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1등’이란 제목으로 글을 써보았다.

열심히 달려 평생을 / 늘 1등으로 살아온 / 그런 사람이 있었다
이제는 저쯤에 / 뿌듯하게 누릴 영예가 / 보일 때가 되었는데 ……
거기, / 아무 것도 없었다 / 현수막이 걸린 환영식장도 / 악단도 박수 칠 사람들도
아, 방향이 틀렸다 / 걸어온 길이 멀었다
황량한 땅에 / 모래바람만 불었다 / 오래 눌러온 회한이 / 갑자기 한꺼번에 깨어났다
하늘이 무너졌고 / 무너진 하늘을 안고 / 땅이 꺼졌다

한국 교회는 이 나라의 종교 가운데 성장세 1위를 달려왔다. 70년대 후반과 80년대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금 한국 교회는 교정 시기를 거치고 있다. 그것도 뼈아프게 아마도 꽤 오랜 기간이 걸릴 구조 교정 말이다. 기본적인 구조를 교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 몸에서도 척추나 기본 골격을 바로잡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기업에서도 이른바 ‘구조조정’은 언제나 심한 몸살을 앓게 한다.

작년 12월에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하여 19세 이상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교회 신뢰도 조사가 지난 2월 초에 발표됐다. 여기에서 기독교의 낮은 신뢰도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기독교인들 가운데 교회를 신뢰한다는 비율이 많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2008년에는 기독교인 가운데 65.6퍼센트가 교회를 신뢰한다고 조사됐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47.5퍼센트로 무려 18퍼센트나 하락했다. 교회를 사회적 조직체의 하나로 볼 때 내부의 자기 결집력이 현저하게 약해진 것이다. 이 상태가 더 계속되면 어느 시점에 가서는 심각한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현재 한국 교회의 현실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교회 안의 여러 분야 가운데 자정 능력이 상실된 부분이 여럿이라는 데 있다. 그중 심각한 두 가지를 지적하면 제도적 교권과 연합기관들의 상황이다. 각 교단의 임원 선거로 대표되는 교권의 구조적 상황은 개선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교단임원 선거 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계속되는 돈 봉투 선거가 그 대표적 문제다. 장기적으로 파행을 겪고 있는 감리교 지도부의 상황은 교권 다툼과 연관하여 한국 교회 전체가 앓고 있는 병리 현상의 한 단면이다.

최근 심각한 교계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연합기관의 분열도 그렇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각각 보수와 진보를 대변했던 것이 한기총에서 한국교회연합이 갈라지면서 연합기관이 삼분되었고, 최근에는 또 하나가 생기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스도의 몸인 ‘거룩한 공교회성’이 가시적인 기구를 통해서 어느 정도 표현될 가능성이 요원하기만 하다. 작년 10월 말부터 11월 초에 걸쳐 부산에서 개최된 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총회도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는 평가와 함께 역시 연합활동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었다.

한국 교회가 걸어갈 앞으로의 5년 또는 10년은 어떠할 것인가. 지금으로서는 긍정적인 어떤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체적인 교세가 줄고 사회적 영향력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교회는 터널을 지날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 한국 교회 앞에 놓인 쉽지 않은 상황이 굴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면 정말 큰일이다. 그러나 터널이면 괜찮다. 어두운 영역을 지나야겠지만 결국은 출구가 있을 테니까 말이다.

범죄와 그에 따른 형벌에서 겪는 고난, 그리고 고난의 자리에서 회개하여 다시 하나님의 은혜로 회복되는 것은 성경의 가장 기본적인 가르침이다. 이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터널을 지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굴이 될지 터널이 될지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자세에 달려 있다. 온몸으로 회개와 갱신의 길을 걸으면 터널일 것이고 교회는 터널의 고난을 통하여 다시금 순결해져 새로워질 것이다. 한국 교회의 앞에 놓인 길이 터널이면 좋으리.

/목사성락성결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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