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클라마칸에 나타난 무함마드 제자들 ①


아라비아 신흥종교인 이슬람의 교조 무함마드의 제자들이 알로펜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모두 여섯명이다.

“앉으시게들…, 나는 알로펜이라고 하네.”

쿰바홀과 안토니가 곁에 앉고 메카의 청년들은 매우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주변 눈치를 살핀다.

“여보게 청년들, 아라비아에서 여기까지 만리길을 겁도 없이 달려왔는데 오늘은 왜그리 겁먹은 표정인가?”

안토니가 웃으면서 그들을 죽 둘러보았다.

“아닙니다. 저는 마흐무드 입니다. 그리고 내 곁에서부터 내 친구들인데 이삭, 야고보, 이브라임, 유세프, 암몬 입니다.”

마흐무드가 이름을 부를 때마다 당사자들이 오른손을 잠깐씩 들어서 인사를 겸했다.
“모두들 일어나서 알로펜 주교님께 정식으로 인사 올리자.”

마흐무드의 인도를 따라서 일행은 모두 일어나 절을 했다. 사막의 사람들 인사법에 최고의 공경은 무릎을 꿇고 머리를 마루바닥에 쿵 소리가 나도록 엎드린 다음 두 손을 방바닥에 앞면으로 뻣는다. 그들은 그런 식으로 알로펜에게 인사를 하고 쿰바홀 앞에서는 무릎을 다시 꿇은 다음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반갑소. 나는 쿰바홀 내 곁에 이 어른은 알로펜 주교님의 비서관 안토니 사제일세.”

“감사합니다. 저희를 이렇게 환대해 주시니….”

“환대가 될지, 박대가 될지는 아직은 모르지. 여러분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거야.”

안토니는 처음부터 약간 그들을 비웃는 듯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마흐무드 형제. 언제 이곳에 왔소. 그리고 아라비아 사정은…?”

“네, 주교님 저희는 열다섯살 때부터 메카에서 다마스커스 간의 카라반 일군으로 활동했지요. 10여년 간 이 일에 종사하면서 다마스커스에서 사마르칸트 구간을 오고가는 친구들로부터 머지않은 곳에 타클라마칸 오아시스 국가들이 있고, 또 조금 더 동쪽으로 가면 거대한 제국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요.”

“그럼 여러분은 10여년 전 그러니까 주후 610년도에 일어난 무함마드의 종교혁명과는 관계가 없다는 뜻인가?”

“아, 아닙니다. 저희는 모두 대 예언자 무함마드의 제자들입니다. 그런데 지난해에 대 예언자께서는 메카에서 메디나로 천도(遷都)하셨지요. 메카의 기득권자들, 특히 우상 종교가들의 간섭을 피하여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 메디나로 옮겼어요.”

“응, 알고 있소. 그것을 ‘헤지라’라고 하더군.”

“네에!”

마후무드는 알로펜의 입에서 ‘헤지라’라는 말이 튀어나오자 기겁을 했다.

“주교님, 어찌 그 말…, 헤지라를 아십니까?”

“어허, 뭘 그런걸 가지고 놀라시는가. 나는 여러분의 대 예언자인 무함마드의 친구일세. 그와 나는 어린시절 다마스커스에서 만나 기독교 이야기를 깊이 나누었지. 그 친구 그때 우리 기독교의 대속론과 삼위일체론이 해석이 안된다고 고민을 많이 하더니 드디어 새종교를 만들고 말더군.”

마후무드는 무함마드가 친구이며, 깊은 신앙토론을 했던 막연한 관계였다는 알로펜 앞에서 다시 한 번 머리를 조아렸다.

“…….”

“그래, 메카에서 메디나로 활동지를 옮긴 것은 무슨 뜻이 따로 있을까?”

“아닙니다. 메카가 중심지인 것은 틀림없으나 저희의 대 예언자께서 알라의 유일신 종교를 선포하신지 12년이 흘렀으나 박해 때문에 제자들을 100명도 밖에 얻지 못하셨습니다. 더구나 핍박은 갈수록 거세지고 심지어는 대 예언자의 목숨까지 위태로워지는 단계에 이르러서 활동지를 옮긴 것입니다. 더구나 메카 보다 메디나는 지중해 쪽과 더 가까운 지형도 감안하지 않았을까요.”

마흐무드는 당돌했다. 그의 눈빛이 처음 인사를 나눌 때보다는 훨씬 날카로워져 있었다. 지중해쪽이 가깝다는 말은 대륙진출을 꿈꾼다는 뜻이다. 알로펜은 등에서 식은땀이 흐름을 느꼈다.

알로펜은 아라비아에서 발버둥 치다가 사라질 것으로 알았는데 무함마드의 직계 제자도 아닌듯한 인물로부터 지중해 진출을 의식한듯한 말을 듣자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주교님, 저희에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저희는 모르는 것이 더 많습니다.”

“그래요. 고맙구려. 그런데 마흐무드형제여, 당신들의 예언자 가르침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네, 가르침의 핵심은 이브라함 할아버지께서 모리아 산에서 이쉬마엘을 제물로 바치면서 오직 유일신 알라께 복종해야 한다고 선포하심을 따라서 무조건 저희는 복종하는 자의 길을 가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무슬림의 길입니다.”

“허허, 성경을 억지로 읽는구먼. 성경에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쳤다 했지, 언제 이스마엘이라 했던가?”

안토니가 마흐무드에게 쏘아 부쳤다.

“가만, 가만…. 그래 조금 전에 모리아에 바친 제물이 성경에는 이삭인데 여러분의 선생은 이스마엘이라고 하던가?”

“네, 이쉬마엘이라 하셨습니다. 성경은 이삭이고, 저희도 어려서는 그렇게 배웠으나 대 예언자의 가르침을 받고 보니 이쉬마엘이 맞습니다.”

“왜 그렇죠?”

“장자가 가문의 대표이니 마땅히 이쉬마엘이죠.”

“허허, 이스마엘은 첩의 자식으로 이미 쫓겨나서 아브라함 가문과는 상관이 없어….”

안토니는 싸울듯이 마흐무드 앞으로 다가오며 험한 말을 쏟아낸다.

“여보게 안토니, 조용히해. 내가 지금 손님과 대화를 나누잖아.”

“아이고, 죄송합니다. 주교님.”

안토니가 자기 자리로 물러갔다. 마흐무드의 친구들은 분위기가 냉랭해졌다고 생각했는지 자리를 고쳐앉기도 하고, 뒤를 돌아보는 등 불안해 했다.

“주교님, 저와 내 친구들은 어릴적부터 네스토리우스파 선교사들에게 예수님이 구세주이심을 배웠습니다.”

“뭐, 네스토리우스파 교회에서….”

알로펜은 물론, 안토니와 쿰바홀까지 깜짝 놀라고 있었다.

“그래, 네스토리우스파 교회가 메카에 얼마나 되던가?”

“제일 많죠. 에치오피아 선교사들의 교회와 유대교가 우리 네스토리우스파 교회의 반수 정도입니다. 반도 전체에는 네스토리우스파 교회들이 매우 많습니다. 주교님께서는 네스토리우스파를 아시나요?”

“그래, 알지.”

알로펜이 마흐무드의 두 손을 잡아준다. 친근의 표시일까, 그러나 알로펜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네스토리우스 제자들이 무함마드의 새종교로 옮겨갔다. 다시 그들이 타클라마칸까지 와서 지금 자기 앞에 있음을 확인한 알로펜은 만감이 교차한다.

“조금 전에 안토니 사제께서 이쉬마엘이 모리아 제단에 바쳐진 것이라 하니까 험담까지 하시던데 저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이브라함 할아버지는 두 아들이 있지요. 기독교에서는 이삭을 바치고, 저희 대 예언자가 세우신 새종교는 이쉬마엘을 바쳤으니 이브라함 할아버지는 두 아들 모두 바친 것입니다. 두 아들 모두 바쳤기에 기독교와 우리 대 예언자의 종교는 사실상 하나지요, 또 우리는 형제입니다. 저희 대 예언자는 기독교는 형님이고, 자기는 아우라고 분명히 하셨습니다.”

마흐무드의 말이 장내를 압도했다. 알로펜은 등골이 오싹하는 정도가 아니라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마흐무드의 말이 너무도 당당하고 정직해 보였다.

“여러분, 모두 마흐무드와 같은 생각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마흐무드의 친구들은 한 목소리로 합창을 했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