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토리우스 기독교 중국 景敎 (5)

알로펜의 방문이 열린다. 알로펜이 중국식 복색으로 갈아입고 마리아와 안토니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 내방으로 좀 오시오.”

마리아 교수와 안토니가 알로펜의 복색을 바라보면서 웃고 있었다.

“왜들 웃는 거요. 거기들 앉으시오.”

알로펜은 손수 다과를 준비하고 두 사람에게 차를 권했다.

“왜 옷을 갈아 입으셨어요? 당나라 고관처럼 보입니다.”

“아니에요. 내 눈에는 당태종 보다 더 위엄있는 황제 같으신데요.”

마리아가 빙긋이 웃으면서 안토니에게 동의를 구했다.

“그렇긴 합니다만….”

“왜 그러나, 안토니…?”

알로펜이 안토니의 심드렁한 표현에 말꼬리를 물었다.

“주교님께서도 같은 심정이시겠으나 남의 종교의 이름까지 간섭하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당나라 사람들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 아닐까요?”

“그런 점은 있으나 여기는 당나라일세. 역사가 1천년이 훨씬 넘고, 자체 인구가 수천만명이야. 만만한 상대가 아니지.”

“저는 아까 마리아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우리 기독교 이름 문제처럼 저들이 큰소리 친다해도 당나라에서 景敎라고 부르는 것 뿐이잖아요.”

“그게 아니야. 기독교 이름은 그렇다 치더라도 교리문제나 성경번역은 달라요. 한 번 번역되어 정착하면 바꾸기가 쉽지 않아요. 아까 다비드의 말 들어보았지요. 우리 주 예수 이름을 불교식 세존(世尊)으로 부를 수도 있다잖아요. 그건 있을 수 없어요.”

알로펜은 잘라 말했다.

“그건 안되죠. 불교의 석가모니를 통칭하는 세존(世尊)이라니 그게 말이 되느냐고요.”

“너무 낙망하거나 또 당나라를 원망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지금 당나라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온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평생 목표의 주요시기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주 하나님의 지혜를 구해야 합니다.”

“그래, 마리아 교수님 말씀이 옳아요. 참, 사마르칸트 형제들이 언제쯤 올까요?”

“당장 내일이라도 당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리아의 답이었다.

   
투루판 화염산 천불동 경관.

이틀 지나서 사마르칸트에서 일곱 명의 학자들이 장안에 도착했다. 수리아 학파가 아니었다. 신학적으로는 로마 보다는 알렉산드리아를 선택하므로 수리아의 단성론 기독교와는 거리를 둔 사람들이었다. 알로펜의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사마르칸트. 알로펜은 어렸을 때부터 사마르칸트에 대한 연민과 그리움이 있었다. 한번은 외할아버지에게 ‘사도 바울이 사마르칸트까지는 진출했어야 되지 않았을까’라고 여쭈었더니, 바울 선생은 기질상 아시아 체질이 아니고, 또 사도시대의 기독교는 아시아를 곧바로 다가설 수 있을만큼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는 말씀을 들은 일이 있었다.

알로펜은 바울 사도 시대에 사마르칸트 정도까지만 진출했어도 오늘날 불교가 중국에 3백여 년 전에야 본격적인 진출을 했다는데 기독교도 거기에 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찌하는가, 중국 불교는 중국산 도교와 사상적인 일체감까지 가지고 있는데, 저들 두 종교의 정서나 종교적 언어형식까지 그 영향을 우리 기독교가 받게 된다면 어떻게 되나? 열등감은 물론 자존심까지 단단히 상한다.

알로펜은 사마르칸트 신학자들을 접견했다.

“여러분을 급히 오시라고 해서 송구합니다. 우리는 당나라에 들어오기 전에 필요한 준비를 했다고 자부했는데 현지에 와서 보니 특히 성경번역 문제의 전문성이 부족함을 느끼고 있죠. 마리아 교수님의 출중한 실력은 신뢰하지만 어디 혼자서 감당할 수 있나요. 여러분 모두 열과 성을 다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닙니다. 주교님, 주교님이 고마워하실 일이 아니라 저희가 온 몸을 던져서 열심히 주교님을 보필하겠습니다.”

“아, 고맙소. 비잔틴의 요한 박사라 했나요?”

알로펜이 요한을 지적했다.

“제가 답변하죠. 주교님, 비잔틴 출신 요한 선생은 박사로 통합니다. 라틴어, 헬라어는 물론 히브리어에 통달할 뿐 아니라 수리아 방언인 아람어, 또 아라비아어까지도 상당한 실력을 갖춘 우리 선교단의 보배입니다.”

마리아 교수의 설명이다.

“가만히 듣고 있기에는 교수님 말씀이 조금 섭섭합니다. 우리 일행 7명 모두가 박사입니다. 저 쿰가그와 쉐키도 선생을 아시죠. 주교님?”

“그래요. 두 분은 특별히 내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러실 것입니다. 저 쿰가그도 주교님이 사마르칸트에 다녀가신 후 공부 많이 했습니다. 쉐키도 형님은 중국의 학문과 함께 라틴어나 헬라어에 통달한 귀한 분입니다. 요한 박사님, 죄송하나 우리의 쉐키도 박사님도 누구에게든지 뒤지지 않습니다.”

쿰가그의 열변이었다.

마리아 교수가 만족한 듯한 표정으로 쿰가그와 쉐키도를 일으켜 세웠다.

“주교님, 기뻐하세요. 쉐키도 선생과 쿰가그 선생은 우리들의 네스토리우스 선교단 보배가 분명합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뒤지지 않는 학구열과 함께 성경해석 실력이 뛰어나시고, 신앙의 모범입니다.”

“그래요, 내가 사마르칸트에 처음 들렀을 때 두 분이 내게 했던 말, 그리고 그때 내게 심어준 인상이 지금도 눈에 생생합니다. 쉐키도 박사님, 그때 내게 한 말 기억하나요?”

알로펜이 물었으나 쉐키도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내가 말하죠. 그때 쉐키도 님은 단상 쪽으로 달려나와서 나를 얼싸안으며 말했죠. 스승님, 저는 스승님 가시는 목적지 당나라 행 첫번째 제자가 되고 싶습니다. 저들 중국인을 가르치고, 또 그들의 지혜와 지식도 배우겠습니다라고 했었죠.”

쉐키도는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는 “그때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 였노라”고 중얼거린다.

“쿰가그 선생은 내게 한 말을 기억하나요?”

“네, 주교님. 기억합니다. 저는 그때 내 조국 고창에 대한 자랑을 했고, 고창의 기독교가 사마르칸트 다음간다고 했지요. 고창은 큰 도시국가로 당나라 선교의 주요 지역이 된다고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그러자 쿰바홀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여러분, 쿰가그가 제 아들입니다. 또 하나의 아들이 지금 서역에서 활동하죠. 저희 삼부자가 주교님의 손발이 되어 당나라 선교 성공의 희생물이 될 것입니다.”

모인 사람들 모두가 박수를 치면서 쿰바홀의 열심있는 신앙고백에 찬사를 보냈다.

“좋습니다. 일단 사마르칸트 팀이 가세하였으니 성경번역팀은 12명입니다. 본격적으로 번역하되 복음서부터 먼저 착수하세요. 주기도문, 사도행전, 십계명도 함께 작업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알로펜은 궁정으로 들어갈 시간이었다. 황제가 부른 것이다. 아침 시간이 아닌 때에 황제가 찾는 것은 이례적이다.

황제가 기다리는 곳은 접견실이었다. 황제 혼자서가 아니고 방현령을 위시하여 높은 관직의 원로들이 함께 있었다.

알로펜이 맏석으로 가자, 방현령이 큰소리로 알로펜을 불렀다.

“알로펜 주교여! 이 시간은 회의시간이 아니라 대신들이 공으로부터 기독교 가르침을 듣자 하여 황제께서 친히 마련신 자립니다. 폐하께 먼저 예를 표하시오.”

“네, 폐하. 비천한 자에게 이토록 큰 은햬를 베푸시나이까. 황공무지옵나이다.”

말을 마친 알로펜이 낮은 걸음으로 황제 가까이로 다가갔다.

“주교님, 옷이 참 잘 어울립니다. 알로펜 주교는 전생에는 중국에서 태어났던 것 같군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마, 당나라에서 태어난듯 합니다.”

알로펜이 그 스스로가 당나라에서 태어났을 것이라고 말하자 방현령이 말꼬리를 잡았다.

“주교님, 그때는 당나라가 없었소이다.”

그러자 알로펜이 웃으며 다시 말했다.

“방 대감님, 중국 속에 벌써부터 당나라가 존재했음을 모르셨소이까?”

알로펜이 이렇게 말하자 황제인 당태종이 박장대소를 하고 있었다. 신하들도 배꼽을 잡고 웃는다. 방현령 대감만 알로펜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황제가 알로펜에게 묻는다.

“주교여, 경전 번역은 잘 되어가는가?”

“네, 폐하. 순조롭게 진행됩니다. 일전에 사마르칸트에서 신학 전문가들이 몇명이 와서 추가로 참여하였으니 곧 성과가 나리라고 봅니다.”

“그렇구먼. 그런데 도교나 불교가 가지고 있는 유사한 종교언어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고 하던데…”

“네, 폐하! 일반적인 언어에서는 유사어가 함께 쓰여지겠으나 우리의 종교는 차별성이 있습니다. 도교나 불교는 꿈과 이상에 주된 목표를 두고 있으나 저희 종교는 이상과 현실을 균형있게 살피는 종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표현에서도 뚜렷한 구분이 있습니다.”

알로펜의 자신감 넘치는 표현에 방현령 대감이 그의 말을 받았다.

“아니, 나를 만났을 때는 태산이 무너질듯한 고민을 하더니 어찌 황제폐하 앞에서는 말이 그렇게 달라졌소이까?”

방현령은 알로펜을 향해 원망어린 표정을 짓는다.

“방 대감님, 대감님과 대화를 나누던 날 밤, 저의 하나님이 날 찾아오셔서 내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셨답니다. 앞으로 불교나 도교와 상당한 차별성을 가진 선교활동을 통해서 당나라의 융성과 황제 폐하의 이름을 크게 빛나게 할 경교(景敎)가 되라고 말입니다. ”

“어, 어…. 뭐라고? 景敎라고. 당신들의 종교 이름을 언제 경교로 정했습니까?”

“방 대감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황제폐하가 중국이고, 대 당나라이며, 또 하늘이고 땅이신데 폐하의 결심이면 景敎가 되는 것이죠.”

“어, 저런. 알로펜 주교님!”

방현령은 알로펜의 발언에 계속 놀라고 있었다. 그러나 황제를 비롯하여 대신들은 매우 만족해 한다. 알로펜 또한 속이 후련했다. 기독교의 이름을 당태종 식으로 한다고 해서 안타까워 할 것이 없다. 예수 그리스도를 세존(世尊)으로 표기하자고 해서 놀랄 것도 없다. 세존이면 어떤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이에게 붙여준 호칭이 아니겠는가. 이름이 대순가, 이상과 현실에 균형잡힌 생활종교가 기독교 말고 이 세상에 또 있는가. 실력으로 보여주면 되는 것이지.

생각해 보라. 하나님이 사람으로 오셔서 사람노릇과 하나님 노릇을 고르게 하셨고, 더 정확하게 말해서는 하나님 노릇을 포기하고 사람이 되어 사람처럼 사시며, 우는 사람의 눈에서 눈물을 씻어주시며, 고통 당하는 사람과 함께 고통하시는 하나님이 예수신데 예수처럼 살아가는 종교의 참 모습을 당나라에 당당하게 보여주면 되는 것이지.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시오.”

방현령 대감이 알로펜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푹 찌른다.

“아, 네. 대감님. 어떻게 하면 방 대감님께 실망을 드리지 않을까를 생각했습니다.”

“하하, 주교님도 넉살이 참 좋으십니다. 그려.”

알로펜은 이상과 현실의 균형을 잡는 선교활동을 통해서 당나라의 앞날을 지켜주고, 그가 제시하는 기독교의 포부를 열어갈 자신감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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