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아시아를 통합한 세계사 펼쳐

“문명이 시작되었던 중앙유라시아 20세기 질곡의 역사를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우리 모두의 미래가 달려있다”

 

   

<중앙유라시아 세계사>
크리스토퍼 백위드 지음
이강한·류형식 옮김
소와당 펴냄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에 그들의 후손과 또 다른 중앙유라시아 사람들은 더 많은 정복과 발견과 연구와 탐험을 통해 새로운 세계 시스템, 고급 예술, 선진 과학을 창조해 냈다. 이집트인, 수메르인 등등이 아니라 중앙유라시아인들이 우리의 조상이다. 중앙유라시아는 우리의 고향이고 우리의 문명이 시작된 곳이다.”

2009년 프린스턴 대학에서 출판한 크리스토퍼 백위드의 <중앙유라시아 세계사>는 그동안 서구 중심의 관점을 넘어 유럽과 아시아를 통합한 세계사를 펼쳐낸 첫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책의 특징을 꼽아보자면, 먼저 ‘실크로드’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시한다. 저자는 중앙유라시아가 ‘실크로드’라는 이름 아래 마치 탐험과 보물 발견의 땅으로 인식되는 선입견을 바로잡는 데 주력한다. 우리의 중앙유라시아에 대한 이미지는 근대에 형성된 것임을 밝히면서 문명이 시작되었던 중앙유라시아 20세기 질곡의 역사를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우리 모두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실크로드를 단지 중국에서 로마까지 관통하는 루트가 아니라 중앙유라시아인들이 살아왔던 삶의 방식이 발현된 경제체제라고 보았다. 실크로드의 주체 역시 유라시아 동서 양끝에서 문명을 이룬 중국과 로마가 아니라 기원 전후의 시기, 이 지역에 살면서 국가를 이루었던 사람들이라는 것.

이 실크로드를 중국과 서양 세력이 잠식하면서 점차적으로 원래의 모습을 잃어버리게 되었고, 19세기에 이 지역을 침탈했던 서구 세력이 과거 모습을 실크로드라는 이름으로 윤색했다고 밝힌다.

역사책에서 자신들의 이뤄놓은 경제교역권이 침해되는 것에 반발하는 유라시아 유목민들이 ‘약탈자’로 묘사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라는 것이다. 기존의 유목-농경 세력의 교역구조를 무너뜨린 데서 분쟁이 촉발되었지만 정착 집단의 일방적인 역사 기록에 의해 중앙유라시아인들은 ‘약탈자’가 되었다.

책은 유라시아 대륙의 중앙을 중심으로 하는 유목국가와 변두리 농경지역의 정주제국들 간에 자유무역에 따라 경기 상승과 하락이 주기적으로 반복됐고, 역사 속의 수많은 제국들이 그에 따라 성장과 멸망을 거듭했던 것을 지적, 지금도 계속되는 글로벌 경제체제는 무려 4천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밝힌다.

저자가 “나의 목적은 중앙유라시아와 그 사람들의 역사에 대한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을 서술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힌 것처럼 책은 중앙유라시아 지역의 역사를 폭 넓은 시각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집필 목적으로 청동기시대(기원전 2000년 이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풀어낸 책에는 그동

   
▲ 신라의 공주가 등장하는 페르시아 왕들의 역사를 담은 책인 <샤나메>에 소개되어 있는 삽화.

안 서유럽이나 북아메리카 중심의 역사 인식으로 인해 소홀히 다루어졌거나 방치되다시피 했던 내용들까지 포함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 지역과 관련한 역사에 있어 지붕과 기둥, 서까래만으로 서있던 집을 풍성하게 채운 듯한 느낌을 전해주는 책이다.

2006년 구미 학자 가운데 이례적으로 고구려 언어에 대해 단행본 <고구려어, 일본어의 대륙적 친족어>를 출간했던 저자가 이 책에서 유목문화를 적극 도입해 국가를 이루었던 고구려를 유라시아 제국의 하나로 서술한 점도 눈에 띈다. 한국사가 세계사의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 속에서 우리로서는 중요한 자료라 할 수 있겠다.

백위드는 세계 최고 중앙아시아 연구기관 CEUS의 2세대를 대표하는 학자로 이 책은 그의 수십년 간의 연구 성과물이다. 미국 출판협회(AAP)에서 선정하는 ‘세계사·전기부문’ 최고의 책으로 선정될 만큼 전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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