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토리우스 기독교  중국  景敎(8)

야난났다. 갈수록 태산일세. 첩자라고 몰아붙이니 속수무책일세. 유승은 생각의 가닥이 잡히지 않았다. 황제의 이름도 들어먹히지 않으니 어찌하는가.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았다. 큰소리 빵빵 치면서 손아래 것들 다루듯이 했던 동료들 대하기가 민망했다.

“내가 미안하게 되었소. 내내 큰소리만 치다가 이꼴이 됐으니 내가 죽일 놈이요. 용서들 해주시오.”

“지금 그런것 걱정하게 됐소. 무슨 방도나 찾아봅시다.”

   
투루판 할머니들과 필자. 얼굴 가리는 것은 ‘미안합니다’라는 그들의 풍습.

사울의 말이었다.

“제가 나가서 자초지종을 말해볼까요?”

삼손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일어서다가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골방에 갇힐 때 발을 헏딛어 다친 듯 했다. 그 때, 장정들이 다시 나타났다.

“너희놈들, 어느 놈이 두령이냐? 응, 너로구나.”

어깨가 딱 부러진 청년이 유승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더니 나오라고 했다.

“그래, 나요. 내가 나가지.”

유승이 가슴을 한 번 펴보이더니 씩 웃으며 골방에서 막 나섰다. 그 순간 좌우에 선 장정들의 발길질이 유승의 가슴팍을 향해 쏟아졌다. 어디서 건방을 떠는거야. 너희놈들은 모두 죽은 목숨이야. 그들은 소리치며 발길질을 퍼부엇다. 모두 손이 등뒤로 묶였고, 한밤 중 주변은 어두워서 유승을 도울 방법이 없었다. 고스란히 당하는 수밖에 없다. 유승은 고꾸라진 채 꼼짝을 하지 않고 있었다. 골방은 다시 잠기고 유승만 개끌리듯이 끌려갔다.

졸지에 말 그대로 개꼴이 된 유승은 잠시 전까지 갇혔던 방보다는 큰 장소로 끌려갔다. 좌우로 그의 어깨를 틀어쥔 장정과 손에 흉기를 든 장정이 유승을 땅바닥에 내던지듯이 내려놓았다.

“나를 어찌할 참이오?”

유승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무엇인가 단단히 오해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혹시 오늘 탁발행을 하면서 그들이 해왔던 행동이 오해를 불렀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유승이 생각을 고르는 그때 처음에 유승 일행을 닥닥할 때 지휘했던 중년 사내가 나타났다. 그는 손에 가죽끈을 쥐고 있었다. 노려보는 눈매가 매섭게 느껴졌다. 그가 입을 열었다.

“너 이놈, 너희 놈들이 황제를 사칭했겠다. 이실직고하라. 너희들은 페르시아 첩자들이지. 그렇지?”

“아니오. 뭔가 오해 있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집어치워라. 나쁜놈들….”

골방에서 유승을 끌어낸 청년 중 가슴이 떡벌어진 자가 손에 쥔 흉기로 유승의 이마를 쥐어박았다.

“아이쿠, 나 죽네.”

유승이 엄살을 부렸다. 엄살이 아니라 그의 이마가 찢어지고 피가 눈가로 흘러내렸다.

“사부님. 이놈들 혹시 좀도둑들 아닐까요? 우리가 생쥐새끼 같은 몇 놈 붙잡고 밤잠 설치는 것은 아닐지요.”

채직을 든 사내를 사부님이라고 했다. 사부님이라…. 그럼 이들이 승려들이 아닐까? 산속의 집 한채 뿐 것으로 보아도 여느 가정과는 다르다. 그렇다고 이 산속에 관청이 있을 것 같지도 않으니 말이다.

“여보슈. 사부님! 뭔가 분명히 오해가 있소. 분명히 저희는 당 황제의 초빙을 받고 온 기독교 중국 선교단이오. 저희의 대표는 알로펜 주교입니다.”

“아니다. 너희놈들은 첩자들이다. 이미 우리는 보고를 받았느니라. 이봐라. 이놈을 거꾸로 매달아두라. 제 정신이 날때까지….”

사부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나가버렸다. 유승은 두 다리까지 묶이고 거꾸로 매달렸다. 천정 기둥에 거꾸로였다. 세 사람 사내들은 어디론가 가버린다. 유승은 고함을 연거푸 질렀다. 고함은 그의 생존법이었다. 컴컴한 밤 누구에겐가 자기 자신의 위험을 알리지 않고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이내 잠겼다. 숨이 막히고 눈알이 튀어나오려 했다. 그는 나무기둥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몸을 안정시킬만한 자세는 되지 않지만 나무기둥 위로 올라가고 싶었다. 그러나 불가능했다. 다시 힘을 모아 소리 질렀다. 하나님을 불렀다. 부처님도 불렀다. 골방에 갇혀 있는 동료들도 불러보았다. 입안에서 구토가 나려했다. 그러나 입안에서는 씁쓸한 침만 흘러나왔다. 정신이 가물가물 했다.

얼마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가. 그는 다시 사부로 불리우는 심문관의 지시로 거꾸로 매달렸던 기둥에서 풀려나서 무릎 꿇려졌다. 오늘 지나온 마을 사람들 중 유승 일행을 고발한 사람이 있었다고 했다. 중국은 앞으로 우리들의 나라가 된다. 불교는 다 몰아내고 우리 종교로 그 자리를 채운다고 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우리나라고 했으니 첩자요, 불교를 몰아낸다 했으니 사이비 종교의 불순분자들이 분명하다고 단정했다. 사부는 결론을 내렸다.

“날이 밝으면 너희 모두 관청으로 넘기겠다. 그러나 너희가 불교를 중국에서 몰아내겠다고 한 말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혀라.”

유승은 아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첩자라는 말은 관청으로 가면 결백이 드러날 수 있으나, 이 사람들이 불교의 중들이라는 심증이 사실로 밝혀지는 것 같아서 허탈했다. 그들은 말하지 않는 유승을 향해서 주먹질을 하려 해다. 폭력을 일삼는 자들을 향해서 분한 마음이 앞서고, 더구나 저들이 승려라는 심증이 차츰 더 확인되어 오자 또다른 배신감이 생겨나기도 했다.

유승은 눈물을 흘렸다. 마음 같아서는 통곡이라도 하고 싶었으나 그냥 눈물 샘이 열리고 눈물이 소리없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치했다. 사내들이 서로 눈을 맞춘다. 사부라는 중늙은이가 유승에게 다시 말을 했다.

“갑자기 벙어리가 된거냐? 왜, 말을 못해!”

“…….”

“좋다. 말하지 않겠다면 그만 두자. 관청에 가서 한 번 당해 보아라!”

그제서야 유승이 입을 열었다.

“좋다. 하나만 묻자. 나와 내 형제들을 짐승 다루듯이 하는 너희들의 신분이나 알아보자. 너희는 도대체 뭘하는 자들이냐?”

‘이 자식이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느냐’면서 유승의 옆구리를 걷어차는 젊은이를 유승이 노려본다.

“이 자식이 노려보는거 봐!”

“어허, 그만 그만!”

젊은이가 다시 발길질 하려는 것을 사부가 막아섰다. 그리고 유승에게 말했다.

“우리는 이 절의 승려들이다. 너희 같은 족보가 없는 이교도들 따위에게 이만한 응징을 해주는 것은 부처님의 자비인줄 알거라.”

유승이 승려 신분을 밝히는 상대자들을 향해 몸을 고쳐 앉으며 호통을 쳤다.

“야, 이놈들. 너희가 부처님의 제자들이냐? 부처가 언제 폭력을 써도 좋다고 하시더냐? 이 나쁜놈들!”

“어허, 이 놈 봐라. 이거 미친놈 아냐?”

사부라는이 곁에 있던 중 셋이가 유승의 다리통을 향해 발길질을 하고 따귀를 한대씩 후려친다. 유승이 다시 말했다.

“당신이 이 절간의 책임자지. 당신은 오늘 저녁 일어난 모든 폭력적 행동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놈을 그냥 둬서는 안됩니다. 손 좀 봐서 골방에 날이 밝을 때까지 집어넣겠습니다.”

사부는 세 청년들에게 유승을 넘기고 돌아섰다. 그때 유승이 사부를 불렀다.

“당신, 이 밤 편히 못잔다. 내게 사과하고, 우리 일행을 당장 풀어주지 않으면 이 절간이 없어질 수 있을거야.”

유승은 그가 혹독한 고문을 당한 곳이 사찰이고, 그와 일행들을 폭행한 당사자들이 승려라는 사실을 확인한 이상 더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부처님 이름으로 사는 자들이 죄없는 사람들을 죽이지는 못하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렇게 생각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상대편들이 약간은 주춤거린다는 느낌이 있었다. 유승은 다시 한 번 고함을 질렀다.

“이놈들, 부처의 가르침을 받는다는 자들이 살생을 해. 어디 한 번 답변을 해봐라. 더구나 우리는 황제가 보호하는 국빈 대접을 받는 선교사들이다. 이놈들아!”

유승의 이같은 말이 거듭되자, 장정들이 유승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들 중 가장 어려보이는 젊은이가 말을 시킬 것처럼 가까이 오더니, 유승의 얼굴을 주먹으로 사정없이 후려친다. 나머지 두 사람이 유승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눈가리개로 앞을 볼 수 없도록 했다.

“이 자식을 일단 뒷산 숲속으로 끌고가서 묻어버리면 된다.”

저희들끼리 하는 소리였다. 땅속에 묻어…, 생매장한다고….

유승은 위기를 느꼈다. 저들이 이렇게까지 극단으로 나올지는 전혀 예상을 못했다. 유승은 기도했다. 하나님 저희들 목숨을 구해주소서. 원수들이 땅 속에 묻어버리겠다고 합니다. 도와주세요. 하나님, 예수님, 주교님, 알로펜 주교님 유승이가 죽습니다. 아이고….

웅크리고 엎드려 있는 중에도 낌새가 이상했다.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졌다. 당장 생매장을 할 것 같던 중들의 위세가 잠잠해 졌다. 잠시 후에 장정들이 유승을 숲속의 큰 나무 기둥에 묶었다. 유승이 몸부림 쳤으나 별 수 없었다. 재갈이 물렸으니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놈아, 네놈의 졸개들이 도망쳤구나. 네놈의 동료들이 와서 너를 구해주면 너는 살 수 있다. 이 정도로 우리와 악연은 끝내자. 그러나 쉽게 네 놈은 살아서 도망치기 쉽지는 않을거야.”

절간의 중들이 유승을 더이상 헤치지 못한 것은 사샤와 트리온은 물론 삼손과 사울이 골방에 갇혔던 곳에서 탈출한 것이다. 일행 중 탈출자가 생겼으니 감쪽같이 생매장 시키겠다는 계획이 빗나갔구나.
중들은 유승을 미끼로 도망자들은 다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계획을 사부인 영진 스님에게 말했다. 영진 스님은 저들이 사부로 호칭하는 이 절의 주지였다.

영진은 당나라 군 장교 출신이다. 갑자기 부모와 동생들이 역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인생을 비관하고 중이 된 것이다. 그의 상사와 동료들이 이곳에 절간을 지어주었고, 이 절의 승려들 10여 명은 모두가 그의 군시절 부하들이다.

이 사찰 영진사는 승적에 오르지 않은 사설기관이고, 영진을 비롯해서 어느 누구도 승적에 오른 정식 승려가 아니었다. 첩자들이 다 도망쳤다는 보고를 받은 사부는 무엇인가를 골돌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유철이 나서서 무슨 걱정을 하시는 거냐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유철은 영진이 아끼는 부하다. 영진의 뜻이면 불속에도 당장 뛰어들만한 충직한 승려였다.

“이놈아, 자칫 간단치 않은 수 있느니라. 저놈들이 황궁에 근래에 찾아왔다는 서양의 야만인들 중에 연관이 있을 경우는 시끄럽게 되느니라.”

“대장님! 승려가 되시더니 마음이 몹시 약해지셨네요. 왜그러세요. 저깐 놈들 모두 땅 속에 묻어버렸으면 다 끝나는 건데… 저 자식들 몇놈이 도망치면 시끄럽기는 하겠으나 걱정없어요. 증거가 있잖아요. ”

“너 유철, 증거 자신 있느냐?”

“그럼요. 증인들이 확보됐어요. 전혀 걱정하지 마세요. 이 유철이 누구인가요.”

그때 부하들이 달려왔다.

“사부님, 도망친 놈들이 되돌아 와서 자기네 두목을 빼돌리려 하는 것을 모두 다 잡았습니다. 저놈들을 어떻게 할까요?”

“우선 저놈들을 묶지 말고 지하층에 가두어 두거라. 입구만 단단히 지키고 그 안에서 편히 쉬게 내버려둬라.”

지하는 별실이었다. 그들이 자유로운 몸으로 해가 뜰때까지 쉬도록 해둔 것이다.

“저놈들이 대진국에서 위세를 떨친다는 예수교 선교사들이다. 마니교 사람들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알고 있다. 황제가 어찌하자고 저 악독한 종교를 궁성문을 열고 받아들였을까. 도무지 모를 일이다.”

사부의 말이다.

“염려마세요. 저놈들 내일 아침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저놈들이 진짜 선교사인지 첩자들인지 알 수 있습니다.”

“유철! 정말 해결할 자신있느냐?”

“대장님, 아니 사 사부님 저를 믿으세요. 내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사부님은 일체 나서지 마세요.”

유철의 자신만만한 말에 위안이 되기는 했으나 유승의 고함소리가 계속 귓가를 맴돌고 있어서 편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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