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이 기쁘지만은 않은 이유 “광복절을 맞으면 무언가 허전한 마음이 든다. 분명히 일제의 압제 하에서. 나라 잃은 설움의 지옥같은 속에서 해방된 감격스러운 날인데….” 2005년 8월의 광복 60절을 맞는 감회를 묻는 질문에 70대의 한 노익장은 이렇게 말한다. 이런 느낌은 비단 이 노인에만 해당되지는 않는 듯 싶다. 외세인 일본의 지배에서는 해방되었지만 그 자리에 또 다른 외세가 들어섰던 것이다. 그러나 1945년 8월 15일 조국의 해방은 외세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싸워 온 분명한 몸짓이 있었다. 외세에 의해 해방이 주어졌다고는 하지만 그 내면에는 한국인의 독립투쟁, 만주와 연해주 지역에서의 항일 무장투쟁, 한국광복군의 대일항전, 민족의 잇단 의거 활동 등은 피나는 싸움 그 자체였다. 1945년 미국과 소련의 지배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해방은 곧 완전한 독립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빈 구석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과 소련은 한민족에게 광복을 선사한다고 했지만 1945년 38선을 경계로 분할점령 되었고 1948년 남북 각각의 단독 정부가 수립되었으며, 1950년에는 급기야 동족 전쟁을 하게 되었다. # 진정한 해방은 화해^통일 그 전쟁은 아직까지 ‘진행중’으로 휴전상태이지 결코 종결이 된 상황이 아니며, 남북간의 대치 또한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8^15 광복이 반세기가 넘는 분단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에 분명 기뻐할 수만은 없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광복이라는 기쁜 사건 뒤에 분단이라는 더 큰 불행이 있었고, 오늘날 우리는 그 한 가운데 살고 있으면서, `완전한 해방'인 ‘평화통일’의 길을 가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알고 있다. 광복6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최근 ‘광복 60주년을 맞이하여 가장 주력해야 할 정부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그와 같은 바람이 표출되고 있다. 614명을 대상으로 한 이 질문에서 29%에 달하는 사람들(179명)이 ‘남북 화해협력’을 꼽고 있다. 이는 과거사 청산(19%), 경제활성화(18%), 국민통합(16%), 한일관계 재정립(16%) 보다 민족의 화해협력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데서도 남북관계가 얼만큼 중요한지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 위원회의 이완범 연구위원은 “8^15는 해방이기는 하지만 진정한 해방은 아니었으며, 부분적인 해방이요, 불완전한 해방이었다”며 진정한 해방의 길을 모색해야 함을 피력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도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중대한 과제라고 말하고 있다. 분단체제가 만들어 낸 여러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데에 기도와 실천을 모으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광복 60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통과의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광복 60주년에 한국교회와 사회에 드리는 글’이라는 내용을 통해 KNCC는 과연 60년이 지난 현재, “우리 민족은 온전한 자존을 지켜내고 있는가? 계승과 혁신을 이루어 과거의 어두운 역사를 거둬내고 있는가? 새로운 문화를 이룩해 가고 있는가? 라는 이런 질문에 부족한 우리를 확인한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고백은 단지 이 단체만의 고백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길을 가기 위해 많은 난제가 있음을 안다. 무엇을 준비하며 극복해 내야 할까.# 어떻게 이뤄나가야 할까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현대 서구 문명의 멸망은 빈곤과 기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포만(飽滿), 즉 너무 먹고 너무 편해서 일어나는 정신적 질환에서 온다고 말했다. 토인비는 영국이 망한 것은 농촌인구의 도시로의 집중, 중산층이 해외여행을 즐기는 것, 온천욕의 유행, 이벤트 붐, 고전 읽기를 외면하는 대중 등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오늘날 우리사회와도 흡사한 모습이다. 지난 7월 광복6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진행하는 포럼에서 국제평화대학원대학교 박성수 명예총장은 “못 먹고 굶주리는 물질적 빈곤이 인류를 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풍요와 게으름, 생각하기를 싫어하는 마음의 병이 쇠망의 원인”이라고 진단하면서 “국난에는 외환보다 내우가 더 무섭다”고 지적했다. “선비의 속성에는 여러 가지 덕목이 있으나 무엇보다도 청렴결백해야 한다. 그리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도덕성과 애국심이 선비의 필수요건이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는 보수냐 혁신이냐,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 젊었느냐 늙었느냐, 코드가 맞느냐 안 맞느냐를 가지고 서로 평가하고 배척하고 있으며, 파벌을 만들고 대립하고 있다. 지금 혁신하는 사람들은 여러 잣대를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고 현실 문제를 해결하려 들고 있지만 어림없는 단견이다.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박 명예총장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다름 아닌 “진정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인가, 또 양심이 있는가 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 이 나라에는 선비가 없으며, 이것은 지진이나 해일 이상의 큰 재난”이라며 “4천만 국민이 모두 나라 걱정은 하지 않는 조선시대의 상인(常人, 쌍놈)이 되었는가”라고 한탄한다. 그는 “새로 태어나야 한다는 선비는 조선시대의 선비가 아니고 사대주의자가 아니며, 애국자요, 유식하고 능력있는 지식인들”이라면서 “이런 선비들이 있다면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추한 현대사가 새로운 현대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정신적인 산물이 약하기 때문일까. 남북의 교류는 활발해지고 빈번해지고 있지만, 그것만큼 남한 내의 갈등은 여전히 커져만 가고 있다. 그러니 ‘국민통합’을 극복과제로 꼽는 이유 또한 당연하다. KNCC는 광복절을 맞이해 발표한 글에서 서구문물이 들어오면서 가치관의 혼란 속에 우리 민족이 가진 훌륭한 자산을 이어내지 못했으며, 우리가 전수받은 신앙 전통 중에서 근본주의 신앙에 경도되면서 몰역사적 신앙전통을 신앙의 금과옥조로 삼는 우를 범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서구문물에 대한 여과 없는 수용은 한국교회가 우리의 전통과 문화에서 단절을 자초했으며, 보편적이고 공교회로서의 자리매김보다 미국교회의 복제판과 같은 성격으로 위치지어지면서 교회의 역할이 왜곡되는 부정적인 요인을 갖게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것이 그동안 한국의 전반적인 흐름이었다면 이제는 거기서 극복해야 함에도 여전히 그곳에 안주하고 있는 행태를 지적하는 부분이다. 동국대 이철기 교수(국제관계학과)는 〈진보평론〉 여름호에서 “말이 좋아 한미공조이지, 사실상 미국의 입장에 대한 지지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미국 공조를 반성해야 한다”면서 “한미공조체제가 정부의 손발을 스스로 묶고 정책의 선택폭을 좁히는 부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구축을 이뤄야 하는 주인공인 남북한 당사자. 언제쯤 서로를 진정으로 신뢰하면서 평화를 이뤄내고 함께 섞여서 살 수 있을까. 또 그것과 함께 남한 내의 여러 갈등들을 풀어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는 자리는 언제쯤이면 가능할까. 광복 60주년에 한반도의 갈라진 허리가 더 부각돼 보인다.양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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