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토리우스 기독교,  중국   景敎  (11)

유승이 돌아왔다. 알로펜 주교는 내심 걱정이 없지는 않았으나 유승이 불교도 출신이고, 당나라 말도 하는 사람이니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주교님, 당일에 돌아오라는 말씀을 어긴 벌을 받겠습니다.”

일행과 함께 알로펜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유승이었다.

“3일동안 별 어려움은 없었는가? 그런데 그 이마의 상처는…?”

“제가 말씀 드리겠습니다.”

사울이 나섰으나 유승의 눈치를 보면서 주춤거린다.”

“아닙니다. 제가 말씀 올리죠. 첫날 저녁 쉬어갈 참으로 잠자리를 구하려다가 사단이 일어났어요. 하필이면 영진사라는 사찰로 찾아들었지 뭡니까.”

“…….”

자초지종을 다 말했다.

알레폰의 눈빛이 달라지고 있었다. 그는 무릎을 치면서 유승 일행 노고와 지혜를 치하했다. 특히 불교승려들 앞에서 3일동안이나 복음을 증거한 유승의 담력을 크게 치하했다. 그리고 제자들 모두에게 말했다.

“이는 늘상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불교보다 뒤늦게 중국에 들어온 우리 기독교를 격려하시는 하나님의 배려이신 겁니다. 혹시 우리가 쉽게 승려들 앞에서 설교할 수 있을 것으로는 생각지 말아야 합니다. 종교간에는 엄연한 규범이 있다고 보는게 좋습니다.”

“네 주교님!”

모두가 합창이었다.

“자, 그럼 오늘은 쿰바홀 부주교로부터 주요 지시가 있겠습니다.”

알레폰은 쿰바홀을 부주교 급으로 지위를 높였다.

“제가 여러 지도급 인물들 앞에서 혹시 실수를 하더라도 넓으신 아량으로 봐 주세요. 지금 주교님께서는 당나라의 장안성과는 별도로 서역과 사마르칸트를 본격적인 선교중심지대로 계획하고 계십니다. 그 부분은 직접 말씀하시겠으나 오늘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빠른 시간안에 우리들 중 저와 한 다섯명 정도가 난주로 옮겨가야 할 줄 압니다.

여러분이 아시는대로 난주는 장안을 떠나 서역을 지나서 로마 가는 길 첫번째 도시입니다.  그곳은 황하강이 흐르는 중국문명의 발상지로서 우리 기독교가 장안과 서역을 잇는 중간지역이 될 것입니다. 주교님이 나머지는 말씀해 주세요.”

쿰바울은 진땀을 흘렸다. 순수하고 겸손한 사람이었다.

“수고하셨소. 지금 쿰바홀 부주교께서 말씀하신대로 우리는 장안성 일대에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황제나 대신들은 우리를 궁성 안에 묶어두려 하지만 우리는 낮은 곳으로 향하여 가려합니다. 로마제국의 사례를 봐도 그렇듯이 가난하고 순수한 하층민들을 향해야 합니다. 더구나 우리는 로마에서 너무 멀리 와 있습니다. 서역과 사마르칸트 지역은 확실한 선교 중심지로 확보해야만 당나라에 붙찹히지 않고 우리 기독교가 세계로 뻗어갈 수 있습니다.

“옳습니다. 주교님 말씀이 옳습니다. 그런 점에서 주교님의 명령을 어기기는 했으나 유승사제의 용기있는 행동은 우리들의 모범이기도 했습니다.”

안토니의 말이었다. 용기있게 행동하되 주교님의 명령에는 복종하라는 뜻이 담겨있는 말인 듯 했다.

“저 마리아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금 저희는 황제의 명령이기도 하고 우리들의 급한 과제이기도 한 성경과 각종 기도서, 찬송시 번역에 눈코 뜰새가 없습니다. 그런데 자칫 힘의 분산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런지요?”

“교수님의 말씀도 참으로 중요합니다. 그럼 제가 난주로 갈 때 한 사람만 데려가고, 나머니 필요한 인력은 고창이나 쿠처와 허텐에서 찾아보면 어떨까요?”

쿰바훌이 알로펜을 바라보면서 말을 했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군. 우선 마리아 교수님으로부터 번역상황을 조금 들어봅시다.”

마리아가 앞으로 나왔다. 드보라가 문서를 들고 따라 나왔다.

“대강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마가복음을 번역했고, 주기도문, 마리아의 기도문까지 마쳤습니다. 지금 마태복음의 산상수훈 부분을 번역 중입니다. 요한복음도 곧 서둘러야 합니다.”

“좋습니다. 수고들 계속해 주세요. 제가 황제와 성경말씀을 나누는 동안 황제께서는 성경 말씀에 깊이 매료 되셨소이다. 심오하고 오묘하기 이를 데 없는 말씀이라고 격찬을 하시더군요.”

“주교님, 무슨 말씀을 가지고 황제를 감동시키시나요?”

“쿰바홀 부주교, 하나님은 내게 그때그때마나다 적절한 말씀을 주신다오,”

“그거야, 주교님은 하나님 말씀 속에서 평생을 사셨잖아요. 저같은 사람은 언제 주교님의 발뒤꿈치라도 따라갈지 원…”

“허어, 부주교님, 그런 나약한 말은 여러 사람 앞에서 하는 법이 아니죠.”

“아 네. 송구합니다 주교님.”

쿰바홀에 대한 알로펜의 신뢰는 각별했다. 쿰바홀은 사울 한 사람을 요구하여 함께 바로 그 다음날 난주로 출발했다.

그는 난주를 장안성 입성의 교두보로 삼고 중간에 둔황을 경유하여 고창과 쿠처, 허텐을 연결고리로 하는 선교의 후방라인을 견고하게 하여, 중앙 아시아 일대까지 알레폰이 꿈꾸는 당나라 이후 아시아 세계의 기초를 닦으리라고 다짐했다. 생각을 엮어가다보니 자기가 꽤나 머리가 좋은 사람처럼 생각되었다. 이게 다 주교님을 만나서 내가 인물된 거지, 라고 생각하니 당장 장안성으로 달려가서 알레폰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삼개월 후 쿰마홀은 고향 고창집에서 자금을 가져와서 난주성 황하를 내려다 보는 곳에 건물을 샀다. 실크로드 당나라 물량단지에서 2킬로미터 쯤 되는 위치에 자리 잡았다. 쿰바홀은 수백채의 집이 연결되어 있는 물량기지에 들어가 보고싶은 충동을 느꼈다. 강 하구 쪽으로 5백마리는 더 되어보이는 낙타와 말들이 풀밭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그는 사업을 했던 젊은 날을 회상해 보았다. 크게 놀아야 한다. 알레폰 주교의 선교단은 당나라 안의 기반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서역의 각 지역에 튼튼한 교회를 두고 더 나아가서 사마르칸트를 중심으로한 서쪽으로는 로마요 동쪽으로는 당나라를 두 날개로 하여 온 세계에 복음의 꿈을 펼쳐야 한다.  시간 있을 때마다 알레폰 주교님이 들려주신 말씀이었다.

쿰바홀의 난주의 교회가 자리 잡혀갔다. 난주를 사울에게 맡기고 자신은 고창으로 가서 왕 국문태에게 부탁하여 불교사원 우측 야산지대를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3천명 정도의 제자들을 모아 생활하면서 당나라는 물론 중앙아시아를 하나님의 품으로 인도하고 싶었다. 이 또한 알레폰이 쿰바홀의 가슴에 심어준 꿈이었다.

알레폰으로부터 허락한다는 전갈을 받은 즉시 쿰바홀은 고창으로 떠났다. 쿰바홀은 고창의 수도원이 계획대로 진행되자, 신이 났다. 그는 쿠처의 요나와 앗스기아와 허텐의 스데반과 세비야에게도 소식을 전했다. 그들은 쿠치에서 만나기로 했다. 꿈바홀은 아들 쿰가그의 친구들을 만난다는 기쁨을 안고 떠났다.
쿠처에 당도하니 허텐의 스데반이 먼저 와 있었다.

“처음 뵙습니다. 저는 스데반이고 이 사람은 요나입니다. 어떻게 호칭해야 할지, 아버님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아니지, 나 알레폰 주교님으로부터 부주교 명을 받았다네.”

“아, 아참 그렇죠. 저도 소식 들었습니다.”

스데반이 자기 이마를 손바닥으로 치면서 멋쩍어 했다.

“죄송합니다. 저도 소홀했다는 자책을 합니다.”

요나의 사과였다.

“아니오, 내가 일부러 좀 가까워지고 싶어서 그리 말한 겁니다. 자자, 우리들은 알레폰 주교님을 지도자로 모시고 세상을 한 번 바꾸어 보자고 모인 사람들 입니다. 여러분은 그 어른을 나보다 다 10여년 이상씩 모셨으니 그분의 학문이나 신상을 잘 아시죠. 저희 셋이서 서역 땅 모두를 하나님께 바친다는 각오로 일 해봅시다.”

쿰바홀의 호기 있는 말에 요나는 손뼉을 치면서 호응했으나 스데반은 고개를 가로 저였다.

“쿰바홀 부주교님, 제가 허텐에서 몇년 동안 얼마나 시달리고 죽음의 위협을 세번이나 겪었는지 아십니까. 허텐은 지옥과 같습니다.”

“뭐 지옥이라, 그 지옥을 천국으로 바꾸는 사람들이 우리들 아닙니까. 걱정하지 말고 자초지종을 한 번 말해 보시오.”

쿰바홀의 큰소리에 스데반은 자기가 너무 작아져 있구나를 생각했다. 세월이 그를 소심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저희는 주교님 일행을 떠나보내고 허텐에 남아서 죽을 고생이 시작되었답니다. 그놈의 정통파 기독교 놈들에게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도 갔었다니까요.”

“뭐 정통파 기독교? 그게 뭔데요?”

쿰바홀은 처음 들어본 소리였다.

“스데반, 그럼 그때 그 어거스틴 주교 쪽으로부터 당했단 말인가?”

“요나 형님, 형님 실망하고 걱정하실까 봐서 입을 꼭 다물고 우리 허텐 교회는 그 어려움을 이겨냈소.”

“그래, 그렇지? 이겼지? 그럼 그럼 우리는 이기는 사람들이야. 주 예수 십자가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셔서 우리와 함께 하시니 우리도 이겨야 해.”

“오, 요나여! 그대 참 멋있다. 그럼 그래야지. 여러분, 내아들 쿰보그 알지요? 쿰가그는요?”

“둘 다 잘 압니다. 쿰가그 형님은 사마르칸트에서 만나서 잠시 사귀었으나 쿰보그는 여러날 동안 같이 지냈죠.”

“그래, 그럴거야. 나의 두 아들이 내게는 보배지. 그들이 어려서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처음에는 승려들을 따르더니 나중에는 수도승들을 만나서 하나님을 배우고 예수님을 배웠지요.”

“그때가 언제인데 그때 벌써 전도자들이 이곳에 왔었나요?”

스데반이 궁금해 했다.

“그럼요. 내 기억으로는 내가 어렸을 때에도 여행자들 중에 종종 기독교 신자들이 있었습니다. 카라반 일행 중에도 기독교 신자들이 상당 수 있었지요.”

“아이고, 나는 우리가 제일 먼저 서역땅에 자리잡은 줄 알았네.”

요나가 실망했다는 듯이 무릎을 쳤다.

“우리 쿰보그나 쿰가그가 어릴 때부터 주님을 따르고 그네들도 전도자가 되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내가 그 아이들 고집을 못 꺾었지, 그리고 나까지 예수에 미치고 알레폰에게 미쳤지…”

“어르신, 아니 부주교님. 그럼 후회하시는 겁니까?”

“아니오. 아니올시다. 하늘만큼한 복을 받았는데 내가 후회하다니요. 참, 여기 쿠처에 대해서도 듣고 싶어요. 여긴 어떤가요?”

“네, 말씀 드리죠. 여기는 부처님이 계신 곳입니다. 천축국 부처가 아니고 쿠처의 생불 살아있는 부처가 계시는 유명한 땅 입니다.”

“그게 무슨 논리요? 생불이라니, 부처가 언제적 사람인데 살아있다니 웬말인가요?”

“네, 여기 가까운 곳에 천불동이 있는데 그곳에 가면 구마라습이라는 고승의 제자들이 1천개의 동굴에 각각 자리하고 앉아서 부처의 가르침을 배우고 있지요.”

“아, 아, 구마라습. 그 사람 나도 알아요. 하지만 3백여년 전 사람이잖아요.”

“3백년이 문젠가요, 지금도 동서남북에서 구도자들이 다녀가고 머물면서 구마라습의 구도행을 답습하려는 사람들이 수천명입니다.”

“그래요.”

요나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구마라습을 찬양하자, 쿰바홀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우리 내일 그 곳에 한 번 가봅시다. 천불동은 고창 우리나라에서도 있고, 돈황에도 있는데…”

“불교는 과장이 심해요. 그들은 가슴팍 위에만 발달해 있고 그 아래는 없어요. 그들 승려들은 고자들이니 형식을 모른답니다.”

“스데반! 너무 심하다. 당신 성격이 거칠어 졌네.”

“그래. 허텐에도 승려들이 많아요. 허탄에는 또 재미있는 소문이 있는데 두 분 아시오?”

“그게 뭔가요”

“네, 부주교님, 허텐이 에덴의 본래 땅이었대요.”

“뭐요? 누가 그래요? 거기사는 사람들 중 많이들 그렇게 알고 있지요.”

“참, 재미있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요나가 허텐이 에덴이라는 말을 심각하게 들었다. 그가 서역에 와서 살면서 이 땅은 언젠가는 사막이 아니고 인류의 고대사를 계획하고 설계할 하나님의 뜻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사방으로 둘러쌓인 산들을 둘러볼 때 더욱 그런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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