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들소리문학〉 ‘헤브라이즘 특집 대담’에서 한국과 몽골 기독교 비교

샤머니즘과 ‘하늘 신’ 사상의 만남, 신과의 직접 관계
신앙은 감정적으로 반응하되 조직 운영은 합리적으로
교파 다양해도 ‘몽골 기독교’ 하나의 이름으로 연합

 

   
                   민영진 박사                                 윤순재 목사                                 조효근 목사

하나님과 나 사이의 관계로 형성되는 신앙은 다양한 양태로 나타나고 그것의 옳고 그름을 판가름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속에서 하늘(신)과 인간의 직접적인 만남을 신앙전승으로 이어온 몽골의 ‘하늘 신’ 사상과 기독교, 그리고 한민족과의 관계성을 살피는 시도가 있었다. 한국교회가 초기 신앙을 뜨겁게 받아들였던 것과 20년 역사의 역동적인 몽골 교회의 유사성을 비교하는 한편 오늘날 신앙이 도식화 되어가는 한국교회가 회복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해 짚었다.

우주와의 합일 체득

인본주의의 헬레니즘과 신본주의의 헤브라이즘 사이에서 헤브라이즘을 하나님의 구속사 흐름의 원류로 보고 이를 탐색해 온 〈계간 들소리문학〉은 이번 가을호 ‘헤브라이즘 특집 대담’ 열두 번째 자리에 몽골에서 선교사로 20년 간 사역한 윤순재 목사(현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교회 전임목사)를 초청해 이야기를 나눴다.

윤 목사는 몽골에서 한국어 학원으로 출발해 울란바토르대학을 설립, 종합대학으로 발전시켜 괄목할만한 업적을 이루고 2011년 귀국했다.

지난 9월 23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본지 본사에서 민영진 박사(대한성서공회 직전 총무)와 윤순재 목사, 본지 발행인 조효근 목사가 자리한 가운데 진행된 이번 대담에서는 신과 인간의 만남이 직통으로 이뤄지는 몽골인들의 단순명쾌한 신앙 양태에 이야기가 집중됐다.

윤 목사는 몽골인들의 삶과 신앙 속에서 엿볼 수 있는 헤브라이즘의 속성을 소개했다. 그는 무엇보다 몽골의 기원신화가 창세기의 창조설화와 유사한 것에 주목, 몽골의 기원신화에도 창조, 땅 위 구름의 운행, 궁창, 타락 등 창세기 내용과 매우 유사한 것이 구전문학으로 전해 내려왔다고 말했다.

또한 몽골인들의 기독교에 대한 폭발적이며 역동적인 신양 양태에 대해 전통적인 샤머니즘과 하늘 신 숭배 사상의 복합 형태로 나타나는 ‘신과 인간의 직접적인 만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았다.

윤 목사는 “한국교회 초기 모습과 유사하게 몽골인들도 종교적인 열정과 열심이 특징”이라면서 이것은 샤머니즘 전통과 몽골 사람들이 과거부터 가졌던, 푸름을 나타내는 ‘허흐’와 ‘하늘 신’을 나타내는 ‘텡게르’의 합성어인 ‘허흐 텡게르’, 즉 ‘푸른 하늘 신’ 사상의 영향이라고 보고, 이는 칭기즈 칸 시대 이전부터 내려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유목민으로서 자연을 자기 삶의 일부로 여기며 살아가는 생활적인 면과 신앙적으로 푸른 하늘, 우주를 가슴에 품고 사는 신앙적 특성을 설명하면서 “구약성경에 신접한 사람들이 나오는데, 몽골에서는 자연에서 신접하면서 사는 무리들이 있다”며 “자기들이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 역시 자기의 일부로 살아가는 몽골인들은 우주적인 삶을 겁내지 않는다. 우주와의 합일을 삶으로 체득하며 사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본지 발행인 조효근 목사는 “자연으로, 푸른 하늘로, 우주로 확장되는 몽골인들의 삶이 아주 단순명쾌하다”며 “이것이 헤브라이즘적인 신앙과 삶의 유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영진 박사(대한성서공회 직전 총무)도 “몽골의 신관을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자연 속에서 신접해 사는 사람들을 기독교의 성령 충만과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신앙은 감정적, 조직은 합리적

몽골인들의 신앙양태에 이어서 현대 몽골 기독교 현장과 한국교회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집중됐다. 20년의 짧은 역사인 현대 몽골 기독교는 한국교회 초기와 유사하게 뜨거운 신앙으로 부흥을 이뤄가고 있는 한편 70년 간의 사회주의 경험에 따라 교회 공동체로서는 합리적인 의사 결정구조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목사는 “몽골인들에게 샤머니즘적 전통과 하늘 신 숭배 사상이 아주 오래 전부터 뿌리 깊게 내려온 가운데 기독교에 대한 반응도 상당히 열정적”이라면서 “뜨겁게 사모하는 가운데 한국교회 초기와 비슷하게 통성기도, 수련회, 공동체성을 강조한 복음전도 등 신앙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윤 목사는 “한국 개신교 부흥에 끼쳤던 성령의 역사, 원초적인 신앙의 갈망 그런 것들이 몽골 사람들에게 그대로 있다는 것을 20년 동안 확인했다”고 증언했다.

이 대목에서는 한국교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기복사상’에 대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윤 목사는 “한국교회의 뜨거운 종교적 열심의 뿌리는 기복사상과 샤머니즘에 바탕하고 있다”면서 “몽골도 여전히 기복사상과 샤머니즘 사상이 공존하며 아주 뜨겁게 나타나는데 선교사들은 이것의 긍정적인 모습은 부각시키고 부정적인 모습은 배제하려고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윤 목사가 목회했던 교회는 장년 교인 200명 가운데 130명이 십일조를 실천해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재정 자립을 이룰 수 있었던 점, 또 신앙적으로 뜨겁게 반응하는 것도 긍정적인 면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 조 목사는 “샤먼이나 기복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그것에 탐욕이 개입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서 “몽골의 신앙은 그런 원시적인 기복성에 공산 사회주의 70년 경험으로 매우 중요한 장치가 되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한인 디아스포라와 같이 몽골인들도 사회주의가 풀린 후 전 세계에 퍼져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이나 각 곳에서 교회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확립해 가는 것 등도 우리와 유사한 점이라고 짚었다.

반면 한국교회와 몽골교회와의 다른 점도 부각됐다.

신앙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점은 같지만 의사결정이나 운영 면에서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몽골교회는 사회주의 경험으로 교회의 운영이나 결정은 토론을 통해 합리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윤 목사는 “종교적 열심은 있는데 그것이 1인 기복주의나 유교적 권위주의로 가지 않고 사회주의적 전통인 합리성, 토론문화, 공동의 의사결정으로 한다는 점에서 몽골기독교의 희망이 크다”며 한국교회는 교회 운영도 감정적으로 하다 교회 안팎으로 문제가 되고 사회로부터 지탄 받는 현실을 지적했다.

또한 한국교회의 교단 난립 현상을 몽골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짧은 역사이긴 하지만 몽골 기독교는 처음부터 ‘연합’의 기조를 이어왔다는 것이다.

윤 목사는 “몽골에는 전 세계, 전 교단이 다 들어와 있지만 놀랍게도 현지 몽골 기독교는 분열되지 않았다”면서 “몽골 기독교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흐름이 존재하지만 특정 교파나 교단을 내세우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성경 번역도 연합으로 몽골성경번역위원회를 구성해 번역하니까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가 없었고, 연합의 전통을 세우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진취적인 민족성에 의해 선교사에게 의존하지 않고 신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역동적으로 현지인 지도력이 형성되는 등의 모습도 몽골 기독교만의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윤 목사는 몽골 300만 인구 중에 크리스천 비율은 3%이고, 몽골 안에 500개, 한국에 60~70개, 전 세계에 50개의 몽골 교회가 세워져 있는 것을 밝히면서 “몽골인들의 진취적인 특성으로 볼 때 앞으로 몽골 기독교가 몽골 국가 발전과 함께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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