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목민 몽골인 사상·역사 속에서 헤브라이즘을 찾다

몽골인, 자체적 완성도 떨어지지만 샤머니즘 통해 종교적 원형질 전승 가능성
몽골 신앙 속의 대속 사상 발견 위해서는 더 상위차원으로의 ‘도약’ 필요




유구한 역사 속에서 유목민 생활을 이어온 몽골인의 관습·사상 속에서 헤브라이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까.

칭기즈칸의 원나라 당시 많은 몽골인이 기독교로 개종하는 등 국가 종교로 기독교가 채택될 수 있었던 기회를 경험한 민족이 바로 몽골인이다. 유목민족으로서 유지해온 제사 제도에서는 히브리인의 대속 사상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계간 〈들소리문학> 2013년 여름호 대담에서는 안교성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역사신학)와 민영진 박사(대한성서공회 직전 총무), 조효근 목사(본지 발행인)가 몽골인의 사상 이면에 잠재돼 있는 헤브라이즘을 추적해봤다.


몽골의 언어·사상, 히브리인에 닿아있다


조 목사는 유목민족으로서 유구한 역사를 살아온 몽골인에 대해 “치열한 삶을 살아온 몽골인의 사상에 잠재된 무형의 신앙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목사는 세계제국을 이뤘던 원나라 시절 많은 기독교 개종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몽골이 중앙아시아라는 지리적 위치로 인해 기독교를 접하기 쉬웠던 정황, 또 제사를 드리던 유목민으로서의 관습 등을 미루어 보아 헤브라이즘과의 직간접적인 접촉이 있었을 것”이라고 화두를 꺼냈다.

안 교수(사진)는 히브리인과 몽골인 사이에 여러 유사성이 있다는 사실을 긍정하고 주로 지리적·언어적 차원에서 이를 살펴봤다. 안 교수는 “당시 문화적·상업적으로 수준이 높은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에 속해 있던 히브리인이 육·해로의 다양한 실크로드를 통해 지근거리에 위치한 몽골을 비롯,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접촉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어적 관련성에 대해 안 교수는 “몽골인의 언어와 성서 언어와의 밀접한 관련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몽골의 전통적 언어인 고문자가 표음문자이며 이 언어의 기원을 추적해보면 위구르와 소그드어, 그리고 히브리어까지 닿게 된다고 안 교수는 설명했다. 또 “현대에 들어와 몽골 일부가 러시아의 영향을 받게 되었을 때 사용하게 된 키릴 신문자의 언어적 기원이 그리스어”라고 덧붙였다.

조 목사는 네스토리안(아시아로 전파된 기독교 일파, 경교)들이 650년대 이후 중앙아시아와 타클라마칸 사막 지역에 일정 세력을 이룸으로써 몽골과 조우하게 된 것을 언급하고 기독교와 몽골의 관련성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켰다.

안 교수는 몽골의 기독교에 대해 “중동과 유럽 쪽에서의 기독교 전파는 역사적 증거로 어느 정도 기정사실화되고 있지만 몽골에 국가 종교로 뿌리내리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몽골의 사상적 배경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몽골인 민간에 깊숙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던 샤머니즘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편적 샤머니즘에서 ‘계시’ 찾아낼 수 있을까


조 목사는 “샤머니즘은 하나님의 계시를 받지 못한 신앙·사상”이라며 “히브리인과의 교류 가능성을 염두에 뒀을 때, 유목민족 몽골인은 자체적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샤머니즘을 통해 종교적 원형질을 전승해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샤머니즘을 인류 본성의 공통에 근거한 다기원적 역사를 가진 사상으로 설명했다. 우선 안 교수는 몽골 샤머니즘을 늑대 등 평야의 동물들을 숭배하는 애니미즘(animism)과 ‘Tenggeri’(The Great Sky)로 표현되는 ‘천(天)사상’으로 나누어 구분해서 설명했다. 그리고 몽골 샤머니즘이 지역별 차이를 보일 수 있지만 켈트족, 알래스카, 남미 등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어느 몽골인 학자의 말을 인용하여 샤머니즘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가장 솔직한 종교”라고 정의한 후 “이러한 기복적 성향, 이익으로서의 종교, 번영신학의 특성이 현재 한국 기독교와 연결고리가 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민 박사(사진)는 샤머니즘 주제와 관련하여 유대교가 지배적인 히브리인들에게서도 민간신앙 차원에서는 샤머니즘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민 박사는 “이스라엘의 갈멜산 동굴에서 볼 수 있었던 종교적 행위는 다분히 샤머니즘적이었다”면서 “샤머니즘이 그 기원을 시베리아에 두고 있다고 하지만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는 추론도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복적 신앙이 보편적인 인간 본성의 요소라고 하더라도 계시적인 기독교 신앙의 메시지로서의 ‘복’ 개념을 깊이 숙고해야 할 것”이라며 샤머니즘의 보편성을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그 속에 내재한 기독신앙 발굴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조 목사는 계시가 빠진 샤머니즘의 영향으로 한국교회에도 기복 신앙적 요소가 만연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조 목사는 “한국교회 내 대속에 대한 메시지는 넘치고 있는데도 이것을 삶에 체득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몽골인도 이와 마찬가지로 유구한 역사 속에서 흐르고 있는 대속 사상을 체화시키지 못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몽골 속 헤브라이즘, 앞으로의 과제


조 목사는 몽골인의 유목생활에서 드러나는 제사제도를 언급하며 “몽골 샤머니즘을 좀 더 심층적으로 접근해봤을 때 이스라엘 민족의 속죄제와 같이 히브리적 대속 사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희미하게나마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며 가능성에 공감했다. 그러나 “제사라는 행위가 한국의 종묘사직이나 중국의 관습 등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제도인 것처럼, 제사 제도의 존속만을 두고 히브리인의 대속 사상의 계승으로 해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히브리적 대속 사상보다, 지금까지 몽골인에게 현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상들로 라마 불교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제시하고 “만약 몽골 사상에 기독교적인 접목을 시도하고자 한다면 ‘샤머니즘적인 공산주의’, ‘라마 불교 속 샤머니즘’과 같이 복합적인 배경을 이해한 후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목사(사진)는 “몽골인이 공산주의 경험 이전에 끊임없이 동물을 잡아먹는 유목민으로 살아오면서 대속 사상을 발전해왔을 것”이라며 몽골에 헤브라이즘 사상의 유입 가능성을 재강조했다. 그리고 “몽골인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를 통해 그들 사상의 이면에 있는 종교적 원형질(헤브라이즘)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유목민의 특성에 주목하여 ‘몽골인의 종교적 원형질’을 해석했다. 안 교수는 “유목민의 척박한 삶의 현실이 ‘두려움’과 ‘무력감’을 불러일으키며 절대적인 의존 신앙의 형태를 만들어 냈다”며 “히브리인과 같이 광야의 체험을 통해서 자연과 절대자에 대해 겸손할 수 있는 신앙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 교수는 절대자에 대한 신앙이 반드시 기독교적 신앙으로 치환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안 교수는 “몽골의 신앙 속에서 대속 사상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기존 종교로부터 더 상위차원으로의 뚜렷한 ‘도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조 목사의 제안에 대해 “몽골인의 사상·역사적 연구를 통해 히브리적 사상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연구 과제가 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답했다. 안 교수는 “몽골에서도 개신교가 들어와 선교활동을 하고 신학교육을 실시한 지 20년이 됐다”며 “몽골 내 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그 안에서 심도 있는 연구를 거듭하면서 본 과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담은 기독교의 본류인 헤브라이즘의 원형을 추적하는 과정을 담은 계간 〈들소리문학>의 11번째로, 지금까지 민영진 박사와 조효근 발행인은 장영일 박사(한국장로회 신학대학교), 김진섭 박사(백석대학교 부총장), 권혁승 교수(서울신학대학 구약학) 등과 대담을 진행했다.

 


 


계간 〈들소리문학> 2013 여름호 발간

- 시편문학 새로 기획



문학과 역사적 접근을 통해 기독교 원형을 추적하는 계간 〈들소리문학> 여름호가 발간됐다.

여름호는 안교성 교수(장신대 역사신학), 민영진 박사(대한성서공회 직전 총무), 조효근 목사(본지 발행인)가 몽골인의 삶·사상 속에서 헤브라이즘의 원형을 살펴보는 대담을 담았다.

대담에서는 △몽골인과 히브리인의 언어·지리적 관련성 △몽골인의 종교·사상 △유목민 생활에서 지켜온 제사 관습에서 헤브라이즘적 원형 찾기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민영진 박사는 ‘다바르, 로고스, 도(道)’라는 제목의 11번째 헤브라이즘 논단에서 그리스어 ‘로고스’가 히브리적·그리스적·동양적 사고가 반영되었을 때 어떻게 번역되었는지를 살피고, 서로 간의 일치점과 차이점 및 어떠한 대응 관계에 있는지를 설명했다.

또 ‘시편문학’이라는 새로운 문학신학적 기획을 담았다. 2013년 들소리문학 대상자 김선영 시인과 작품평론가 김봉군 교수, 조효근 본지 발행인이 앞으로의 시편문학의 방향성을 토의한 대담 내용과 시편문학의 장르적 성격을 개괄한 ‘시편문학 장르를 연다’를 다뤘다.

그리고 시편문학에 대한 ‘분석의 눈’을 갖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박희병 교수(서울대 국문학)가 연암 박지원의 에세이를 분석한 〈연암을 읽다>의 일부분을 발췌·요약했다.

한편 이번 여름호에는 김선영의 시 ‘별’, 김년균의 시 ‘아이를 위하여’, 김형원의 수필 ‘그 시절, A자형 지게의 추억’, 이계선의 소설 ‘고베에서 온 편지’ 등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