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독서 토론·공동육아 이끈 ‘샤론회’ 이혜은 회장

 “놀이라고 생각하면 어려움도 거뜬히 넘어설 수 있어!”

23년간 책 300권 읽으며 건강한 엄마로 서도록 안내해

 

   
▲ 이혜은 집사






 

“하나님께서 주신 날 동안 기쁘고 감사한 삶이 되려면 앞만 보고 달려갈 것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잘 놀아야 해요. 놀이라고 생각하면 어려움도 거뜬히 넘어설 수 있지요. 제대로 놀아본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험난한 세파를 이겨내며 제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 놀이를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면 더욱 풍성하겠지요.”

행복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어떤 이들은 남들보다 더 많은 소유와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을 행복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입시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돈 앞에 기준과 원칙이 무시되는 세상이 되었다는 우려가 높다. 이번 세월호 사태가 오늘날 ‘돈=성공’의 등식 속에서 이뤄진 결과라는 지적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런데 전업주부이면서 23년간 엄마들의 독서모임인 ‘샤론회’ 회장으로 이끌어온 이혜은 집사(53, 안양제일교회)는 허겁지겁 쫓아가는 삶을 내려놓고 ‘창의적 놀이’를 통해 인생을 주도하며 살아갈 것을 제안했다. 이것이 그의 인생철학이자 자녀 양육 키워드였다. 그리고 그 ‘창의적 놀이’는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삶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됐다.

‘샤론회’는 이 집사의 큰 아이가 다녔던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샤론유치원 엄마들의 모임이자 그가 ‘창의적 놀이’를 마음껏 펼쳐낸 주 무대이기도 하다. 유치원의 부모교육에 참가했던 아홉 명의 엄마들은 배운 것을 실천하며 자녀 양육을 함께 하자는 취지로 유치원의 이름을 따서 ‘샤론회’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 걸음이 자녀들이 모두 성인이 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성으로서 인생에서 가장 바쁘고 힘겨운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자녀를 낳고 기르는 일은 만만치 않다. 유치원생과 몇 년 터울의 젖먹이까지 어린 자녀들을 기르는 엄마들이 함께 모여 무얼 했을까.

‘샤론회’는 단순히 엄마들이 수다 떨며 스트레스를 푸는 모임이 아니다. 엄마들의 독서 토론을 비롯해 가족 전체가 참여하는 나눔(기부), 음악회, 운동회, 여행 등 엄마들 스스로는 물론이고 가족 모두가 ‘풍성함’을 경험하는 통로가 되었다. 샤론회 회원들은 함께 하는 과정을 통해 행복은 먼 미래의 것이 아닌 내가 살아가는 이 순간 기쁨과 감사를 느끼는 자의 것이라는 깨달음 속에서 그 풍성함을 더욱 키워가고 있다.

# 인생, 창의적으로 놀자!

샤론회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책읽기였다. 주부로서 가정을 돌보고 자녀를 기르며 책을 읽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매달 한 권씩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23년째니 그동안 300권 가까운 책을 읽어냈다. 고전부터 시작해 너무 어렵다 싶을 때는 소설이나 시집 등 문학작품으로 숨을 고르고, 인문학이나 철학책도 함께 읽으며 생각의 깊이를 더해갔다.

“작은 모임이지만 학벌, 종교, 가정 형편, 관심사 등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하나가 되어 무엇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책을 선정하는 것이나 읽고 느낌을 나눌 때도 자기 속 이야기를 꺼내놓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요.”

7년쯤 됐을 때 지독한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책 속에서 깨달은 것을 나누는 작업은 결국 자기 자신을 내어놓는 일, 하지만 번번이 이야기가 겉도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회장인 이 집사가 먼저 “책 읽기 그만 하자”고 운을 뗐다. 그런데 의외의 반응이 돌아왔다. 적극적이지 않았던 엄마들이 오히려 “샤론회 아니면 평생 책 한 권도 읽기 어려울 것 같다”며 반대했던 것.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던 이 집사에겐 익숙한 것이었지만 어떤 이에게 책읽기는 살림과 육아의 전쟁터(?)에서 숨통을 열어주는 문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제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이야기를 이어가고 눈물을 쏟으며 아픔과 상처를 나눌 수 있기까지 서로에 대해 활짝 열렸다.

이렇게 ‘샤론회’를 통해 이 집사를 비롯해 엄마들은 ‘나’를 넘어 ‘우리’를 배웠고, 그렇게 자신의 내면이 건강해지고 넓어질수록 육아나 살림에 있어서도 조금 더 여유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 엄마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샤론회’의 놀이 한 가지 더, 장애인 단체인 희망선교회(대표 윤형영 목사) 김장을 23년째 도맡아 왔다. 이 집사가 수화 배우는 것을 계기로 인연이 된 희망선교회를 돕자는 데 모두가 찬성했고 매월 2만원씩 회비를 모아 김장철에 직접 찾아가 김치를 담갔다.

200포기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배추김치 600포기와 총각무김치, 깍두기까지 담으려면 아홉 명 엄마들의 힘으로는 역부족, 이틀 동안 새벽부터 진행되는 희망선교회 김장에는 아이들까지 동원돼 일손을 거들고 아빠들도 희망선교회로 퇴근한다. 손에는 고된 작업으로 허기진 가족들의 출출함을 달래줄 간식을 양손 가득 들고서.

“희망선교회 김장은 처음엔 우리끼리의 모임으로 끝나지 말고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가족 전체의 축제가 되었어요. 새벽부터 수도꼭지 하나로 배추를 씻고 좁은 공간에서 김장을 담그는 일이 만만치 않지만 누구 하나 힘든 내색 하지 않아요.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지요. 아이들에게도 뿌듯한 경험이 되고요.”

김치는 희망선교회 식구들뿐 아니라 선교회를 통해서 지역의 장애인들 가정에 배달된다. 이 집사는 열일곱 번째 김장 담그던 날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배추를 씻으려면 새벽부터 서둘러야 하는데 열일곱 번째 김장 날 새벽기도 시간에, 우리의 작은 정성이지만 드시는 분들이 식사 때마다 드리는 감사로 하나님께서 영광 받으실 것을 생각하니 결국 하나님께서 우리가 할 수 있도록 힘을 주셨다는 걸 깨달았어요.”

모임 시작부터 해온 희망선교회 김장가 ‘샤론회’를 오랜 시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것도 그때 깨달았다. 종교는 제각각이지만 희망선교회 김장은 어느 누구도 이견 없이 동참해왔고, 회비로 충당하기 어려운 때면 예기치 않은 도움의 손길로 번번이 채워졌다.

이 집사는 ‘샤론회’ 구성원들이 넉넉한 마음으로 감당하는 것과 늘 부족함 없이 채워지는 것을 보며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이 집사는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것을 성경을 원리적으로 읽을 때보다 김장 담그기를 열일곱 번 반복하면서 더 깊게 체험했노라고 말하며 웃었다.

# 삶에서 발견하는 성경 원리

이 외에도 학기 중에는 어린 아이까지 1인 1악기씩 각자 가정에서 연습해 여름방학 때면 지역 공원에서 음악회를 열었다. 크레파스로 포스터도 만들어 곳곳에 붙여놓으면 관객이 모여 꽤 그럴듯한 무대가 됐다. 음악회 후에는 온가족이 모여 도시락을 나눠 먹고 운동회를 했다. 한번은 장애인학교에 신청해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도 함께 했다. 겨울방학 때는 한 가정의 시골 친척집을 정해 다같이 2박3일 캠프를 떠난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캠프는 출발부터 흥미진진하다.

이 집사는 회장으로서 ‘샤론회’를 이끄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창의적인 놀이”를 즐기는 성품 덕분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그것은 가난한 목회자 가정에서 7남매 중 막내로 자란 이 집사에겐 일상이었다.

“부모님께서 6·25때 북에서 피난 내려오셔서 시골 가난한 동네로 파송 받으셨어요. 아버지는 목회에 전념하시고 어머니께서 자식들 굶기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일하시며 늘 지혜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셨지요. 문제가 있으면 ‘자! 얘들아 이걸 어떻게 해결해 볼까?’ 하시면서 마치 놀이 하듯 다 같이 힘 모아 이겨낼 수 있도록 하셨어요.”

가난 속에서도 감사와 기쁨을 잃지 않고 주변을 돌아보고, 늘 어려움을 온 가족이 함께 이겨냈던 경험들이 이 집사에게는 인생을 창의적 놀이로 채워가는 자양분이 됐다.

감사한 것은 ‘샤론회’ 아홉 가정이 함께 키워온 자녀들이 모두 자라 번듯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벌써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이룬 자녀도 셋이나 된다. 무엇보다 엄마들이 23년간 함께 하며 그랬듯이 아이들도 나만 옳다는 편협함이 아닌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폭넓은 인격으로 자라난 것이 더없는 기쁨이다.

공동육아를 위해 형성되었던 모임, 자녀를 다 기른 엄마들은 이제 행복한 노년을 위해 마음을 모으고 있다. 안양제일교회 600명 정원의 경로대학 총무로서 12년 간 전체를 관장했던 경험 속에서 “건강은 잃고 나서 돌보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철저히 깨달았다. 건강한 노년이 되려면 몸의 건강은 물론이고 마음과 정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쉼 없이 배움과 훈련을 계속해야 함을 말하는 이 집사는 “공동으로 아이들을 키워낸 것처럼 앞으로도 행복한 노년이 되도록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이들에게 창의적인 놀이 경험만큼 큰 배움은 없다”면서 아이를 엄마의 욕심이란 감옥에 가두지 말라며 육아로 바쁜 시기를 보내는 젊은 엄마들을 위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정찬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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