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토리우스 기독교 중국 景敎(10)


유승은 약간 짓궂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영진은 어제밤의 호기 넘치는 두목다운 표정이 아닐 뿐 아니라 어찌보면 선생님 앞에서 큰 잘못을 저지른 학생이 벌칙이 두려워 얼굴이 노랗다가 파랬다가를 반복하는 형색이었다.

“혹시 우리가 당신들보다 뒤늦게 당나라에 들어온 종교라고 텃세를 했던 것은 아니오?”

이런 질문을 던지는 유승은 장난스러운 표정이었다. 산적들 만큼이나 무섭고 혹독한 무리들인 줄 알았다가 상대가 불교 사람들임을 확인하고 나니까 마치 고향집에 온 것 만큼 편안해지며 자신감마저 넘쳤다. 이는 그가 불교집에서 태어나서 반생을 그곳에서 살아왔기에 더더욱 자신감이 있을지도 모른다.

“무슨 날벼락 같은 말이오. 나는 중이 된 지 얼마되지는 않았으나 종교차별 같은 치사한 방법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절대로 그런 비열한 짓은….”

“뭐, 비열한 짓? 당신 말 잘했소. 그래서 비무장 상태로 당신들에게 하루밤 쉬어가자는 우리를 그만큼 오뉴월 개패듯 했으니 그만하면 비열한 짓 아니고 무어겠소. 열명 이상의 젊은 중들이 모여 살면서 겨우 다섯명의 굶주린 전도자들을 그만큼 팼으면 그게 비열하지 뭐가 또 비열이란 말이오. 시끄럽소. 당신들하고 말씨름 할 시간이 없습니다. 나는 이 산을 내려가면 당태종 황제에게 직접 어젯밤 일을 보고하겠소.”

“어허, 선생! 잘못된 정보로 실수를 했다지 않소. 노여움을 풀고 내 말을 더 들어보시오.”

“무슨 말을 들으라는 것이오?”

“내 어제밤부터 선생의 언행을 지켜보니 범상치 않았소. 내 밤새도록 생각을 해보았는데 오늘부터 우리 영진사에서 법회를 인도해 주셨으면 합니다.”

“뭘요?”

유승은 깜짝 놀랐다. 이런 수가 있구나. 빠져나갈 수 있을까. 혹시 저 도둑떼 두목 같은 주지에게도 혜안이 있을까, 유승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어려울 것 없소. 불교나 기독교 모두 수천년 역사를 가진 종교들이니 금번 기회에 서로를 아는 공부를 하도록 합시다.”

“…….”

유승은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당장 판단이 서지 않거든 일행들과 상의해서 오후에 또 한번 우리 만납시다.”

“그러죠. 내 이름은 유승이오. 그럼 오후에 연락을 나누죠.”

유승은 주지의 방에서 나와 일행들이 기다리는 지하실로 향했다. 환한 미소를 품고 들어온 유승을 바라보는 사울이 말했다.

“유승님, 복이 쏟아졌군요. 어찌 그렇게도 상쾌한 모습이신가요?”

“그래, 그런 것 같구려. 이 절의 주지가 날더러 강좌를 좀 해달라는군요.”

“뭘요? 강좌? 이 무슨 뚱단지요. 그놈들이 이제는 여우가 되었군요.”

“여우라니?”

유승의 반문이다.

“이보시오. 사울 형제여. 저 놈들이 우리를 잘못 건드렸다 싶으니 무마책을 쓰는 것이 틀림없소.”

삼손이 주먹을 불끈 쥐고 자신있게 말했다.

“나 사샤는 다르오. 그들은 후탈이 무서워 수를 부리는 자들이 아니오. 그들이 어젯밤에 하는 짓을 봤지않소. 그들은 막보기였소.”

“트리온 생각은 어떻소?”

말없이 생각에 잠긴 트리온에게 유승이 묻는다.

“내 생각에는 그들의 말이 진심이라는 생각입니다.”

“왜, 그러죠?”

“어젯밤 유승님의 고함소리에 저도 깜짝 놀랐거든요. ‘이놈들! 부처의 가르침을 받는다는 놈들이 살생을 해! 어디 한 번 답변 해 봐!’라고 할 때는 내 심장이 멋는 것 같았다오.”

“아하, 그렇구나. 하나님이 유승님을 도우신거요. 분명히 그들의 양심을 뒤집었으니 강좌를 해달라는거 아닐까요?”

사울이 생각을 가다듬었다. 매우 좋은 사례라는 판단이었다.

“하나님이 일하셨습니다. 우리 알로펜 선교팀의 앞날을 예고하는 좋은 조짐입니다. 유승님, 강의를 멋지게 하세요. 우리들도 열심히 지원하겠습니다.”

“허어, 사울 형제는 생각이 참 좋아요. 모든 것을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는 그 성품이 좋습니다.”

“어찌 사울 뿐인가요. 나 삼손도 사울과 생각이 같습니다.”

“왜들 이러시오. 트리온이나 사샤는 생각이 없는 줄 아세요?”

지하방 유승 일행은 모처럼 호탕하게 웃으며 하나님이 우리 길을 인도하셨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시간 영진의 부름을 받은 승려들이 모여들었다. 마을에 나가 있는 자들까지 모두 모였다.

“여러분, 오늘은 우리 공부 좀 합시다. 그동안 늘 생각은 있었으나 좋은 선생이 없었소. 마침 어젯밤 부처님께서 훌륭한 구법승을 한 분 보내셨오. 이름은….”

“유승이라 합니다.”

유철이 유승의 이름을 말해 주었다.

“그래 유승, 학덕이 높으신 유승 도사면 좋겠소.”

영진은 여기까지 말하다가 껄껄 웃었다. 법당에 모인 열일곱명 승려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러분, 궁금해 마시오. 주지스님이 말씀하신 유승은 도사나 법사가 아니라 어젯밤 우리를 찾아온 불법자들 중 하나요. 곧 들어올테니 놀라지 말고 강의는 일단 잘 들으시오.”

유철의 이 말에 승려들은 서로를 쳐다보면서 놀라고 있었다. 그 시간 왕하윤의 안내를 받은 유승과 그의 일행이 법당 안으로 막 들어오고 있었다. 주지가 일어나서 말했다.

“모두들 박수로 유승 도사님을 맞이합시다.”

모인 우리는 엉겁결에 박수를 치면서도 어처구니 없다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이들도 있었다.

“여러분, 여기 나오신 유승 도사님 일행은 악연으로 만난 줄 알았으나 뒤에 생각하니 부처님이 보내주신 우리의 스승이었소. 한 사람도 소홀함이 없이 가르침에 임해야 하오. 알겠는가?”

주지 영진의 끝말 ‘알겠는가’의 의미는 승려들의 답변 소리가 증명했다. ‘네’ 하는 소리에 집 한채가 공중으로 붕 뜨는 것 같았다.

“여러분, 이 좋은 인연을 위하여 어젯밤은 서로 간에 많은 고통을 했소이다. 이 점을 불청객 대표로 내가 사과를 합니다.”

유승은 깊이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또 그의 두 손은 합장으로 진심임을 더불어 말해주고 있었다.
“환영합니다. 유승 도사님!”

주지를 따라서 승려들이 답례를 하고 있었다. 법당 밖에는 마을 청년들 10여 명이 법당 안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영진이 밖으로 나가서 마을 청년들도 뒷자리에 조심스럽게 앉아서 강좌를 듣도록 했다.

“…우리는 하나님의 그리스도 예수를 따르는 기독교 신자들입니다. 얼마 전 황제께서 우리 일행을 불러주셔서 당나라에 들어와서 지금 궁성 안에서 성경 번역을 하면서 선교준비를 합니다. 우리의 지도자는 페르시아 출신 알로펜 주교님이시고, 우리는 그분의 제자들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불교나 기독교가 찾고 있는 진리는 하나입니다. 여러분은 하나님의 보좌를 향해서 동쪽 산을 따라서 높이 오르고자 하고 있으며, 우리 기독교는 서쪽 산자락을 따라서 정상을 향해서 오르기를 하는 것입니다.”

박수가 터졌다. 박수 소리에 잠시 유승은 말을 멈추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서쪽 산을 타고 산 정상을 향해 가던 기독교를 향하여 하나님이 보좌에서 산 아래로 내려 오셨습니다.”

“와하! 정말요!?”

승려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나님이 내려오셨다니…. 충격이었다.

“네, 그렇습니다. 하나님이 예수의 이름으로 오셨는데 그분이 바로 하나님이십니다.”

여기에 이르자, 승려들은 웅성거렸다. 분위기가 흐트러지고 있었다.

“내 말을 더 들으셔야 합니다. 여러분의 궁금증은 나의 궁금증이기도 합니다. 어찌 그럴 수 있느냐는 것이죠. 그러나 하나님의 가르침은 이렇습니다. 하나님이 사람 되어 사람들 가운데 오신 것은, 바로 그분을 믿는 사람들 모두가 하나님처럼 살게 하기 위한 대자대비하신 하나님의 사랑이었습니다. 무한자비하신 하나님이 예수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타나셨을 때 여러분이나 나같은 사람들이 놀라서 그분을 경계하고, 비웃고, 시비하고, 결국은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힌 이단자라고 십자가에 못박아 죽였습니다.”

“암, 당연하지. 그런 자가 어찌 살아서 행세합니까?”

승려들은 서로를 향해서 웃으면서 유승을 향해 힐끔 거렸다.

“여러분, 방심하지 마시오. 내 이야기의 핵심은 바로 지금이오!”

유승이 고함을 질렀다. 두 손을 높이 들어 좌우를 압도하는 장악력은 전에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삼손은 침을 꿀꺽 삼키고, 사울은 두 손을 모아쥐고 기도하고 있었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 나를 본 사람은 하나님을 보았다고 선포했던 예수님이 십자가 형틀에 달려서 죽었는 데, 죽은 그가 사흘 후에 다시 살아나버렸소.”

승려들은 ‘뭐야, 뭐야’를 하면서 유승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다시 살아난 예수는 그를 만나서 그가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났음을 확인하는 제자들 가슴 속에 다시는 죽음과 상관이 없는 생명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를 반대하던 자들, 그들을 도와주던 로마제국이 다시 살아난 예수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예수 하나가 열이 되고, 백, 백이 되고 천, 천이 되고 만, 십만, 백만명으로 되고 있으니 이를 어찌합니까?? 로마는 하는 수 없이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였고, 기독교는 살아있는 예수, 하나님이 사람 모습으로 나타나심을 믿는 신자들에게 예수의 모습으로 나타났으니 이를 누가 감당합니까?”

여기까지 말하자 일부 승려들은 상을 찡그리고, 어떤 이들은 벌벌 떤다. 그때 주지가 말했다.

“그럼, 유승 도사도 예수의 부활을 믿소?”

“네, 그럼. 그분은 지금 나와 함께 하시오. 나 뿐 아니라 나의 친구들과 같이 하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앞에 부딪치는 현실을 괴로워하지 않습니다.”

“희한한 가르침이다. 우리 불교 말씀하고도 비슷하기도 하지만 뭔가가 다르다.”

“네, 주지 스님. 그 뭔가는 지금 내게 부활하신 예수가 함께 하고 계심이고, 하나님은 나 유승을 통해서 그분이 하고 싶으신 일을 즉시 해내려 하십니다.”

“그렇소? 그럼 즉시 그 하나님의 소원을 우리에게 말해주시오.”

“그러다마다오. 여러분, 주지 스님을 포함하여 승려 여러분, 또 마을 청년 여러분. 불교의 이름으로 여러분을 찾아오신 하나님을 영접하시오. 최초로 하나님 사람이 되었던 예수처럼 자기 몸을 희생하고, 죽음 같은 고통이 와도 이를 피하지 말고 부처님과 하나님의 무한자비하신 사랑을 온 정성을 다해서 행동으로 옮기시오.”

“불교의 모습으로도 됩니까?”

유철이 일어나서 질문했다.

“그럼요. 절대로 개종을 생각하지 말고 여러분 불제자의 이름으로 하나님을 모시는 사람이 되어주시오. 그 하나님 품안에 여러분의 부처님도 거기 계십니다.”

영진이 무릎을 끓었다. 그는 가슴이 붕 뚫려버린 것 같았다. 눈물이 쏟아졌다. 자기가 지금까지 중노릇을 허투로 했다는 생각을 했다. 유승의 자신감 넘치는 힘이 어디서 왔을까?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지 않던가. 주지 영진이 일어나서 유승의 가슴을 만져보았다.

“유승 도사님, 가슴에 진짜 하나님이 계신가를 제가 직접 확인해 보았습니다.”

“계시죠. 어디 봅시다. 주지님의 가슴에도 그분이 계시군요.”

유승이 주지 영진의 가슴을 만지는 듯 하더니 그를 껴안고 등을 토닥였다.

“주지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오늘 저녁과 내일 오전 각각 한 시간씩 유승 도사의 강의가 계속됩니다. 여러분의 질문도 받을 터이니 적극성을 보여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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