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딛고 하나님의 기업 꿈꾸는 ‘리바이트’ 대표 최규림 집사

‘돈’ 따라가다 잃어버린 관계, 삶이 무너지는 경험

길 위에서의 깨달음, “아는 신앙에서 사는 신앙으로”

 

   
▲ 최규림 대표

“너무 힘들어서 매일매일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포기하면서 걸었습니다. 걸음을 뗄 때마다 칼로 베는 듯한 생생한 고통은 내 안의 나를 마주하게 했고, 신앙도 삶도 그동안 주변의 평가에 연연했던 나 자신을 보게 됐습니다.”

새롭게 도전한 사업에서 어느정도 ‘성공’을 말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몰아닥친 우울증, 이어진 자살시도…. 하지만 이 이야기는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걷고 또 걸으며 275킬로미터의 순례길에서 발견한 생의 기쁨, 다시 사는 감격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교회음향, 교회영상 설계 시공 전문업체인 ㈜리바이트 대표 최규림 집사(45, 전주새중앙교회)이다. 그는 지난 6월 1일부터 9일까지 전주에서 출발해 서울까지 275킬로미터를 혼자 걸었다. 걷기를 싫어하는 그에겐 처음부터 무모한 도전이었다. 하루 평균 16시간의 강행군, 1번 국도를 따라 차들이 쌩쌩 달리는 차도를 걸으며 “살아야겠다!”는 간절함에 몰두하게 했고, 마지막 순간, 더는 걸을 수 없다는 절망의 선을 넘어서면서는 “오늘 행복한 삶을 살자”는 다짐으로 새로운 한 걸음을 뗄 수 있었다.

# 방황의 길에서

평생 신앙의 삶을 살았을 뿐 아니라 한때 목회자를 꿈꿨고 그것을 대신해 문화사역자의 길을 걷기도 했던 사람이 자살시도? 그 이유가 궁금했다.

최 집사의 이야기는 그의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중학교를 졸업할ㄴ 무렵부터 목회자의 길을 꿈꿨다. 어려서부터 교회에서 지내는 시간이 어느 때보다 좋았던 그에게 하나님의 일꾼이 되겠다는 서원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하지만 서원으로 인해 그는 방황의 길을 걸어야 했다.

“열린 시각의 목회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신학교가 아닌 일반대학에 지원했고 1학년을 마치던 때 선배의 부탁으로 잠깐 술을 입에 댄 것이 가책되어 걷잡을 수 없이 신앙의 길에서 멀어졌어요. 하나님의 종으로 살겠다고 서원한 입으로 술을 마셨으니 하나님께 버림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컸죠.”

20대를 술, 담배, 도박으로 살았다. 하룻밤에 수천만 원이 오가는 도박판에서 밤을 지새우고 주일이면 옷에 밴 담배 냄새를 훌훌 털어내고 예배당 뒷자리에 앉아 속으로 기도했다. “하나님! 언젠가 옮겨주실 거죠?”

당시 최 집사는 낮이면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기독교서점을 돌보고 밤에는 도박판을 전전했다. 어느 날, 밤새 도박으로 지쳐 서점 계산대에서 졸고 있는 그를 깨운 한 여학생은 150원짜리 엽서 한 장과 1만원을 내밀었다. 물건을 담고 나머지 돈을 거슬러주고 영수증을 쓰는데 도박판에서 ‘선수’로 통했던 터, “이까짓 거”하며 화가 치밀었다. 그리고 동시에 드는 생각은 “평생 도박으로 살 순 없다”는 거였고, 그날로 도박을 끊었다. 변화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본격적인 변화는 1996년부터 찬양문화사역을 펴면서였다. 서점 홍보를 위해 마련한 찬양집회에서 통회의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 이후 1997년 1500석 규모의 CCM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자원봉사자를 모집, 32명 청소년들의 봉사로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이때 헌신했던 아이들이 단원으로 자원해 ‘아름다운 나라’ 청소년 기독교 문화사역 선교단체를 창단했다. 매년 수능 100일 하루 전날 ‘101콘서트’를 10회에 걸쳐 개최해 청소년들의 음주문화 입문 행사처럼 여겨져 온 ‘100일주 파티’를 개선했다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원들의 생활 문제가 대두됐다. 학교를 졸업하고 하나둘 가정을 꾸리는 단원들의 생계를 위해 새로운 시도가 필요했다. 그동안의 사역 경험을 살려 음향, 영상, 악기 토탈솔루션 회사를 표방하는 리바이트를 창립했다. 예배를 섬겼던 레위지파를 뜻하는 ‘리바이트’, 시스템으로 예배를 섬기는 사람들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달려가면서 정직한 시공과 후속 관리로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창업기간에 비해 빠른 성장을 보였지만 최 집사의 마음 속 기쁨은 오히려 반비례했다.

“사역을 더 활발하게 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인데 결국 돈을 버는 목적이 흐려지면서 사람을 잃었고 그 상실감은 감당하기 버거운 것이었어요. 돈을 버는 게 저주 같이 느껴졌어요.”

자신을 방황으로부터 돌이키는 데 함께 해 주었던 사람들을 잃는 아픔, 그리고 가정의 어려움은 최 집사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지난해 말 고도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급기야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의 생명을 놓지 않으셨다.

# 죽음에서 생명으로

그를 다시 생명으로 이끈 것은 또 한 번의 죽음 경험이었다. 우울증으로 인해 거식증과 불면증, 공황장애를 앓고 있던 그는 지난 4월 19일 새벽 귀갓길, 몇날며칠 불면증으로 인해 극도로 쇠약해진 상태에서 고속도로를 운전하다 정신을 잃었다. 쾅! 소리에 놀라 차를 세웠다. 앞서 달리던 한 교회 승합차 범퍼를 들이받고 차를 멈춘 것이었다.

“완벽한 경우의 수가 맞아떨어졌기에 살았지 상황이 조금만 달랐어도 죽음을 면치 못했을 거예요. 하나님이 살려주신 겁니다.”

그때부터 정신을 가다듬고 우울증을 정면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우울증을 ‘병’이라고 인정하고 그 뒤로 숨으면서 더 증상이 깊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자신의 감정에 속았던 것을 보게 됐고 우울증은 일시적으로 지나는 감기와 같다고 생각을 전환하자 비로소 우울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걷기’는 우울증을 털어내는 의식의 일환이었다. 그냥 걸은 게 아니다. 최 집사는 이번 기회에 새로운 걸음을 시작했다. 어느덧 한국교회 안에 교회와 업체 간에 고착화 된 부정적인 인식을 거둬내는 작업에 나섰다.

그래서 이번 전주-서울 종단은 ‘The B.I.G.(Business Is Good & Business In God)’이라는 이름을 걸고 출발했다. 자신부터 하나님의 사업으로 교회를 섬겨갈 것을 다짐하며 그동안 함께 해 온 업체들을 독려해 “버는 만큼 나눔”을 실천으로 이어가도록 하고 있다. 회사의 수익을 뜻 있는 곳에 나누는 것이다. “나눔은 행복을 먼 미래의 것이 아닌 오늘의 것으로 만든다”고 말하는 최 집사는 죽음의 경험을 딛고 비로소 행복의 의미를 깨달았노라고 고백했다.

“취지를 알리고 제가 1킬로미터를 걸을 때마다 100원씩 1구좌 당 27,500원을 기부하도록 했는데 124구좌가 모아졌어요.”
출발이 좋다. 이번에 모아진 기부금은 절단장애 아동에게 의족으로 선물됐고, 사회적 활동 단체들에도 전달됐다.

이 외에도 최 집사는 리바이트 인터넷커뮤니티(www.facebook.com/levitesound) 방문자들이 ‘좋아요’ 리플을 선택한 만큼 미자립교회에 음향시스템을 무료로 시설해 주고 있다. 현재까지 740여 명이 선택해 100명 당 한 교회로 4교회에 진행됐고, 3교회를 선정 중에 있다.

만약 신학교를 거쳐 정규코스로 목회자의 꿈을 이뤘다면? “완고하고 고리타분한 목사가 되어 사람들을 실족시켰을 것 같다”며 웃는 최 집사, 그는 죽음과 같은 고통을 지난 후 비로소 하나님의 마음에, 신앙의 의미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 것 같다고 고백했다.

걷기를 통한 가장 큰 깨달음은 “아는 신앙에서 사는 신앙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연한 것이지만 그동안 지식으로 쌓아두었던 것을 삶으로 풀어낼 것을 새삼 다짐하고 있다.

“제가 변해가고 있습니다. 지식으로 알던 것을 깨닫게 되는 지경에 이르고 보니 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최규림 집사, 그는 자신의 작은 변화가 어떤 의미로든 주위로 흘러갈 수 있기를 소망하며 “누군가 바라는 길이 아닌 내가 그리는 길, 그분이 내게 주신 사명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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