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토리우스 기독교 중국  景敎 (4)


‘주교님, 우리 황제께서 景敎로 이미 낙점을 하신 줄을 모르셨나요?’.

알로펜 주교는 혼자서 궁리 중에 방현령의 말을 떠올렸다. 이미 황제가 남의 종교 이름을 자기 마음대로 결정을 하다니…, 그래서 황제인가? 황제는 종교의 이름도 자기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 사람도 죽이고 살릴 수 있는 신분인가?

콘스탄티누스가 떠오른다. 그는 로마의 신흥종교로 떠오르는 기독교를 알았다. 박해의 극한을 달려오는 기독교였으나 로마 황제가 돕지 않아도 머지 않아서 박해를 청산하고 자신의 위력을 발휘할 종교라는 것까지도 알았다. 그는 기독교에게 손짓했다.

드디어 콘스탄티누스는 기독교의 십자가를 동원하여 자기의 정치적 라이벌 막센티우스를 제압하고, 기독교 박해 중지령을 선포했다. 더 나아가서 그는 니케아 종교회의(AD 325)를 열어 신인 양성론과 단성론으로 갈려있던 기독교 기본교리인 기독론을 ‘혼성 기독론’으로 한 자기식 기독교를 만들려고 그의 권력을 동원했었다.

당태종의 기독교 이름 흔들기나 콘스탄티누스의 기독론 훼손 야욕이 비슷한 것이라고 본 알로펜은 권력과 종교의 비정한 관계를 떠올리면서 씁쓸한 기분이었다.

“주교님! 무슨 언짢은 일이라도….”

마리아 교수가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아니오, 당나라가 우리 기독교 이름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걱정하는 중이오.”

“기독교 이름이라니요. 그 무슨 말씀이세요. 기독교는 기독교일 뿐이죠.”

“그게 쉽지가 않아서 그렇습니다.”

“…….”

마리아는 사안의 심각성을 알아차렸다. 더 이상 말 이어가기가 조심스럽다. 그녀는 입을 다물고 알로펜의 다음 말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그는 더 말하지 않고 성경책을 뒤적이고 있었다. 어느 부분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무료하고 난처할 때의 그저 무심한 동작일 뿐이었다.

“주교님, 번역위원회 모임을 청합니다.”

마리아는 알로펜의 감정을 개인의 것으로 치부하고 번역위원 모임을 갖고 싶다고 했다.

“응, 그렇죠. 어서 모입시다. 나도 참석하겠소.”

알로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현기증을 느끼는지 고개를 좌우로 흔들다가, 두 손으로 양쪽 귀밑을 잠시 감싸쥐었다. 그리고 손을 곧 내렸다.

마리아 교수는 모른척하면서 위원들 요수아, 기드온, 다비드, 레위를 점검하고 앞자리에 앉았다. 알로펜의 자리는 그의 곁에 별석으로 마련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우리 기독교의 이름을 중국어로 어떻게 표현함이 가장 적합한가, 그리고 성부·성자·성령 하나님의 중국어 표현을 확정함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제가 며칠 동안 중국의 언어학자 두 분의 자문을 받아서 정리한 중간 발표를 하겠습니다. 먼저 기독교의 이름인데 이 부분은 황제가 선택하신다면서 양해를 구하더군요.”

“잠깐, 언제 그런 일이 있었죠?”

알로펜이 마리아 교수에게 묻는다.

“네, 제가 자문을 구한 중국인은 양수언, 조문성 이라는 미관 말직으로 문부성에서 일한다더군요.”

“그래, 기독교 명을 말하니까 그것은 황제의 몫이라고 하던가요?”

“네, 황제와 주교님이 결정할 사안이라더군요.”

알로펜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혹시 황제와 그 문제로 상의하셨나요?”

“상의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당했어요. 황제는 빛나는 종교, 곧 景敎로 작정한 듯 했어요.”

“주교님, 마리아의 소견은 景敎라고 당태종이 고집한다고 해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봅니다. 기독교는 이미 6백여 년 전에 로마제국과 그 주변 국가들에서 불리어져 왔습니다. 당나라가 조금 크다고는 하지만 동방의 나라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경교로 부르겠다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별 탈이 없을 것입니다. 기독교를 중국에서는 ‘경교’로 부른다고 하면 됩니다. 그리고 중국의 당나라입니다. 당나라 만큼 한 나라가 불과 몇 년 전에 바로 이곳에 있었습니다. 그 이름은 수나라 입니다. 수나라보다 더 큰 나라가 3백여 년 전에 여기 장안에 수도를 두고 있었죠. 한나라와 그 이전에는 진나라가 있었습니다. 당나라 이후에 왕조가 새로 서지 말라는 법이 있습니까? 당나라가 기독교를 ‘경교’로 호칭한다면 받아줘도 큰 일 아닙니다. 주교님, 제가 당돌했나요?”

“아니오, 대단히 현명한 판단이오. 내 귀가 번쩍했어요. 역시 마리아 교수님은 최고입니다.”

알로펜이 활짝 웃었다.

“아이, 별 말씀. 과찬이십니다. 주교님!”

마리아는 알로펜의 표정이 밝아지자 마음이 가벼워지고 신바람까지 났다.

“그 다음 우리에게 중요한 결정으로 성부·성자·성령,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호칭을 당나라 표기로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 가운데 의견 있으면 먼저 말씀해 주시오.”

기드온이 발언신청의 뜻으로 오른손을 들었다.

“말씀하시오.”

“앞으로 우리는 로마 곧 라틴어와 시리아어 사이에서 간혹 갈등을 겪기도 하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줄 압니다. 그래서…”

“아, 잠깐….”

알로펜이 기드온의 의견을 가로막았다.

“미안해요. 기드온 형제. 내 생각에는 시리아어는 로마가 아니기에 당나라에서는 더 친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꼭 알고 넘어가야 할 것은 시리아 문화, 시리아 언어 속에 함께 하는 함정이 있어요. 그게 바로 시리아, 앗시리아, 메소포타미아 지역이 유사지역인데 안타깝께도 기독교 성향으로 볼 때, ‘단성론 기독교’ 지역임을 감안해야 합니다. 언어는 문화요, 사상의 요체이기에 깊이 살펴서 선택해야 합니다.”

“네, 주교님. 알겠습니다. 그럼, 제 의견은 잠시 보류하고 다른 분이 먼저 말씀해 주시죠.”

“저 다비드가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번역이란 해당 민족의 고유한 원칙이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그 민족이 문화적 연륜을 가졌다면 더더욱 그들대로의 기준이 있을 것입니다. 당나라의 경우는 스스로를 대국으로 자부하고 있으며, 실제로 그들은 지금으로부터 2천여 년 전부터 문명국으로 자부해온 나라입니다. 해서 저들의 언어, 외국어나 외래어 관리기준이 있습니다. 더구나 당나라는 우리 기독교 보다 먼저 자기 나라에서 도(道)를 전파한 불교가 중국 종교인 도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중국식 불교’로 만들려는 중국인들의 야심을 볼 수 있습니다.”

“아, 잠깐. 말을 잘라서 미안한데, 중국인들이 불교를 중국에서 발생한 종교로 보고 있다는 증거를 어떻게 증거할 수 있나요?”

알로펜의 질문이었다.

“네, 아직은 제 실력이 부족해서 더 이상은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의 도교나 천축국의 불교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중국인들은 지난 3백여 년 동안 열심히 불교의 중국화를 시도했습니다. 그것은 불경을 중국어로 번역하면서 일구어내는 작업입니다. 저희로서도 얼마간은 각오해야 합니다. 중국의 종교언어, 불교에 적용한 종교언어를 저희 기독교에도 차용하는 방향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난주 시내 황하가 흐르는 앞산 높은 곳에 경교비를 꼭 닮은 탑을 감상한다.

“주교님, 제가 너무 많은 말을 하는 것은 아닌지요?”

“아니오. 더 말해 보시오.”

“네, 우선 삼위일체 하나님을 어떻게 표현할 것 같습니까?”

“글쎄요, 三位一體를 쓴 다음 하나님은 중국에서 상제(上帝) 또는 천제(天帝)로 쓸 수 있지 않을까요.”
마리아 교수의 의견이다.

“다른 분들은 어떤 의견이신가요?”

다비드는 요수아나 기드온, 그리고 레위를 향햐여 할 말이 있느냐는 듯이 바라본다. 그들은 잘 모르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삼위일체 하나님이면 성부·성자·성령 하나님까지 한꺼번에 이어서 표현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삼위 하나님께서 각 위마다 특성이 있잖아요. 자애로우신 하나님, 죽기까지 복종하시는 성자시며, 하나님의 기운으로 충만하신 하나님으로의 성령님을 가장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

모두들 할 말을 찾지 못한다.

“제가 마리아 교수님 도움으로 양 수언이라는 젊은 학자와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의견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그가 말했고, 또 나 역시 거부하기가 쉽지 않은 중간 답이 여기 있습니다. 자비로우신 하나님, 하나님 말씀에 복종하시는 성자, 하나님의 권능으로 충만하신 성령님을 양 수언 선생은 자부명자정풍왕(慈父明子淨風王)으로 번역하더군요. 자비하신 아버지 하나님, 아들에게 밝을 명(明)자를 배치하는 것은 중국 한자의 ‘明’이라는 말 속에서 전후좌우를 명쾌하게 잘 알아서 행동한다는 뜻을 담고 있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완전히 복종하신 아들 하나님이 되겠고, 정풍왕(淨風王)은 하나님의 권능을 동반한 왕 같은 존재로서의 성령님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허허, 만족하지 않군요.”

알로펜의 반응이었다.

“다비드님! 예수 그리스도는 어떻게 표현하던가요? 또 메시아 예수는요?”

마리아 교수가 다비드를 통해서 여러분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었다. 마리아는 다비드와 함께 양 수언 씨를 만나서 의견을 나눈 바 있다.

“네, 마리아 교수님. 예수님을 세존(世尊)으로 표기하여 부처님을 부를 때와 같이 쓸 수 있다 했고, 여호와 하나님은 아라허자부(阿羅許慈父), 메시아(彌師許, 미스허)가 음역과 함께 뜻을 찾아가기에는 가까운 표현으로 말하더군요. 예수 그리스도를 세존으로 표기하기 싫으면 성주(聖主) 또는 법왕(法王)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더군요.”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일단 잠시 쉬면서 다음 계획을 세워봅시다.”

알로펜이 정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모두 자리를 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리아 교수 곁으로 모여서 다비드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했다.

“저는 너무 많은 말을 했어요. 양 수언 씨가 학자라고 하기에는 아직 부족하지 않을까요? 또, 우리가 나누는 대화는 의견단계로 보고, 좀 더 우리 쪽에서 능동적으로 노력해야죠.”

“그래요. 다비드님의 생각이 좋아요. 아마 수일 안에 다마스커스에서 지원군이 올 것입니다.”

마리아 교수의 말이다. 언어학자 급이 온다는 것이다.

“주교님께서 수리아 학파를 경계하시잖아요?”

레위의 말이다.

“그렇긴 하지만 중국식 표현법으로 대세가 기울어가려는 시기에 시리아 교회의 도움이라도 받아야 하지 않겠어요.”

“로마에 청원을 하면 어떨까요? 라틴학파 중에서 말입니다.”

기드온의 의견이었다.

“로마교회가 우리의 요구에 응할까? 그 사람들 우리를 못잡아먹어서 한인데 그들이 네스토리우스파 이단자들을 돕는 일이란 없을 겁니다.”

마리아 교수의 단정적인 표현이었다.

“세상을 그렇게 비관적으로 보는 게 아닙니다. 너무하신 것 아닐까요?”

안토니였다. 그는 번역문제에서 소외되었다 해서인지 시무룩해 있더니 마리아의 말꼬리를 잡는다.

“안토니 어르신, 왜 그렇게 마음이 꼬이셨나요. 주교님께 무슨 불만이 있으시나요?”

마리아 교수가 안토니에게 ‘어르신’이라 하면서 접근했다.

“아니죠. 마리아 교수께서 주교님께 섭섭하심이 있는 것 같은데요.”

“뭐가요? 왜 안토니 사제는 나와 주교님 사이를 벌여놓으려고 기를 씁니까?”

마리아가 약간 큰 소리로 말했다. 말을 한 뒤에는 주교의 방을 힐끗 쳐다본다.

“아아니, 천만의 말씀. 제가 왜 두 어른 사이에 훼방을 놓겠어요. 벼락 맞을 소릴랑은 하지를 마세요.”
안토니도 큰 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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