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토리우스 기독교 중국  景敎 (6)

유승은 3일 정도 장안시 변두리 촌을 다니면서 탁발 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궁궐 뒷방에서 황제의 보호를 받는 살림살이가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안토니의 사무실로 갔다.

“안토니 비서실장님, 제가 좋은 계획을 하나 하고 있습니다. 우리 중국어 공부반은 중국인 촌락을 나서면서 중국말 훈렴 겸 전도의 능력훈련을 3일 정도 하려고 합니다. 안토니 사제님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거 좋은 생각이오. 반드시 성공할거요. 가만있자, 주교님의 허락을 받아야지요. 내가 다녀올께요.”

안토니는 알로펜을 찾아가더니 곧바로 허락을 받아왔다.

“유승 선생님, 제자들을 이끌고 주교님을 찾아보세요.”

“네, 네. 감사합니다.”

   
당현종의 여인녀 양귀비 조각상, 그리고 그녀의 목욕터.

유승 일행은 알로펜의 허락을 받았다. 일단 아침 일찍 궁성을 나서서 저녁때 돌아오기로 했다. 처음부터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알로펜 주교의 당부였다.

저녁 모임이다. 유승의 중국어 공부반 10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안토니가 뒤이어 그들 모임에 참석했다.

“여러분, 여러분 중에 거리 전도 경험이 있는 분은 손들어 보세요?”

안토니의 말에 유승 한 사람을 빼놓고는 아무도 반응이 없다.

“아니, 암몬 형제는 경험이 있지 않나요?”

“아 네, 전도는 아니고, 얻어 먹으면서 여행 경험은 있습니다.”

“아, 그래요.”

“여러분, 하루 정도 장안시 나들이를 나가는 것이지만 단정하고 겸허한 자세여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유승 선생께서 나오셔서 말씀하시죠.”

안토니는 옆자리에 앉는다.

“안토니 사제님의 말씀 잘 들으셨죠. 제 경험으로도 그러합니다. 겸허한 자세입니다. 우리가 내일 아침 이곳을 떠나서 각 가정을 찾아갈 때, 우선 다섯명씩 두 반으로 나누어서 각기 반대 방향으로 갈 것입니다. 내가 이끄는 반은 사샤, 트리온, 삼손 그리고 사울 입니다. 나머지는 암몬 님을 따라서 움직이기를 바랍니다.”

모두가 씩씩하게 대답한다.

“그럼 인사연습을 해보지요. 안녕하세요를 어떻게 합니까?”

“니하오 입니다.”

“네, 그래요. ‘니하오!’라는 말은 아침·점심·저녁 때를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중국 사람들의 기본 인삿말입니다.”

“어디서 왔느냐, 무슨 종교냐고 물으면 우리는 뭐라고 말할까요?”

“잠깐만요, 우리는 일단 복색을 모두 통일해야 합니다. 마리아 교수님이 만들어주신 위아래 통바지 저고리를 입고 허리에는 파란띠를 두르세요. 머리에는 빵모자 입니다.”

암몬의 말이다.

“그건 이미 다 준비된 것이잖아요.”

삼손도 거들었다.

“그렇죠. 아마 잘하면 우리 교단의 단복이 될 것입니다. 좋잖아요. 색깔이 흙색이니 때가 많이 타지도 않을 것이고, 또 겸손한 일꾼 같잖아요.”

사울도 끼어들었다.

“이미 교단의 상징 색깔과 노동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상하의 모두를 마리아 교수님이 만드신 것입니다.”
안토니 사제의 말이었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모자는 마음에 들지 않네요. 챙이 있어야 하잖아요.”

암몬의 말이었다.

“그런가요. 그럼 마리아 교수님과 주교님께 건의해 보겠습니다.”

안토니가 말했다.

“여보슈들, 내가 묻는 말은 묵살할 것인가요?”

“아이쿠, 유승님! 내가 실수했습니다. 어떻게 하죠?”

안토니가 정말로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용서를 구했다.

“별 말씀, 우리 팀들에게 한 말입니다. 여러분 주민들의 질문에는 어떻게 답변하죠?”

“네,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면 페르시아라고 하구요, 종교를 물으면 하나님의 축복 종교라고 하죠 뭐.”

암몬의 답변이다.

“네, 우리들 모두 그와 같은 답변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아니오, 나는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면 황궁에서 왔다고 하렵니다.”

유승의 말이었다.

“네! 황궁이라구요?”

모두들 한 목소리였다. 마치 아우성 같았다.

“그럼요. 우리가 황궁에서 저들에게 가는 거잖아요.”

“그러기는 합니다만….”

안토니가 뒷머리를 긁는다.

“저 유승은 그리할 것입니다. 중국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연후에 조금 더 대화가 진전되면 황제인 당태종이 우리를 불러 후대하고 황궁에 거처를 마련해 주셨으며, 우리의 종교는 경교(景敎)라고 말해 줄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말이 통해야죠.”

“안되면 손짓 발짓을 하고, 또 한문자를 이용해 보세요.”

유승의 말이다. 일행은 일단 궁성 밖으로 나갔다. 10여 명이 떼로 몰려나가니 사람들이 눈여겨 본다. 다섯명씩 두 반으로 나눴다. 맘몬이 이끄는 이들이 궁성의 서편으로 나갔다.

야베스, 샴마이, 에스겔, 에루하, 그리고 맘몬까지 다섯이었다. 그들은 서북쪽으로 큰 길을 따라서 걸었다.

“여러분, 길거리에서 사람을 만나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해야 합니다. 인사 뿐이 아니라 축복을 해야 해요. 하나님을 중국인들은 상제, 천제 등으로 호칭하는데 우리는 천주(天主)로 말하고, ‘천주의 복을 받으시오’라고 하면 됩니다.”

“네, 그러하겠습니다.”

일행 네 명은 암몬의 말에 동감을 표했다. 그들은 큰 길에서 가까운 산아래 마을을 향하여 걸었다. 그들 가는 길 맞은 곳에서 불교 승려인 듯한 사내들 둘이 약간 빠른 걸음으로 암몬 일행 쪽으로 오고 있었다.
“저들은 누굴까요?”

에스겔이 암몬 곁으로 다가서면서 물었다.

“에스겔, 저 사람들은 불교 승들이죠. 저들이 입은 옷과 우리의 옷이 비슷한가요?”

“좀 다르군요. 손에 든 것이 있군요.”

“그건 목탁이야.”

“저들 가까이 오면 인사를 해야겠네요. ‘니하오’라고 말입니다.”

“그게 좋겠지.”

승려들과 마주쳤다. 암몬 일행은 합창이라도 하듯이 ‘니하오’를 힘차게 외쳤다. 불승들은 빙긋이 웃으며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면서 그들 일행을 비켜 지나갔다.

암몬 일행 또한 마을을 향하여 걸었다. 마을 입구에 다달았다. 암몬은 에스겔과 에루하를 지적하여 자기와 함께 가자고 했다. 야베스와 샴마이 둘을 짝지어 주었다.

“우리는 각각 따로 마을 각 가정을 찾아서 하나님의 축복을 빌어주고 이곳에서 만나게 됩니다. 나와 에스겔, 에루하는 이 쪽 끝에서부터 각 가정을 방문합니다. 야베스 샴마이는 저 쪽 끝에서부터 각 가정 방문을 하면서 주민들을 만나세요.”

말을 마치고 암몬은 자기 일행을 이끌고 먼저 걸었다. 가정집을 찾아서 한 걸음씩 앞서서 걷는 암몬은 거침이 없었다.

“천주의 복을 받으세요!”

목소리가 크지는 않았으나 자신감 넘치는 암몬의 말과 행동거지를 뒤따르는 에스겔과 에루하는 미소지으며 따라 말했다. 앞서 걷는 암몬의 가정 방문길은 마치 친구나 친척집을 찾아가는 것 같았다. 그 다음 집을 찾아들었다.

그 집은 잔치집이었다. 마당 가운데 하얀 천으로 하늘을 가리고 마을 주민들 몇이서 둘러 앉아서 객담을 나누고 있었다.

“이 집에 천주님의 복이 임하소서.”

암몬의 선창에 따라서 에루하와 에스겔도 함께 외쳤다. 그리고 막 돌아서려는데 주인집 여인인 듯한 아낙네가 소리쳤다.

“아이고 스님들, 잔치집인데 요기나 하고 가세요.”

암몬 일행이 뒤돌아서서 감사하오나 갈 길이 바쁘다고 했다. 그러자 마당에 둘러앉아 있던 사내들이 복 빌러 다니는 중들이 뭐가 바쁘냐고 했다. 그러는 사이 암몬 일행이 주춤하는 데 집주인 쪽에서 밥상이 날아들었다.

암몬은 판단이 서지 않는지 잠시 망설이다가 자리에 앉는다. 에루하와 에스겔은 암몬의 눈짓이 없어서 엉거주춤 서 있었다. 암몬이 밥상을 붙들고 머리숙여 잠깐 기도하더니 일어서면서 음식을 싸가지고 가겠노라고 했다. 그는 안주머니에서 보자기를 꺼내서 밥과 마른 음식을 보자기에 담았다. 감사하다고 거듭 인사를 하고서는 그 집을 나섰다.

암몬은 다음, 다음 집을 더 지나더니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여보시오들, 여기서 주먹밥 한 웅쿰씩들 입에 털어 넣으시오.”

암몬은 먼저 밥주머니에서 밥을 한 웅큼 꺼내서 먹는다. 그리고 한 주먹씩 에스겔과 에루하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런 밥을 잘 먹어야 하오. 이를 탁발(托鉢)이라 합니다. 우리네 전도자들은 세상을 향하여 무한 개척의 길을 갑니다. 끝이 없어요. 우리 예수님이 오셔서 세상을 다스릴 때까지 끝없는 고난의 순례랍니다.

“네, 암몬 님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에스겔과 엘루하가 같이 말했다. 그들은 주먹밥을 한 웅큼씩 입안에 털어넣고는 다시 걸었다. 그런데, 동구밖 가기전 동네 공동마당이 있었다. 마당에서 몇명씩 놀이를 하는 그룹이 있고, 마당 한 쪽에서 너댓명의 아이들이 암몬 일행을 향하여 알지 못할 소리로 크게 소리쳤다. 욕설 같았다.

그들의 행동을 묵살하고 걸었다. 그런데, 더 큰소리로 욕설을 하면서 돌파매질을 했다. 미처 손을 쓸 여지가 없었다. 엘루하가 ‘악’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머리통을 정통으로 맞은 성 싶었다.
주루룩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에스겔이 돌파매질을 하는 쪽을 잠시 노려보더니, 쫓아가려 들었다.

“에스겔! 안돼!”

암몬이 급히 소리쳤다. 그리고 자기의 옷을 찢어서 에루하의 머리 상처를 싸맸다.

“에루하, 좀 어때, 아프죠?”

암몬이 물었으나 에루하는 고개를 저었다. 암몬이 에스겔을 불렀다. 셋이서 둥그렇게 자리를 잡고 기도했다. ‘주님, 도와주소서. 폭행자를 향해 맞대응하지 말게 하시고, 오히려 용서하는 마음을 갖게 하소서’라고 그들은 기도했다.

암몬이 에루하와 에스겔을 일으켰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시비에 휘말리면 안됩니다. 우리가 언제나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우리가 원해서 찾아온 나라입니다. 저들이 비록 우리에게 얼마간의 폭력을 행했다고 해서 되갚으려 해서는 안됩니다. 때리면 맞고, 주면 먹으면서 저들의 마음이 열리는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야아, 암몬 님. 이제부터 우리의 선생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아니, 새로난 종교를 따르다가 우리 알로펜 주교님을 따른지가 얼마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능숙하시고 늠름하시네요. 나이도 우리 또래인데 저희가 부끄럽군요.”

“아니요, 아닙니다. 내가 무슨 선생이오. 선생은 우리 주 예수님 뿐이고 우리는 모두 형제입니다. 제가 조금 익숙해 보이는 것은 험한 여행을 좀 더 많이 해 본 경험때문이죠. 걱정마세요. 오늘은 이제 출발지 쪽으로 가서 유승 님 일행과 만나는 것이면 일과가 끝나죠. 오늘 우리가 방문한 가정은 얼마나 되나요?”
“예, 마흔 두 가정이고, 폭력 소년들의 동네 마당까지면 마흔 셋이네요.”

야베스 삼마이와 동네 어구에서 만나 다섯이 함께 걸었다.

“유승 선생이 저쪽에서 손짓하네요.”

암몬이 가르키는 곳에 유승과 그의 일행들이 손짓을 하고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암몬 일행이 유승이 기다리는 곳으로 갔다. 에루하가 뛰려하자 암몬이 말렸다. 우리는 뛰는 사람이 아니오. 늘 평화롭게 걸어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암몬 선생님!”

에루하의 장난스러운 말이었다. 머리통이 깨져서 피가 났는데 그는 마음의 평온을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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