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③ - 모든날을 주일같은 마음으로

# 주5일 근무제, 당신 교회는 괜찮나?

“당신 교회는 괜찮나? 우리 교회는 벌써부터 뒤숭숭한 느낌이야.”
“그래? 우리교회는 별로 그렇지 않던데. 뭐, 그렇게 특별히 신경 쓸게 있나? 제대로 된 신자 같으면 그런 것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아. 그외의 신자들이 문제지.”
“자네는 다른 무슨 대안이 있나?”
“글쎄, 좀 지켜보고 있지. 그러나 여러 교회에서 시도하고 있는 주일에 대한 개념을 수정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주일 성수라면서 주일에 한 번 예배 드리는 것으로 만족하려는 풍토 말야.”
“그게 현실적으로 제대로 될 수 있을까? 벌써 한 세기가 넘는 기간동안 다져져 와서 말야.”
목회 일선에서 10여 년이 넘게 사역하고 있는 두 목회자의 대화 내용이다. 주5일 근무제 확대 실시와 맞물려 주말이면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신자들 때문에 고민하는 것은 비단 이 목회자들만은 아닐 것이다.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기 이전인 '98년부터 주일예배를 토요일에도 드리기 시작한 안동교회는 실시 당시에는 주일에 너무 복잡한 교회 장소 문제, 그리고 주일이면 제대로 예배 드리지 못하는 교우들, 직장인들, 교회학교 교사들, 사역자들을 위한 배려에서 시작했다. 지금은 정착 단계에 들어서서 청년들과 사역자들, 일반 교우들이 고정적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다.

# 토요일 예배, 대안 자신 못해

그러나 당시 이것을 시도했던 안동교회 유경재 목사(원로, 지난해 은퇴)는 “토요일 예배가 주5일 예배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사실 토요일에 예배 드리는 신자들 중에는 아직도 주일을 제대로 성수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대다수의 많은 신자들, 목회자와 신학자들이 아직도 주일에 대해 강조를 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더 많은 연구와 토의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날이, 모든 삶이 예배로 드려져야 합니다. 주일예배는 그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자극하고 깨우치는 상징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도록 제대로 이끄는 삶의 원동력입니다.”
유 목사는 일주일 내내 교회에 예배가 있어서 신자들에게 더 밀접하게 다가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복잡하고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더 폭넓게 문을 열어주자는 것.
“미국의 새들백교회는 토요일 예배를 1, 2부로 드리고 주일에는 3, 4부로 드리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 교회의 긍정적인 부분은 받아들이면서도 주일에 대한 예배의 개념, 변화는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일 저녁예배를 오후예배로 대체하고, 삼일예배나 주일오후예배를 아예 없애는 교회들이 늘어나는 변화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주일의 예배를 확대하고 확장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굉장히 어려워하는 것 같다고 유 목사는 말했다.
3년 전 처음으로 주5일 근무제가 제기됐을 때 교계의 반응은 주춤하며 난색을 표시했다. 어떤 목회자는 성경에 위배된다는 말까지 하면서 강하게 반대의사를 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환경이 변하면서 사회의 대세는 주5일 근무제가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다.

# 여유 시간, 교회생활에도 활력…

강북구에 사는 김 집사(45)는 그러나 주5일 근무제로 인해 교회 활동에 더 주력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한다. 남편과 함께 하는 시간이면 주일예배나 교회 행사에 쫓겨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사실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는데 이제는 토요일엔 가끔 산에도 가고, 신자들끼리 모임도 갖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주일을 주일답게 맞이하기 위해 토요일에는 성경도 더 많이 보고, 주위의 어려운 독거노인을 찾아가 돕기도 한다.
“주일에 어떻게든 교회에 오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아요. 그렇다고 아주 적은 편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러나 교회 공동체란 그런 이들과 같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세워져가는 훈련과 연습을 부단히 한다고 볼 때 어떤 교회 모임이나 조직에 들어오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데 급급해 하지 말고 그 신자가 하나님 앞에서 기쁘고 감사한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자존감을 갖고 살아가도록 서로 도와야 합니다. 그런 부분이 없이 그저 인간적인 교류에만 그친다면 너무 슬픈 일 아닐까요?”
주일에 신자가 빠진다고 해도, 다른 날들이 있어서 그것을 보충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에 대해 김 집사는 얼마든지 환영한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제대로 역할만 해준다면 본인은 예배가 있는 날이면 날마다 가고 싶은 사람 중의 한 사람이라고.
그러나 김 집사처럼 이렇게 탄력적인 신자는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많은 목회자들이 불안해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교회는 언제까지 신자들을 ‘붙잡아’ 놓으려는 상황을 지속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적지 않은 목회자들은 어떤 대안을, 힘있는 기독교의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이, 어떤 방법이 신자들을 생동감있게, 더 나아가 그 빛을 받는 비신자들이 따뜻한 햇볕을 쬐이려 교회에 오려고 할 것인가.
유경재 목사는 일찍이 주일의 개념을 확대하자고 주장하는 목회자다. 그렇다고 주일예배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신자들이 평일에도 주일처럼 살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것이다. 안식일은 휴식의 개념이 강화되고, 하나님이 지으신 피조물들이 쉬게 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을 염두에 두고, 안식을 통한 자기 성찰의 시간을 더 강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대의 기계문명, 산업문명 속에서 자연은 파괴될 대로 파괴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교회는 산과 들, 모든 자연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휴식이 필요하다는 강조점을 더 깊이 인식하면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 기초 교육^훈련 되면 스스로 알아서

또한 기독교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을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활에 대한 개념-하나님 나라가 이미 신자에게 임하여 왔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좀더 분명하게 창조주에 대한 인식을 깨우쳐 나간다면 지금보다 더 ‘든든한’ 신자들이 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이제까지 한국교회는 교회 조직을 강화하고 확장하는 데 열심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왜 예배를 드려야 하는지, 주일이 왜 중요한지, 교회는 무엇인지, 왜 신자들간의 교제가 중요한지 등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개념들이 약화돼 온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끌려다니면서 신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 신자들 스스로가 중요성을 알고 스스로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유 목사는 한국교회의 신학자와 목회자들이 이 문제에 더 많은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오늘날 교회에 닥친 여러 가지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로 들렸다. 그렇게 되려면 앞에 선 목회자들이 먼저 제도화된 틀 속에만 머무르지 말고 변화하는 세상을 바로 직시하면서 성경적인 가르침을 따라 더 자신있게, 확실하게 이끌어야 하지 않을까.
양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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