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의 역사 속에 ‘예수님의 품’처럼 따뜻한 성북구 예안교회(황한호 목사)

 
기독교의 신뢰도 약한 것 설교자의 문제-신학이 시대를 이끌 수 있도록 준비 시급
인간적 축복이 아닌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팔복의 의미 이제라도 깨달으며 살아야
식상하지 않는 설교·리더십위해 노력, 삶 속 믿음 강조하는 청년들 소중히 여겨야

‘복음주의’를 표방하며 말씀을 지켜낸다는 한국교회지만 오늘의 현상은 빛이 바래지고 있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예안교회 황한호 목사(50)는 신학 교육과 영성에서 그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황 목사는 서울시 성북구 삼선동1가 한성대 인근의 예안교회에서 17년간 목회하면서, 줄곧 서울기독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조직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신학 교육과 목회 현장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누구보다도 실감하고 있는 목회자다.

# 신학교의 문제, 곧 목회자의 문제

조직신학이라고 하면 굉장히 딱딱하고 신학적인 부분에만 집중할 것 같지만, 그가 강의하면서 핵심적으로 보는 것은 ‘미래신학적인 경향’이다. 예수가 그리스도라는 것을 이 시대 속에 어떻게 어필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레너드 스윗이 말한 것처럼 오늘의 문화 속에서 예수를 재발견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는 황 목사는 “한국은 근본주의적인 경향이 많아 성경 읽는 것은 탁월한데, 오늘의 문화에서 재발견 하려는 노력은 너무 약하다”고 진단한다.

기독교 신자들이 가톨릭으로 가는 주요인은 ‘목회자의 자질’ 때문임을 인지한다면, 한국교회의 문제는 목사의 문제고, 목사의 문제는 곧 신학교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황 목사는 말한다.

“많은 수의 신학생을 배출하는 것보다 어떤 사람이 배출되는가가 중요합니다. 제대로 길러서 내보내면 지금보다 배로 많아져도 괜찮을 것입니다.”

헨리 나우웬은 교회의 문제를 신학교의 문제, 신학교의 문제를 교수들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신학교에서 강의하는 황 목사는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고민도 많은 듯 했다.

“새로운 생각,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도록 합니다. 현대인들의 관심사인 사회과학, 철학, 심리학, 예술 등 요즘 관심있는 것을 인용해서 말씀이 시대 속에 녹여 전달되도록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프란시스 쉐퍼가 미국과 유럽의 교회들을 분석하면서 ‘교회가 부흥할 때는 신학교가 철학이나 경제, 심리학, 문화, 예술 등 보다 우위에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오늘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시 신학이 모든 부분을 앞서 미래를 예측하여 준비시켜야 신학과 교회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학할수록 교회를, 하나님을 더 사랑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도 신학교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몫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성서읽기 제대로 해야

그렇다면 그 방법은 어디에 있을까. 황 목사는 ‘성스러움’, 거룩성에 있다고 말했다. 세상 안에서 살면서 다름과 차이가 의미를 만들어 낼 때 성스러움이 보인다는 것이다.

교회 재정이 부족했을 때도 포기하지 않고 선교·구제 등이 가능함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 자신들의 믿음을 현실 앞에서 재점검할 수 있는 기회로 삼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힘은 ‘영성’에서, 영성의 기본은 성서읽기에서 이뤄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무작정 읽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마음으로 읽고 이해하고 사는 것이어야 한다. 단순히 잘 먹고 잘 사는 웰빙의 차원이 아니라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로 시작하는 예수님의 팔복에서 말씀하시는 심령의 가난함, 겸손, 자기 부인이 이뤄지는 축복임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훈련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분노할 때 말씀이 생각나서 그 말씀이 분노보다 위에 있어서 말씀으로 다듬어지게 하고, 때때로 미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사랑하라는 말씀이 그 미움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성서에서도 ‘사랑하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요. 십계명에 부모님이 자녀를 사랑하라는 말은 당연하게 되니 명시가 안돼 있지만 자녀들에게는 부모를 사랑하라고 명령하고 있지 않습니까. 사랑이 쉽지 않으니 사랑하라고 말씀하시는 주님의 사인을 알아듣을 수 있는 자각,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황 목사는 때때로 실패하고 넘어지는 자신의 얘기를 신자들에게 노출시킨다. 그러면 신자들이 ‘어떻게 목사님이 그럴 수 있느냐. 목사님이 실패하지 않아야 우리가 잘 살아간다’고 볼멘소리다. 부족함을 고백하는 것은 ‘내가 그 실패나 부족함을 안고 씨름할 것이니 지켜봐 달라, 함께 씨름해 달라’는 의미라고 황 목사는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바울이 탁월한 사람이지요. 자신의 부족함을 철저히 내보이면서 거기에 멈추지 않고 영적인 투쟁을 끊임없이 이뤄냈으니까요.”

#  책 읽기가 중요하게  된 ‘힘’

초등학교 때 시신 매장하는 것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바로 두 손이 썩어져갈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그래서 중학교 1학년 때 인생의 목표가 ‘예수 잘 믿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중 3때 서울로 이사했는데 ‘매장’ 충격이 떠올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다시 직면했다. 교회 사람들 누구에게도 명쾌한 답을 듣지 못했다. 하나님은 무조건적으로 사랑하신다고 하셨는데 왜 ‘예수를 믿어야 구원을 얻는지’ 등에 누구도 답변을 못해주었다. 그래서 혼자 답을 찾아나설 수밖에 없었다. 생각하고, 묵상하고, 책을 읽으며 찾아나섰다. 

“주변분들이 저로 인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답은 못해주었지만 늘 함께 해주었던 그분들에게 저는 빚진 자입니다.”

황 목사는 신학공부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 같다고 말한다. 노장사상부터 인문학 등 책읽기에 몰두했다. 신학생 시절 일주일에 하루는 아예 서점에서 살았다. 바닥에 앉아서 어떤 날은 교보문고 사회과학과 역사 쪽의 책을, 하루는 종로서적에서 철학 책을, 생명의 말씀사에서는 신학 책을 읽었다.

황 목사의 책 읽기는 그렇게 신앙에 대한 답 찾기에서 성숙으로 이어지게 하고, 체득되는 단계, 그리고 여전히 공부해야 함을 일깨워주는 ‘훈련의 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황 목사는 리더(Leader)는 리더(Reader)다, 신학은 리딩(Reading)이라고 강조할 정도로 책읽기는 그만큼 중요한 것이 되고 있다.

최근에 목회자들이 목회의 방법을 익히기 위해서 세미나에 많이 다니지만 숙달시켜서 내 것으로 만드는 힘이 중요하다고 황 목사는 강조한다. 그것은 바로 방법의 그 이면에 무엇이 있는가에 몰두할 수 있는 ‘생각의 힘’임을 강조한다. 인터넷의 여러 가지를 퍼나르는 것에 익숙해 있는 오늘의 세태를 향해 황 목사는 ‘부족하고 엉성해도 내가 땀 흘려서 이루는’ 것에 더 몰두해야 한다고 말한다.

# 식상하지 않은 설교로 다가가기 

예안(예수님이 안고 가시는)교회는 77년의 역사가 있는 교회다. 미국그리스도의교회에서 파송한 존 체이스 선교사가 최상현 목사와 협력해 시작한 교회로,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 교단 중에서는 초창기 교회에 손꼽힌다.

일제시대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지하에 숨어서 예배 드리며 신앙의 순결을 지켜냈으며, 6.25 전쟁을 겪으면서 민족의 지도자들과 함께 했던 최상현 목사가 납북되는 아픔을 겪기도 하는, 거룩한 전통 속에 있다고 ‘예안인’들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 교회에서 17년간 사역하고 있는 황 목사는 그 기간 동안 신자들이 떠나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는 실패의 과정을 거치면서 “교인들은 나쁜 사람은 없구나, 모두 다 성장통을 겪는 것일 뿐”이라는 생각에 다다르게 됐다.

신자들의 신앙이 자기중심적인 유아기에서, 반항과 도전기의 사춘기를 거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힘든 것이 아니라 재미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교회 생활에는 졸업이라는 게 없지 않습니까. 오랫동안 서로를 지켜보다 보니까 그들의 성품이나 생각 등이 한눈에 보입니다. 신자들 중에서는 ‘우리 목사님이 제일 많이 바뀌었다’고 얘기할 정도로 30대 초반 부임했을 때는 너무 ‘칼’같았죠.”

간혹 가다 후배들이 ‘목회가 힘들어 포기하고 싶다’는 말을 할 때면 황 목사는 ‘신자들이 바뀌기를 바라지 말고 당신이 변하면 어떻겠느냐’고 조언을 해준다.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얘기다.

황 목사는 고등학교 시절 고 정진경 목사로부터 들은 ‘나는 설교 스타일을 몇 년에 한 번씩 바꾼다’ 하던 얘기가 목회현장에서 실감난단다. 정 목사의 18년간 설교 내용 속에는 신자들에게 말씀이 식상하게 전달되지 않도록 한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것을 확인하면서 황 목사도 부단히 노력한다. 또한 샤프하고 비판적이었던 젊은 시절의 목회 리더십을 지금은 ‘사랑’에 맞추어 모두를 보듬어 가려 부단히 애쓰고 있다.

목회 초창기에는 목회자는 ‘영적인 중매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힘들고 어려운 이들이 돌아오면 환영해주어야 하는 ‘기다리는 자’, 지금은 ‘축복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목사의 기도가 포기되지 않는 한 소망이 끊어지지 않음이 실현되는 목양지임을 알아가고 있다. 예수님의 팔복에 기초하여 돈은 많이 벌지 못하고, 지위가 높지 않아도 예수로 행복해 하는 사람으로 자라게 하고픈 것이 황 목사의 목회철학이다.

요즘 젊은 청년층의 믿음 방식에도 황 목사는 관대하다. 과거 신자들은 예배와 십일조 등(교리적인 믿음)만 잘 하면 좋은 신자라고 생각하지만 요즘 청년들은 교회 생활은 약할지 모르지만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데 관심이 더 많다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어른들로부터 이해받았을 때 아이들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믿음 없고, 헌신하지 않는다’며 몰아붙이며 정죄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교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안교회 전경
황 목사는 매주 나오지 않는 청년들, 그러면서도 자기들은 그리스도인들이라고 고백하는 그들의 믿음도 굉장히 소중하다고, 교회 규모에 비해 굉장히 열심히 헌금하는 신자들을 향해 ‘헌금 많이 하지 말고 여러분의 삶에 충실하라’는 간 큰 얘기도 서슴치 않고 한다.

이는 예수 안에서, 예수와 함께, 예수의 능력을 행하시는 비전을 ‘예안’신자들이 충실히 공유해 나가고 있는 것을 반증해 주는 것 같다. 오늘도 이 비전을 충실히 바라보면서 높은 언덕의 예안교회는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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