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없이 예배 드리며 ‘공동체성’으로 다져가는 그안에교회 (김흥현목사 )

건물, 예배시간, 헌금 등 정형화ㆍ강요치 않아도 견고히 서간다
신자 개개인 선교 활동 서로 공유하고 교회는 선교차원서 동참
교회 전통이나 질서보다 성경 텍스트가 우선, 그 말씀을 실현
 

 
 

‘그안에교회’(IntheHe Church, 김흥현 목사)는 여러가지 면에서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교회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자리한 장로회신학대학교  내 세계교회협력센터 2층 새문안홀에서 매주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예배를 드린다. 어린이까지 포함해서 함께 예배 드리는 35명 신자들의 자부심은 크다. 그 이유는 이들이 지향하고 있는 하나님 중심의 ‘공동체성’에 있었다.

# 시간,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다

주일예배 시간 11시. 그런데 예배는 시작되지 않는다. 목사는 모든 준비를 마쳤으면서도 서성이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신자들도 그러려니 하는 모습이다. 그러다 몇 분 지나니 예배를 시작한다. 어떤 이유로 인해 예배 시간에 좀 늦어진다는 연락을 한 신자가 드디어 도착했기 때문이다.

늦게 온 신자는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지 않지만 모든 신자 구성원들이 그것을 이해하고 포용되는 분위기여서 감사한 마음으로 예배에 임할 수 있다. 제 시간에 온 신자들도 늦게 온 신자가 무사히 도착해 걱정하지 않고 예배드릴 수 있다.

기존 교회에서는 보기 힘든 이런 예배 풍경은 ‘예배 시간에 맞춰 온 나보다 늦게 온 이들을 고려해 주는 것이 그리스도의 생각과 맞아떨어진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예배시간을 좀 늦게 시작했다고 해서 모임 시간이 3시 이후까지 계속되는 일은 거의 없다. 예배, 식사, 교제와 양육 모임 등 전반적인 부분이 같은 공간 속에서 모두 한눈에 서로를 확인하면서 진행된다. 김흥현 목사는 “그런 측면에서 4시간은 메시지가 아닌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예배는 어린이부터 장년까지 함께 드린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위한 설교가 있고, 이어 장년을 위한 말씀이 이어진다. 예배시간에는 세계를 위한 기도가 빠지지 않는다. 이번 주에는 캄보디아의 혼란한 정치상황과 네팔 선교사가 보내 온 기도제목을 가지고 함께 기도했다.

예배가 끝나면 함께 공동의 식사를 하고 교제와 양육의 시간이 이어지는데, 이 시간에는 신앙의 실천과정으로 성경읽기, 특강, 협의해야 할 사안 등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그렇지만 꼭 필요한 사안이 있을 때는 협의 하에 바뀌기도 한다. 

그안에교회는 교회 자체 건물이 없다. 모임을 위해 장소를 빌려서 주일에만 사용한다. 주중에는 풀(FUL)모임이라고 해서 신자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기도 하고, 때로는 특강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 교인 각자의 선교활동에 교회가 동참

그안에교회에는 또 선교부서가 별도로 없다. 신자 개개인이 연결해서 선교 및 봉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에 교회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로 움직인다. 한 신자가 선교단체를 후원하고 있다면, 그것을 함께 신자들이 공유하면서 교회 차원에서 그곳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안에교회 신자 20여 명은 각기 선교와 봉사 차원에서 참여하고 있는 단체들과 연계돼 있다. 헌금만 보내고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방식이 아니라 교회 구성원들이 하고 있는 것을 소중히 생각하고, 또 그 단체들의 활약상을 신자들이 모두 함께 공유하며 기도하고 헌금과 손길로 참여한다.

민노당의 당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신자가 있더라도 그 사람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 어떻게 그것을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대안의료체계로 출발한 의원을 독려하며 후원하기도 한다.

이렇게 신자 개개인이 적어도 하나 정도는 선교(봉사)의 활동영역에 참여하고 있다. 이에 대한 긴밀한 나눔이 카톡과 교제와양육 모임에서 이뤄지고 있다. 교회 올 때는 힘들게 왔다고 해도, 집에 돌아갈 때는 웃으면서 돌아갈 수 있는 힘이 생성된다.

이 모든 것은 “교회를 위한 헌신자가 아닌, 하나님과 타인을 위한 헌신자로서의 역할이 우선돼야” 한다는 그안에교회의 신앙양식이다.

# 교회의 무소유 원칙

그안에교회의 김흥현 목사는 ‘교회 건물이 교회를 유지하는 데 절대적인 방식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강했다. 경기도 산본의 상가건물에서 목회를 했을 때 교회 재정상황이 어려워지게 되니 목회비, 상회비, 임대료 등 유지비용이 너무 부담이 되면서 이 생각은 행동으로 발전했다. 고정비용을 전적으로 교인들의 몫으로 돌아가게 하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 비용을 없애는 것이 대안이라고 여겼다.

신자들과 오랜 토론의 시간을 거친 끝에 도출된 내용은 교회는 유지하되 건물을 고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것에 반대한 신자들은 “건물교회가 없다보니 언제든지 문 열고 들어갈 수 없는 교회가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한 지역에 터를 두지 않는 것 또한 어려워했다.

그러나 김흥현 목사는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신학교 시절부터 교회는 공간 유지에 급급한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그리고 부목사시절 청년부서를 맡아 사역하면서 시도를 해봤다. 지역적이고 집단적인 것을 벗어나서 공동체의 진정한 성격인 ‘사람(신자)들과의 연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강압적이지 않으면서도 독자성과 연대를 통해 상호간에 늘 교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함을 시도해 봤다.

그안에교회는 ‘소유권이 교회 이름으로 등재되는 것은 교회 고유의 기능을 상실하게 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재정이 확보되기 전에는 건물 소유는 없을 것이며, 만약 건물을 확보하더라도 교회 단독명의로 하지 않고 공동명의로 한다는 방침이다. 교회 대표로서 목회자 이름으로 하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의미이다. 건물에 집착하는 오늘의 한국교회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 교회질서가 먼저 vs 성서 텍스트가 먼저

그안에교회는 ‘공동체성’이 제대로 실현되어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한다. 공동체성의 핵심은 BAP 등 3가지다. 개인적 신앙의 거듭남(born-again), 성경에서 대안을 찾는 것(alternatives), 거듭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실천(praxis)이 바로 그것이다. 공동체성을 실현하는 데는 신자 인원수, 예배시간이나 장소 등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음을 실현하고 있다.

그래서 그안에교회는 일 년에 서너 차례 야외로 캠핑을 떠난다. 처음 캠핑을 시작할 때도 신학적인 토의가 있었다. 교회 건물을 유지하는 기원은 어디서부터 유래했는지, 구약의 이동성전인 장막성전 시대에 그들은 어떻게 지냈는지 공부하면서 이 시대 속에서 그것이 가능한지를 실험하며, 실현해 보는 것이다.

처음에 신자들은 주일에 캠핑 가는 것(2박, 3박)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어떻게 주일에 교회에서 예배드리지 않고 나가서 드릴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럴 때 예배 장소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11시 예배 혹은 12시 예배의 시간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성경을 토대로 숙고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주일에 드리는 예배만 괜찮고, 쉬는 날이 화요일인 사람의 예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의 핵심은 교회 전통적인 ‘질서’를 따를 것이냐, 아니면 성경 텍스트에 입각해 나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교회 건물, 예배시간 등은 교회의 질서방식이지 성서적인 방식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안에교회는 쉽지 않지만 ‘성서 텍스트’를 따르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런 개혁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한 어설픈 것에 그칠 수 있음도, 그리고 교인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 역시 목회자의 과제임을 안다.

“성서를 기초해서 기존의 질서를 재해석하며 나아가는 것은 쉽지 않고, 이해하고 실현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처음엔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것은 나쁜 것이 아니고, 적응해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하는 예배, 헌금, 봉사 등 신앙질서를 따라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수라는 존재가 우리에게 보여주었던 루트인 ‘말씀-사건을 향한 기대-실행’에 옮기는 것이 비로소 신앙의 체계임을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 신자 개인은 우주적이다

김흥현 목사는 장신대 구약학 박사코스 과정을 밟았다(논문만 남겨놓고 있다). 장신대 학생들에게 히브리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인지 그의 목회철학에는 구약의 ‘히브리적 사고’와 신약의 헬라적 사고가 균형잡혀 있다.

“히브리적인 사고는 우주적 범주입니다. 자기가 어느 자리에 있든지 경계(우리 교회, 자신의 신앙)는 우주적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헬라적 사고에서는 지금 자신의 자리에 좌표를 찍어야 합니다. 이 두 가지 개념이 연결돼 있어야 합니다.” 교회 이름도 이 사상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우주적인 주님 안에 우리가 함께 있는’, 그안에교회(IntheHe Church)인 것이다.

“히브리적 핵심은 경계(공간)에 갇힌 삶이 아니고 역동적인 것입니다.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는 것입니다.”
‘십일조 헌금’에 대한 해석도 달리한다. 평범한 헌금, 감사헌금, 십일조 헌금 등을 할 수 있지만, 십일조를 소득의 1/10로 여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말라기에 보면 ‘십일조’는 ‘회개의 척도’를 의미하는 해석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오늘날 교회들은 신약에 근거를 두고 있는다 하면서 구약의 제사장, 성전 개념 등 필요한 것만 가져다 사용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마치 현대인들이 조선시대 갓을 쓰고 사는 사람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하면 구약의 정신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6년차에 들어선 그안에교회 신자들은 김 목사가 지향하는 길에 함께 공감하면서, 그 세계를 향해 함께 노력하는 기쁨의 흔적이 엿보인다. 대부분의 말씀 나누기에서 김 목사는 일방적으로 성경을 풀어 해석해주지 않는다. 성경의 텍스트를 읽고, 그 본문이 지향하는 방향을 소개한다. 이미 번역돼 있는 개정개역판 성경과 함께 김 목사가 사역(私譯)한 성경도 알려줘 두 번역서를 대조해 텍스트를 더 정확히 이해하도록 한다.

김 목사가 사역한 시편 109편 30~31절을 보자. ‘내가 야훼에게 나의 입으로 말할 수 없는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군중들 한 가운데서 그분을 노래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마음 속으로만 부유할 수밖에 없는 비껴난 자들의 존재근거를 향해 언제든 행동할 준비로 서 계시기 때문입니다. 즉, 건져내주시기 위해, 그의 삶 전부를 법으로 묵어두려는 자들로부터.’

 
이렇게 김 목사가 텍스트를 소개하면서 신자 개개인이 소화해내게 만든다. 그리고 일상의 문제에 부딪혔을 때 그것의 신학적 정당성을 성경 텍스트로부터 기반하고 있는지 늘 숙고하게 한다.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때 우리는 판단유보를 해야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옳다는 것이 확실하면 다른 사람들의 길을 재단할 필요 없이 우리의 길을 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안에교회 신자들. 성경의 텍스트에 근거해 ‘오늘’의 여러 상황과 문제를 재해석 해 나가는 면면들이 한국교회 속에서 어떻게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양승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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