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태종과 단독으로 복음을 말하는 알로펜 주교.



네스토리우스 기독교  중국   景敎  (1)



알로펜 일행 21명 선교단은 당나라 장안성 서북문 앞에 섰다. 그 드넓은 광장이 황포로 뒤덮여 있었다. 전혀 예상해 본 일이 없는 장관이었다.

알로펜은 자기네 일행 말고 또다른 주요 행사가 있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서북문 광장은 서역을 거쳐서 페르시아와 로마로 가고 오는 여행자와 무역 상인들의 길이다. 만약 장안에서 서역을 거쳐서 사마르칸트로 가고, 또 오는 대상들이 각각 낙타나 마필이 1천필씩만 들고 나는 중복행사가 될 경우는 광장에 머무는 마필과 재물, 또 오가는 일행을 합하면 수만명이 모이는 것이 될터이니 쉽게 보기 힘든 장관일 것이다.

그러나 알로펜 일행을 맞이하는 당나라 조정 대신들이 광장 궁성문 입구에 주황빛깔의 큰 차일을 쳐놓고, 그 좌우로 차일이 두대 더 있었다. 그리고 장안성 백성들이 그 주변을 애워싸고 있어서 마치 수만명의 승전군이 개선할 때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는 영접 사절단 같기도 했다.

알로펜은 가마에 오른채 천천히 행사장 가까이 오고 있었다. 그는 중국식 여행 수단인 가마가 몹시 불편했다. 말 한필이면 될 것을 가마를 타야 중국식 예법이라고 우기는 페르시아 정부 외전관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 그의 일행 선교사는 알로펜을 포함하여 21명이고, 페르시아 정부가 파견한 형식으로 된 의전관이 5명이 더 있었다.

의전관 수석관인 아세르기아는 전직 대신 출신으로 크데시폰의 부친 압바스 대감독이 추천한 인물이고, 그 나머지 의전관들은 아세르기아가 선정한 인물들이다.

행사장 1백미터 지점에서 알로펜 주교는 가마에서 내렸다. 당나라 태종이 영접관으로 내보낸 사람이 대신들 중 두번째라면 싫어할 일등공신 방현령이라는 사실 확인과 동시에 알로펜 주교는 가마에서 서둘러 내려왔다.

“이렇게 과분할 수가….”

알로펜은 비록 대국의 후의가 겸허해진 너그러움이라고는 하지만 일개 선교단이 입국하는데 황제의 최고 공신으로 소문난 방현령이 궁성 밖으로 직접 나오다니,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알로펜은 약간 빠른 걸음으로 일행을 이끌고 황포 차일 화려한 모습이 황제가 임허한 듯한 격식과 단상이 상중하로 각기 마련되어 계급의 순서를 느낄만큼의 모습을 보았다. 그 차일 안에 황색·녹색·적청색으로 각기 달리 복색을 한 인물들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앉아 있었다.

방현령은 알로펜이 단상 가까이 오기전에 걸어나왔고, 차일 안에 좌정해 있던 30여 명의 노련한 모습의 조정관리들이 하나둘씩 자리에 일어났다.

“알로펜 주교님, 반갑습니다. 이렇게 와주시니 영광이기도 합니다.”

방현령의 약간 마른얼굴, 미소 가득 품은 얼굴이 매우 친절했다. 총명해 보이는 그의 눈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알로펜의 감정흐름까지 살피는 것 같았다.

“높으신 장관님께서 직접 궁성 밖까지 나오셔서 저 같은 선교사 일행을 마중하신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너무 과분하십니다. 황제께서는 강녕하시는지요.”

“그럼요, 그럼. 사실은 황제께서 직접 이곳으로 나오신다 하셨어요. 제가 극구 말렸습니다. 이리로 오세요. 여기에 잠시 참석해 주세요.”

당나라는 알로펜 주교 일행의 입국에 대하여 상당히 큰 의미를 부여했다. 페르시아 정세가 불안하여 이미 수천을 헤아리는 페르시아 고위 관직 출신이나 주요 상인들이 장안에 자리잡고 있었다.

서역의 미란과 쿠얼러 지방에서 당나라와 페르시아 간의 중간 상권을 쥔 거상들이 일찍이 알로펜을 주목했다. 그는 크데시폰 명문 종교가 압바스 대감독의 아들로써 그 인품과 학덕, 더구나 순수하고 거룩해 보이는 신앙의 열정으로 보아서 로마교회를 앞질러 당나라 기독교의 기반을 다지면 페르시아 기독교가 아시아 선교를 선점할 수 있는데까지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알로펜은 방현령이 주도하는 환영식에서 당나라 정부와 특히 황제의 혜안과 통치역량을 존중한다는 인상 깊은 인사를 남겼다.

방현령의 인도를 받은 알로펜 일행이 궁성으로 들어갔다. 황제 당태종이 반짝이는 황금빛 곤룡포를 입고 어좌에 앉았다가 알로펜이 입궁하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대신들이 ‘황제여, 그러지 마셔야 합니다’면서 말렸으나 한참 장정의 나이인 황제는 마치 달려오듯이 알로펜 주교에게로 왔다.

알로펜은 그 위세에 눌려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일어나시오. 그대는 하늘의 사신, 빛나는 종교의 광영을 앉고 당나라에 오셨소. 나는 알로펜 그대를 앞으로 내 친구로 대할 것이요. 마음껏 뜻을 펴고 꿈을 펼쳐주시오.”

알로펜은 당태종이 그의 손을 잡아 일으키자, 감격하여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알로펜은 당태종 지시로 마련된 자리로 옮겼다. 황제 앞에서 천하의 모든 신하가 무릎을 끓는 형식의 자리 배치가 아니라, 방문국 황제나 국왕들과 마주앉는 별실로 알로펜을 이끌었다. 국빈의 예로 당나라 황제와 마주 앉아서 차를 나누는 알로펜은 간신히 감정을 가라앉히고 황제에게 정식으로 사례의 인사를 올렸다.
“주교님, 짐은 당신을 하늘의 천사를 접대하는 예로써 맞이합니다. 천상의 예법으로 말입니다.”

알로펜은 두 손을 모아쥐고 감사의 예를 올렸다.

“방현령 대신 어디 있소?”

황제가 방현령을 불렀다. 방현령이 곧바로 두 사람이 마주앉은 별실로 들어왔다.

“방 대신! 내가 준비해둔 대로 알로펜 주교 일행이 사용할 건물을 일러주시오. 바로 내 집무실 가까운 곳에 거처를 마련했어요. 선교단 일행 모두가 함께 지내면서 여독이 풀리는대로 경전(성경)을 중국어로 번역하는 일에 박차를 가해주시오. 나는 당신들의 성경이 진경(眞經)임을 들어서 알고 있소. 그리고 주교님은 매일같이 내게 성경을 가르쳐 주시오.”

“황공 무지로 소이다. 황제폐하”.

알로펜은 당태종의 파격적인 후의에 다시 한 번 감격했다.

“방 대신!”

“네, 폐하.”

“궁성 안의 생활이 불편할 수도 있으니 우선 장소를 알로펜 주교와 상의하여 서양에서는 교회당이라 하는 데, 당나라를 대표할 만한 교회당을 하나 지어보도록하시오.”

“네, 황제폐하.”

방현령은 옆에 있는 알로펜 주교를 바라보면서 황제의 명에 크게 답했다.

알로펜 일행은 고된 하루, 벅찬 황제 당태종의 후의에 감사하면서 그들을 위해 황제가 마련해준 거처로 이동했다. 건물구조가 앞으로는 3층, 밖으로는 나가서 뒤뜰로 가보면 2층이었다.

단순한 가옥이 아니었다. 절반은 사무실이고, 각각 사용할 수 있는 방이 30개 정도로 되있었다.

2층은 절반가량이 회당 회의실용으로 마련되었고, 나머지 절반은 알로펜의 집무실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일었다.

“여러분, 다들 짐을 풀고 우선 회의실로 모이시오.”

알로펜은 아직도 흥분된 기분이었다. 황제가 이방종교일 뿐인 기독교에게 왜 이같은 친절과 파격을 행사하는지 도무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다.

로마와 페르시아의 무역경쟁에서 페르시아를 선택한 것일까, 로마나 페르시아의 기독교가 똑같은데 저들 당나라가 생각할 때는 페르시아 기독교가 다루기가 쉽다고 판단한 결과일까지도 생각을 해보았다.

“주교님, 하나님께서 주교님의 아시아 선교를 인도하십니다. 어디 당나라 뿐입니까. 앞으로 저 북방민족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당나라를 뛰어넘으면 세계가 우리를 부를 것입니다.”

마리아 교수가 당찬 포부를 표현하고 나섰다.

“교수님, 일찍이 품으셨던 꿈을 펴십시오.”

알로펜의 화답이었다.

“그러겠습니다. 하루하루를 마치 1년처럼 세월을 아끼면서 당나라 황제가 희망하는 기독교의 모습을 보여주고, 저들 중국인들이 지금 이 시간 뿐 아니라 영원히 우리 기독교를 흠모하고 존경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마리아 교수의 자신감 넘치는 각오가 이어졌다.

“우리 마리아 교수님이 전혀 달라진 모습이세요. 눈이 부셔요. 하시는 말씀이 매우 자신감이 넘치세요. 왜 그러세요 교수님.”

드보라가 생글거리며 말했다.

“드보라는 그것도 모르나? 난 말야, 이제는 주교님과 헤어질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좋아요. 마음껏 일하고, 마음껏 투정하고, 마음껏 요구하면서 살아갈거야.”

마리아의 이 말을 알아듣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일부는 무슨 말인가하고 웃는 시늉만 하고 몇몇이서만 호호 깔깔 웃어 넘겼다. 알로펜도 같이 웃으면서 뛰뜰로 연결된 서쪽하늘의 태양이 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다음날, 황궁으로 들어갔다. 황제와 약속한 성경공부 시간이었다. 황제 뿐 아니라 대신들 또는 중국의 고명한 학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중국은 의관을 정제한 사람으로 궁성출입자 수준이면 모두 대학교수급 학자이거나 문인 또는 시인들이니 중국에 가서 섣불리 지식자랑 하지 말라는 것을 알로펜은 알고 있다.

황제 당태종과 유명 대신들과 학자들 앞에서 알로펜의 기독교 강화가 시작되었다.

“기독교의 하나님은 중국의 천제와 크게 다르지 않는 세상경영의 포부를 가지고 계십니다. 성경 창세기 에덴동산 편을 보면 아담과 그 아내가 하나님이 금하시는 선악과를 먹었어요. 동산의 모든 과일은 다 먹어도 좋으나 동산 중앙의 나무과일은 먹지말라는 하나님의 엄명을 아담부부가 어겼습니다”.

하나님은 에덴에서 아담부부를 추방했어요. 그리고 그 동산의 출입문을 막아버렸습니다. 세상으로 쫓겨가는 자기 아들과 며느리에게 가죽옷 한벌 입혀주신 하나님은 “아담아, 너의 아내는 해산의 고통을 할 것이며, 너는 가시밭 엉겅퀴나 가시덤불 밭에서 농사를 지어먹고 살아야 하느니라. 아담은 가시밭 엉겅퀴라는 말에 질겁을 했어요. 어찌 그렇게 힘든 농사를 지어야 하나요. 더구나 가시밭 엉겅귀 틈새에서 어찌 농사를 짓나요”.

이렇게해서 아담과 그 아내가 세상으로 쫓겨나서 사는데, 어느날 아담이 가시덤불 엉겅퀴 나무가 서로 말을 하는 것을 들었어요. 바람결에 날리는 소리인데, 그 엉겅퀴 밭이 하나님의 보좌였던거예요. 그러니까 아담부부를 에덴동산에서 쫓아내신 하나님이 자기 자신도 자식을 잘못가르쳤다는 죄인의 마음으로 아담이 농사짓는 가시덤불 밭 복판에 엉겅퀴로 남아서 같이 고통을 했던 겁니다. 그러니까 아담은 하나님의 등짝(엉겅퀴나무)을 긁으며 농사를 지었고, 아담의 하와는 하나님의 가슴팍(가시덤불)에 호미질을 하면서 농사를 지었다는 뜻입니다.

이를 정리하면 기독교의 하나님은 하늘 높은 곳에서 호령만 하지 않고 죄를 짓고 고난받는 하나님의 자녀들 현장으로 같이 내려오셔서 죄를 짓고 바보처럼 살아가는 인간들과 동행하면서 그들의 눈에서 눈물을 씻어주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약간은 장황한 알로펜의 인간과 함께 고난받는 하나님 이야기를 듣던 당태종이 벌떡 일어났다.

“알로펜 주교, 바로 그거야. 바로 그같은 하나님(천제)의 아들인(천자) 짐은 당신이 말한 그런 자세로 내 백성을 돌보는 황제가 되고 싶은거야. 당신의 표현이 아직은 내게 익숙하지 않으나 바로 알로펜 주교의 그것이 복음이고, 인간의 자랑이 분명해”.

당대종은 몇번이고 머리를 끄덕이며 알로펜의 총명하고 예리하며 색다른 하나님론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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