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상 고민을 성경적으로 풀어내자"

개척 3년, 지역 주민들 신자로 품고 고민할 문제 함께 고민해 간다
박제된 신앙(교회) 아닌 살아있는 현재로서의 삶 살아내야
문제점 가지고 신학자는 자료 제시, 목회자는 설교-신자는 좇을 것


기획 / 작은(소중한)교회 살리는 이들 ⑤

개척한 지 3년이면 흥망의 갈림길이라고 하는데, 김성수 목사(예드림교회)는 전혀 그렇지 않아 보였다. 교회 간판이나 십자가가 보이지도 않는다. ‘호모북커스’(Homo Bookers, 인간은 책을 읽는 존재다)라는 작은도서관 간판이 그 자리를 잡고 있다.

도서관지기 하는 목사

대학로 혜화동 로터리 부근에 18평 정도 되는 도서관에는 5천여 권의 장서가 빼곡하다. 5~6개 테이블에서 자연스럽게 책을 꺼내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주로 드나드는 사람들은 지역주민들이나 지나가다가 들르는 사람들이다. 도서관 운영은 2년 됐는데 한달 1만원씩 내고 이용하는 회원들이 170여 명이다.

김 목사는 5천여 권의 책들을 선정하고 배치하는 것도 직접 한다. 책 모두는 김 목사 손을 거쳐 머리, 가슴을 통과해야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일반 도서관처럼 대출할 때 필요한 표시(서지)가 없다. 김 목사가 그 책들이 어느 곳에 있는지를 확연히 알기 때문이다.

그의 아이큐가 상당해 보이는 또 다른 일. 이곳에 들른 사람들이 어떤 책을 보고 가는지를 관찰하면 그 사람의 생각이나 고민이 보이고, 또다시 방문하면 그것들을 어느 정도는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매개로 대화가 이어진다.

이 지역 주민 40~50대와 함께 2주에 한번 책읽기 모임을 별도로 한다. 책을 선정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들과도 교재를 통해 여러 고민과 대화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한 주간 동안 두 번의 ‘책읽기 모임’이 있다. 미리 한 주간에 읽을 책을 선정해서 공지하고, 함께 자기가 읽은 것에 대해 나누는 시간이다. 책은 한 권인데, 읽은 사람에 따라 다양한 내용이 표출되어 더 풍부해진다.  

또 한 달에 한두 번은 ‘저자와의 만남’ 시간을 갖는다. 9월에는 〈작은 책방〉, 〈거대한 사기극〉, 〈쩔쩔매는 하나님〉의 저자들과 만난다.   

이렇게 ‘책’을 매개로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일주일이면 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히 책만 읽고 혼자 가는 곳이 아니라 책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얘기하고 듣는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더 나아가 고민과 대안을 찾으려는 고통이 잉태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소중한 만남, 그들을 가슴에 품어 함께 가려는 중심에 김성수 목사가 있고, 그는 그런 의미에서 이들 또한 신자라고 생각하며 온 마음을 다한다.

신자보다도 비신자들이 더 많이 드나든다. 목사가 ‘도서관지기’라서 그들이 불편을 느끼는 것은 거의 없다. 신앙서적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이곳의 책들은 대부분 일반서적이 더 많기 때문에 목사가 운영하는 곳으로 눈치 채지 못하는 이들도 꽤 많을 것이다.

지난 8월 여름에는 처음으로 ‘독서피정’을 2박3일간 다녀왔다. 도서관과 자기가 선정한 책 각 1권씩, 그리고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가져가서 그것을 매개로 대화하며 쉼을 가진 시간이었다. 24명이 함께 했는데, 신자와 비신자 비율이 반반. 신앙적인 얘기에 대한 반응 등 서로에 대한 색다른 경험을 했지만 호응이 좋아 앞으로 계속할 생각이다.

“재미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일반인들이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지 더 확연히 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고민도 더 많이 있지만, 그것이 시대를 사는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피드백 중요시 하는 예드림교회 목사

부목사 생활 12년, 그 긴 세월의 종지부를 찍게 한 것은 과로사를 당한 부교역자의 사안을 대하는 태도였다. 사회에서도 그렇게 처리하면 욕을 당할 수 있을 정도로 야멸차게 비인간적으로 처리하는 데서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모태신앙인 김 목사는 많이 답답했다고 한다. 보수적인 총신대 학교 생활, 합동 교단 소속의 부교역자 사역을 하면서 풀리지 않는 고민을 해결해 보고 싶어서 나름대로 많은 책을 읽으며 숨을 쉬었고, 성경에서 답을 얻기 위해 선교단체(ESF)에서 성경공부를 통해 폭넓은 성경읽기를 체득할 수 있었다.

소위 정통교회라는 틀에 답답함을 느끼는 이들이 김 목사 한 사람 뿐일까. 대부분의 신자들은 자기들의 편안함을 추구하고 안위를 느끼기 위해 교회에 출석할 뿐, 이 시대 속에서 예수님처럼 고민하며 소외되고 낮은 자들을 위로하고, 십자가에 죽기를 기꺼이 수용하지 않는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목회자들 역시 그들의 비위를 맞추고 있는 것이 현실이 아닐까. 성경 속에 나와 있는 삶과 이 시대 속의 상반된 신자(교회)의 모습에서 괴리감을 느낀 이들이 점점 이탈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구약의 예언서를 보십시오. 하나님께 제사 드리지만 역겹다고 하시지 않습니까. 세상 속에서의 삶은 엉터리로 드리면서 주일날 예배는 거룩한 척 하고 있다면 하나님이 그 예배를 받으시겠습니까.”

김 목사는 말한다. 한국교회는 문제를 꺼내놓고 얘기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그러니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이들은 교회를 떠나고, 목회자 역시도 설교자 역할 외에는 삶이 어떠하든, 우리 사회의 고통과 문제가 어떻든 아예 입을 닫아버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이제라도 교회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갖고, 쉽게 결론을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김 목사는 말한다. 자기가 믿고 있는 신앙과 다른 목소리가 있다면 내가 생각하는 신앙이 틀릴 수도 있다는 열린 태도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성경을 잘 읽어내고, 주체적으로 반응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며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신자로, 교회로 서가야 합니다.”

교회에 예배, 헌금, 봉사 등 겉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천국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 땅에서 사람들과 하나님 나라를 어떻게 이루며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며 노력하는 신자가 많아져야 한다고 김 목사는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 이 세상 사람들은 교회에서 희망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부동산 문제나 사교육 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이 많은 구조 속에서 목회자나 신학자 신자들은 성경을 통해 그 해답을 제시해 주기 보다는 그런 문제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식의 일반인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살아내고 있는 모양새 아니냐고 지적한다.

“세상의 고민들을 성경에 접목해서 어떻게 풀어내어 이 땅의 사람들이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게 살 수 있는지 해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길을 열기 위해 고통스럽고 지난한 길이 있더라도 그 길을 갈 수 있는 신자(교회)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그것을 보면서 세상 사람들은 교회를 찾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먼저 성경(교회) 안에만 갇힌 박제돼 있는 모습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꿈틀대며 희망을 선사할 수 있도록 신학자들이 지금 세상(교회)의 문제들을 성경을 토대로 해석해 내야 한다고 말한다.



                   주중에는 도서관, 주일에는 예배공동체 장소로 사용된다.


“성경 속에는 얼마나 불편한 것들이 많이 있습니까. 그런데 더 이상 그런 것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기들이 믿고 싶고 읽고 싶은 것대로만 하려고 합니다.”

예드림교회에는 3가정과 청년들이 함께 주일날 예배를 드린다. 그리고 1시간 30분 정도 그날 들은 설교 내용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거리낌 없이 나눈다. 목회자는 얼마만큼 본문의 내용이 소화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신자들은 풀리지 않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길’을 찾아가게 된다.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절망이라고 말했다.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하나님의 교회로서의 모습으로 서가기에는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절망이라고 말하면서 김 목사는 그 길에 서 있다.

“몇 명이 됐든 한 사람 한 사람을 세워가는 일이 지금은 필요한 것 같다”면서 “전통교회라 하더라도 자기의 욕심을 지금이라도 내려놓으면 얼마든지 재미있고 의미있게, 건강하게 하나님의 교회로 세워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절망의 터 위에서 김 목사는 희망의 씨를 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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