되었다.

다시 한 번 들소리 신문에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곧은 소리 들소리 신문의 무궁한 발전을 마음으로 응원한다.

•대구대학교 국어교육학과
•안동대학교 대학원 현대문학전공
•영문고등학교 국어교사
•안동중앙교회 시무장로
•고려문학회 시부문 신인상 당선(2012년)
•경북크리스챤문인회 사무국장



“문학성 투철한 작품 탄생 고대”


   ■ 가작 - 이영주 / 시조 ‘강가에서’


우주 만물의 주권자인신 하나님을 찬미합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대로 조성되었고, 주님의 인도하심과 섭리하심에 따라 이루어짐을 믿건대 경이롭기 그지 없습니다. 찬양하도록 지음 받은 우리가 세상일에 힘들어 하고, 괴로워하며, 믿음의 길을 벗어나서, 이중잣대의 가름대 위에서, 위태위태한 곡예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한국의 기독교 문학은 일천합니다. 사상과 철학과 가치관의 정립이 필요하고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고, 불후의 작품을 통하여 ‘진리’를 증거해야 합니다. 내공의 깊이가 있고 문학성이 투철한 전천후의 작품이 탄생되어야 합니다. 척박한 이 땅에 기독교 문화를 꽃피우기 위하여 노력하는 들소리 신문사에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더욱 번창하기를 기도합니다.

•경동고, 공주대 졸업
•제3회 한밭시조백일장 장원(1988년)
•시조문학 천료(이태극 박사)
•문예사조 신인상·월간 문학공간 신인상 수상(자유시)
•가람문학, 경인시조문학, 월하시조문학 동인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한국(재)한국기독교직장선교연합회 사무국장




“삶의 앓이를 풀어… 열꽃들을 해체했다”


■ 가작 - 이종영 / 수필 ‘폭설 속에 묻힌 아픔’


잿빛으로 채운 하늘 부서진 구름 사이로 자박자박 봄비가 다녀갔다. 나무의 시간처럼 혹한의 겨울을 겸허히 치르고 봄은 어김없이 지상의 곳곳을 화려한 꽃말로 채색해 오고 있다.  목련의 그윽한 향수로부터 벚꽃의 소설과 함께 이 봄은 우리에게 해갈의 우물을 창가에 놓아 준다. 눈부시게 날리는 꽃잎들의 고백을 듣다 보니 한 그루의 사랑초가 되어 마음이 붉다.

겨우내 감기로 발열로 무채색의 언어는 기운을 차릴 수가 없었다. 누군가를 붙잡고 자꾸만 도지는 감기와 열꽃을 풀어내고도 싶었으나 연신 알약을 털어 넣어도 따뜻해 오지 않던 겨우살이였다. 흉흉한 세상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을 여미고 문을 닫아걸기도 했다. 누군가는, 그 그립던 사람은 멀리서 막연히 이 봄의 그리움을 펄럭였지만 이를 해독할 기운이 없었다.

무작정 삶의 앓이를 원고지에 풀었다. 절제하고 정제한다는 것은 진실이 걸러진 단지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을까 한다.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 진정한 수필문학의 길이라 자위하며 가슴 저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열꽃들을 낱낱이 해체하기 시작했다. 무지에서 비롯된 유년의 아픔부터 그해 폭설의 현장까지 묻혀 있던 속앓이를 하고 나니 후련해 졌다. 그리고 봄이 찾아왔다. 어쩌면 창가에 무수히 날리는 꽃비는 은둔의 가슴에서 풀어준 열꽃의 언어이리라.

공감하며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누군가는 건설 현장에 몸담고 있으면서 상반된 문학의 길을 걷는 것을 아이러니하다고 말하지만 내가 주인공이고 연출하고 이끌어 가는 삶 자체가 한 편의 수필이고 문학이라 감히 인정합니다. 그러므로 삶과 문학은 이분법이 아니라 삶이 문학이라는 곧 일인칭 어법으로 앞으로도 글을 짓도록 할 것입니다.

•문학21등단
•한국문인협회회원
•중원대학 제1회중원 문학상
•현재 삼성건설(주)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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