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당나라 景敎(14)

타클라마칸 사막 미란 지역 유적지

“예수님이 교회 제도 속의 신분을 사양하신 뜻도 깊이 헤아리면서 목사나 감독은 교사나 선생님 수준으로 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녀석 보게! 너 임마. 어디 갔다 오는 거야?”
아베스가 한 걸음에 달려나가서 그를 안아주며 물었다. 시장 거리에서 잃어버렸던 조카를 다시 만난 삼촌 같이 흥분해 있다.
“아저씨, 울 아부지가 없어졌어요. 아침에 나를 이곳까지 데리고 오셨는데 종일 못 찾았어요.”
소년은 곧 울음을 터뜨릴 기세였다. 그는 아베스보다는 말없이 그를 지켜보는 유승의 눈치를 살피는 것 같았다.
“유승님,  이 아이를 어떻게 하죠?”
아베스의 걱정 어린 말투였다.
“별수 없죠. 데려갔다가 내일 이곳으로 나와서 저 아이 부친을 찾아 봅시다.”
유승의 결심으로 그들은 대진사로 곧바로 귀환 했다.
저녁 시간, 마리아 교수가 모임을 요구했다. 아침 시간에 알로펜 주교와 안토니가 셋이서 논의했던 선교단 운영의 대강을 전해주기 위해서였다. 마리아는 알로펜 주교의 결심을 여러 목자들에게 전했다.
“성직은 그렇다 하고 성례 집전을 모든 신자들에게 개방한다는 것은 자칫 위험하지 않을까요?”
다비드의 말이었다.
“무엇이 위험하다는 것인가요?”
마리아의 반문이었다.
“네, 규모가 작을 때는 서로를 알 수 있으나 신자의 수가 많아질 경우 신자들의 자질이나 신앙수준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죠. 성례라 함은 세례나 성찬뿐 아니라 고백성사, 종부성사, 혼배성사 등 세계교회가 시행하고 있는 여러 성례를 말하며, 심지어 목자의 직임을 선별하여 안수례를 해야 하는 일까지 교회의 매우 중요한 성무가 되거든요.”
“그래요, 그럼 이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는 분은 말씀해 보세요.”
“저 안토니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교회의 지도자를 선별하는 데 있어서는 말씀과 생활지도를 목자가 하도록 되어 있죠. 그러나 목자와 일반 신도를 단순히 직무상의 차이로 분류하는 것은 좀 더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건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교회의 상회에 지도위원회를 두어서 결정하는 통상 제도가 있습니다.”
기드온의 보충 발언이었다.
“제가 생각할 때, 로마교회의 제도를 참고하여 로마교회와의 차이가 크게 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은데요.”
기드온의 말이다.
“저희 주교님은 로마교회와의 차별성을 요구하십니다.”
“왜 그러죠? 만국교회는 비록 이곳 중국이나 로마가 멀리 있는 것 같으나 장차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때가 옵니다. 모두가 하나님의 교회인데 제도적인 차이가 클 경우 동질감이 떨어질 수 있잖아요.”
“여러분, 세계교회 간의 동질감은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그분의 죽음에 동참한 부활신앙을 가진 자들이면 무슨 색깔의 옷을 입었거나 숟갈로 밥을 먹거나 젓가락으로 밥을 먹는 등의 풍습 때문에 서로를 몰라보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마리아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때 알로펜이 회의장으로 나왔다.
“주교님 안 계셔도 저희가 잘 하고 있는데요….”
안토니가 뒷머리를 긁으면서 알로펜의 눈치를 살핀다.
“물론 나 없이도 잘 정리하실 겁니다. 그러나 여러분에게 하나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우리 교단은 네스트리안 총대주교가 로마교회의 지배력 과잉 때문에 로마 교권으로부터 쫓겨났습니다. 쫓겨난 자들의 피해의식도 없지는 않겠으나 우리는 그보다는 교회의 근본을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답게 바르게 세우고 싶습니다. 그래서 신부나 목사 등의 제도가 일반신자 계층과 너무 멀리 있어서는 안됩니다. 또 주님의 본래 뜻에도 우리 기독교의 목사나 감독은 제사장이나 성직자가 아닙니다. 예수님이 교회 제도 속의 신분을 사양하신 뜻도 깊이 헤아리면서 목사나 감독은 교사나 선생님 수준으로 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또 신자들에게 성례를 베풀 때에도 교회 본부에 인격과 신앙이 좋은 분들로 위원회를 두어 결정하면 됩니다. 그리고 우리 교단이 이제 본격 활동을 시작했으니 곧이어서 성례를 로마교회처럼 하느냐, 아니면 좀 더 심사숙고를 통해서 결정하느냐에 대해서 기도 중입니다. 단,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기독교 신자는 예수와 함께 내가 십자가에 죽었음을 기념하는 세례와 예수와 함께 살아난 부활신앙자의 성찬이면 크게 만족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 밖의 제도를 보완하고 우리들의 공부를 더 깊이 하기 위해서 개인적으로나 모여서 토론하는 일에 망설임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네, 감독님. 잘 알겠습니다.”
회중은 토를 달지 않았다. 이어서 유승이 한마디 더 했다.
“감독님, 저와 야베스가 전도 나갔다가 혹을 하나 달고 왔습니다. 이를 어찌해야 할까요?”
“거, 무슨 소리….”
“서역이 고향인 아이인데 그 아비를 따라와서 풍물시장에서 놀다가 아비와 길이 엇갈렸나봐요.”
“아들 삼으면 되겠는데요.”
트리온이 장난스럽게 끼어들었다.
“어떻게 할 계획으로 아이를 데려왔소?”
알로펜이 물었다.
“오늘 밤은 우리와 함께 지내게 하고 내일 풍물시장으로 같이 나가서 이 아이의 부친을 찾아보려고요.”
“그럼 됐구먼. 자, 그럼 나는 이만….”
알로펜이 그의 처소로 돌아갔다. 그러나 회의 소집자인 마리아가 단상 앞으로 나온다.
“교수님, 또 하실 말씀이 있으세요?” 유승이다.
“여러분이 할 말이 있을 것 같아서요.”
마리아는 한 사람 또 한 사람씩을 뚫어지게 살폈다. 그리고 말했다.
“유승 목자는 잃은 양 하나를 데려왔는데 오늘 하루에 전도현장에서 우리 모두가 나눌만한 좋은 일 없었나요?”
“저 트리온입니다. 사실 어린양을 이리 가운데 보낸다는 주님의 심정은 이해가 되고, 주님의 지혜로운 교훈이 감사하지만 그 다음 말씀이 좀….”
“뭔데요?”
마리아 교수가 넌지시 물었다.
“저 있잖아요. 여행을 위하여 아무것도 가지지 말라 지팡이나 배낭이나 양식이나 돈이나 두 벌 옷이나…. 어휴!”
회중이 껄껄껄 웃었다.
“트리온! 그런 준비도 못 했나요?”
안토니가 트리온의 동행자인 삼손을 향해 손짓을 하면서 말했다. 삼손이 일어났다.
“안토니 비서실장님, 제가 많이 노력해서 사자만큼 투지 넘치는 트리온 목자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유승이 일어났다.
“트리온의 말은 힘들어서 피하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간 여러분의 지혜를 구하는 뜻으로 한 말 같은데요. 그렇죠, 트리온 목자님!”
“역시 유승 선배님은 큰 그릇입니다.”
“아니, 그럼 나는 작은 그릇인가?”
“아, 아닙니다. 안토니 목자님은 항상 주교님의 속뜻을 잘 아시는 지혜로운 선배님이시죠.”
“여러분, 오늘도 하루 종일 먼산만 바라보다 돌아온 것입니까?”
마리아 교수가 재차 추궁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예루하와 압몬이 일어섰다. 압몬이 말을 꺼낸다.
“사실 저희는 오늘 도시 빈민촌으로 갔어요. 그들 가정에 가보니 당나라 수도에도 이런 집들이 있고, 이렇게 가난하고, 병든 자들이 있을까 하고는 많이 놀랐습니다. 저희는 가진 것이 없어서 그들에게 나누어 주지는 못했으나 둘이서 다섯 가정의 헛간과 변소를 청소하고 병든 자 중 씻어줘야 할 사람들을 씻어 주고 왔습니다. 저희가 할 일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두 깊은 침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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