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당나라 景敎 (16)

예수의 당나라   景敎  (16)

 허탄 네스토리우스 교파 수도원 가는 길.

“마의가 삼가 묻습니다. 마니교나 조로아스터교와 기독교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
알로펜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멍한듯 보이는 그의 시선은 허공을 응시하였다. 얼핏 무심해 보이기도 했으나 그의 눈에 비친 마음은 한동안 침묵일 뿐이었다. 시간은 그렇게 3분 쯤 지났을까….
그를 향한 기대로 그의 무릎 앞에서 지키고 있던 낙양의 구도자들 세 명과 알로펜의 일행들은 모습이 각각이었다. 어떤 이는 알로펜의 눈을 응시하고, 어떤 이는 허공, 그리고 어떤 이는 땅 바닥을 바라보면서 손가락질을 하기도 했다.
알로펜이 드디어 침묵을 깼다.
“나 더는 모르겠소.”
“허어….”
마의가 헛기침을 했다.
알로펜은 몰라서 미안하다는 듯이 벙긋이 웃으며 낙양의 세 친구들을 번갈아 바라 본다.
“미안해요. 내가 종교의 선생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그저 내게 오신 예수님을 편히 모시는 최선의 방법은 침묵의 경배라고 배웠고, 다만 예수가 누구냐는 주변의 아우성에는 차마 그냥  지나칠 수가 없기도 했지….”
알로펜은 말을 이어가다가 멈췄다. 마의의 눈과 마주쳤기 때문이다. 마의가 울고 있었다. 그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그는 알로펜의 눈과 마주칠 무렵 두 무릎을 꿇었다.
“이 놈이 무지했습니다. 내 입이 항상 방정을 떨다가 세월을 허송했습니다. 오늘도 저는 선생님을 시험했어요. 배우자는 뜻보다 중교들 간의 비교법을 알고 싶었거든요. 종교란 시장 바닥에서 물건을 고르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 말입니다.”
“마의! 이제 됐어요. 하늘의 주인 되시는 이가 마의의 길을 인도해 주실 것이요. 그분에게 마음을 여세요.”
알로펜의 이 말에 마의와 그의 두 일행인 청수와 행담도 무릎을 고쳐 잡으며 머리를 조아렸다.
알로펜이 다시 입을 열었다.
“여보시오들. 내가 열여덟 살 무렵 이야기 하나 할게요. 수리아 다마스커스에서 나의 외할아버지상단을 운영하고 계셨소. 그때 메카 상단 소속 카라반이 당도했고, 그들 중에 무함마드라는 낙타몰이꾼이 있었죠. 그는 나중에 알고 보니 내 동갑이더군. 나는 그 친구와 한 주간 정도 함께 머물면서 하나님에 대해서, 선지자들에 대해서, 천사에 대해서, 예수님에 대해서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했었죠. 어느 날은 밤을 꼬박 지새우면서 둘이는 입씨름을 하면서 신앙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대강의 내용에서 일치를 보았는데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신 그 죽음의  의미가 무엇이냐에 대하여 나와 그는 크게 의견차가 발생했었죠.
메카의 그 친구 무함마드는 어떻게 예수의 죽음이 나 무함마드의 죄를 대신하느냐. 결코 그럴 수 없다. 그것은 거짓말이요 거룩한 사기다. 용서할 수 없는 범죄라고 고함을 지르다가 뛰쳐 나가기도 하더군. 그러기를 서너 차례, 그는 어느 날 내게 와서 오늘은 메카로 돌아간다면서 예수의 죽음에 대한 해석만 뒤로 미루고 우리는 친구라면서 나를 얼싸안아주더군.”
알로펜은 하던 말을 뚝 끊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고 낙양의 친구들이 물었으나 알로펜은 웃고만 있었다. 안토니가 입을 열였다.
“주교님은 그때, 무함마드를 하나님이 보내주셨는데 아무런 도움 없이 되돌려보낸 점을 크게 후회하고 계십니다.”
“그랬소. 나는 그때, 말만 말인줄 알았소. 어떻게 해서든지 무함마드를 설득해 보려고 기를 썼던 내가 참 멍청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요즘에서야 발견했소. 왜 우리는 하나님의 세계를 인간의 지식과 두뇌로 다 알 수 있다고 서두르는지. 하나님이 자기 변명 또는 자기 소개를 하실 시간의 배려는 왜 하지 않는지. 과연 인간은 멍청해요. 나는 말이죠, 그때 무함마드가 나와 헤어지고 메카로 되돌아갈 때의 아쉬워하던 눈빛을 기억하고 있소이다. 그 사람을 그때 다마스커스에 눌러 앉혀 놓았어야 했는데….”
마의가 옷깃을 가다듬으며 알로펜을 위로하듯이 말했다.
“아닙니다. 선생님은 그때 최선을 다하셨어요.”
“그래요. 이제 뒤늦게 위로나 받는 늙은이가 되었으니 내게 회한이 있소이다.”
“그래서 오늘 저희들의 깨달음이 크옵니다.”
“그렇소. 종교를 비교할 필요는 없소. 처음 머무는 자라에서 친절한 이웃처럼 만나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중국 땅에 와서 기독교의 터전을 따로 세우려는 뜻은 기독교만이 옳다는 뜻으로가 아니라 종교들의 궁극이 어딘가, 우리 모등 종교인들이 먼저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만날 뿐 아니라 존중하고 존경하는 분위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주교님! 이미 쟁투가 벌여졌어요. 특히 우리 기독교 안에서 태어난 무함마드가 아라비아 군대를 이끌고 다마스커스에 와 있습니다.”
“그래, 자네도 알았구먼. 무함마드 그 친구는 수년 전에 세상을 떠났으나 그의 부하들이 수천의 군사를 이끌고 다마스커스에 와있다는 말을 나도 풍편으로 들었네.”
“아, 그래서 주교님이 지금 무함마드와 50여 년 전 만나서 밤을 지새우며 예수가 우리의 구세주냐, 아니면 앞길을 안내해주는 선지자일 뿐이냐고 다투던 날을 생각하시며 괴로워하시는군요.”
“그래, 괴로워하오. 지금만 같았어도 우리는 하나님의 음성을 함께 들을 수도 있었는데, 우리는 그때 게거품을 물고 말싸움을 하면서도 단 한 번도 하나님이나 예수님께 자기 자신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 일이 없었소. 참으로 무례하고 무식한 놈들이었지.
그 대가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 할지, 기독교와 이슬람은 말이지 서로가 형님 노릇을 하겠다고 벼른다지 않던가.”
“왜 그러죠?”
마의의 물음이다.
“무함마드의 이슬람 조상인 이스마엘은 아브라함의 큰 아들이거든, 그래서 그들 아라비아 종교가 큰 집이고 형님 종교라는 겁니다.”
안토니의 설명이다.
“앞으로 이 문제의 해결은 기독교나 이슬람, 또 다시는 나 앞로펜의 상대가 되어주지 않을 무함마드와 예수님 간에 대결이겠지.”
알로펜의 모습이 이그러진다. 그는 얼굴을 한쪽으로 돌리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스승님, 저희들 쿠처의 친구들이 오늘부터 스승님 슬하에서 배움을 익히고 싶은 데 허락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로펜이 자세를 고쳐 앉는다. 그는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미소 짓는 그의 얼굴에는 아직도 눈물이 잔잔히 흐른다.
“내가 무슨 자격으로….”
“아닙니다. 저희가 이곳 낙양까지 오기에는 위에 계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었구나를 잠시 전에 생각했습니다. 주교님 같은 스승이면 저희 배움은 마무리되지 않을까 합니다만….”
마의 곁에서 계속 듣고만 있던 청수가 총명한 눈을 껌벅이면서 말했다.
“이 사람 청수! 실수했네. 배움이 마무리되다니, 마무리가 아니라 시작이지.”
마의가 청수의 말을 단박에 수정하였다.
“옳습니다. 주교님, 제가 실수했어요.”
“아니오, 우리는 날마다 생각을 키우고 깨달음의 열매를 맺는 법을 알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내가 여러분을 거둔다는 자신감은 없습니다. 양해를 구합니다.”
알로펜이 사양했다.
“행담이옵니다. 스승을 뵈옵니다. 저는 죽는 한이 있어도 스승님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허어, 이 만남을 어찌해야 하는가?”
알로펜은 온 밤을 기도속에서 지내고 아침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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