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교수 `6^25는 통일 전쟁' 발언 파문을 둘러싼 논쟁

“6^25 전쟁은 북한이 벌인 통일전쟁이자 내전이고, 집안 싸움인 통일 내전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전쟁은 한 달 안에 끝났을 것이고, 기껏해야 사상자는 1만명 정도였을 텐데 미군의 개입으로 399만명이 더 죽었고, 이들에게 미국은 생명을 앗아간 원수라는 내 주장은 틀린 게 없다.”
7월 27일 한 인터넷 매체에 ‘맥아더는 38선 분단 집행의 집달리였다'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칼럼에서 6^25를 ‘통일전쟁이자 내전’이라며 “우리 역사책 어느 곳에서도 왕건이나 견훤을 침략자로 매도하지 않고 오히려 왕건은 통일대업을 이룬 위대한 왕으로 추앙한다”고 주장해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동국대 강정구 교수(사회학과^61세)가 보름 여 지난 뒤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주장은 틀린 게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사실 6^25 한국전쟁은 남북한 모두에게 비극적 사건의 하나다. 남북간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치하던 냉전시기에는 한국전쟁의 성격 규정과 책임 문제에 대해 남북이 자기 중심적 시각으로 접근, 상반된 입장과 평가를 내려온 것이 사실이다.
남한의 경우 한국전쟁은 북한 김일성 공산주의 체제가 적화통일을 목적으로 일으킨 남침전쟁이라는 자유민주적 정체성과 반공주의적 관점에 입각한 입장을 견지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한국전쟁에 대한 해석과 평가는 지금도 유효하지만, 최근 남북 관계와 교류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이런 평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무정부 상태가 아니고서는, 공산주의와 자유주의체제가 모두 인정된 국가가 아니고서는 이같은 발언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거센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강 교수의 7월 발언 이후 보수단체 인사들은 동국대학교에 몰려가 ‘친북 좌파 교수 해임’을 요구했으며, 강 교수의 자택에는 “김정일의 하수인 강정구는 김일성 대학 교수로 살아가라”는 시위가 계속됐다. 광복절 행사 곳곳에서 강정구에 대해 비난은 끊이질 않았다.
강 교수가 몸 담고 있는 동국대 학생들의 찬반 양론도 끊이질 않았다. 북한학과 최옥화 씨는 한 웹진에 기고한 글을 통해 “강 교수님, 당신이 부끄럽다”면서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 누구나 표현할 자유가 있지만 학생을 가르치는 신분일 때는 책임이 따르게 된다. 교수님의 무책임한 발언에 제자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또 인도철학과 김병관 씨는 학교 게시판을 통해 ‘강정구 교수 추방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자유를 위해 산화한 호국영령과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시든지 우리 대학을 떠나 김일성 대학으로 가시든지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귀하와 같은 얼치기들이 권력을 장악해 기업과 자산계층을 개혁대상으로 삼아온 지 오래”라며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자유시민연대(상임공동대표 임광규)는 지난 3일 동국대 총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반역자 강정구를 당장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이 서한에서 자유시민연대는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며, 따라서 학문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으며, 또 누구라도 자유로운 판단으로 역사 해석을 할 수 있는 자유를 갖고 있지만 대한민국 자체를 부정하는 자유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동국대 학생들은 물론 이 나라 젊은이들에게 자해의 역사관과 김정일 정권에 의한 적화통일을 해야 한다는 의식을 심어주고 있는데도 동국대가 왜 이런 현실을 방치하고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국민에게 사과하고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공작과 궤를 같이하고 대한민국에 반역하는 주장을 하는 강정구 교수를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브레이크뉴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김환태 논설위원은 “강 교수가 이론적으로 가치를 상실한 계급갈등 관점에서 본 민족해방 전쟁 즉, 동족 간 내전 또는 미제국주의가 일으켰다는 수정주의 이론에 기초한 강 교수 나름의 북한 편향적 주체통일사관에 입각한 한국전쟁에 대한 해석과 평가는 러시아와 중국측 자료 등에서 밝혀진 김일성, 모택동, 스탈린에 의해 계획, 실천에 옮겨진 남한 적화남침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반하는 선동적 궤변 내지 친북적 신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 정부가 요청하여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미국을 북한 주도의 통일을 방해한 원수이며 맥아더를 우리 민족을 살상한 전쟁광이자 민간인 학살자로 규정한 것은 자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통째로 부정한 반국가적, 반국민적, 반역사적 망언”이라고 비난했다.
그런가 하면 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정창인 기획위원(데일리안)은 ‘좌익세력 몰락의 분수령’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강정구는 몸은 비록 대한민국의 자유롭고 풍요한 사회에 살고 있지만 마음과 정신은 아직도 1950년대 공산주의 이념에 찌들어 있고, 심지어 북한의 군사독재자 김정일을 떠받들고 있다는 사실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7월 27일의 발언에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12일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통일 내전을 부정하는 것은 최소한의 이성적 판단도 못하는 것이다. 북한 지도부가 전쟁을 확대한 게 그냥 사람을 죽이려고 한 것이냐, 통일을 이루려 한 것이다. 맥아더가 38선을 넘어갔을 때 이승만은 왜 사람을 동원해 휴전에 반대했나. 휴전에 참여도 않고 반대 투쟁만 했겠나. 북한 주민을 죽이려는 것인가. 아니다. 통일을 하려는 것이다”면서 “남쪽, 북쪽 모두 통일이 핵심 목표였는데 이게 문제가 된다면 한국 사회는 최소한의 이성마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인터뷰가 진행되자 기자가 “강 교수의 논리적 결론은 북한 중심의 한반도 통일이 정의라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스럽게 반문하자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한 달 정도 만에 전쟁은 북한의 승리로 끝났을 것이고, 북쪽 주도의 통일정부, 사회주의 계파의 연립정부가 들어섰을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라고 부연설명을 했다.
이에 대해 재미저술가 조화유 씨는 한 일간지에서 강 교수의 입장에 반박하는 글을 통해 “미국이 38선을 긋지 않았으면 소련은 한반도 전체를 점령하고 자기네 위성 국가로만들었을 것이다. 그 당시 소련은 이미 동유럽 각국을 위성국가로 만들기 시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시아의 요충 한반도를 위성화하려는 욕심도 분명히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38선을 그어서 우리나라를 분단시킨 게 아니라 38선을 그었기 때문에 남한만은 적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또 “체제야 어떻든 무조건 한반도 통일을 최고의 가치로 치는 것 같은 강 교수의 입장에서는 그때 미국이 38선을 그은 것을 매우 원통하게 생각할 것이며, 그런 생각을 갖는 것은 그의 자유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대부분은 미국이 38선을 그어 한반도 전체의 적화를 막은 것은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자신하면서 “강 교수가 떳떳하게 ‘나는 공산주의자다’라고 선언하면 그의 발언을 크게 문제 삼을 필요가 없겠지만, 그가 공산주의자임을 부인하면서 계속 같은 주장을 반복하면 그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강 교수의 발언에 진보 세력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드러내놓고 강 교수의 발언을 찬성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예장 합동 총회장을 역임한 한명수 목사(경기도 6^15 공동선언준비위원회 상임대표)는 “지난 6^15에 평양에 갔었고, 이번 8^15 광복절에도 방한한 북한 인사들을 많이 만났지만 강 교수의 이 같은 발언에는 찬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소위 말하는 ‘친북’이라 함은 ‘남북공조’를 다져 나가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지 이념 통일을 하자는 것이 아닌데, 그 사람은 너무 한쪽으로 쏠려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강 교수의 발언을 보면서 많은 이들은 광복 60주년에, ‘반쪽’의 기쁨만을 누릴 수 없는 이 한반도에서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것을 수호하고,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몸부림친 역사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재인식했을 것이다, 또한 자유민주주의 토대 위에서 민족의 통일을 이뤄가야 한다는 보다 명확한 재정립이 절실한 시점임을 인식하게 하고 있다. 양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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