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당나라 景敎(19)

무슬림 개종자인 아제르바이잔 예수아 목사와 필자

알로펜의 깊은 생각

알로펜은 어제 페르시아 재무대신 마흐 마가드와의 면담 후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페르시아가 무너진다고…. 당나라에 망명 정부를 세울 수 있는가를 타진해 보았으면 한다는 말에 크게 충격을 받았다. 페르시아가 당나라의 보호를 받고 싶다면 되는가.
뒤척이던 몸, 뒤늦게 곤한 잠이 들었다. 마리아는 주교의 방에서 계속 인기척이 없자, 불안했다. 어젯밤 잠을 이루기가 쉽지는 않으셨겠지…. 식탁을 준비했으나 그녀는 그냥 기다렸다. 주교님이 나오시는 시간이 식사시간이다. 그녀 자신도 중국에서 기독교의 사상적 틀을 세우고, 교세를 강화하는 지름길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면서 사실은 한잠도 못 이루었다.
시리아 파 기독교 사상은 정통파와는 뭔가 다르다. 그들은 기독교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 기독교와 신자, 신자의 하나님과의 관계는 쉽지가 않은 데 그들 시리아파는 너무 쉽게 결론을 내렸다.
뒤늦게 알로펜이 밖으로 나왔다. 그의 얼굴이 수척해졌다.
“주교님, 우선 차 한 잔 하시겠어요?”
“그럽시다. 참, 어젯밤 꿈을 꾸는데 페르시아의 황태자가 나를 찾아왔더군요. 제국은 아라비아 군에게 패했고, 제국의 신민들은 사막과 산악지역으로 피신하였는데 황제 야즈데기르드는 황태자 피루즈를 끝까지 항쟁하도록 했지만 그가 망명객이 되어 나를 찾아왔더군요.”
‘참, 꿈이 신기하네요. 하나님께서 주교님께 무엇인가를 준비하라고 암시하시는 것은 아닐까요?”
“아, 그렇구나. 이보시오. 마리아님! 내 곧 나가 봐야 하겠소이다. 재무대신 마흐 마가드가 망명처를 빨리 알아봐 달라지 않던가요.”
“주교님, 서두르지 마세요. 위기는 페르시아가 아니고 우리들 입니다. 또 페르시아의 귀인들이 당나라에 은신처를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살 길 입니다. 주교님의 꿈 해석을 내가 해 볼까요?”
“그래요. 어서 말해 보시오. 마리아 교수님.”
“우리들 소위 네스토리우스 파 중국 선교단이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뒤에서는 로마 파가 공격하고 내부에서는 시리아 파 단성론자들이 우리들의 활동력을 감소시킬 겁니다. 앞으로 선생님 시대가 끝나면 당나라 경교의 기류가 바뀔 수 있어요. 서둘러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페르시아 인들이 당나라에 망명 오는 일이야 우리의 일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마리아, 바로 그겁니다. 맞아요. 선생은 내가 아니고 교수님이십니다.”
알로펜은 아이처럼 펄쩍 뛰면서 마리아의 팔을 꼭 쥐고 흔들었다.
“주교님, 참으로 감격스럽습니까?”
“그럼요.”
“정말이거든, 이럴 때는 저를 한 번 꼬옥 껴안아 주는 감정표현을 해 주시면 안됩니까? 어찌 그렇게 무심한 바윗돌 같으신가요.”
“그래요, 못 껴안아 줄 이유도 없지요.”
알로펜이 웃으면서 마리아 가까이로 나서는데 안토니가 들어온다.
“어서 오시오. 안토니 사제님.”
마리아가 안토니를 자리에 권했다.
“아니, 주교님은 아직 아침 전이신가요?”
“네. 저도요. 저희는 오늘 아침 매우 심각한 결론에 도달했어요.”
“뭐가요? 무슨 일이….”
“이보게. 나는  페르시아 망국인들 걱정을 하고 마리아 님은 우리 선교단의 사상적 위기를 말하고 있다네. 나는 오늘 아침에, 과연 내가 주교의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나 자신을 의심하게 되었다네.”
“왜 그러세요. 주교님, 주교님은 중국선교만 아니라 세계 기독교의 사상적 틀을 새로이 창조해낸 영웅적 인물이십니다. 나 마리아가 이를 확신하고 있어요.”
“알로펜을 바보로 만들 작정을 하는군.”
알로펜이 헛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주교님, 주교님이야말로 마리아를 바보로 아시나요. 내가 그걸 모르고 50년이 넘도록 이 수난을 당하면서 주교님 곁에 있는 줄 아세요.”
마리아가 자기 말에 흥분하여 눈물을 뚝 흘리자 알로펜과 안토니가 잠시 멋쩍어졌다.
“죄송해요. 저는 지금 당나라 한구석에 앉아 있지만 세계사가 어떻게 배치되어 가는지를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아라비아 사막의 이슬람으로 일어난 지가 겨우 30년입니다. 창시자인 교조가 죽고 없는 지금 이 시간 저들 아랍군은 로마제국의 영토인 수리아 다마스커스, 안디옥, 기독교의 성지 예루살렘은 물론 이집트 전역과 함께 페르시아까지 모두 점령했습니다. 이걸 여러분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
알로펜과 안토니가 동시에 침묵이다. 마리아 교수의 말길을 끊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저의 판단은 위에 계신 하나님이 일찍이 허락하셨던 기독교의 터전을 둘로 쪼개서 한쪽은 기독교, 또 한쪽은 아라비아 이슬람에게 주시고 앞으로 천년, 또 천년은 더 경쟁을 시켜서 승리하는 자를 선택하려는 계획이 아닐까요?”
마리아가 자신의 말이 너무 허황된 것이 아닐까 하고 주춤할 때 알로펜이 나섰다.
“마리아 교수님의 말씀에 나도 절반 이상은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아시아 깊숙이 와 있는 우리들이 걱정해서 될 일이 아니지요.”
“주교님! 약해지지 마세요.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가 주교님과 동갑이며, 다마스커스에 와서 주교님 외할아버지 집에서 주교님과 대화하시던 그때 나도 그 사람을 잠깐 보았지요. 어째서 무함마드의 기개에 뒤지려 하십니까? 저는 주교님이 지금 로마가 아닌 당나라에 계시기에 새 기독교를 만들어낼 천제일우의 기회를 얻었다고 봅니다.”
마리아가 언제 저토록 큰 야심과 포부를 가졌을까, 알로펜이 말없이 마리아를 바라보고 있을 때 안토니가 일어서면서 말했다.
“저는 마리아 교수님 계획에 동의합니다. 우리는 드디어 새 기독교를 필요로 할 때가 되었습니다. 기독교는 일단 심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최후의 심판은 아니고 중간심판 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기독교가 얼마나 허술했으면 아라비아 군에게 당합니까? 기독교를 보호하는 로마제국 군은 다 어디에 갔습니까? 세계 최강인 로마 군이 기독교를 지켜주지 않았다는 것은 기독교의 실패로 보아야 합니다.”
“그래,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알로펜이 마리아와 안토니를 번갈아 바라본다.
“네, 제 생각은 주교님이 페르시아 망명세력을 잘 관리하세요. 그리고 그들과 함께 망명 오게 될 페르시아 기독교를 껴안으세요. 어디 페르시아 뿐인가요. 페르시아인들이 중국 뿐 아니라 저희가 터 닦아둔 중앙아시아 각 나라의 지역들도 흔들어 놓을 터인데 그들 중에서도 찾아오는 기독교 인재들이 머지않아 수백 명이 더 될 것입니다.”
“그래, 그렇군. 바로 그거야. 우리 잠시 후에 나가보세. 수백 명이 먹고 생활하며 공부할 강의실도 곧 바로 건축할 계획이야.”
“됐습니다. 마리아 교수님도 함께 가요. 그리고 오늘 보니까 마리아 교수님 대단해요. 여기 중국에는 좌청룡 우백호( 左靑龍 右白虎 )라는 말이 있지요. 두 분은 청룡과 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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