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안 변경 주질에 있는 경교탑 현장.


네스토리우스 기독교  중국   景敎  (2)


알로펜과 함께 기독교 공부를 마친 당태종은 단 둘이 자리를 옮겨 앉았다.

“황제 폐하! 소신의 청이 하나 있사온데 이를 가납해 주셨으면 하나이다.”

황제는 알로펜의 요구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무엇이오. 말씀해 보시구려.”

황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미소지으며 알로펜을 바라본다.

“폐하! 소신이 폐하의 막중한 은혜를 힘입어 이같은 환대를 받사오니 소신이 폐하의 백성들에게 좋은 일을 하고 싶어서 그럽니다.”

“허어, 말씀해 보시오. 좋은 일이라….”

“네, 그렇습니다. 소신은 페르시아 변경과 중앙아시아 일대를 거쳐서 오늘 이렇게 폐하 앞에 부름받기까지 각처에서 가난한 백성들이 살아갈 날들에 대한 지속적인 생활개선을 신앙생활 보다 먼저 가르쳤습니다. 농사법을 모르는 자들에게 농사기술, 불량한 생활환경을 개선, 미신에 사로잡힌 자들에게 과학적 의료를 위한 병원설립, 그리고 학교를 세워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그 다음에야 신앙훈련을 본격적으로 시켰습니다.”

“하하, 그래. 바로 그거로구먼. 그래, 우리 당나라에도 그같은 교육환경이 필요합니다. 당장 장안 백성들을 위한 준비를 하시오. 뭐, 농사기술학교, 병원, 학교 등 우선 손쉬운 것부터 부탁하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러나 너무 갑작스럽게 소란을 피우면 자칫 부작용이 날 수 있사오니 한동안 소인이 해당 지역을 선정하고 주민들의 실태를 조심스럽게 파악해 보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 그런가요. 그러나 주교는 너무 움츠러들지 마시오. 짐이 주교의 선교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우리다.”

황제는 말을 하면서도 알로펜의 조심스런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황제인 내가 저를 도와줄 마음이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는 노련한 지혜를 찾고 있다고 보았다. 역시 만만치 않은 인물이야.

알로펜은 자기 자리 사무실로 돌아가서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모두들 모여들었다.

“우선 선교위원 모임으로 합시다.”

저들은 선교위원회, 교무위원회, 사회위원회의 3개 조직을 임시로 각각 7명씩 배정하였다.

“선교위원들 모두 모였습니다.”

마리아가 보고했다.

“내가 오늘 황제에게 우리들이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교육과 선교를 병행했던 말씀을 드렸어요. 황제는 내 뜻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아직은 조심스럽지 않을까요? 먼저 황제의 가족이나 대신들과 친분을 쌓는 일이 먼저가 아닐까요?”

마리아의 의견이었다.

“그 말도 옳소. 나는 마리아 교수의 생각을 포함하면서 다음 계획을 말하는 것입니다.”

“본격 선교활동에 들어가기 전에 당나라 황제는 성경번역을 서두르라 하셨잖아요.”

“물론이오. 이 문제를 논의한 후 번역위원회로 모일터이니 준비토록 하시오. 그러나 내가 황제에게 우리 선교단의 특성을 서둘러서 말씀드린 것은 앞으로 있을 문제들을 미리서 차단해 보려는 뜻이 있습니다.”

“그게 뭔가요?”

드보라가 긴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당나라가 주는 혜택에 좋아라 하면서 넋을 잃고 있다가는 당나라에 갇히고 맙니다.”

“당나라에 갇히다니요?”

드보라는 깜짝 놀랐다. 갇히다니, 갇힌다는 말씀이 무엇을 말씀하는 것일까. 드보라는 알로펜 주교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갇힌다니까 감옥에 갈까봐서 겁을 먹는 것인가?”

“아, 아닙니다.”

드보라가 멋적게 웃었다.

“당나라는 지금 자신감이 넘쳐 있어요. 특히 황제가 대단한 기질을 지닌 영웅이오. 일단은 전쟁터에서 연전연승을 한 장군인데다 중국 본토인과 이방인의 피가 섞여 있어서 도발성 성격도 뚜렷하고, 우리 페르시아에 대한 정세가 밝은 점을 포함하여 저가 로마제국도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로마제국을 두려워하지 않다니요.”

“그렇소. 당태종은 페르시아인이 가지고 온 로마의 기독교를 매우 기뻐하고 있소. 그래서 우리를 환대한 것입니다.”

“주교님,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가 자칫 황궁에 갇히기 이전에 행사하겠다는 선교계획을 말씀하시다가 다른 말씀을 하고 계세요.”

“뭐, 그런가. 응, 그렇지. 페르시아인의 손에 들린 로마, 로마는 기독교지. 로마인이 가지고 온 기독교이면 당나라가 이렇듯 우리를 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나는 늘 하고 있었지요.”

“아하, 생각이 만들어지려고 하네요.”

마리아 교수가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알로펜 곁으로 한걸음 다가 앉는다.

“뭔데요?”

“아직은 생각중입니다.”

“중국은 외래사상을 반드시 자기의 것으로 만들 자신감이 있을때 손을 내민다. 그들은 어떤 이방문화 앞에서도 철저한 검증을 한 후에 자신감이 붙으면 덤벼들어 먹어 치운다. 그들은 먹혀서 먹는 법까지 알고 있는 대담무쌍한 종류들이죠.”

“하아, 그런가요. 그럼 우리가 가지고 온 기독교도 먹어치울 준비를 다 했다는 것인가요?”

“그렇지. 그래서 내가 먹히지 않고, 적정 수준의 선물과 함께 저들 중국을 우리가 잡아서 길들여볼 계획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와하, 주교님 대단하시네요.”

마리아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황궁에 갇혀서 황실종교가 되지 않으려면 민간들의 살림 현장으로 달려가야 해요.”

“아, 그렇군요.”

“그게요, 우리 기독교가 콘스탄티누스의 품에 안겨서 살아오다가 현재 무능한 종교가 되어버린 것이잖아요.”

모두들 알로펜의 말을 듣고 무릎을 치고 고개를 끄덕이는 등 감동적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중앙아시아나 페르시아 변방은 왕권이 미치지 못한 지역들이니까 ‘네스토리안 선교방법’이 통했고, 성공했지만 중국은 다르지 않겠어요.”

드보라의 말이었다.

“그런 점도 있지. 그러나 당나라라고 별다를 것이 없을 거야. 우리가 성 밖의 민간들과 어떻게 사귐을 갖느냐에 달려 있겠지.”

“인간은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지요. 우리 기독교가 콘스탄티누스라는 영웅적 인물을 4세기에 얻었고, 중국은 지금 당태종이 콘스탄티누스와 같은 영웅이 아닐까요. 대개 이런 인물들은 종교마저도 겁을 먹지 않고 마치 점령국 가까이 접근하듯이 덤벼들지요.”

좀처럼 말을 잘 하지 않던 다마스커스의 다비드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의 말은 인간의 종교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가진 사람의 말이었다.

“오호, 다비드 당신의 말에는 무게가 있구려. 그래, 그렇지. 당태종이 우리를 환대하고 우리에게 이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곧 우리에게 당나라 최고의 교회당을 약속한 것까지도 다 그들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겠지.”
“문제될 것 없습니다. 하나씩 해결해 갑시다. 장안성 외곽으로 오늘 당장 나가 볼까요?”

마리아 교수가 곧바로 일어설 듯이 서둘렀다.

“서두르지 마세요. 조용히 내일이라도 개별적으로 천천히 살펴봅시다.”

알로펜이었다.

“주교님, 성경번역위원회 모임도 지금 가지실 계획이십니까?”

마리아 교수의 질문이다.

“가져야 하겠으나 오늘은 먼저 우리 둘이 생각을 맞춰볼까요.”

“드보라도 합석시키시죠.”

“그러지 뭐. 두 분이 생각을 해둔 것이 있나요?”

“네. 마리아 교수님이 성경 번역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셨나봐요.”

“그래, 고맙군요. 어디 말씀해 보세요.”

“주교님, 무엇보다 먼저 우리 기독교의 이름이 당나라에서 공식화되어야 합니다. 얼핏 들으니 당나라 황제는 우리 예수님의 종교를 ‘빛나는 종교’(景敎)로 부르는 것 같더군요.”

“그건 말이 안되지. 내일은 내가 황제를 만나서 공식화 하겠어요. ‘기독교’라고 말입니다.”

“중국인들은 자기들 식으로 이름을 짓고 평가를 하고들 있지요.”

“아니야. 마리아 교수는 걱정하지 마시오. 기독교의 이름은 벌써 6백년 전부터 기독교입니다. 중국의 말이나 글에서도 그리스도 예수를 그리스도 예수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성경을 번역하는 문제 보다 교리신학 용어를 확정해 가는 문제가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우리보다 중국에 먼저 와서 자리잡은 불교식 용어가 우리에게 부담이 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하여 중국 종교인 도교는 우리에게 더 큰 위협이 됩니다.”

“그렇군요. 우리 앞에 많은 난관이 있겠으나 이 모든 두려움들은 우리를 억압하지 못합니다. 여러분, 우리 스스로가 기독교의 전도자이기는 하지만 기독교를 지키는 자들은 아닙니다. 하나님 자신이 기독교를 지켜주시고, 기독교를 통하여 기독교의 영광을 드러내실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당나라 심장부인 황제궁 안에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이 저녁안에 하늘의 지혜로 우리를 지켜주실 것입니다.”

“저희 모두는 주교님 말씀에 무조건 아멘입니다. 저희도 오늘 저녁이 지나기 전에 저희 모두와 주교님에게 하나님의 권능이 함께하는 지혜 주시기를 위해서 기도하겠습니다.”

오후 늦은 시간 알로펜은 혼자서 궁성 안을 조용히 거닐고 있었다. 멀찍이서 다마스커스의 다비드와 드보라가 알로펜을 바라보고 있었다. 알로펜은 오늘 중으로 방현령을 한번 만나보았으면 했다.

방현령에게도 당태종에게 건의한 민간학교 문제를 의논하고 싶었다. 어찌보면 황제에게 건의하기 전 방현령과 사전대화를 먼저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느낌을 뒤늦게 하게 되었다.

대신들이 머문다는 청사 쪽으로 조심스럽게 걸었다. 그저 무심한 마음으로였다. 마침 청색 도포를 입은 관리가 한 사람 지나갔다.

“이보시오. 관리님, 잠시만. 저는 알로펜 주교인데 뭐 좀 묻고 싶소.”

청년 관리가 알로펜을 알아보고는 가까이로 다가온다.

“아이고, 주교님. 어찌 나오셨어요?”

“네, 바람을 쏘이고 싶어서요. 그런데 혹시 방현령 대신 아직 퇴청하지 않으셨나요?”

“글쎄올시다.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 보세요. 제가 다녀오리다.”

알로펜은 심호흡을 하면서 먼 하늘을 바라본다. 장안의 가을 하늘이 파랗고 멀리 보였다.

“주교님, 주교님, 안으로 드시랍니다.”

청포 관리를 따라 홍포를 입은 관인이 따라 나왔다. 그가 알로펜을 안내하려 나온 것 같다.

“주교님, 어서 오시오. 이 어인 행차십니까?”

방현령이 문밖까지 나와서 알로펜을 방으로 안내했다. 자리를 각기 잡은 후 방현령이 역시 그의 눈웃음으로 상대를 편케 하면서 말했다.

“이 늦은 시간에 여기까지 어찌 오셨나요?”

“아니, 아니오. 그냥 발걸음 따라 오후의 궁성을 거닐다가 문득 방 대감이 생각났습니다.”

“그러셨군요. 저도 주교님을 생각하고 있던 참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네, 황제께서 주교님을 칭찬하시더군요. 궁성 밖 도시 변두리나 농촌지역의 선교활동을 기뻐하셨어요. 신민들의 안녕에 대한 처방책이라면서 너무나 좋아하시는 거예요. 이거 자칫 내 감투 주교님께 빼앗기는 것 아닌지 모르겠어요.”

“어, 무슨 말씀!”

알로펜은 방현령의 말에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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